순천에 있을 시간이 하루뿐이었습니다. 맛집 고르는 데 신중할 수 밖에 없었어요. 지도와 블로그 등을 검색하는데 계속 밟힌 곳이 여기였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순천의 분위기와 상반된, 마치 성수동 어느 골목에서 오려내 온 듯한 분위기. '순천양조장'이라는 상호도 요즘 느낌이죠. 마침 숙소가 바로 맞은 편 건물이었어요. 순천역과 가까워서 접근성도 좋은 편입니다.
아마도 공장이나 공업사 등으로 사용하지 않았을까 싶은 건물 내부의 상처들을 최대한 남겨 두고 테이블과 의자, 스피커, 조명 등을 놓았습니다.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인테리어입니다만 순천에서까지 볼 줄은 몰랐어요. 예전에 왔던 순천은 그야말로 자연, 시골이었거든요.
물론 주변은 여전히 제가 기억하는 순천의 모습입니다만 안에 있으니 성수동 어느 가게에 와 있는 것 같습니다. 이름답게 맥주와 그에 어울리는 안주들이 주 메뉴입니다. 직접 만든 개성 있는 맥주들을 조금씩 맛 볼 수 있는 샘플러가 처음 방문하는 분들께 좋겠네요. 제가 그랬거든요. 거기에 맥주에 어울리는 메뉴, 햄버거를 판매합니다. 샐러드, 소시지, 감자 튀김 등의 안주 메뉴도 있습니다.
시그니처 버거인 크레인 버거 그리고 쉬림프 버거를 시켰습니다. 맥주 샘플러는 네 가지를 고를 수 있습니다. 주문하면 각 맥주의 특징을 정리한 메뉴얼을 함께 줍니다. 제가 고른 건 순천특별시, 와온, 낙안읍성, 흑두루미.
식사 시작까지 한참 걸렸습니다. 가게 분위기에 음식 비주얼에 맥주들 빛깔까지. 사진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맥주 맛은 잘 모릅니다만 네 가지가 뚜렷한 개성이 있어서 좋았습니다. 바나나 향이 나는 맥주가 신기했고 다크초콜릿 향이 나는 흑맥주는 제 입맛에 잘 맞았어요. 버거도 기본에 충실한 맛이었습니다. 패티의 품질, 빵의 식감이 좋았던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가격은 순천의 물가를 생각하면 다소 비싼 편입니다만 서울의 수제버거집과 비교하면 큰 차이가 없으니 여행 때 한 번 방문해 보기엔 괜찮을 것 같아요.
같은 건물에 카페 브루웍스도 있습니다. 함께 운영하는 곳인데 요즘 트렌드를 잘 반영해 공간을 꾸민 것이 마음에 들었어요. 메뉴 구성에서는 커피 메뉴에 꽤 공을 들인 것 같은데 아메리카노를 마셔보니 물을 좀 많이 탄 것 같아서 아쉬웠습니다. 근데 초콜릿 메뉴가 참 괜찮더라고요.
여행지로 사랑받는 도시에 하나쯤 있을 법한 감성(?)있는 공간이고 식당입니다. 순천에서 분위기 좋은 식당, 카페 찾으시면 한 번 방문해 보실만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