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 E 마운트에 대응하는 보이그랜더의 고성능 렌즈 아포-란타 50mm F2 ASHP VE 렌즈. 이 렌즈는 검증된 보이그랜더의 광학 완성도를 최신 미러리스 카메라에서 누릴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강점입니다. 특히 보이그랜더 렌즈 중에서 해상력과 색수차 억제력이 가장 뛰어난 아포-란타 시리즈와 4000만 이상의 고화소를 자랑하는 소니 A7R 시리즈의 조합은 매우 인상적입니다.
F2 최대 개방부터 샤프한 해상력과 완벽에 가까운 색수차 억제 능력, 전용 렌즈에서 누릴 수 있는 촬영 정보 기록, MF 어시스트, 주변부 광량 개선 그리고 통일감 높은 디자인까지. 소니 미러리스 카메라를 사용하는 분들에게 이 렌즈는 추천할만한 요소가 무척 많은 렌즈입니다. 자동 초점의 편리함만 포기하면요. 아래는 보이그랜더 아포-란타 50mm F2 ASPH VE 렌즈의 지난 사용 후기입니다. 제품 디자인과 사양, 해상력, 전용 렌즈만의 지원 기능 등을 정리했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좀 더 좋은 결과물을 안겨주는 숨은 장치들 그리고 약 한 달간 이 렌즈를 A7R3와 함께 사용하면서 느낀 장단점을 정리해보려 합니다.
동영상 촬영을 위한 무단조리개 조작
동영상 성능이 강화된 최신 미러리스 카메라에 대응할 수 있도록 무단 조리개 조작을 지원합니다. 조리개 링을 당겨 돌리면 유/무단을 전환할 수 있습니다. 정확한 조리개 값을 설정할 수 있고 조작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기존 조리개 방식이 사진 촬영에 유리하다면 무단 조리개는 동영상 촬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영상 촬영 중 조리개 값을 변경할 때 소음과 진동이 발생하지 않고 노출/밝기를 부드럽게 조작할 수 있는 것이 대표적인 장점입니다.
조리개 링을 당길 때 약간의 힘이 필요한 것을 제외하면 전환 과정 및 무단 조리개 조작 모두 상당히 부드럽습니다. 유격이 있거나 동작 중 마찰이 발생하면 곧바로 결과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동영상 촬영 환경에 충분히 대응하고 있습니다. 사진 촬영 때 느꼈던 뛰어난 만듦새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위 동영상은 동일한 환경에서 유/무단 조리개를 조작해 촬영한 것입니다. 일반 조리개를 조작할 때는 조작에 따른 소음이 있고 각 단계가 끊어질 때마다 진동이 발생합니다. 영상의 밝기 역시 단계별로 변경됩니다. 하지만 무단 조리개는 조작이 부드럽습니다. 영상의 밝기도 자연스럽게 변하기 때문에 영상 촬영에서는 무단 조리개를 설정하는 것이 확실히 유리하겠네요. 조리개 값을 미세 조절할 수 있는 점도 장점이고요.
원형 빛망울 / 빛갈라짐 표현
보이그랜더 아포란타 시리즈의 대표적인 장점 중 하나로 원형 빛망울(보케)을 연출하기 유리한 것을 꼽습니다. 독특한 디자인의 조리개 날을 사용해 특정 조리개 값에서 빛망울이 완전한 원형으로 표현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라이카 M 마운트의 아포-란타 50mm F2 ASPH VM 렌즈를 사용할 때 인상적이었던 부분인데 VE 렌즈 역시 같은 형태로 제작됐습니다.
조리개 값에 따른 조리개 날 모양
독특한 조리개 날 형태로 인해 보이그랜더 아포-란타 50mm F2 ASPH VE 렌즈는 F2,F4,F5.6 촬영에서 렌즈의 조리개가 완전한 원형이 됩니다. 그 외의 조리개 값에서는 마치 톱니가 둘러진 독특한 형태가 되며 빛망울 역시 이런 형태로 표현됩니다. 아래는 조리개 값에 따른 빛망울 형태를 비교한 것입니다.
인물, 정물 촬영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개방 촬영 그리고 F5.6의 비교적 높은 조리개 값에서도 원형 빛망울을 얻을 수 있는 점이 많은 사진가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갈 것입니다. 광학 성능뿐 아니라 감성적인 표현에도 신경을 쓴 제조사의 배려가 돋보입니다. 인물 사진용으로 망원 렌즈들이 각광을 받지만 여전히 수많은 사진가들이 50mm로 인물 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것을 고려할 때 반가운 장치로 평가할 수 있겠죠.
빛망울에 비해 빛갈라짐은 큰 특색 없이 평이합니다. 앞서 살펴 본 독특한 조리개 형태 때문인지 하나의 광원이 여러 겹, 갈래로 표시되는 것이 독특하지만 전통적으로 사랑받는 크고 날카로운 빛갈라짐 모양보다 선호도는 확실히 낮을 것으로 보입니다. F11 촬영에서 유독 크고 선명하게 나타나는 것은 VM마운트 렌즈와 동일합니다. F16에서는 오히려 빛갈라짐의 크기가 작아지고 형태도 불분명해집니다.
50mm 프레임
50mm 렌즈의 매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사람의 시선과 가장 비슷해 '표준'으로 불리는 프레임 안에 담긴 결과물은 촬영자는 물론 관람자에게도 편안하게 느껴집니다. 광활한 프레임이 필요한 풍경 사진, 클로즈업이 필요한 스포츠/다큐멘터리 사진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장르에 전천후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일상 스냅사진과 음식 사진 등에 이 렌즈를 주로 활용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이그랜더 최고의 렌즈인 아포-란타 시리즈가 가장 활용도 높은 35/50mm로 만들어진 것은 매우 적절했다고 생각합니다.
높은 해상력
사실 이 렌즈는 50mm의 활용도 높은 프레임과 높은 해상력 둘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 렌즈들을 사용해 봤지만 보이그랜더 아포-란타 시리즈의 해상력은 단연 뛰어납니다. 소니의 최신 GM 단렌즈나 라이카 현행 렌즈들에 충분히 견줄 수 있는 수준입니다. 특히 제가 사용한 아포-란타 50mm F2 ASPH VE 렌즈는 소니의 고화소 미러리스 카메라에서 그 장점을 십분 발휘했습니다. 특히 F2 최대 개방의 해상력이 F5.6 이상의 결과물과 육안으로 큰 차이를 느낄 수 없을만큼 좋아서 마음껏 최대 개방 촬영을 할 수 있었습니다.
해상력이 가장 뛰어난 F5.6-8 구간은 그야말로 발군의 묘사력을 자랑합니다. 멀리 있는 나무의 잔가지, 건축물 표면의 질감을 표현하는 능력이 매우 좋아서 원본 이미지와 확대 이미지를 구분하기 어려울 때도 있습니다. 이전에 사용한 소니의 최신 렌즈들 역시 기본 해상력이 상향 평준화됐다는 인상을 받았지만 이 렌즈의 결과물과 비교하니 확실한 '급 차이'가 있습니다.
다만 높은 해상력에 비해 주변부 광량 저하에서는 다소 아쉬운 결과를 보였습니다. 렌즈의 크기,무게를 줄인 데 따른 광학적 한계로 보입니다. 하지만 카메라의 렌즈 보정 옵션, 소프트웨어를 통한 보정이 가능하고 다수의 사용자들에게 휴대성의 장점이 더 크게 다가갈 수 있다는 점에서 사용자에 따라 평이 갈릴 것으로 보입니다.
우수한 만듦새 / 조작감
플라스틱, 고무 소재가 섞인 미러리스 렌즈들을 사용하다 보이그랜더의 렌즈를 만지면 그 단단함, 정숙함에 놀라게 됩니다. 경통부터 마운트부, 초점링까지 모두 메탈 소재가 적용된 보이그랜더 렌즈들은 렌즈를 쥘 때부터 조리개 링과 초점 링을 조작할 때 뛰어난 만듦새를 느낄 수 있습니다. 조리개 링은 구간마다 끊어지는 느낌이 정확하고 확실해 오동작의 우려가 적고, 초점 링은 중간에 걸리거나 튀는 느낌 없이 균일한 속도로 부드럽게 동작합니다.
라이카 M 시리즈를 메인으로 사용하는 저는 렌즈의 광학 성능, 완성도 못지 않게 만듦새, 조작감을 중요한 요소로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보이그랜더 VE 렌즈들은 오랜 세월, 다양한 시스템에서 검증된 전통의 광학 기술을 최신 기술의 미러리스 카메라에 조합할 수 있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AF의 편리함을 포기하고 보이그랜더 렌즈를 사용하는 이유입니다.
전용 VE 렌즈만의 장점
기존에 사용하던 보이그랜더 VM 렌즈를 어댑터를 통해 A7C, A7R3에 사용할 때 불편했던 것들을 VE 전용 렌즈로 상당 수 해소할 수 있었습니다. 초점 링을 조작하면 즉시 뷰파인더/LCD 화면이 확대돼 정확하게 초점을 맞출 수 있었고 이종교배에서 흔히 발견되는 주변부 광량 저하, 컬러캐스트에서도 자유로웠습니다. 렌즈 정보 및 촬영 정보가 결과물에 기록된다는 점도 사진을 정리할 때 생각보다 큰 도움이 됐습니다. 마지막으로 카메라와 딱 맞아 떨어지는 디자인 조화까지. 전용 렌즈를 구입/사용할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느꼈습니다.
AF 대신 얻는 많은 것들
보이그랜더 아포-란타 50mm F2 ASPH VE
해상력과 색수차 억제력으로 대표되는 높은 광학 성능, 원형 보케 촬영까지 세심하게 고려한 구성과 손끝으로 느껴지는 만듦새, 동영상 촬영에도 충분히 대응 가능한 무단 조리개 조작 시스템까지. 보이그랜더 아포-란타 50mm F2 ASPH VE 렌즈에선 오랫동안 축적된 보이그랜더의 능수능란함과 최신 미러리스 카메라 시스템에 대응하는 유연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습니다. 고성능 렌즈로서의 기본기를 최상급으로 유지하면서 다양한 기교를 부린 것이 실제 사용자들에게도 만족스러운 결과물로 이어집니다. 단 하나 아쉬운 것이라면 AF 렌즈의 편리함이겠지만 이 렌즈를 선택한 사람이라면 그것이 조금도 아쉽지 않을 것입니다. AF 대신 얻을 수 있는 장점들이 얼마나 큰 지 이미 알고 있을테니까요. 결과물로만 치면 이 렌즈는 E 마운트의 어느 렌즈에도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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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썬포토(주)의 도움으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