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그랜더의 미러리스 카메라용 렌즈 아포-란타 50mm F2 ASPH VE의 사용 후기. 이번 포스팅에서는 그동안 이 렌즈를 사용하며 느낀 미러리스 카메라 전용 렌즈의 장점에 대해 정리해 보겠습니다. VM 렌즈를 어댑터를 통해 소니 미러리스 카메라에 사용하다 VE 전용 렌즈를 사용하니 제법 많은 장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아래는 아포-란타 50mm F2 ASPH VE에 관한 지난 포스팅입니다. 렌즈의 디자인과 사양, 해상력 테스트 등의 정보가 있으니 궁금하신 분들은 참고 하세요.
VM 렌즈+어댑터 vs VE 전용 렌즈 비교
그동안 소니 미러리스 카메라에는 라이카 M 마운트 렌즈를 어댑터를 이용해 사용해 왔습니다. 라이카 M 시리즈를 메인으로 사용하면서, 소니 미러리스 카메라를 서브 용도로 사용하는 제게는 추가 렌즈 구매 없이 하나의 렌즈를 서로 다른 시스템에 사용할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이었습니다. 아래는 M-E 렌즈 어댑터에 관한 포스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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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그랜더 등 고가의 제품 대신 적당한 중국제 제품을 선택한다면 어댑터의 가격도 충분히 합리적이었고, 결과물도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전용 렌즈가 아니다 보니 크고 작은 불편함이 있었습니다. 수동 조작으로 이뤄지는 초점이 정확히 맞았는지 화면/뷰파인더를 통해 확인하기 어려웠고 주변부 컬러캐스팅/비네팅이 제법 신경 쓰였습니다. 특히 만원대 저가 어댑터에서는 주변부의 녹색 컬러 캐스트 때문에 후보정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렌즈와 촬영 설정 등의 정보를 사진에서 확인할 수 없는 점도 아쉬웠습니다.
이번에 아포-란타 50mm F2 ASPH VE 렌즈를 사용해 보니 위에서 언급한 단점들이 한번에 해소됐습니다. 그간 당연히 VM 렌즈를 구매해 양쪽에 사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라 생각했는데 전용 렌즈만의 장점이 분명히 있더군요. 소니 카메라를 주력으로 사용하신다면 더 말할 것이 없겠죠.
1. 촬영 정보(EXIF) 기록
E 마운트 전용으로 설계된 아포-란타 50mm F2 ASPH VE 렌즈 마운트부에는 카메라와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는 접점이 있습니다. 사진에서 금색으로 보이는 부분인데, 이를 통해 렌즈 이름과 초점 거리, 조리개 값 등 촬영 정보가 이미지에 기록됩니다. 조리개 값 별로 해상력을 비교할 때, 맘에 든 결과물의 촬영 정보를 역추적할 때 사진의 EXIF 정보를 볼 수 있어 확실히 편리합니다.
2. 주변부 화질/컬러캐스트
단순히 촬영 정보를 확인하는 것보다 큰 장점은 렌즈에 맞는 보정 옵션을 적용할 수 있는 것입니다. 라이트 룸에서 이미지를 불러 오면 해당 렌즈 정보를 프로그램이 자동으로 인식하고, 그에 맞는 렌즈 보정 값을 자동으로 적용합니다. 특히 렌즈의 왜곡과 주변부 비네팅을 간편하게, 일괄로 적용할 수 있는 점이 좋습니다. VM 렌즈를 어댑터로 연결한 결과물은 직접 프로파일을 적용하거나 수동으로 왜곡/비네팅을 조절해야 하죠.
< 소프트웨어 렌즈 보정 전/후 비교>
위 이미지는 라이트룸의 렌즈 프로파일을 이용한 왜곡/비네팅 보전 전후를 비교한 것입니다. 왜곡이 심하지 않은 렌즈라 왜곡 보정 효과는 육안상 구분하기 힘들지만 주변부 비네팅은 전/후의 차이가 확연합니다. 휴대성 극대화의 반대 급부인 주변부 광량 저하를 소프트웨어 보정으로 해결하는 현행 렌즈의 특성을 잘 보여줍니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전용 렌즈를 사용할 가치는 충분합니다.
VM 렌즈를 렌즈 어댑터를 이용해 A7C에 사용하면서 라이카 M 카메라 조합만큼의 화질을 기대한 건 아니었지만 컬러 캐스트가 생각보다 심해서 실망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특히 주변부로 갈수록 녹색빛이 돌아서 중심부와 톤이 달라진 것에 애를 먹었거든요. 아예 흑백 사진으로만 현상해야 하거나 제품 사진은 아예 주변을 잘라낼 것을 감안해 촬영했습니다. 거기에 종종 주변부 해상력 저하가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훗날 다른 어댑터를 사용해 보니 좋은 어댑터를 사용하면 한결 낫더군요. 어댑터의 소재와 내부 빛 반사 처리, 유격 등 여러 요소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입니다.
위와 같은 경험으로 렌즈 어댑터같은 변수가 없는 전용 렌즈가 더 나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은 충분히 유추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 사용해 보니 동일한 광학 구조의 아포-란타 50mm F2 렌즈지만 VM 렌즈-어댑터 조합과 VE 렌즈의 결과물은 전반적인 이미지 품질, 특히 주변부에서 눈에 띄는 차이가 있었습니다. 컬러 캐스트는 VE 렌즈에서는 아예 발견이 되지 않았고요. 주변부 비네팅 역시 전용 렌즈를 사용했을 때 확연히 줄었습니다.
3. EVF/LCD 자동 확대 기능
결과물뿐 아니라 촬영 과정에서도 전용 렌즈의 이점을 경험했습니다. 렌즈의 초점링을 조작하면 즉시 LCD/뷰파인더가 확대돼 미세 초점 조작이 가능한 것입니다. 렌즈와 데이터 통신이 불가능한 어댑터 환경에서는 단축키에 화면 확대를 등록하고 촬영 때마다 조작을 해야했지만 VE 렌즈를 마운트 하면 초점링 조작-촬영으로 과정이 간결해집니다.
그동안 렌즈 어댑터를 사용하면서 화면 확대 실행-초점 조작-촬영의 과정이 꽤나 번거롭고 시간도 오래 걸렸지만 그저 수동 촬영의 특성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VE 렌즈를 사용하니 AF 렌즈만큼은 못해도 MF 렌즈를 불편해서 못 쓰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더군요. 라이카 M 카메라의 이중 합치보다 더 편하고 빠르게 느껴집니다. 촬영 속도가 몇 배 빨라지면 그만큼 좋은 사진을 얻을 확률도 높아지겠죠.
4. 손떨림 보정 적용
손떨림 보정 장치가 탑재되지 않은 렌즈는 카메라에 내장된 손떨림 보정 장치에 의존해 촬영을 진행합니다. 이 때 카메라는 렌즈의 초점거리 등의 정보를 판별해 그에 맞는 보정 옵션을 적용하게 되는데, 렌즈와 통신이 불가능한 어댑터 연결은 기능이 동작하지 않거나 오류가 날 확률이 높습니다. 물론 수동으로 렌즈의 초점거리 정보를 입력하는 방법이 있지만 렌즈를 교체할 때마다 값을 변경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습니다.
전용 렌즈는 초점거리를 포함한 렌즈의 정보를 카메라에 전달하기 때문에 손떨림 보정을 온전히 활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나 제가 사용하는 A7R3처럼 고화소 이미지를 촬영하는 카메라 그리고 동영상 촬영에서 이 차이가 결과물의 성패를 가를 수 있겠죠.
5. 디자인 통일성
외형의 만족도 역시 높습니다. 아포-란타 시리즈를 비롯한 보이그랜더 렌즈들이 대부분 라이카 M 시리즈 또는 클래식 디자인의 미러리스 카메라와 어울리는 디자인이지만 VE 렌즈들은 소니 A 시리즈와 잘 어울리도록 다듬어졌습니다. 모양뿐 아니라 경통의 지름,길이도 카메라와의 균형을 고려한 것으로 보이고요. 아포-란타 50mm F2 VE 렌즈를 A7R3에 마운트 했을 때 외형의 조화가 좋고 초점링과 조리개 링의 위치 역시 조작하기에 편한 위치에 있습니다. 다만 렌즈가 무거운 편이라 바닥에 놓았을 때 앞으로 쏠리긴 합니다.
아래는 울트론 35mm F2 VM, 컬러스코파 21mm F3.5 VM 렌즈를 M-E 렌즈 어댑터를 통해 A7C에 연결한 모습입니다. 클래식 렌즈의 디자인을 채용한 빈티지 시리즈는 확실히 현행 미러리스 렌즈와는 모양과 크기 등 균형이 좋지 못합니다. 어댑터 크기와 렌즈 경통 지름의 차이 때문에 접합부가 어색하기도 하고요. 이 나름의 멋이야 또 있지만 앞서 본 아포 란타 렌즈만큼 어울리지는 않습니다.
같은 아포란타 50mm F2 시리즈 두 개를 비교한 것입니다. A7C에는 VM 렌즈를 렌즈 어댑터로 연결했고 A7R3에는 VE 전용 렌즈를 마운트했습니다. 아포란타 50mm F2 렌즈는 VE, VM 렌즈의 디자인이 대동소이하지만 경통 지름에 차이가 있습니다. 이는 M 마운트와 E 마운트 각각의 규격에 맞춘 것으로 보입니다. 이 때문에 렌즈 어댑터와의 접합부가 자연스럽지 못한 단점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앞서 살펴본 결과물과 촬영 편의성에 비하면 미미한 차이지만 이것 역시 전용 렌즈가 갖는 이점으로 꼽을만 합니다.
https://sunphoto.co.kr/shop/goods/goods_view.php?goodsno=7541
*썬포토(주)의 도움으로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