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론 35-150mm F2-2.8 Di III VXD 렌즈는 지금까지의 줌렌즈와는 여러 차별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렌즈의 이름을 보면 그것들을 알 수 있습니다. 35-150mm의 독특한 초점거리 그리고 F2-2.8의 밝은 조리개 값. 최신 AF 시스템 VXD의 존재도. 이번 포스팅에서는 이 렌즈의 F2-2.8 가변 조리개 값이 어떤 장점을 갖는지, 어떻게 활용 되는지 이야기 해보려 합니다.
탐론 35-150mm F2-2.8 Di III VXD 렌즈의 다른 사용 후기는 이전 포스팅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아래 링크를 첨부합니다.
https://mistyfriday.kr/3758?category=981121
https://mistyfriday.kr/3763?category=981121
https://mistyfriday.kr/3765?category=981121
https://mistyfriday.kr/3764?category=981121
35mm F2를 품은 줌렌즈
35-150mm 광학 4.3배 줌이 프레이밍의 다양성을 대표한다면 F2-2.8의 밝은 조리개 값에서는 심도 표현의 자유로움을 읽을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대구경 줌렌즈가 F2.8의 조리개 값을 갖는 것과 달리 탐론 35-150mm F2-2.8 Di III VXD 렌즈는 35mm 최대 광각의 조리개 값을 F2까지 끌어 올렸습니다. 이것으로 이 렌즈는 F2.8 고정 조리개 값의 줌 렌즈 대비 확실한 이점을 갖게 됐습니다. 단렌즈급 사양인 35mm 초점거리 F2의 조리개 값을 갖춘 이 렌즈를 저는 35mm F2 단렌즈를 품은 줌렌즈라고 표현합니다.
렌즈의 최대 개방 조리개 값은 초점거리에 따라 F2-2.8로 점차 어두워집니다. 아래는 초점거리에 따른 최대 개방 조리개 값의 차이를 표시한 표입니다.
< 초점거리별 최대 개방 조리개 값 >
35-40mm 구간에서는 F2의 밝은 조리개 값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후 40-60mm 구간까지도 F2.2의 밝은 조리개 값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표준 초점거리로 일컬어지는 50mm 내외 구간에서 F2.8보다 밝은 F2.2 촬영이 가능한 것은 분명한 장점입니다. 이후 60-80mm 구간에서 F2.5로 다시 1/3스톱 높아진 뒤 80-150mm 구간에서 F2.8로 고정됩니다.
아래는 가장 밝은 조리개 값을 사용할 수 있는 35mm 초점거리에서 조리개 값에 따른 심도 표현의 차이를 비교한 것입니다.
< 조리개별 심도 비교 - 35mm >
위 이미지는 35mm 광각에서의 F2, 150mm 망원 F2.8 최대 개방 촬영 결과물입니다. 35mm 촬영은 짧은 최단 촬영 거리와 더 밝은 조리개 값의 장점이, 150mm 촬영에서는 배경 압축 효과의 매력이 도드라집니다. 양쪽 다 대구경 줌렌즈의 F2.8보다 밝은 개방 촬영이 가능해 자유로운 심도 연출이 가능한 것을 장점으로 꼽을 수 있겠네요.
크기와 무게 때문에 이 렌즈를 35mm F2 렌즈처럼 사용해도 좋다고 말하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 렌즈를 약 한 달간 사용하며 렌즈 교체 없이 35mm F2 단렌즈와 망원 줌렌즈를 사용하는 기분을 종종 느꼈습니다. 여러 시스템에서 제가 주력으로 사용하는 35mm F2 렌즈의 프레임과 심도를 충분히 즐기면서 멀리 있는 풍경, 부각시키고 싶은 정물/인물을 부각시켜 찍을 수 있는 매력이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특히 제가 즐겨 찍는 음식 사진에서 35mm F2의 적당한 프레임, 얕은 심도 심도, 원형 보케 표현 능력이 두루 마음에 들었습니다. 표준 줌렌즈를 사용하던 중에도 음식 사진 촬영을 위해 렌즈를 단렌즈로 교체할 때가 많았는데 이 렌즈는 그럴 필요가 없었습니다. 조리개 값을 F2까지 설정할 수 있으니까요.
35mm 광각 F2 촬영 이미지
음식 사진이 아니더라도 이 렌즈의 35mm 광각은 충분한 가치가 있습니다. 초광각과 표준 사이에 위치하는 35mm 광각은 사람의 눈으로 보는 것과 비슷한 프레이밍이 가능해 다양한 촬영에 전천후로 활용 가능합니다. 특히 35mm 렌즈를 좋아하고 또 익숙한 저는 이 렌즈의 다양한 초점거리 중 35mm의 사용 빈도가 높았습니다. 어느 날은 아예 35mm 렌즈처럼 사용하기도 했고요. 물론 그러기엔 크기와 무게가 다소 부담되긴 합니다만.
35mm 광각 촬영 이미지
대구경 망원 렌즈의 매력도 오롯이
150mm 망원에서는 F2.8 고정 조리개 값을 갖는 대구경 망원 줌렌즈처럼 이 렌즈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70-200mm F2.8 렌즈보다 망원에 약점이 있지만 클로즈업이 우선인 다큐멘터리 촬영이 아니라면 150mm F2.8은 인물/정물 촬영으로 부족함 없는 사양입니다. 대표적인 인물 촬영용 초점거리로 꼽히는 85mm, 135mm를 모두 포함하고 있기 문에 150-200mm 구간의 아쉬움보다는 35-70mm 구간의 이점을 더 크게 느끼는 사용자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60-80mm 구간에선 F2.5로 더 밝은 조리개 값을 사용할 수 있는 이점도 있습니다. 아래는 150mm 망원 초점거리에서 조리개 별 심도를 비교한 것입니다.
< 조리개별 심도 비교 - 150mm >
종종 강 건너 먼 장면이나 동물을 촬영할 때 200mm가 아쉽긴 했지만, 대부분의 촬영에서 70-200mm F2.8 망원 줌렌즈 대비 큰 아쉬움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이것은 제가 망원 위주의 촬영을 즐기지 않아서이기도 하고, 고화소 이미지를 크롭하는 방법으로 한계를 일부 해소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150mm 이상의 망원 초점거리를 많이 선호하지 않는다면 70mm 이상의 망원에 치중한 일반적인 망원 줌렌즈보다 광각-표준 초점거리를 포함하는 탐론 35-150mm F2-2.8 Di III VXD 렌즈의 장점이 분명히 있습니다.
아래는 이 렌즈의 망원 구간을 사용한 이미지입니다. 특유의 배경 압축과 얕은 심도가 잘 드러납니다. 35mm 광각을 사용할 때와 피사체를 바라보는 시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느낍니다. 때로는 최단 촬영을 활용해 간이 매크로처럼 활용하기도 하고요.
100-150mm 망원 F2.8 촬영 이미지
F2 vs 손 떨림 보정
이 렌즈의 약점을 하나 꼽으라면 손 떨림 보정 장치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만큼 렌즈의 크기와 무게를 줄인 효과는 있겠지만 망원에 치중된 줌렌즈인 만큼 무시할 수 없는 단점입니다. 대신 조금 더 밝은 조리개 값을 설정할 수 있다는 점, 최신 소니 카메라의 손떨림 보정 자치, 뛰어난 고감도 이미지 품질 등을 잘 활용하면 손 떨림 보정 장치의 부재를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습니다.
아래는 탐론 35-150mm F2-2.8 Di III VXD 렌즈와 소니 A7R3로 촬영한 야간/실내 촬영 이미지입니다.
실내/야간 촬영 이미지
손 떨림 보정 장치가 없는 렌즈의 단점과 고화소 이미지에서 발생할 수 있는 핸드 블러를 해소하기 위해 다른 렌즈를 사용할 때보다 셔터 속도를 여유롭게 설정했습니다. 광각 촬영에서는 F2의 낮은 조리개 값이 셔터 속도를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됐고, 망원 촬영에서는 카메라의 손 떨림 보정 성능이 제법 힘이 됐습니다. A7M4나 A7S3, A1 등 최신 카메라에 사용하면 높은 ISO 감도에 대한 부담도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써드파티의 방향을 제시한 렌즈
렌즈를 받기 전에는 이런 렌즈가 있었는지도 몰랐습니다. 써드파티 렌즈에 품귀 현상이 일어나고, 프리미엄까지 붙는다는 있다는 얘기가 처음엔 의아 했지만 직접 렌즈를 사용해 보니 그만한 가치와 장점이 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렌즈를 둘러싼 현상과 호응에 대해 수긍하게 됩니다.
사용할 수록 35-150mm로 줌렌즈를 구성한 것은 과감하고 또 영리한 선택입니다. 과거 DSLR 시절 그리고 미러리스 초창기까지 24-70mm F2.8 표준줌 렌즈와 차별화하는 방식으로 택했던 28-75mm F2.8 렌즈는 동일 카테고리에서 약간의 변주를 주고, 가격과 휴대성의 우위를 점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물론 현재 28-75mm F2.8 렌즈의 인기를 보면 그것 역시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지만 아예 갇혀있던 프레임에서 벗어나 표준줌과 망원줌 사이를 교묘하게 파고든 35-150mm F2-2.8이 여러모로 더 좋은 결과를 안겼다고 생각합니다. '계륵'이라 부르면서도 딱히 대안이 없어 차지하고 있던 표준 줌렌즈의 자리에 새로운 선택지를 줬으니까요.
탐론 35-150mm F2-2.8 Di III VXD 렌즈는 탐론의 최신 렌즈답게 기본기가 좋습니다. 이미지 품질과 AF 성능 모두 나무랄 데 없는 데다 F2의 상징적인 조리개 값으로 눈까지 사로 잡습니다. 손 떨림 보정 장치를 과감히 배제하고 크기와 무게를 타협한 것도 개인적으로는 높이 삽니다. 이 렌즈는 누군가에게 '새로운 표준 줌렌즈'가 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길이 약 16cm, 무게 약 1kg인 이 렌즈는 전천후 줌렌즈에 요구되는 휴대성의 경계선에 있습니다.
단점으로는 휴대성을 위해 주변부 광량 저하와 왜곡 등을 소프트웨어로 보정하는 방법을 택한 것을 꼽겠습니다. 편의성을 위해 세 개의 기능을 지정할 수 있는 것은 좋지만 경통에 배치 된 세 개의 기능 버튼이 일괄 적용되는 것은 다소 아쉽습니다. 같은 동작을 위해 버튼을 세 개나 배치한 것은 과해 보인달까요.
그럼에도 이 렌즈는 지금의 인기를 끌기 충분한 렌즈입니다. 오랫동안 당연하게 여겨지는 틀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메이저 제조사에게 대응하는 써드파티의 좋은 예가 될 것입니다.
[ 소니 A7R3 + 탐론 35-150mm F2-2.8 Di III VXD 렌즈 촬영 이미지 ]
https://sunphoto.co.kr/shop/goods/goods_view.php?goodsno=8927
*썬포토(주)의 도움으로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