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mm 광각부터 150mm 망원을 아우르는 절묘한 포지션으로 품귀 현상을 겪고 있는 탐론 35-150mm F2-2.8 Di III VXD 렌즈. 두 번째 포스팅은 이 렌즈의 인기 비결 중 하나인 4.3배 광학 줌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24-70mm, 24-105mm 표준줌 렌즈와 70-200mm 망원줌 렌즈 중간에 있는 초점거리가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 얼마나 다양한 표현이 가능한지.
이 렌즈의 사양과 디자인 등 기본 정보가 궁금하신 분들은 지난 포스팅을 참고 하세요.
35-150mm 광학 4.3배 줌
이전에 본 적 없는 독특한 구성입니다. 스마트폰 카메라가 대중화 된 요즘엔 광각이라 하기에도 어려운 35mm부터 시작하는 것을 보니 풍경 촬영은 일정 부분 배제한 것으로 보입니다. 대신 망원에서 이점을 확실히 가져왔습니다. 표준줌 렌즈의 24-35mm 구간을 잃었지만 70-150mm의 망원 구간을 챙긴 것이죠. 또는 105-150mm구간. 흔히 '계륵'이라 부르는 표준줌 렌즈의 아쉬움-광각도 조금, 망원도 조금 양쪽 다 아쉽다-을 깨기 위해 표준-망원 중심으로 개편한 것이 사용할 수록 영악한 결정이라 여겨집니다. 거기에 조리개 값도 F2.8보다 유리한 F2-2.8이니 렌즈의 크기와 무게도 납득하게 되고요.
렌즈는 초점거리의 숫자가 높아짐에 따라 경통이 돌출되는 일반적인 형태입니다. 35mm에서 가장 짧고 150mm에서 가장 깁니다. 배율이 4.3으로 높은 만큼 돌출되는 길이가 꽤 길어서 렌즈 전체 길이가 최소 약 16cm에서 최대 약 20cm로 늘어납니다. 이 긴 경통이 흘러 내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락 스위치가 경통에 배치돼 있습니다.
줌 배율은 표현의 폭과 비례합니다. 같은 환경에서 그만큼 더 다양한 프레임을 구성할 수 있는 장점은 단렌즈의 크기와 무게, 화질의 열세를 감내하고 줌렌즈를 사용할 만큼 매력적입니다. 아래는 동일한 환경에서 광학 4.3배 줌을 사용해 촬영한 이미지를 비교한 것입니다. 최대 150mm 망원 촬영의 클로즈업 효과가 기대 이상으로 뛰어납니다.
24-35mm 광각 대신 얻은 망원의 이점이 생각보다 커 보입니다. 풍경 촬영의 빈도가 낮고 인물/정물 등 망원 촬영을 선호하는 사용자들은 24-70mm이나 24-105mm 표준줌보다 35-150mm 줌의 활용도가 높겠습니다. 200mm 이상의 장망원보다는 못하지만 육안으로 잘 보이지 않는 프레임 속 일부분을 당겨 담는 망원 줌렌즈 고유의 즐거움을 150mm에서도 느낄 수 있습니다.
< 35mm / 150mm 비교 >
아래는 주요 초점거리인 35/50/70/85/100/135/150mm 의 프레임을 비교한 것입니다. 24-70mm 렌즈의 최대 망원 70mm, 24-105mm 렌즈의 105mm 최대 망원 대비 150mm가 어느 정도 이점을 갖는지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
< 35-150mm 초점거리별 프레임 비교 >
1mm의 차이가 큰 광각처럼 드라마틱한 변화는 없지만 70/100mm의 결과물과 150mm 망원 이미지를 비교하면 클로즈업 효과가 월등합니다. 반대로 35mm 광각에선 24mm 미만 초광각의 시원시원함을 느낄 수 없다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줌 배율 자체로 보면 광학 약 3배 줌인 24-70mm, 70-200mm 렌즈보다는 확실히 그 폭이 넓고 24-105mm의 4.3배 줌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광각 중심이라면 24-105mm 렌즈 쪽이, 망원에 더 비중을 둔다면 35-150mm 렌즈에 장점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150mm의 간결함을 24mm의 광활함보다 좋아하는 터라 이 렌즈의 150mm 망원을 즐겨 사용합니다. 위 사진처럼 동일한 환경에서 초점거리 변경만으로 완전히 다른 연출이 가능한 것이 이 렌즈의 최대 강점이 되겠죠. 망원에 집중하고자 50mm 부터 시작하지 않고 제가 주력으로 사용하는 35mm 광각을 포함하고 있는 것이 무척 마음에 듭니다.
아래는 이 렌즈를 사용하며 촬영한 이미지를 35-50mm 내외의 광각, 70-150mm 망원으로 나눠 본 것입니다. 촬영하는 동안 광각에서는 초광각보다야 부족하지만 눈으로 보는 것보다 넓은 35mm 광각의 시원함을, 망원 이미지에서는 특유의 간결함과 높은 몰입도를 즐겼습니다. 35mm 광각은 초광각에서 흔히 보이는 주변부 왜곡이 덜해서 마치 50mm 표준 렌즈를 사용하는 듯한 느낌이 있었습니다. 평소 35mm 프레임에 익숙하기도 하고요.
< 35-50mm 광각 이미지 >
역시나 시원시원한 광각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이 렌즈는 또다른 '계륵'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넓은 풍경, 건축물을 찍을 때 몇 걸음 뒤로 물러나는 것으로 해결할 수 없는 답답함이 있거든요. 물론 16-35mm 초광각 줌렌즈를 추가로 사용하면 두 개의 렌즈로 16-150mm를 커버할 수 있으니 줌렌즈 3총사(16-35, 24-70, 70-200)을 챙기는 것보다 효율은 더 좋을 것 같습니다.
< 70-150mm 광각 이미지 >
클로즈업에 배경 압축 효과가 더해지는 망원 촬영은 프레밍의 즐거움이 광각보다 큽니다. 망원 렌즈들이 대체로 크고 무거워 잘 사용하지 않지만 결과물을 보면 피로를 충분히 보상받는 느낌입니다. 이 렌즈의 150mm 망원은 200mm 이상의 장망원보다 활용도가 높습니다. 그러면서도 F2.8 개방 촬영의 얕은 심도, 망원 특유의 몰입감은 충분히 발휘할 수 있어서 이 렌즈는 35mm, 150mm 두 초점거리의 사용 빈도가 유독 높습니다. 그만큼 구간 설정을 잘 했다는 거겠죠.
직접 사용해 보니 왜 이 렌즈의 품귀 현상에 대해 일견 수긍하게 됩니다. 그간 당연하게 여긴 24-70mm 내지 24-105mm 표준줌이 정답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만으로도 35-150mm 광학 4.3배 줌은 대단한 발견입니다. 그리고 앞으로 더욱 다양한 형태의 줌렌즈가 나오길 바라는 맘이 생겼습니다. 35mm를 좋아하는 제게는 이 렌즈의 35-150mm가 최적인 것 같네요.
*썬포토(주)의 도움으로 작성했습니다.
https://sunphoto.co.kr/shop/goods/goods_view.php?goodsno=8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