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의 역사 못지 않게 긴 시간동안 카메라 가방의 역사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제품을 안전하게 휴대,보호하기 위해 탄생한 후 다양한 형태로 변화하고 있죠. 수 많은 카메라 가방 중 가장 유명한 카메라를 꼽으라면 많은 분들이 돔케의 F-2를 꼽을 것입니다. 우리가 흔히 '카메라 가방'이라는 단어를 듣고 떠올리는 그 가방들 중 하나입니다. 투박한 모양과 탄탄한 캔버스 소재, 주렁주렁 주머니가 달린.
그동안 갖고 싶다는 생각만 했던 돔케의 대표 모델 F-2 오리지널 백을 드디어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선 돔케의 시작이자 최고의 카메라 가방으로 손꼽히는 F-2 모델의 특징과 장단점, 사용 후기를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DOMKE 그리고 F-2
포토그래퍼라면 한 번쯤 그 이름을 들어봤을 돔케(DOMKE)는 미국 태생의 카메라 액세서리 브랜드입니다. 40년 넘게 전세계 사진가들과 함께하는 브랜드입니다. 백악관 뉴스 사진 작가 협회의 공식 카메라 가방으로 선정되었고, 2012 런던 올림픽과 2014 윔블던 테니스 대회에선 공식 촬영용 조끼를 제공했습니다. Made in USA로 상징되는 고품질, 강한 내구성을 내세웠습니다.
특히 이번 포스팅에서 소개하는 F-2는 1976년 Jim domke가 자신을 위해 제작한 첫 번째 돔케 가방입니다. 모든 돔케 가방의 시작이자 현재도 가장 인기있는 제품이기도 합니다. 제가 처음 사진을 취미로 가졌던 20여년 전에도 돔케 F2는 사진가들이 가장 선호하는 가방이었고, 요즘도 여행/출사지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십 년은 족히 넘은 것 같은 낡은 돔케 가방을 맨 모습은 존경스러워보이기까지 합니다.
아래는 돔케 F-2 오리지널 백의 제품 사양입니다.
소재 : 면 캔버스 / 금속(장식)
외부 크기 : 43x17x23 cm
내부 크기 : 28x16x22 cm
무게 : 1162 g
색상 : 블랙/올리브/샌드/그레이/네이비
가로 길이 43cm로 중형-대형 백에 속하는 가방입니다. 1976년에 만들어진 가방인 만큼 SLR-DSLR 시스템의 크고 무거운 장비들까지 수납할 수 있도록 넉넉한 수납 공간을 갖춘 것으로 보이고, 소재 역시 내구성 좋은 캔버스를 썼습니다. 실제로 F-2는 돔케 F 시리즈의 숄더백 중 F-1X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가방입니다. 물론 F-1X가 나중에 출시됐지만요. 두꺼운 캔버스 소재와 금속 부자재 때문에 가방 무게가 1kg을 넘습니다. 안에 채울 장비의 숫자와 무게, 가격을 고려하면 무게보다 내구성/안전성에 우선을 두는 게 당연하겠죠.
다섯 가지 색상 + RuggedWear
색상은 총 다섯 가지로 블랙/올리브/그레이/샌드/네이비 입니다. 이전에 소개했던 F-3X 수퍼 컴팩트 모델과 같은 색상에 네이비가 추가됐습니다.블랙/올리브/네이비는 가방과 스트랩이 모두 같은 색상으로 깔끔하고 심플한 인상을 주고 그레이/샌드는 투 톤 컬러 디자인으로 상대적으로 캐주얼한 느낌입니다. 가방 디자인 자체가 원체 캐주얼해서 어떤 색을 선택해도 옷과 매칭이 어렵지는 않습니다.
거기에 추가로 왁스 캔버스를 사용한 F-2 RuggedWear 시리즈가 있습니다. 저는 이 왁스 캔버스 모델로 돔케 가방을 처음 접했는데 왁스 캔버스 특성상 일반 모델보다 내구성과 방수 성능이 뛰어난 것이 장점입니다. RuggedWear 모델은 블랙/올리브/네이비/브라운 네 가지 색상이 있습니다.
베스트 셀러 F-2 vs 수퍼 컴팩트 F-3X
현재 두 개의 돔케 가방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대표 모델이자 많은 장비를 수납할 수 있는 F-2 오리지널과 가벼운 출사에 좋은 컴팩트 모델 F-3X입니다. 둘은 크기를 제외하면 기본적인 형태와 소재가 동일합니다. F-3X를 F-2의 축소 버전으로 봐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요. 장비 수납 능력은 크기만큼 F-2가 우위에 있으니 보유 장비의 양, 용도에 따라 선택하면 좋습니다.
아래 링크는 F-3X의 사용 후기입니다. 궁금하시는 분들은 참고 하세요.
여전히 가치있는 오리지널 디자인
50년 가까이 팔리고 있다는 사실 하나로도 이 가방의 가치를 설명할 수 있습니다. 디자인이야 개인의 호불호가 있을 수 있겠습니다만 군더더기 없이 장비의 보호/보관이라는 본질에 충실한 디자인이라는 말에는 많은 분들이 이견을 달지 않을 것 같습니다. 주요 장비를 수납하는 메인 공간이 있고 장비를 수분과 이물질, 충격으로부터 보호하는 덮개는 고리를 이용해 단단히 고정할 수 있습니다. 양쪽에는 액세서리를 보관하는 큰 주머니가 있고 뒷면의 좁은 주머니는 자주 꺼내야 하는 소품을 임시로 두기에 적합합니다. 어깨에 메는 스트랩은 찢어질 걱정 없이 넓고 단단하게 만들었습니다.
양쪽 포켓에 덧붙인 브랜드 로고를 제외하면 F-2의 디자인은 치장 없이 용도에 맞는 요소들이 모여 있을 뿐입니다.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는 말처럼 실용성을 극대화 한 가방입니다. 처음엔 이 투박한 모양새가 마음에 들지 않아도 시간이 갈 수록 이 속에 녹아있는 사진가들에 대한 배려를 발견하게 되고 그것을 이 제품의 가치로 받아들이게 되죠.
가방 덮개는 수분과 이물질 등의 유입을 막고 가방에 가해지는 충격으로부터 장비를 보호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때문에 이 덮개의 역할이 내부 파티션 못지 않게 중요합니다. F-2의 덮개는 본체와 같은 캔버스 소재로 되어 있으며 테두리를 덧대 내구성을 높였습니다. 오래 사용해도 캔버스가 해지거나 찢어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덮개는 벨크로와 고리를 이용하는 2중 잠금 형태입니다. 장비 교체를 위해 덮개를 자주 열어야 할 때는 벨크로만 사용하고, 이동/보관할 때는 고리를 걸어 단단히 고정할 수 있습니다. 고리는 양쪽에 총 두 개 배치돼 있고, 연결된 짧은 스트랩은 길이를 조절할 수 있는 형태입니다. 이를 이용하면 내부 공간을 확장할 수 있습니다.
고리와 링 등 부자재는 묵직한 금속 소재로 돼 있습니다. 캔버스와 마찬가지로 오래 써도 부러지거나 녹슬 것 같지 않을 느낌이 듭니다. 고리의 장력이 다소 강해서 한 손으로 조작할 때 손 다치는 것을 조심해야 하지만 이런 투박함이 이 제품 그리고 브랜드의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덮개 안쪽으로는 지퍼로 여닫는 주머니가 있습니다. 덮개의 면적이 큰 터라 주머니 내부 공간도 크지만 두께가 얇아 상대적으로 얇은 액세서리나 소품 등을 보관하기에 적합합니다. 더불어 수분과 충격에 상대적으로 노출된 위치라 적합한 소품을 보관하는 것이 좋습니다. 저는 이곳에 배터리 충전기나 케이블류를 주로 보관합니다.
양쪽에는 넉넉한 폭의 주머니가 하나씩 붙어 있습니다. 웬만한 크기의 렌즈는 물론 렌즈를 마운트 하지 않은 미러리스 카메라도 이 주머니에 수납할 수 있습니다. 저는 촬영 중 반복해서 렌즈를 교체해야 할 때 양쪽 주머니에 렌즈를 넣고 이동합니다. 큰 덮개를 열고 닫는 번거로움이 없습니다. 캔버스 소재의 덮개도 있어서 충격을 제외한 기본적인 보호 역할에는 무리가 없습니다.
메인 수납 공간의 앞쪽에는 작은 주머니 두 개가 있습니다. 사이드 포켓보다 상대적으로 폭이 좁아서 보조 배터리나 충전기, 메모리 카드 케이스 등 얇은 액세서리, 소품을 보관하기 용이합니다. 덮개를 덮으면 수분과 이물질, 충격으로부터 보호가 되기에 주로 추가 배터리나 야외 충전용 USB-C 보조 배터리 등을 이곳에 보관합니다.
아쉬운 점이라면 가방의 길이가 큰데도 주머니를 둘로 나눠놔서 아이패드 등의 태블릿을 넣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아마도 태블릿 pc가 없던 시절에 만들어진 가방이라 그렇겠죠. 태블릿은 내부 수납 공간이나 뒷쪽 대형 주머니에 넣을 수 있지만 내부 공간에선 장비와 충돌할 우려가, 뒷쪽 주머니는 이동할 때 태블릿에 반복적인 충격이 가해질 수 있는 점을 고려해야겠습니다.
스트랩은 고무 소재를 포함시켜 미끄러짐을 방지했습니다. 밝은 흰색의 두 줄이 고무 소재가 적용된 영역인데 손으로 만졌을 때 확연히 다른 질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효과도 뛰어나서 나일론 같은 미끄러운 소재의 옷을 입어도 스트랩이 어깨에서 흘러내리는 일이 거의 없었습니다. 일반 가방에 파티션을 넣어 카메라 가방으로 사용했던 저는 이 스트랩에서 전용 카메라 가방의 장점을 가장 크게 느꼈습니다.
탁월한 수납 능력 & 자유로운 공간 구성
명성만큼 넉넉한 수납력을 자랑합니다. 가방 길이가 긴 만큼 메인 공간이 장망원 렌즈를 마운트 한 DSLR 카메라도 넣을 수 있는 정도로 크고 기본 제공되는 파티션을 활용해 내부 공간을 여섯 개로 분리할 수 있습니다. 물론 추가로 파티션을 구매하면 더 작게 쪼갤 수도 있고요. 160cm 정도의 접이식 삼각대를 위에 얹어 휴대할 수 있을만큼 가방의 높이도 넉넉합니다.
길이 약 16cm, 무게 1kg이 넘는 탐론의 대구경 줌렌즈 35-150mm F2-2.8 렌즈를 결합한 풀 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 A7R3를 렌즈 분리 없이 보관할 수 있습니다. 거기에 파티션 내부를 세 개로 나눠 풀 프레임 카메라 라이카 M10-D와 보이그랜더 울트론 35mm F2 렌즈, 아포란타 50mm F2 렌즈 두 개를 각각 넣었습니다. 카메라 둘, 렌즈 셋의 비교적 많은 장비지만 모두 수납하고도 내부 공간에 여유가 있어 장비를 세워 넣는다면 렌즈 두 개 정도를 추가로 수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높이에 여유가 있어 이 공간에는 삼각대를 얹어 담았습니다.
옆에 있는 주머니에는 20000mAh의 보조 배터리와 스마트폰용 고릴라포드 삼각대, 생수 한 병을 넣고 전면 포켓에는 추가 배터리와 충전기를 보관했습니다. 만약 보조 배터리나 스마트폰 삼각대가 필요 없다면 옆면 주머니에 플래시 등의 액세서리를 넣을 수 있겠죠. 저보다 더 크고 많은 장비를 운용하시는 분들도 줌렌즈 3종 또는 단렌즈 5종 세트 정도는 충분히 수납이 가능한 크기입니다. 이미 언급한 대로 이 가방은 DSLR 시대의 크고 무거운 장비들과도 함께 했으니까요.
내부는 넓은 공간에 파티션을 배치하는 방식입니다. 파티션 자체도 내부 칸막이를 떼거나 붙여 네 개로 분할할 수 있기 때문에 최대 6개의 공간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만약 장비가 크다면 파티션을 한쪽 끝으로 붙여 공간을 확보하거나 아예 떼어서 대형 장비에 대응할 수 있겠죠.
내부 파티션은 완전히 분리가 가능한 형태입니다. 가방 안쪽에 벨크로가 붙어 있어 어느 위치에든 파티션을 붙일 수 있고 내부에도 칸막이/벨크로가 있어 공간 구성이 가능합니다. 파티션은 바깥쪽에 돔케의 로고를 새겨 저가 파티션과 차별화했습니다. 크기가 맞는다면 다른 가방에도 사용할 수 있겠죠.
돔케 가방답게 바닥면엔 두꺼운 완충재를 덧댔고 내부 파티션 역시 완충 효과가 있어 장비가 서로 부딪혀 손상되는 것을 방지합니다. 양쪽 끝 공간은 별도의 완충재가 없지만 두꺼운 캔버스 소재, 바깥에 있는 주머니가 충격을 완화하는 역할을 합니다. 내부 파티션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이 가방을 잘 사용하는 방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메인 장비의 부피에 따라 내부 파티션을 중앙 또는 한쪽으로 배치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크기가 큰 35-150mm F2-2.8 렌즈를 사용할 때면 내부 공간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파티션은 한쪽 끝에 바짝 붙입니다. 가방의 폭이 넓어서 렌즈를 분리하지 않고도 약 20cm 길이의 카메라+렌즈 조합을 넣을 수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부피가 적은 라이카 카메라 세트는 내부 공간을 여섯으로 나눠 여러 개의 렌즈와 삼각대까지 넣을 수 있습니다.
포토그래퍼에게 유용한 스트랩
F-2를 직접 사용하며 느낀 것들은 포토그래퍼에 대한 배려입니다. 대표적으로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는데, 첫 번째는 짧은 거리를 이동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짧은 스트랩입니다. 메인 스트랩보다 두께가 얇고 길이도 짧은 이 스트랩은 손으로 쥐기 편합니다. 추가로 이 스트랩을 허리에 두르면 가방을 몸에 고정시켜 흔들림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미끄럼 방지 처리가 된 스트랩은 몇 번을 칭찬해도 부족하지 않습니다. 무거운 카메라 가방이 어깨에서 미끄러져 떨어질 때의 가슴 철렁함, 가방이 미끄러지지 않도록 어깨에 힘을 주고 다닌 후의 피로감을 겪어 봤다면 왜 다른 가방에는 이런 장치가 없을까 의문이 들 정도입니다. 스트랩에 포함된 고무 소재는 손으로 쓸어 만질 때도 확연히 마찰이 다르며 나일론처럼 미끄러운 소재로 된 옷을 입었을 때도 기존 스트랩 대비 확실히 안정적입니다.
50년을 바라보는 클래식, 여전히 가치있는 카메라 백
오랜 시간동안 사랑 받아 온 이 카메라 가방의 장점은 직접 쥐고, 메고, 촬영 해 보면 알 수 있습니다. 투박한 외형이지만 필요한 곳에 필요한 공간이 있고, 각 요소들을 사용할 때 번거로움이 없는 것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사진가들을 위한 고민들이 반영된 것이겠죠. 두꺼운 캔버스 소재는 적어도 십 년간은 찢어지거나 해지지 않을 것 같고, 쇠로 만든 부자재 역시 고장 걱정 하지 않아도 되겠습니다. 처음엔 정이 가지 않았던 디자인도 쓸 수록 마음에 들어서 멋 부려 차려입은 차림이 아니면 어떤 차림에든 무리 없이 어울릴 것 같습니다. 색상을 무난한 올 블랙으로 선택한 것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함께 사용하는 F-3X와 비교하면 크기만큼 내부 공간 역시 넉넉한 것이 F-2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특히 내부 파티션을 활용해 내부 공간을 한 개에서 최대 여섯 개로 자유롭게 구성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파티션의 두께가 얇아 내부 공간을 큰 손실 없이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것도 좋았고요. 장비 수가 많지 않고 작은 카메라와 렌즈를 선호하는 저는 F-3X의 사용 빈도가 높지만, 마음 먹고 진지한 촬영을 떠날 때 또는 멋진 곳으로 여행 떠날 때는 넉넉한 F-2를 선택할 것 같습니다.
장점
- 튼튼한 캔버스 소재 / 금속 부자재
- 효율적인 내부 공간 구성
- 미끄럼 방지 처리 된 스트랩
단점
- 호불호 갈리는 디자인
- 다소 거친 금속 마감
- 무거운 무게
사진 생활을 즐기는 분들에게 돔케 F-2 오리지널 백은 언젠가 꼭 한 번은 필요한 가방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50년 가까이 변함없는 인기를 끄는 것이겠죠. 돔케 F-2 카메라 가방의 소개 페이지는 아래 덧붙입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방문해 보세요.
https://sunphoto.co.kr/shop/goods/goods_view.php?goodsno=52
*썬포토(주)로부터 제품을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