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카 M 시스템을 약 십 년간 사용하며 요즘은 보이그랜더 VM 렌즈들에 푹 빠져 있습니다. 울트론 빈티지 라인 시리즈의 미모에 빠져 울트론 35mm F2 렌즈를 들인 것을 시작으로 최근에는 최상위 라인업인 아포란타 시리즈까지 자연스레 넘어왔습니다. 보이그랜더 최고의 35mm 렌즈라는 아포란타 35mm F2 렌즈를 사용하면서 같은 초점거리와 조리개 값을 갖는 울트론 빈티지 라인 35mm f2 렌즈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 궁금해졌어요.
아포란타와 울트론 빈티지 라인, 같은 35mm f2 렌즈지만 아포란타 렌즈가 더 크고 무겁고 비쌉니다. 작고 가벼운 울트론 렌즈 대신 아포란타 렌즈를 사용하려면 화질과 조작성 아니면 외형에서라도 그만한 장점이 있어야겠죠. 분명한 건 아포란타 렌즈가 울트론 렌즈보다 이미지 품질이 더 좋다는 것. 하지만 그 차이가 어느 정도냐에 따라 사용자의 선택은 크게 갈릴 것 같습니다. 100% 확대를 하지 않는 이상 별 차이가 없다 싶으면 저는 작고 가벼우며 싼 가격에 예쁘기까지 한 울트론 빈티지 라인 35mm f2 렌즈를 쓸 것 같거든요.
이번 포스팅에서는 두 렌즈의 사양과 디자인 그리고 가장 궁금했던 F2 최대 개방 촬영 이미지를 비교해 보려고 합니다.
사양 비교
렌즈 구성 : 9군 11매 / 5군 8매
초점거리 : 35mm
조리개 값 : F2-16
최단 촬영 거리 : 50cm / 58cm
거리계 연동 범위 : 0.7m ~ ∞
조리개 날 수 : 12매 / 10매
필터 규격 : 49mm / 39mm
크기 : 55.6 x 58.1mm / 52 x 28.1mm
무게 : 304g / 170g
두 렌즈는 35mm의 초점거리와 F2-16의 조리개 값 외에는 모든 것이 다른 렌즈입니다. 렌즈 구성부터 9군 11매와 5군 8매로 차이가 나는데, 비구면 렌즈 수가 2:1, 이상부분산 렌즈가 5:1로 특수 렌즈의 수에서 아포란타 렌즈가 압도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아포란타 렌즈가 울트론 빈티지 라인 렌즈보다 고급 렌즈 설계가 적용됐으며 결과물 역시 더 나을 것이라는 의미겠죠. 조리개 날 수 역시 12매와 10매로 차이가 있는데 여기에 대해선 할 말이 많습니다. 아포란타 렌즈는 특정 조리개 값에서 보케가 원형으로 표현되도록 조리개 날이 다소 특이한 형태로 디자인됐습니다.
최단 촬영 거리는 50cm, 58cm로 두 렌즈 모두 짧은 편입니다. 라이카 M 카메라의 뷰파인더 연동 거리가 최단 70cm인데 그보다 더 짧아서 라이브 뷰 촬영이 필요합니다. 크기와 무게 차이도 크죠. 경통의 지름 차이는 3mm로 크지 않지만 길이 차이는 두 배가 넘고 무게 역시 304g, 170g으로 아포란타 렌즈가 두 배 가까이 무겁습니다.
디자인 비교
나란히 놓고 보니 체급 차이가 상당합니다. 경통의 길이가 두 배인 것은 물론이고 지름 역시 울트론 빈티지 라인 렌즈가 점점 좁아지는 형태라 아포란타 렌즈와의 차이가 더 크게 느껴집니다. 디자인의 컨셉도 완전히 다른 렌즈죠. 아포란타 렌즈는 전형적인 현행 보이그랜더 VM 렌즈의 형태라면 울트론 빈티지 라인 렌즈는 그 이전 클래식 렌즈의 디자인을 차용했습니다. 외형에서는 호불호가 있겠지만 저는 작은 렌즈를 좋아해서 울트론의 손을 들어 주겠습니다.
울트론에 후드를 장착해도 아포란타 렌즈보다 짧으니 두 렌즈의 휴대성에 어느 정도 차이가 있는지 어렵지 않게 가늠할 수 있습니다. 다만 외형의 완성도와 조작감을 기준으로 평가하면 아포란타 렌즈의 압승입니다. 초점링의 범위 봐도요. 울트론은 렌즈 크기가 작다 보니 초점링을 직접 조작하는 대신 노브를 달아 움직이게 했는데 이 노브도 크기가 작아서 아포란타의 넓고 표면 패턴까지 다채롭게 처리한 초점링에는 비할 수 없습니다. 단순 면적뿐 아니라 각 파츠가 맞물리는 느낌도 제법 달라서 아포란타는 조리개링과 초점링이 묵직하면서도 매끄럽게 돌아가는 데 반해 울트론은 다소 가볍고 끊기는 느낌이 상대적으로 떨어집니다. 외형만 보고는 '울트론이면 충분하지.'라고 했다가 몇 분 만져보니 '둘 다 쓰면 좋겠는데.'라고 생각이 바뀌었어요.
이미지 비교 (F2 최대 개방)
아포란타 렌즈를 받고 다양한 곳에서 울트론 렌즈와 비교 촬영을 해 보고 싶었지만 올 여름은 정말 너무 더워요. 그래서 아직 제대로 된 촬영은 하지 못하고 간단히 비교한 결과와 소감을 얘기해보려 합니다. 동일한 환경에서 삼각대 없이 렌즈를 바꿔 가며 촬영한 이미지라 프레임은 다소 어긋나지만 조리개 값과 셔터 속도, ISO 감도가 동일하니 대략적인 비교로는 부족하지 않을 것입니다.
동일한 환경에서 아포란타 35mm f2 렌즈와 울트론 빈티지 라인 35mm f2 렌즈로 촬영한 이미지를 보면 중심부에는 별 차이가 없지만 주변부의 광량 차이가 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크기가 작은 울트론 렌즈의 경우 그만큼 이미지 서클이 작기 때문에 주변부 광량 저하 문제를 우려하게 되는데, 크기가 크고 더 많은 특수 렌즈를 채용한 아포란타 렌즈가 확실한 우위를 보입니다.
주변부 이미지 비교 (F2 최대 개방 촬영)
오른쪽 아래 모서리 부분을 확대해 보면 노출 차이는 물론 해상력에서도 큰 차이가 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사실 모니터 크기의 이미지에서는 두 렌즈의 결과물에 큰 차이가 없어서 아포란타 렌즈가 못나(?) 보였는데 주변부 이미지를 확대해 보니 달라 보입니다. 화질이 가장 떨어지는 F2 최대 개방 촬영, 그리고 모서리 부분인데 아포란타 렌즈의 해상력은 정말 뛰어납니다. 괜히 '최고의 보이그랜더 역사상 최고의 35mm 렌즈'라는 소개말이 붙은 게 아니네요.
위 두 장의 이미지도 F2 최대 개방 조리개값으로 촬영된 것입니다. 여기서도 주변부 광량 저하의 차이가 뚜렷합니다. 아포란타 렌즈 역시 F2 최대 개방에서 극주변부가 어둡지만 울트론 렌즈가 그 정도가 더 크죠. 그리고 확대했을 때 해상력 차이도 제법 납니다.
APO-LANTHAR 35mm F2(왼쪽) / Ultron Vintage line 35mm f2(오른쪽)
이미지 품질이 가장 좋은 중심부야 두 렌즈 모두 현행 렌즈답게 크게 나무랄 데가 없습니다. M10-D가 2400만의 저화소라 해상력 차이가 그리 크게 느껴지지 않는 것도 있고요. 하지만 주변부를 보면 샤프니스의 차이가 확연합니다. 울트론 렌즈의 결과물만 본다면 나쁘지 않게 느껴지지만 아포란타 렌즈의 결과물이 워낙에 샤프해서 상대적으로 떨어져 보여요.
아래 사진들 역시 F2 최대 개방 조리개 값을 촬영된 것입니다.
APO-LANTHAR 35mm F2(왼쪽) / Ultron Vintage line 35mm f2(오른쪽)
APO-LANTHAR 35mm F2(왼쪽) / Ultron Vintage line 35mm f2(오른쪽)
둘 다 나무랄 데 없어 보인 중심부에서도 확대해 보면 아포란타 렌즈의 묘사력이 확실히 우위에 있습니다. 경계면이 미세하게 소프트한 느낌이 아포란타 렌즈에는 없습니다. 마치 샤픈 값을 올려 보정한 것처럼요.
주변부를 확대하면 확실히 두 렌즈가 '급' 차이가 납니다. 이게 두 렌즈의 이미지 품질을 가장 확실하게 보여주는 테스트라고 생각해요. 울트론의 이미지 역시 주변부로 갈 수록 해상력이 떨어지는 일반적인 렌즈들의 특성을 고려하면 그리 나쁘다고 할 수 없습니다. 이 작은 렌즈가 풀프레임 이미지 센서를 커버한다 생각하면 더더욱. 하지만 아포란타 렌즈의 결과물은 중심부와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게 느낄 정도로 매섭습니다. 개인적으로 반신반의했던 테스트였는데 생각보다 두 렌즈의 이미지 품질 차이가 커서 만족스럽습니다(?).
F8 촬영 이미지 비교
다만 이 차이는 조리개 값이 높아지면서 점차 좁아집니다. F5.6에서 F8쯤 되면 울트론 렌즈 역시 주변부 해상력이 향상되기 때문에 최대 개방 이미지만큼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확대해서 봐도 그 차이를 쉽게 느낄 수 없을 정도니 사실상 큰 의미가 없어 보입니다. 다만 울트론 렌즈의 주변부 광량 저하는 꽤 높은 조리개 값까지 유지되기 때문에 추구하는 촬영 방향에 따라 비교/선택이 필요하겠네요. 저는 이미지 트리밍도 자주 하는 편이라 극주변부 광량/화질 저하는 크게 신경쓰지 않아서 울트론도 충분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아직까지는.
보이그랜더 역사상 최고의 35mm 렌즈라는 설명은 꽤나 무겁게 다가왔습니다. 한편으로 설레기도 했고요. 제가 메인으로 사용 중인 울트론 35mm f2 렌즈와의 차이가 가장 궁금했는데 단편적인 테스트지만 크기와 무게, 가격 차이만큼 아포란타 렌즈가 결과물에서 분명한 우위를 차지한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렇다고 모두에게 아포란타 렌즈를 추천하진 않습니다만, 좋은 건 좋은 거죠. 저는 울트론 렌즈의 해상력에도 불만이 없어서 기동성과 휴대성이 필요한 촬영엔 여전히 이 렌즈를 챙길 생각입니다.
소개와 대략적인 테스트는 여기까지. 조만간 조금 더 다양하게 두 렌즈를 비교/테스트 해 보겠습니다.
[ LEICA M10-D + Voigtlander APO-LANTHAR 35mm F2로 촬영한 이미지 ]
- 본 글은 보이그랜더 APO-LANTHAR 35mm F2 리뷰 활동의 일환으로 작성되었으며, 리뷰 작성에 대해 소정의 원고료를 받습니다.
- 렌즈는 썬포토로부터 일정기간 대여받았습니다. 체험 완료 후 사용한 장비는 반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