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그랜더의 VM 마운트 렌즈 울트론 빈티지 라인 28mm F2 렌즈에 관한 두 번째 포스팅. 본격적인 테스트 전에 이 렌즈로 촬영을 진행하며 느낀 특징과 장단점을 간단히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렌즈의 사양과 디자인 등 기본적인 정보가 궁금하신 분들은 지난 포스팅을 참고하세요.
https://mistyfriday.kr/3666?category=602922
New Standard, 28mm 프레임
28mm 초점거리, 74°51'의 화각은 눈으로 보는 것보다 훨씬 넓은 광각입니다. 흔히 40-50mm 초점거리를 눈으로 보는 것과 비슷한 표준 초점거리라고 여기는 것을 생각하면 상당히 넓은 프레임이죠. 지금은 24mm가 흔해졌지만 과거엔 표준줌 렌즈들의 최대 광각이 28mm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28mm는 풍경 촬영에 어울린다는 인식이 많았던 것도 어찌보면 당연합니다.
하지만 요즘은 표준 초점거리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느껴집니다. 스마트폰 카메라가 기본적으로 28mm 내외의 광각 프레임을 기본 카메라에 채택하면서 사람들의 시선이 조금 더 넓어진 느낌이랄까요. 28mm이 예전처럼 넓게 느껴지지 않고 풍경 외의 다양한 피사체와 환경을 대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졌습니다. 저 역시 그런 흐름에서 벗어날 수 없는 터라, 과거 35mm 렌즈에서 느꼈던 프레임 속 여유, 풍경과 스냅을 넘나드는 폭넓은 활용도를 요즘엔 28mm 렌즈에서 느끼고 있습니다.
28/35/50mm 프레임 비교
동일한 환경에서 울트론 28mm F2 렌즈와 아포란타 35/50mm 렌즈의 프레임을 비교해 보았습니다. 역시 28mm 렌즈의 화각이 두 렌즈에 비해 월등히 넓어 풍경을 더 넓고 여유있게 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표준 렌즈라지만 광각 렌즈들과의 비교라 그런지 50mm는 다소 답답한 느낌이 들었어요.
프레임의 차이를 가이드 라인을 사용해 비교해 보았습니다. 광각에선 1mm의 차이가 크다는 말처럼 35mm와 28mm의 차이가 제법 크더군요. 이런 넓은 프레임의 장점은 역시나 광활한 시야가 요구되는 풍경 촬영 또는 건축물 촬영 등에서 도드라집니다. 물론 본격적인 광각 촬영을 한다면 24mm 미만의 초광각 렌즈가 필요하겠지만 왜곡이나 주변부 광량 저하 등의 문제가 결과물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24-28mm 내외의 광각을 선호합니다.
28mm 렌즈의 풍경 사진
아직까지는 35mm에 익숙해서인지 28mm 울트론 렌즈의 촬영 중 넓은 풍경 사진의 비중이 높습니다. 요즘처럼 매일 저녁마다 멋진 노을이 펼쳐질 때, 무더위를 피하기 위해 찾는 공원을 산책하며, 주말이 떠나는 아쉬움을 달래려 찾은 한강변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은 역시 넓은 28mm 렌즈입니다. 아래는 지난 일주일간 울트론 빈티지 라인 28mm F2렌즈로 촬영한 이미지들입니다.
눈 앞을 가득 채운 풍경을 아쉬움 없이 담을 수 있습니다. 초광각 렌즈같은 짜릿함까지는 아니더라도 35mm 렌즈에서 느끼는 몇 %의 아쉬움을 채워주는 것만으로도 광각 렌즈로서 28mm는 가치가 있습니다. 초광각 렌즈 특유의 왜곡을 싫어하는 저는 28mm 렌즈의 프레임이 좋습니다. 28mm마저 답답한 대형 건축물 촬영 등에는 역시 보이그랜더 빈티 라인 렌즈인 컬러스코파 21mm F3.5를 사용할 계획이고요. 광각 렌즈답게 빛갈라짐 표현이 예쁜 것도 울트론 28mm로 몇 번의 촬영을 진행하며 느낀 장점입니다.
현행 렌즈의 광학 성능
보이그랜더 빈티지 라인 렌즈들의 특징 중 가장 중요한 것은 5-60년대 올드 렌즈들을 떠올리게 하는 디자인에 현행 렌즈다운 광학 성능을 접목한 것입니다. 울트론 빈티지 라인 28mm F2 렌즈에서도 이런 특징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F2 최대 개방 조리개 값으로 촬영한 이미지를 확대해 보면, 상대적으로 화질이 떨어지는 개방 촬영에서도 해상력이 중심부 매우 뛰어납니다. 아래는 다양한 조리개 값으로 촬영한 이미지를 확대한 것입니다.
사용 빈도가 높은 F2 최대 개방 촬영에서의 결과물이 가장 궁금했는데 2400만 화소 M10-D에서는 부족함이 없습니다. 라이카 렌즈들에 견줄 만큼 과거에 비해 크게 향상된 현행 보이그랜더 렌즈들의 광학 완성도를 울트론 빈티지 라인 28mm F2 렌즈에서도 느낄 수 있습니다. 뛰어난 중심부 해상력, 다소 소프트한 극주변부 묘사, 최대 개방 촬영에서 도드라지는 주변부 광량 저하 등의 특징이 같은 빈티지 라인 시리즈인 울트론 35mm F2와 비슷한 느낌입니다. 다소 뉴트럴한 컬러 톤 역시 두 렌즈를 번갈아 사용할 때 위화감이 없습니다.
당연하게도 조리개 값이 높아지면 해상력 역시 눈에 띄게 좋아집니다. F2와 F2.8, F4 모두 이미지 확대시 체감할 수 있는 수준으로 샤프니스에 차이가 있고 이후로는 비교적 균일하게 유지됩니다. 그리고 주변부 광량 저하와 해상력 역시 크게 향상돼 F8 내외의 조리개 값에서는 중심부와 큰 차이를 느낄 수 없을만큼 좋아집니다.
높은 조리개 값에서 회절 현상으로 이미지 품질이 저하되는 특성 역시 같습니다. 빛이 강한 오후에 F16 이상의 조리개 값으로 촬영한 이미지들에서 F8 내외 촬영 결과물보다 세부 묘사력이 다소 떨어지는 특성이 공통적으로 보입니다. 최소 조리개 값이 F22임을 감안하면 일반적인 경향으로 보이며 F13 이전 이미지는 F2 최대 개방 촬영 결과물과 비슷하거나 미세하게 떨어지는 느낌입니다.
더운 날씨 탓에 한 달만에 울트론 빈티지 라인 28mm F2 렌즈로 제대로 된 촬영을 진행해봤습니다.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21/35/50mm 렌즈 라인업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영입했는데 표준 렌즈보다 넓지만 초광각 렌즈보다 편안한 28mm 프레임의 장점이 예상대로였다면 현행 광학 렌즈다운 해상력, 라이카 M 시리즈와 잘 어울리는 디자인은 기대를 뛰어 넘습니다. 여전히 제가 가장 좋아하는 렌즈는 울트론 빈티지 라인 35mm F2 렌즈지만 '전천후 렌즈'라는 타이틀에는 어쩌면 28mm가 더 잘 어울릴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고 있습니다. 여러 라이카 사용자들이 28mm 렌즈들을 왜 그렇게 좋아하시는지 이 렌즈를 통해 조금씩 알아가고 있습니다.
[ 보이그랜더 울트론 빈티지 라인 28mm F2 렌즈로 촬영한 이미지 (LEICA M10-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