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그랜더 VM 마운트 렌즈 중 최상위 제품 아포-란타(APO-LANTHAR) 렌즈 2종의 간단 비교입니다. 보이그랜더 역사상 최고의 이미지 품질을 자랑하는 시리즈인만큼 수령 전부터 기대가 컸는데, 본격적인 촬영 전 두 렌즈의 외형과 사양, 동일 촬영 환경에서의 표현의 차이 등을 간단 비교해보려고 합니다.
35 & 50mm
현재 VM 마운트 아포란타 렌즈는 총 2종입니다.
APO-LANTHAR 35mm F2 Aspherical
APO-LANTHAR 50mm F2 Aspherical
가장 활용도 높은 35mm와 50mm 렌즈로 발매됐습니다. 50mm 렌즈가 2020년 말, 2021년 초에 발매됐습니다. 국내 출시 기준으로는 약 한 달 차이라 사실상 동시대로 봐도 무방하겠네요. 35mm 렌즈가 최대 개방 조리개 값이 F2로 동일한 것은 두 렌즈의 공통점. 밝은 조리개 값보다 해상력을 우선으로 한 사양이 라이카 APO-Summicron 렌즈 시리즈를 연상케 합니다. 두 렌즈의 사양을 비교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APO-LANTHAR 35mm F2 Aspherical(왼쪽) / APO-LANTHAR 50mm F2 Aspherical(오른쪽)
렌즈 구성 : 9군 11매 / 8군 10매
초점거리 : 35mm / 50mm
화각 : 63.6° / 46.2°
조리개 값 : F2-16 (동일)
최단 촬영 거리 : 50cm / 70cm
거리계 연동 범위 : 0.7m ~ ∞ (동일)
조리개 날 수 : 12매 (동일)
필터 규격 : 49mm (동일)
크기 : 55.6 x 58.1mm / 55.6 x 53mm
무게 : 304g / 288g
렌즈 구성은 각각 9군 11매와 8군 10매로 2매의 비구면 렌즈가 공통으로 채용돼 있습니다. 이상부분산 렌즈의 수는 35mm 렌즈가 5매, 50mm 렌즈가 2매로 특수 렌즈의 수는 35mm 쪽이 우수합니다. 특수 렌즈의 수가 반드시 더 좋은 이미지 품질로 이어지진 않지만 보이그랜더가 아포란타 35mm 렌즈 설명에 ‘보이그랜더 역사상 가장 뛰어난 35mm 렌즈’라는 수식어를 붙인 것으로 봐서는 50mm보다 35mm쪽이 더 고급 렌즈 설계를 채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조리개 값은 F2-16으로 동일하며 필터 규격 역시 49mm로 같습니다. 크기와 무게는 50mm 렌즈쪽이 더 작고 가벼워서 휴대성에 이점이 있습니다. 반면 35mm 렌즈는 최단 촬영 거리가 약 50cm로 우수합니다. 이미지 품질을 끌어올린 아포크로매트 설계를 공통 바탕으로 하면서 35mm는 최단 촬영 거리, 50mm는 보다 나은 휴대성의 장점을 내세운 시리즈입니다.
디자인 비교
국내 기준 한 달간의 간격을 두고 발매한 동일 시리즈 렌즈인만큼 외형은 상당히 흡사합니다. 원통형 실루엣의 경통 디자인에 클래식 렌즈의 형태를 채용한 메탈 소재 초점링/조리개 링, 경통 끝 크롬 마감과 걸리계 표시 레터링 색깔 등등. 초점거리를 표시한 35/50 숫자를 제외하면 두 렌즈를 외형으로만 구분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LH-13 후드를 두 렌즈가 공유할만큼 두 렌즈의 외형은 유사성이 많습니다. 둘을 나란히 두고 보면 50mm 렌즈가 경통의 길이가 약 5mm 짧아 컴팩트한 인상입니다.
대물렌즈 주변의 레터링 역시 35/50 숫자를 제외하면 동일합니다. 브랜드 이름과 초점 거리, 조리개 값, 아포란타 로고가 인쇄돼 있습니다. 제가 사용하는 보이그랜더 빈티지 라인 렌즈들이 초점거리와 조리개 값은 다르지만 외형이 유사한 것처럼, 이 두 렌즈 역시 영락없는 동시대, 동일 시리즈 렌즈라는 것을 외형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소니 E 마운트로 출시된 아포란타 렌즈와는 디자인의 차이가 있습니다. 초점링/조리개 링의 디자인과 거리계 표시 등 디테일은 동일하지만 경통의 지름과 길이 등 전체적인 외형이 다른 느낌으로 제작됐습니다. 경통 끝에 삼색의 아포란타 로고가 인쇄된 것도 외형상 큰 차이입니다.
카메라 마운트
아포란타 35mm, 50mm 렌즈의 외형상 유사함은 카메라에 렌즈를 마운트 한 모습으로 이어집니다. 경통 길이와 무게 차이로 35mm 렌즈쪽이 조금 더 묵직하게 느껴지긴 하지만 약 5mm, 20g 차이라 나란히 놓고 비교하지 않는 이상 그 차이를 체감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사실상 같은 렌즈를 사용하는 것처럼 두 렌즈를 번갈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렌즈마다 다른 개성을 즐기는 분들에게는 이런 패밀리 룩이 단점이 될 수도 있지만 시리즈의 정체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선 좋은 디자인이라 평할 수 있겠네요.
프레임 비교
동일한 촬영 환경에서 촬영한 결과물을 비교하면 35mm와 50mm의 프레임 차이는 이 정도입니다. 광각 렌즈인 35mm가 풍경을 담을 때 훨씬 더 넓고 시원한 느낌입니다. 이 비교만 보면 50mm 렌즈를 풍경 촬영에 사용하기엔 아쉬움이 클 것 같네요. 하지만 두 렌즈의 발색과 세부 묘사, 비네팅 등 이미지 특성은 큰 차이가 없습니다. 화각을 제외하면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요. 이는 두 렌즈를 함께 운용할 때 결과물의 통일성을 높이는 데 유리합니다. 아래는 동일한 환경에서 촬영한 아포란타 35mm와 50mm 렌즈의 이미지 비교입니다.
F2 개방 촬영 비교
아포란타 렌즈 시리즈의 핵심인 해상력 비교. 본격적인 비교 전에 F2 최대 개방 기준으로 두 렌즈의 결과물을 비교해 보았습니다. 색 표현은 같은 시리즈 렌즈라 이미지의 느낌은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실제 결과도 그렇게 나타났습니다. 라이카 M10-D 기준 두 렌즈 모두 뉴트럴한 컬러 표현이 그 특징으로 느껴집니다.
이미지 확대로 가늠할 수 있는 두 렌즈의 해상력 역시 뚜렷하게 우열을 가리기엔 어려워 보입니다. 두 이미지의 초점 영역이 미세하게 달라 정확한 비교가 어렵기 때문에 다음 포스팅에서 좀 더 상세히 비교를 해 볼 계획입니다.
사양과 외형에 치중한 두 렌즈의 간단 비교는 여기까지입니다. 기대 그리고 예상대로 두 렌즈는 35mm와 50mm 초점거리, 그에 따른 화각의 차이 외에는 대부분이 동일한 렌즈입니다. 사양뿐 아니라 결과물의 특성, 해상력 등도 큰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이는 아포란타 렌즈가 단독으로도 우수한 성능을 보이지만 함께 운용했을 때 더 큰 시너지를 보여줄 것이라 기대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렌즈에 따른 개성을 즐기는 것도 즐거운 일이지만 여러 렌즈의 결과물을 통일된 톤으로 유지하는 것도 작가의 의도를 온전히 담기 위해 필요한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다음 포스팅에선 해상력과 최단 촬영 거리 등 좀 더 상세히 두 렌즈를 비교해 보겠습니다. 더불어 35mm 아포란타 vs 35mm 울트론, 50mm 아포란타 vs 50mm 녹턴 등의 비교도 진행할 계획입니다.
- 본 글은 보이그랜더 렌즈 리뷰 활동의 일환으로 작성되었으며, 리뷰 작성에 대해 소정의 원고료를 받습니다.
- 렌즈는 썬포토로부터 일정기간 대여받았습니다. 체험 완료 후 사용한 장비는 반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