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라디오 출연하던 시절, 작가들과 다른 출연자에게 추천 받은 상암 맛집을 시간 될 때마다 가보고 있습니다.
왜, 방송국 사람들 입맛이 까다롭다잖아요. 그래서 상암동에 맛있는 곳이 많다고 합니다.
특히 한 작가분이 평양 냉면과 일본 라멘으로 저와 취향이 꼭 맞아서 그분께 상암동 평양냉면 맛집을 추천 받았습니다.
'이쪽에서 평양냉면은 양각도 그리고 배꼽집이죠'
양각도는 한식 대첩에 출연한 경험이 있는 북한 출신 요리사가 운영하는 식당입니다.
본점은 일산에 있고 상암점은 분점이라고 하더라고요. 저는 지난 가을에 2020년 마지막 평양 냉면으로 먹었는데 그 맛을 잊을 수 없어서 2021년 냉면의 시작도 이곳으로 정했습니다. -사실 겨울에 우래옥을 다녀오긴 했어요-
메뉴는 냉면, 육개장, 장국밥 등의 식사 메뉴와 평양 불고기, 어복 쟁반 등의 요리가 있습니다.
사실 이제 어렵지 않게 맛 볼 수 있는 서울식 북한 음식인데, 실제 북한 출신 요리사의 손으로는 어떤 맛이 날지 궁금하더라고요.
특히 평양 육개장과 불고기. 하지만 다음을 기약하고 평양냉면과 굴린만두를 주문했습니다.
평일 오후라 매장이 한산했고 주문한 음식도 금방 나왔습니다.
평양냉면의 가격은 11000원. 유명 평양 냉면집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제가 갔을 때가 점심 시간 끝물이라 한산했던 것 같아요. 오후 세시 반부터 다섯시까지 브레이크타임입니다.
개인적으로 그간 서울에서 먹은 평양냉면 중에서 현재까지 양각도를 1등으로 칩니다.
나름 유명한 곳들을 다녀봤지만 육수의 깊이와 간, 면의 식감 그리고 음식의 양까지 이곳이 가장 좋더라고요.
양각도 냉면의 장점이라고 하면 우선 육수. 간히 적당하면서도 육향이 과하지 않아서 부담없이 시원하게 계속 마실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육향이 강하다고 느꼈던 우래옥 그리고 소위 '걸레 빤 물'이라 불릴만큼 심심했던 남포면옥 그 중간점을 잘 잡았다고 생각합니다. 위에 올린 채소의 간도 강하지 않아서 냉면의 맛을 해치지 않습니다. 식사 후 고춧가루와 파 향이 남는 의정부계 냉면(을지,필동)과 절인 채소의 간이 강한 봉피양보다 만족하는 이유입니다. 제가 평양냉면에 기대하는 심심한 듯 감미로운 육수의 뒷맛을 가장 잘 표현하는 것이 현재까지는 양각도의 냉면입니다.
예전에 서울 시내 평양냉면집의 소감을 정리했던 포스팅도 남겨 두겠습니다.
면의 양도 많아서 양이 꽤 많은 저도 한 그릇 먹으니 저녁까지 속이 든든했습니다.
개인적으로 현재까지 이정도 만족감을 준 곳은 양각도, 능라도 정도를 꼽습니다.
을지/필동 면옥은 심심한 평양냉면이 아닌 별미 먹으러 가는 느낌이 들어서요.
굴린만두는 다른 곳에서 먹어본 적 없는 스타일이었는데, 만두소를 동그랗게 빚어 밀가루 위에 굴려 피가 있는 듯 없는 듯 얇게 찐 만두였습니다. 그래서 만두피의 밀가루 향을 싫어하시는 분들이 좋아하시겠더군요. 다만 만두소 자체의 간이 강한 편이라 안주 또는 냉면의 곁들임으로 먹어야 괜찮을 것 같습니다. 6개에 10000원의 가격은 좀 비싸게 느껴졌습니다. 냉면과 천 원 차이인데 만족도의 차이는 몇 배.
서울에 점포가 많지 않고 그마저도 구석인 상암에 있어서 접근성이 좋진 않지만 평양냉면 마니아라면 꼭 한 번 가 볼만 한 곳입니다.
올 평냉 시즌은 여기서 시작해도 좋을 거예요.
상암동 올 때마다 생각나는 크라이 치즈 버거와 박이추 보헤미안 커피도 추천합니다.
추억이 된 상암동 그리고 MBC, 이제 이렇게 가끔 찾아와 맛있는 음식 먹으며 그 때 일들을 떠올려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