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에 있는 독특한 컨셉의 카페에 다녀왔습니다.
상호명에 '한약방'이 들어가지만 간판에 자신있게 '저희는 한약조제는 모릅니다'라고 적은 재미있는 곳이었어요.
을지로에 1호점이 유명한데 대기가 많아 꿈도 못 꾸다가 대학로에 있는 2호점에 다녀왔습니다.
과거 허준 선생의 혜민서가 있던 자리에 만든 한약방 컨셉의 카페로 알고 있습니다.
매우 좁은 길 안쪽에 있고 분위기가 매우 독특하고 디저트와 커피도 의외로 괜찮았다는 후기도 들어보았고요.
대학로에 이런저런 컨셉의 카페가 참 많은데 그 중에서도 컨셉 하나만큼은 눈에 띄죠.
옛 한옥이나 궁궐에 있었을법한 문짝을 간판 자리에 붙여놓은 것만 봐도.
다른 해보다 여름이 빨리 오려는지 아직 4월인데도 날이 제법 더워서 이제는 카페마다 창문을 활짝 열고 야외 테이블을 놓았더군요.
오랜만에 보는 옛 국민학교 시절 책걸상이 눈에 띄었습니다. 요즘은 이런 거 안 쓴다죠?
바깥 풍경과 달리 안쪽은 노란 조명 때문에 몽환적인 느낌이 나요. 대낮에 가도 어둑어둑한 기분일 것 같습니다.
안쪽은 감탄 나올만한 것들이 가득. 자개 장농부터 한약방에서 보던 약재 선반, 옛 시계와 저울들 등 옛날 생각 나게 하는 것들이 가득합니다.
정말로 어릴적 동네 의원에 가면 볼 수 있는 것들이 많았어요. 특히 가운데 있던 커다란 수조와 금붕어가 정말 오랜만에 나는 풍경입니다.
거기에 핸드드립 도구나 원두, 케이크같은 것들이 있는 것이 이질적이라 재미가 있습니다.
요즘 외관과 실내 인테리어 컨셉에만 신경 쓴 카페들이 많은데 이곳은 커피에도 제법 신경을 쓴 것처럼 보였어요.
핸드 드립 커피 메뉴와 다양한 원두를 갖춰놓고 있었습니다. 저는 핸드 드립 커피를 차가운 것으로 주문했습니다.
강배전에 살얼음을 띄워 차갑게 먹기 좋은 원두를 선택하고, 디저트로 무화과 타르트를 추가했습니다.
테이블에 있는 고풍스러운 스탠드에서 한 컷. 이 분위기가 이곳의 장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커피는 설명처럼 상당히 진한 맛이었고, 탄 맛은 나지 않아 맛있게 먹었습니다. 이 날 늦게까지 잠 못 들 정도로 강한 커피였어요.
타르트는 커피보다 더 만족. 무화과 위에 시럽 코팅을 해서 단맛이 강하고 무화과의 향도 충분히 느껴졌습니다.
본점의 좋은 품질을 2호점까지 잘 유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커피를 마시며 실내를 여유롭게 둘러봅니다. 어둑어둑한 실내는 크지 않지만 곳곳에 눈길 둘 만한 물건들이 많았고, 앉는 자리마다 분위기가 달라서 일어나 매장 내부를 둘러보기도 했습니다. 처음엔 이곳이 정말로 한약방으로 운영되던 곳일까 싶었는데, 2호점이니 아마도 본점의 컨셉을 이어가기 위해 가구와 소품들을 조달한 것이 아닐까 싶어요. 하지만 잠시나마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은 그만큼 한약방 컨셉 그리고 레트로 무드를 잘 살렸다는 말이겠죠.
제 나이 아재들의 취향을 자극하는 분위기에 커피 맛도 괜찮고, 복작대는 큰 길에서 떨어진 골목 안쪽 분위기도 마음에 들어서 대학로에서 약속이 있을 때 안내하거나 추천하는 곳이 될 것 같습니다. 진짜 오래된 느낌이라면 학림다방이 있지만 거긴 대기가 너무 길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