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이 없는 독특한 디지털 카메라 M10-D. 과감한 이 카메라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우려를 그대로 품고(?) 있습니다. 찍은 사진을 확인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물론, 카메라와 렌즈에 있는 링/다이얼 외의 조작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WB, 이미지 종류, 셀프 타이머 설정 등등 카메라에선 직접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습니다.
물론 이점을 제조사도 잘 알고 있습니다. 게다가 라이카의 화면 없는 디지털 카메라는 M10-D이 처음이 아닙니다. 라이카 M 시리즈 60주년 기념 모델인 Edition 60에서 첫 선을 보였고, 이후 일반형 모델인 M-D로 가능성을 이어갔죠. 두 모델 모두 M typ240 베이스였으니 여러모로 M10-D의 전작에 해당합니다.
화면이 없어 발생하는 단점들을 해소하는 방법으로 라이카는 Wi-Fi와 앱을 통한 제어를 선택했습니다. M typ240에는 무선 통신 기능이 없었지만 M10이 무선 통신을 채용하면서 LEICA FOTOS 앱으로 다양한 것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무엇보다 무선으로 연결된 '화면'이 생긴 것이죠. 덕분에 화면 없이도 이 카메라는 많은 것들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 카메라를 사용하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할 것이니 약간의 시간과 수고만 들이면 찍은 사진을 확인하는 것도, 카메라의 설정을 변경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물론 일반 카메라에 비해 불편하다는 것은 변하지 않지만 아예 불가능한 것보다는 백 배 나으니까요.
그래서 이번 포스팅에선 무선 통신과 LEICA FOTOS 앱으로 M10-D를 제어하는 방법과 옵션들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 합니다.
라이카 M10과 M10-D에 대해 궁금하신 분들은 지난 포스팅을 참조해 주세요.
LEICA FOTOS App
무선 통신 기능이 있는 라이카 카메라는 LEICA FOTOS 앱을 통해 스마트폰/태블릿과 연결됩니다. 원격 촬영 기능인 리모트 샷과 이미지 무선 전송, 카메라 설정 등이 가능합니다. 과거에는 DNG 파일을 전송하기 위해선 유료 버전을 사용해야 했지만 현재는 제약 없이 사용이 가능합니다.
앱을 실행한 후 연결할 카메라를 목록에서 선택합니다. 모델마다 연결 방식이 꽤 달라서 이렇게 모델별로 구분을 두고 해당 카메라에 맞는 연결 방식을 설명하는 방법을 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화면이 없는 M10-D가 그 특별 케이스 중 하나거든요. M10의 경우엔 화면에 표시된 QR 코드를 스캔하면 되지만 화면이 없는 M10-D는 카메라 하단에 미리 인쇄돼 있는 QR 코드를 스캔하는 방법으로 연결이 이뤄집니다. 물론 이 전에 후면 스위치를 돌려 무선 통신 모드에 맞춰 놓아야겠죠.
연결 방법은 간단하지만 생각보다 이 연결이 매끄럽지는 못합니다. 카메라의 Wi-Fi 모드 설정 후부터 실제 연결까지 꽤 시간이 걸려서 몇 번을 재연결을 누를 때가 많습니다. 카메라의 LED에만 의지해 상태를 확인해야 하는 것도 불편하고요. 다만 한 번 연결하면 카메라의 무선 통신을 끄지 않는 이상 재연결은 무척 빠른 편입니다. 스크린샷은 아이패드용 FOTOS앱입니다.
왼쪽 메뉴에는 원격으로 카메라의 촬영 화면을 보고 설정과 촬영이 가능한 리모트 기능, 카메라 세팅 기능이 있습니다. 촬영한 이미지는 오른쪽 화면에 표시돼 바로 확인하고 무선으로 전송할 수 있습니다. 배터리 잔량은 왼쪽 상단에 표시되고 남은 저장 공간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M10-D에선 카메라 세팅 메뉴가 중요하겠죠. 본체에서 불가능한 각종 설정과 정보 확인이 여기서 가능합니다. 메뉴는 종류별로 구분돼 있습니다. 윗쪽이 사용자가 자주 설정/변경하게 되는 주요 내용이 있고요. 측광과 연사 설정, WB는 필수 설정이지만 M10-D에선 변경하기가 불가능하죠. 앱을 통해 변경할 수 있습니다.
이미지 포맷 역시 DNG와 JPG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전작 M-D에선 오직 DNG 촬영만 가능했죠. 무선 통신이 화면 없는 카메라를 바꾼 대표적 사례입니다. JPG 촬영이 가능한 것은 물론, JPG 이미지 세부 설정도 가능하게 됐죠. 자동 ISO와 셔터 속도 제한 등도 가능합니다.
자동 리뷰 시간과 포커스 보조 기능은 전자 뷰파인더 Visoflex를 사용할 때 적용되는 기능입니다. 사진을 찍은 직후 뷰파인더에 표시되는 시간, 그리고 초점 조작 중 이미지가 확대돼 상세 조정이 가능하도록 하는 기능입니다.
전원 절약 모드와 시간 설정 메뉴도 있습니다. 시간은 수동 설정도 가능하지만 연결된 스마트폰의 시간/날짜와 동기화되는 오토 설정이 보다 정확하겠죠.
가장 중요한 메모리카드 포맷 역시 앱에서만 가능합니다. 본체에서는 이미지를 확인하는 것도, 지우거나 카드를 포맷하는 것도 모두 불가능하죠. 그래서 저는 고민 끝에 수 년간 사용한 64GB SD 카드를 대신할 256GB SD 카드를 구매했습니다. 포맷이 번거로워서요.
FOTOS 앱의 카메라 설정 옵션은 이 정도입니다. 꼭 필요한 건 다 있지만 다양하진 않습니다. 예를 들어 파일명을 직접 설정하는 옵션이 없어서 LXXXXX로 고정되죠. 무엇보다 6bit 코딩이 되어있지 않은 렌즈를 수동으로 설정해 해당 값을 적용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이것이 올드 렌즈나 써드파티 렌즈를 사용하는 분들에겐 매우 큰 불편함이겠네요. 차후 업데이트를 통해 해당 기능이 추가되면 좋겠지만, 브랜드 특성상 기대하지 않는 편이 좋겠습니다.
본체에서 할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는 것은 아닙니다. 셔터 버튼 옆에 있는 기능 버튼이 의외로 꽤 많은 기능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배터리 잔량과 남은 저장 공간을 뷰파인더에 표시하거나 날짜와 시간을 설정하는 데도 사용합니다. 아래는 M10-D 사용 설명서에 있는 기능 버튼 내용입니다.
날짜/시간 설정이 가능하지만 방법을 보니 매우 번거로워서 FOTOS 앱으로 동기화하는 것이 낫겠습니다. 그 외에도 펌웨어 업데이트, 센서 클리닝, 팩토리 리셋 등의 기능이 있습니다.
실제 사용해보니 Wi-Fi 연결과 FOTOS 앱의 완성도가 괜찮아서 우려했던 것보단 그리 어렵지 않게 M10-D를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직 리모트 촬영을 해보지 않아 판단하긴 이릅니다만, FOTOS 앱은 꽤 잘 만든 것 같네요. M10-D이 아니더라도 라이카 카메라 사용하시는 분들은 Wi-Fi 무선 통신을 적극 활용하면 사진 생활이 좀 더 편하고 즐거워지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