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영입한 라이카 M10-D에 관한 새로운 포스팅은 액세서리, 그 중에서도 하프 케이스 소개입니다. 디스플레이가 없는 독특한 외형 때문에 M10-D는 다른 M10 계열 모델과는 케이스를 공유하지 않는데, 그래서 하프 케이스를 구매하는 데 힘이 들었습니다.
지난 주 M10-D와의 첫 여행을 부산으로 다녀왔습니다. 차후 정리하겠지만 화면 없는 디지털 카메라는 그간의 여행 습관을 바꿀 만큼 그 차이가 있었어요. 마치 필름 카메라를 사용하는 것처럼 숙소에 돌아갈 때까지 또는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 카메라 속 장면들을 궁금해하고 상상하는 즐거움이 있다고 할까요? 물론 불편함도 대단했지만 괜찮은 경험이었습니다.
본의 아니게 카메라를 험하게 쓰는 편이라 기변 후 가급적 빨리 케이스를 구비하고 싶었지만 국내에는 몇몇 소수 업체의 주문 제작 상품만 구매할 수 있었습니다. 가격도 최고 30만원대라 부담이 됐고요. 기존 M10 케이스를 써볼까 싶기도 했는데 직접 씌워보니 모양새가 영 맘에 들지 않아서 해외까지 눈을 돌려봤습니다.
그러다 찾은 것이 Funper라는 브랜드의 M10-D 전용 하프 케이스. 아마존과 이베이 등에 팔고 있는 곳으로 라이카 카메라를 비롯해 몇몇 브랜드의 카메라용 가죽 하프 케이스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규모나 라인업이 그리 크지 않은데도 라이카 M10-D 전용 케이스를 판매하는 것이 고맙더라고요. 가격도 76달러로 비교했던 제품 대비 훨씬 저렴합니다. 망설임 없이 구매했습니다.
M10-D의 디자인에 맞게 뒷면 대부분을 가죽으로 덮고 전원 스위치 부분만 원형으로 뚫어 놓은 것이 특징입니다. 천연 소가죽을 사용했고 앞쪽에 돌출된 그립을 대 그립을 향상시켰습니다. 컬러는 블랙과 브라운 두 가지가 있습니다. 무난한 것은 블랙이지만 저는 평소 취향에 따라 브라운 컬러를 구매했습니다.
브라운 케이스의 색은 다크 브라운에 가까운 색으로 소가죽의 표면 질감이 강조돼있습니다. 뒷면의 상당 부분을 가리고 있어서 모양새가 필름 카메라에 좀 더 가까워지네요. 사실 아마존에서도 M10-D 케이스를 찾아보기 힘들어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다행히 가격과 디자인 컬러 모두 나쁘지 않은 편이라 구매했어요.
3월 20일 결제, 4월 6일 수령으로 2주가 조금 넘게 걸렸습니다. 배송비 포함 약 86달러를 지불했고요.
저렴한 가격에 구매한 해외 제품이 그렇듯 포장은 간소합니다. 노란 상자에 케이스 단품이 들어 있어요. 상자를 열자마자 느낀 것은 진한 가죽 향기. 생각보다 약품 냄새가 좀 진했는데 천연 가죽 소재만의 느낌이라 내심 반갑기도 했습니다.
케이스 디자인은 아마존에서 본 사진과 같았습니다. 이 부분에선 불만이 없었는데 색상은 사진과 조금 달랐어요. 제품 사진에선 붉은 톤이 있는 적갈색 가죽이었는데 실물은 전형적인 어두운 밤색에 가깝습니다. 이것 때문에 스트랩을 적갈색으로 미리 구매했는데 말예요. 하지만 가죽의 품질과 바느질의 품질, 모서리 마감 등 전반적인 품질은 가격 대비 좋습니다.
아래는 케이스의 디테일 사진입니다.
전면 그립은 디자인이 개인 취향엔 맞지 않지만 손에 쥘 때 안정감이 더해지니 없는 것보단 확실히 낫습니다. 카메라와의 결착을 단단히 하기 위해 상단 양쪽에 단추 마감도 돼 있습니다. 일반 케이스보다 밀착면이 넓은 제품 특성상 이 부분이 없어도 고정에 문제가 없겠습니다만.
요즘 유행하는 배터리 도어는 당연히 적용돼 있지 않습니다. 가격 생각하면 기대하기 어려운 부분이겠죠. 좀 더 부지런히 움직이면 됩니다. 하단 역시 같은 가죽으로 마감돼 있고 Funper 로고가 음각으로 새겨져 있습니다.
케이스의 핵심인 뒷면 전원 다이얼 부분만 원형으로 공간을 남겨뒀습니다. 홈 주변으로도 박음질을 하고 엣지 마감도 한 것이 만족스러워요.
카메라와 닿는 안감의 품질은 그리 좋아보이지 않네요. 접착제도 남아있는 등 안쪽에서 마감의 아쉬움이 조금 느껴졌습니다. 그래도 가격을 생각하고 넘어갑니다. 가죽 공예를 배워 보니 이 가격에 천연 소가죽 하프 케이스를 사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알겠어요.
카메라와 결합한 이미지. 블랙과 브라운 조합은 늘 잘 어울리죠. 실버 모델이면 아마 더 잘 어울릴 것 같지만 M10-D는 블랙 크롬 모델만 출시됐죠.
전면만 봐서는 일반 M10 모델과 차이를 느낄 수 없습니다만,
뒤를 보면 확실해지죠. 케이스와 카메라의 밀착도는 꽤 좋은 편입니다. 뒷면이 뜨지 않고 딱 맞아서 손에 쥘 때 안정적이에요. 뷰파인더와 오른쪽 다이얼 돌출부에 맞춰 재단도 잘 돼있고, 중앙 홈은 다이얼 크기보다 약간 크게 디자인됐습니다. 다이얼을 돌리기 편하게 해 놓은 곳으로 보이는데, 보기에 엉성할 정도는 아닙니다. 왼쪽 아래 공간은 손가락을 넣어 조작하기 좋게 낸 공간으로 보입니다.
케이스 장착한 상태로도 다이얼 조작에 불편함이 없습니다. 사실 이 다이얼 자체가 그리 조작이 편한 것은 아니라서요.
흔치 않은 카메라인 만큼 꼭 맞는 디자인의 케이스를 이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반가운 제품입니다. 실제 받아 본 제품 품질도 가격 그리고 기대보다 좋고요. 배터리 교체 때마다 케이스를 벗겨내야 하는 점이 번거롭겠지만 카메라를 좀 더 안정적으로 쥘 수 있고, 충격에 의한 상처로부터 보호할 수 있으니 앞으로 잘 사용할 것 같아요. 미리 구매한 ONA 브라운 스트랩과는 색상 차이가 조금 있지만 그럭저럭 어울리는 것에 만족합니다.
M10-D 사용자 외에도 저렴한 하프 케이스를 찾는 분들에게 정보가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