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 없는 디지털 카메라 라이카 M10-D에 관한 두 번째 포스팅. 지난 번 소개에 이어 오늘은 이 카메라의 독특한 외형과 남다른 사용법에 대해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아무래도 화면이 없다보니 거기서 오는 불편함과 그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장치들에 관심이 가기 마련이니까요.
라이카 M10-D에 대한 소개는 지난 포스팅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사양과 대략적인 외형이 궁금하신 분들은 참고하세요.
이 카메라는 라이카 최신 M시리즈 M10의 파생 모델입니다. 따라서 기본적인 외형과 사양은 2017년 출시된 M10과 동일합니다. 거기에 D모델의 컨셉에 맞게 디스플레이를 제거하고 전원/노출 보정 레버, 엄지 그립과 기능 버튼을 더한 것이 특징입니다. 위 사진이 M10-D 모델의 특징을 한 장에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 사진을 좋아해요-
며칠 되지 않았지만 아직도 촬영 후 자꾸 카메라 뒷판 어딘가를 엄지 손가락으로 누르게 됩니다. 그만큼 그동안 편하게 사진을 즐기고 있었다는 거겠죠. 인화 전까지 궁금해해야 했던 필름 시절보다.
전면은 기존 P모델의 그것과 같습니다. 전면 라이카 로고를 삭제하고 나사(?)가 위치해 있습니다. 블랙 컬러만 출시됐고 블랙 크롬 마감입니다. 블랙 페인트 옵션이 있었다면 아날로그 디자인과 함께 더욱 가치있는 모델로 자리 잡았을텐데 아쉽습니다. 듣기로는 환경 문제 때문에 블랙 페인트 모델을 보기가 앞으로도 어려울 것이라더군요.
M10-P 모델과의 차별점이라면 절반 이상을 덮고 있는 가죽 그립의 소재입니다. M10 시리즈 중에서 M10-D 만이 천연 소가죽으로 그립부가 구성돼 있습니다.
카메라 뒷면에 이 M10-D의 정체성이 있습니다. 화면은 물론 버튼 하나 없어서 전체적으로 매끈한 모양새에 가운데 원형 다이얼이 있습니다. 다이얼은 두 개로 바깥쪽은 전원 on/off와 Wi-Fi 무선 통신 기능을, 안쪽은 노출 보정 다이얼 기능을 수행합니다. 이전 세대인 M-D 모델은 후면 다이얼에서 ISO 감도를 설정할 수 있었는데, M10 시리즈는 전용 ISO 다이얼이 상단에 배치되면서 다이얼의 기능도 바뀌었습니다. 다이얼 외에는 광학 뷰파인더와 조작 다이얼 한 개가 있습니다. 오른쪽 위에 있는 다이얼은 시간 설정 등의 기본 기능을 담당하면서, 전자식 뷰파인더 Visoflex를 연결했을 때 좀 더 많은 기능을 수행하도록 설계됐습니다.
바깥쪽 다이얼의 바가 흰색에 위치하도록 돌리면 전원이 켜져 촬영이 가능해집니다. 한 번 더 돌리면 Wi-Fi 무선 통신 모드로 진입합니다. Leica FOTOS 앱을 통해 스마트폰과 태블릿에 연결할 수 있어요. 안쪽 다이얼은 노출 보정 다이얼입니다. -3EV부터 +3EV까지 설정 가능합니다. 개인적으로 자주 사용하는 기능이고, M 시리즈에선 전용 다이얼이 없어 아쉬웠는데 개인적으로 매우 반가운 변화입니다.
손에 직접 그리고 자주 닿는 후면 그립은 소가죽 재질의 감촉이 돋보입니다. M10은 물론 이전에 사용했던 M 시리즈 전체 중에서도 가장 좋은 수준입니다. 작은 차이지만 사용자를 즐겁게 하죠.
상단에선 필름 카메라의 와인딩 레버에서 차용해 온 엄지 그립이 돋보입니다. M10-D의 루머가 있을 때부터 출시 직후까지 저 레버가 담당하게 될 기능이 무엇인지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했죠. 아무 기능 없이 그저 필름 카메라의 그것을 오마주 한 엄지 그립이라는 것에 대부분이 실망했지만, 실제 사용자들은 이것이 M10-D의 아날로그 감성을 완성하는 데 중요한 요소이면서 동시에 안정적인 파지를 가능하게 하는 본래의 목적을 매우 잘 수행한다고 평하고 있습니다.
레버는 당기는 동작에 적당한 탄성 그리고 끝까지 젖혔을 때 기분 좋게 걸리는 느낌이 있습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자꾸 조작하게 됩니다. 이 레버가 카메라의 전원을 제어하는 스위치로 활용됐으면 정말로 필름을 장전해 촬영하는 느낌이 들었을 수도 있겠네요. 그렇게 하지 않은, 단순 그립으로만 배치한 이유가 있겠죠.
오른쪽엔 기능 버튼이 있습니다. 셔터를 제외한 이 카메라의 유일한 버튼입니다. 이 버튼의 역할이 생각보다 중요한데, 화면이 없어 발생하는 몇 가지 불편함을 해소하기 때문입니다. 촬영 중 이 기능 버튼을 누르면 광학 뷰 파인더 아래에 배터리 잔량과 메모리카드의 남은 공간을 촬영 가능한 사진 수로 표시합니다. 다만 촬영 가능 사진 수가 999까지만 표시돼 256GB 메모리 카드를 큰 맘 먹고 장만한 저는 좀 아쉽네요. 그 외에 본체 시간 설정, 펌웨어 업데이트, 센서 청소 모드 등에도 이 버튼이 사용됩니다.
여러모로 M10-D의 디자인은 확실히 필름 M 시리즈의 그것을 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디지털 M보단 필름 M과 비교하는 것이 더 적절할 것 같아요. 아래는 대표적인 필름 카메라 MP와의 비교입니다.
이렇게 보니 MP가 현재까지 왜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는지 새삼 느끼게 됩니다. 좀 더 작은 크기에 밀도있게 배치된 파트, 블랙 페인트의 아름다움까지. 하지만 필름 M의 특징과 감성을 디지털에서 꽤 그럴듯하게 구현한 M10-D의 디자인도 대단히 매력적입니다. 특히 후면 다이얼과 와인딩 레버는 정말 잘 만들어 놓았네요. 거기에 상단 ISO 감도 다이얼, 셔터 옆 기능 버튼까지 조금씩 아이덴티티를 확립해가는 디지털 M의 변화들이 흥미롭습니다.
M10-P에서 첫선을 보인 새로운 셔터 유닛도 마음에 듭니다. 셔터 소리가 M10에 비해 매우 조용해서 촬영하는 사람이 아니면 잘 들리지 않을 정도입니다. 아래는 외국의 사용자가 비교한 M10과 M10-P의 셔터 소리 비교입니다.
저도 M10과 M10-D의 셔터 소리를 비교해 보았습니다. 소리 자체는 같지만 음량이 M10-D가 확연히 적고 촬영시 발생하는 진동도 더 적은 느낌입니다.
우연한 기회로 영입하게 된 라이카 M10-D. 이전엔 실물을 본 적이 없는 이 카메라는 화면이 없는 독특한 컨셉 때문에 오랫동안 동경의 대상이었는데 확실히 불편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빈자리를 채운 여러 장치들이 편리함 이상의 매력들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만큼 개성 강한 디지털 카메라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요. 독특한 것을 좋아하는 저와 만났으니 오래 함께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음 포스팅에선 비슷하지만 동시에 매우 다른 라이카 M10과 M10-D를 간단히 비교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