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메인 시스템으로 운용중인 L마운트. 사진/영상 작업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파나소닉 루믹스 S1을 통해 처음 접한 후 반 년 정도가 지났습니다. 라이카-파나소닉-시그마 세 회사가 연합한 미러리스 시스템으로 야심찬 출범에 비해 현재까지의 성과는 좋지 않지만 브랜드 이미지도가 막강한 라이카, 영상 기술을 선도하는 파나소닉, 좋은 성능의 렌즈를 합리적인 가격에 생산하는 시그마의 조화가 마음에 들고, 아직까지는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있습니다.
메인인 S1이 기존 미러리스 카메라치고는 상당한 크기와 무게를 자랑해서 일상이나 여행용 서브 카메라가 필요했는데, 마침 L 마운트 렌즈를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시그마 FP에 관심이 생겨 영입했습니다. 마치 모듈형 시스템처럼 액세서리를 조합해 시네마 카메라로 활용할 수 있는 독특한 컨셉, 무엇보다 작은 크기로 매일 휴대할 수 있는 세계 최소형 풀 프레임 카메라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함께 몇 번을 여행했는데, 렌즈에 따라 다르지만 소형 렌즈를 조합할 경우 점퍼 등의 외투 주머니에도 넣을 수 있고, 목에 걸고 다녀도 부담이 적어서 여행용 카메라로 잘 활용했습니다. 배터리 성능과 전자식 셔터의 한계 등 단점도 있지만 가벼움보다 값지지는 않습니다. 제게는요.
시그마 FP에 대한 내용도 차차 포스팅하기로 하고, 오늘은 우선 가볍게 제가 사용하는 가벼운 FP 렌즈 조합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현재 L마운트의 가장 큰 단점이라고 하면 역시 부족한 렌즈군입니다. 라이카, 파나소닉, 시그마 세 회사 모두에서 렌즈가 나오고 있지만 라이카 렌즈의 경우 가격이 워낙 높아 접근이 쉽지 않고, 그 아래 위치한 파나소닉 역시도 고성능 PRO 렌즈들은 가격이 매우 높습니다. 그리고 광학 성능을 위한 설계 때문인지 렌즈의 크기와 무게가 비대한 편입니다. 시그마는 비교적 다양한 가격대와 컨셉의 렌즈들을 만들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시그마 FP와 함께 출시한 45mm F2.8 DG DN 렌즈입니다. 세트로 발매된 상품인 만큼 시그마 FP와 크기, 무게, 디자인까지 조화가 매우 좋습니다만 가격대가 높아서 쉽지 않았어요. 45mm 초점거리도 그리 선호하지 않는 데다 70만원이 넘는 가격을 주고 구매하기엔 F2.8의 조리개 값도 영 아쉬웠습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이, 렌즈 마운트 어댑터를 통해 타사 마운트 렌즈를 조합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럴때는 늘 흔하고 저렴해진 캐논 EF 렌즈들에 눈이 가죠. 제 선택은 가장 작고 저렴한 40mm F2.8 STM 렌즈였습니다.
Canon EF 40mm F2.8 STM
- 4군 6매 구성
- 초점거리 40mm
- F2.8~22
- 최단 촬영거리 30cm
- 7매의 원형 조리개
- 52mm 필터 규격
- 68.2 x 22.8 mm
- 130g
일명 팬케이크 렌즈라고 불리는 캐논 EF 40mm F2.8 렌즈입니다. 40mm 초점거리에 F2.8의 최대 개방 조리개 값을 갖는 렌즈로 별명답게 두께가 얇고 무게도 130g으로 가볍습니다. 게다가 중고 가격 5만원 내외로 구매할 수 있어요. 45mm 시그마 렌즈와 비슷한 40mm 초점거리, 동일한 F2.8 최대 개방 조리개 값. 정가 기준으로도 대여섯 배의 가격 차이. 그래서 이 렌즈를 시그마 FP에 사용해 보기로 했습니다.
L 마운트 카메라와 EF 렌즈를 연결하는 시그마 MC-21 어댑터를 사용해야 합니다. 이 어댑터의 가격이 30만원 내외니 따지고 보면 렌즈 가격에 어댑터 가격까지 더해야 하지만 저는 시네마 렌즈와 시그마 ART 렌즈 등 다른 EF 렌즈를 파나소닉 S1에 사용하기 위해 이미 구매한 터라 부담이 적었습니다. 이렇게 어댑터를 사용하면 40mm F2.8 렌즈와 시그마 FP를 연결할 수 있습니다.
어색하지만 이것이 시그마 FP에 MC-21, EF 40mm F2.8 STM 렌즈를 연결한 모습입니다. 어댑터 두께 때문에 팬케이크 렌즈의 장점은 희석되지만 그래도 충분히 작습니다. 45mm F2.8 시그마 렌즈를 사용하는 것과 비교해서도 휴대성의 차이가 크지 않고, 느리고 답답하긴 해도 AF도 지원됩니다. FP의 AF 성능 자체가 그리 좋지 않아서 이점은 크게 단점으로 느끼지 않습니다.
APS-C 포맷 컴팩트 카메라 후지필름 X100 시리즈와도 크기 차이가 크지 않을만큼 시그마 FP는 작은 카메라입니다. 물론 두께나 무게 등은 차이가 상당하지만요. 영 어색한 렌즈부 외형만 제외하면, 다시말해 카메라가 못생긴 것만 신경쓰지 않는다면 40mm F2.8 STM 렌즈 조합은 저렴하고 괜찮습니다.
추가적인 포스팅에서 상세히 이야기하겠지만, 캐논 사용자들이 오랜 기간, 많은 사례를 통해 확인해 준 대로 EF 40mm F2.8 팬케이크 렌즈는 작은 크기와 저렴한 가격 대비 품질이 상당히 괜찮습니다. 개방 촬영의 주변부 비네팅을 제외하면 해상력도 준수한 편이고요. 이 가격에 이런 렌즈를 보급할 수 있는 것이 시장 선두 기업의 가장 큰 힘이 아닐까 싶습니다. 최근 시그마도 작고 가벼운 C라인 렌즈 24,35,65mm를 추가해서 FP 사용자의 선택권이 넓어졌지만 역시나 가격대가 높은 것이 아쉽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풀프레임 카메라와 팬케이크 렌즈의 조합. 중간에 두툼한 어댑터가 꼈음에도 가볍게 들고 다니며 일상과 여행을 즐기기 좋다는 평가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다음 포스팅에서 그간 느낀 특징과 장단점에 대해 좀 더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아래는 시그마 FP와 MC-21 어댑터, 캐논 EF 40mm F2.8 STM 렌즈로 촬영한 이미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