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리스 카메라용 대구경 망원 렌즈 시그마 85mm F1.4 DG DN Art 렌즈에 관한 다섯 번째 포스팅. 이번엔 평소 렌즈를 평가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인 보케와 빛갈라짐의 형태, 조리개 값에 따른 변화를 비교해보고자 합니다. 야경 장노출을 좋아하는 제가 줌렌즈보다 단렌즈, 그 중에서도 대구경 단렌즈를 선택하는 중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지만, 높은 광학 완성도를 가진 렌즈일 수록 광원을 표현하는 보케와 빛갈라짐이 아름다운 경우가 많았거든요.
인물/정물 망원 렌즈의 촬영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대구경 망원 렌즈의 경우 보케 표현이 보다 중요시 되겠지만, 높은 조리개값과 장노출 촬영으로 얻는 야경 이미지 역시 아름다우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죠. 그래서 제 취향을 가득 담아 보케와 빛갈라짐 테스트를 함께 해보았습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요즘 출입이 통제되고 있는 반포 한강공원을, 출입 통제 전에 방문해 야경을 담았습니다. 이럴 땐 한강 근처-버스로 두어 정거장은 가야 합니다만-에 회사가 있다는 게 참 좋죠. 카메라는 매일같이 챙기니, 퇴근길에 날씨가 좋다 싶으면 바로 가면 되거든요. 해가 질때쯤 도착하면 노을지는 풍경을 다양한 뷰포인트에서 담고, 밤이 되면 한강변 야경을 장노출 사진 또는 타임랩스 영상으로 담습니다.
시그마 85mm F1.4 DG DN Art렌즈는 망원 렌즈라 야경 촬영에는 큰 기대가 없었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화각이기도 하고, 망원 렌즈의 좁은 프레임이 풍경 사진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한정적인 프레임을 활용해 광각 렌즈보다 다양한 구도를 연출할 수 있었고, 보다 다양한 심도 표현 능력이 색다른 야경 연출에 도움이 됐습니다. 위 사진은 F1.4 최대 개방 촬영을 이용해 새빛섬의 빛으로 물든 강물에 초점을 맞춘 것입니다. 평소에는 시도하지 않던 장면들을 만들 수 있어 재미있었습니다.
[조리개 값에 따른 보케 표현의 변화]
가로등과 불어난 한강물의 반영으로 어느 때보다 환한 반포대교의 야경을 이용해 조리개 값에 따른 보케 형태의 변화를 담아 보았습니다. 보케의 크기가 작고 형태 변화가 미미한 F4 이상 조리개 값을 제외하고, F1.4부터 F4까지의 촬영 예제를 좀 더 상세히 담았습니다. F1.4 최대 개방부터 F1.6/F1.8/F2까지 1/3스톱 간격으로 변화하는 보케의 형태와 크기가 눈여겨 볼 부분입니다. 역시나 F1.4 최대 개방 촬영의 보케가 가장 크고 모양은 중심부는 선명한 원형, 주변부로 갈 수록 형태가 변해 흡사 쌀 또는 송편 형태로 불리는 일그러진 모양으로 나타납니다.
중심부와 주변부를 좀 더 상세히 비교해 보겠습니다.
중심부 보케 형태 비교
주변부 보케 형태 비교
중심부는 F2 미만의 개방 촬영에서 크고 선명한 원형으로 표현되며 점차 각진 형태가 됩니다. 11매의 조리개 날 수를 채용한 렌즈라 11각형 모양에 가까워지며 조리개 값이 커질수록 더 확연한 모양을 갖출 것으로 보입니다. 주변부의 보케 형태가 흥미로운데, F1.4에서 가장 많이 찌그러진, 럭비공에 가까운 형태가 되었다가 조리개 값이 높아질 수록 원형~11각형 형태에 가까워집니다. 마치 달이 보름달이 되는 것처럼 비어있던 부분이 차는 듯한 모양인데, 주변부 보케 형태에 민감한 분들은 이런 특징을 참고하셔야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근접 인물 촬영이 아니라면 일반적인 촬영에서 크게 문제가 될 부분은 아니었습니다. 인물 촬영 테스트를 거의 하지 못한 탓도 있겠지만요, 대신 풍경 또는 정물/음식 사진에서는 주로 중심부 이미지를 사용하게 되므로 주변부 보케 형태가 신경 쓰인다면 일정부분 이미지 크롭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위 사진 역시 주 피사체 부분을 크롭/추출한 것입니다. 덕분에 주변부까지 원형 보케가 고루 분포하고 있죠.
[조리개 값에 따른 빛갈라짐 표현의 변화]
다음은 높은 조리개 값에서 나타나는 빛갈라짐의 크기와 형태 비교입니다. 이 테스트에서 시그마 85mm F1.4 DG DN Art 렌즈에 대한 제 평가가 크게 높아졌습니다. 매우 선명하고 크게 나타나는 빛갈라짐이 밤풍경을 더 아름답게 표현해줬거든요. 11개의 원형 조리개 날을 채용한 이 렌즈는 광원을 22갈래로 표현합니다. 아래는 조리개 값에 따른 빛갈라짐 변화 비교입니다.
주변부와 중심부 차이가 크지 않기에 상대적으로 근거리/원거리인 두 지점을 확대해 빛갈라짐의 크기와 형태를 비교했습니다. 모두 공통적으로 F2 촬영부터 빛갈라짐의 형태가 드러나 점점 크고 선명해져 F11~16에서 가장 크고 또렷해집니다. 제법 낮은 조리개 값부터 아름다운 형태로 빛을 표현하는 것이 마음에 들고, 장노출 촬영을 즐기는 터라 매우 크고 선명한 것이 좋았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다른 시그마 Art 렌즈 시리즈들도 한번씩 테스트 해봐야겠습니다. 특히 줌렌즈인 24-70mm F2.8 DG DN Art 렌즈와의 비교가 가장 궁금합니다. 늘 주력으로 단렌즈를 사용하는 이유 중 하나가 이런 표현 능력이거든요.
개인적으로 렌즈를 평가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인 보케/빛갈라짐 테스트를 하면서 시그마 Art 렌즈에 대한 신뢰감이 조금 더 높아졌습니다. 크기, 무게에 타협하지 않고 광학 성능에 집중하는 시리즈의 철학을 광학 특성과 완성도를 통해 수긍하게 됐으니까요. 게다가 이 85mm F1.4 DG DN Art 렌즈는 약점이었던 크기와 무게까지 줄였으니 인물/정물은 물론 제한적이나마 주/야간 풍경 사진에도 활용이 가능한 전천후 데일리 망원 렌즈로 확실한 장점을 갖는다 평할 수 있겠습니다.
다음 포스팅에선 약 3주간 시그마 85mm F1.4 DG DN Art 렌즈의 AF/해상력 테스트,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품을 사용하며 느낀 내용들을 총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시그마 85mm F1.4 DG DN Art로 촬영한 이미지 (SIGMA FP, LUMIX S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