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레집 이름이 그냥 '카레'라 검색하기가 힘듭니다. 어렵게 찾아갔는데 간판이 있는 듯 없는 듯 보이지 않아서 앞에서 몇 번을 왕복하며 헤맸어요. 그래도 오픈 시간이 가까워 오니 사람들이 줄을 서기 시작하는 게 참 신기했습니다. 예전부터 가보고 싶던 성북동 카레집을 다녀왔어요.
성북동 안쪽 상가 건물 한 칸을 차지한 작은 가게입니다. 직접 만든 카레 메뉴를 엄선해 판매하고 있고, 고민할 필요 없이 두 개 정도의 메뉴를 시즌별로 바꾸고 있어요. 영업 시간이 짧고 재료 소진시 종료되기 때문에 인스타그램 포스팅을 미리 확인하시는 게 좋습니다. 오늘 메뉴를 확인하기도 좋고요.
퇴근 후 방문하기엔 불가능한 영업 시간이라 퇴사 후 시간을 내 성북동을 찾았습니다. 브레이크타임 후 저녁 식사 오픈 시간인 다섯시에 맞춰 갔고요. 다섯시에 이미 매장이 가득 찰 정도의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습니다. 작은 가게라 10명 정도가 정원이거든요. 실내는 마치 개인 작업실이나 공방처럼 정갈하게 정리돼있고, 하나 하나 모았을 듯한 소품들이 있었습니다. 사장님 목소리도 낮아서 괜히 따라서 목소리가 작아지는 정숙함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때가 11월이었는데, 마침 제가 좋아하는 스프 카레가 있었습니다. 고정 메뉴인 시금치 카레와 스프 카레를 주문했습니다. 브레이크타임동안 준비가 된지라 메뉴가 빨리 나오는 편입니다. 예쁜 그릇에 담겨 나오는 카레는 모양부터 먹는 사람의 행복을 배려했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고명을 조심스레 하나씩 올린 것이 눈에 보여서요. 카레 맛은 다른 곳에서 먹었던 스프 카레보다는 걸죽하고 맛이 진했습니다. 국물이 있는 메뉴라 속이 따뜻해지는 느낌, 서울에서 맛있는 스프 카레 먹기가 쉽지 않은데 이정도면 일부러 찾을만 합니다. 함께 나온 밥도 잘 어울렸지만 가능했다면 면을 넣고 싶었어요.
다음 메뉴인 시금치 카레. 컬러부터 농도까지 다른 곳에서 먹었던 카레와는 다른데, 일반 고형 카레를 사용하지 않고 직접 향신료를 배합해 만들기 때문이겠죠? 먹는 순간 느낄 수 있는 것이 향신료의 향이 강하고 다채롭게 느껴졌습니다. 저처럼 향신료의 향을 즐기시는 분들은 좋아하실 것 같아요. 스프카레가 입과 코 안에서 다양한 향신료의 향이 폭죽처럼 터진다면 시금치 카레는 그보다 조화롭고 부드럽게 녹아드는 느낌이었습니다. 시금치는 싫어하는데 시금치 카레는 참 맛있어요.
찾아오기 힘든 집에 이만큼 많은 사람들이 모여든다는 것은 사장님의 진심이 통해서겠죠. 저도 첫방문이지만 음식 안에 든 고민과 정성을 충분히 느꼈습니다. 시즌마다 바뀌는 메뉴를 인스타그램 페이지에서 보며 방문 계획을 세우는 집이 됐습니다. 겨울 가기 전에 또 가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