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 다녀 온 동네 맛집입니다. 집 근처 우이천 바로 건너편이라 오 분이면 갈 수 있는데, 의외로 가기가 쉽지 않은 것은 하루에 세 시간만 영업을 하기 때문입니다. 오전 열 한 시 반부터 오후 세 시까지니 점심 시간에만 영업을 하는 셈이죠. 게다가 일요일 휴업이라 직장 다니는 동안은 갈 생각도 못 했습니다. 토요일엔 괜히 집에만 있고 싶고 그렇잖아요.
다시 식당 이야기로 돌아가, 상호명은 코노하입니다. 수유역과 쌍문역 사이 우이천변에 있어요.
사실 이 집은 블로그에 여러 번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동네에 빛과 같이 새어 들어온 일본 라멘집이었죠. 완자 넣은 쌍문동코츠를 참 좋아했는데 지금은 성수로 이전했고, 원래 있던 점포는 카레로 메뉴를 바꿔 영업하고 있습니다. 야끼 카레라는 생경한 메뉴 때문에 서운함도 있었지만, 멘야 코노하 시절 느낀 사장님의 철학과 음식의 완성도를 생각하면 카레도 괜찮겠다 싶었습니다. 사실 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 방문입니다.
강남에 있는 맛집보다 집에서 오 분 거리의 이 집에 오는 게 더 어렵습니다. 자주 오고 싶지만 하루 세 시간만 영업하는 이유가 있으시겠죠. 이제 퇴사를 했으니 좀 더 쉽게 올 수 있겠다 싶어 다행입니다. 이날은 토요일이었고, 열 두시가 막 지난 시각에 방문했습니다. 곧이어 사람들이 몰려 대기줄이 생겼으니 되도록 열 한 시 반 오픈 때 맞춰 가는 것이 좋겠습니다.
카레 메뉴는 여섯으로 카레 셋, 야끼 카레 셋입니다. 새우, 차슈, 카츠 메뉴가 각각 있습니다. 저는 평이 가장 좋은 카츠 야끼 카레를 주문했습니다. 첫 방문때 이 메뉴가 품절이라 못 먹었거든요. 점심 시간에만 판매 하는데 그마저도 두 시 넘으면 품절돼 못 먹을 수 있어요.
식전 메뉴로 나오는 찐감자. 잘 삶은 감자는 식감이 좋고 함께 나오는 마요네즈(?)-마가린 같기도 하고 사실 잘 모르겠어요-와 함께 먹으면 별미입니다. 밥 먹기 전에 식욕 돋우기 좋아요. 사이드 메뉴로 감자 크로켓이 있는데, 본 메뉴의 양이 적은 편이 아닌데다 식전 감자까지 있으니 이것저것 시켰다간 배가 너무 불러요. 메뉴 선택에 참고하세요.
푸짐한 한 접시가 나왔습니다. 야끼 카레에 돈카츠와 새우카츠가 올라간 메뉴입니다. 야끼 카레와 일반 카레의 차이는 치즈를 올려 토치로 치즈를 익힌 것 같습니다. 일반 카레에 비해 좀 더 기교를 부린 메뉴가 되겠네요. 카레 본래의 맛을 좋아하시면 일반 카레, 치즈 풍미와 은은한 불 향(?)이 궁금하시면 야끼 카레가 좋겠어요.
담음새가 참 예쁩니다. 음식 사진에 관심이 많다 보니 이렇게 예쁘게 차려주는 집은 괜히 더 맘이 갑니다. 밥 위에 올린 달걀과 새우 튀김의 각도까지 신경 쓴 태가 나죠. 야끼 카레의 핵심인 치즈의 모양새도 식욕을 돋웁니다.
먹는 동안 이 메뉴의 인기 비결을 알겠더군요. 카레는 풍미가 진한 기대만큼의 맛이었는데 돈카츠와 새우 카츠가 아주 맛있습니다. 튀김이 적당히 바삭하고 기름이 깨끗해서 부담없이 먹을 수 없어요. 개인적으로는 새우 튀김이 더 좋았습니다. 둘 다 카레와 함께 먹거나 따로 먹었을 때 다른 매력이 있어요.
라멘도 그랬지만 음식에 대한 애정과 철학은 메뉴 상관 없이 좋은 결과물을 만든다는 생각이 든 집입니다. 전에 먹은 차슈 카레를 먹고 '차슈는 카레보단 라멘에 어울리지'라는 결론을 냈던 것과 달리 이번엔 '카레엔 역시 튀김이지'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앞으로 시간 날 때 종종 가서 먹으려고요. 한 접시에 만 원이 넘는 가격이 동네 맛집으로는 좀 부담스럽다 싶기도 했지만 이정도 정성이면 납득할 수 있죠. 무엇보다 하루 세 시간, 몇 명만 먹을 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