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무새 김씨의 (전)회사 근처 맛집 이야기가 계속 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설마 혹시 만약에 다시 직장 생활을 하게 된다면 그땐 꼭 근처에 라멘집이 있는지부터 확인해야겠다고 다짐합니다. 그만큼 일본라멘 좋아하는데 회사 근처엔 맛있는 집은 고사하고 라멘집 자체가 없더라고요. 그나마 고속터미널에 있던 우마이도가 폐점한 후로는 라멘 먹기가 힘들어졌습니다. 그래서 종종 고속터미널 인근에서 신논현역까지 바쁘게 달려가 점심을 먹고 왔습니다. 여긴 그 중 가장 괜찮았던 곳입니다. 상호명 '멘카오리'입니다.
위치는 신논현역 뒷편 골목입니다. 조용한 골목 중간쯤에 있어서 처음 방문할 때 한참 헤맸어요. 혹 방문하시게 된다면 지도 보면서 가시는 게 좋겠습니다. 테이블 5-6개에 바 좌석이 있는 작은 규모의 식당입니다. 뭐, 대부분의 일본 라멘집이 이 정도 규모로 운영되죠. 사실 라멘집이 규모가 크면 맛이 없을것만 같아요.
사진을 찍은 날은 두 번째 방문, 이후 한 번 더 해서 총 세 번을 방문했습니다. 메뉴가 총 네 개고 개인적으로 선호하지 않는 매운 라멘을 제외하면 주 메뉴는 하나씩 다 먹어봤다 해도 되겠죠. 오가며 걷는 길만 40분이 넘으니 정말 라멘 하나 먹기 위해 점심 시간을 다 쓴 셈이지만 세 번이나 그 짓(?)을 한 걸 보면 여긴 그정도 가치가 있습니다.
메뉴는 시로, 아카, 쿠로, 키이로 네 가지가 있습니다. 시로는 기본이 되는 돈코츠 라멘, 아카는 돈코츠에 매운맛이 더해진 라멘, 쿠로 라멘은 돈코츠에 마늘을 넣은라멘, 키이로 라멘은 돈코츠에 레몬을 넣은 라멘입니다. 설명을 보면 아시겠지만 돈코츠 라멘 하나에 이런저런 응용을 더한 메뉴 구성입니다. 이런 집이면 기본 돈코츠 라멘은 신뢰할만 하죠.
위 사진 속 메뉴는 쿠로 라멘입니다. 돈코츠 라멘에 간 마늘을 추가해서 먹는 취향이라 쿠로 라멘을 가장 기대했습니다. 메뉴 설명과 모양새에서 상상할 수 있듯, 진하고 약간은 쿰쿰한 돈코츠 육수에 간마늘의 알싸하고 끈끈한 향이 더해져 그야말로 입 안에 짝짝 붙는 라멘이었습니다. 돈코츠 육수와 마늘, 강한 두 향이 만났으니 저녁까지 향이 입 안에 맴돌 각오는 해야겠죠. 개인적으로는 너무 강+강 조합이라 첫 방문때 먹었던 기본 돈코츠 라멘 시로가 더 좋았습니다.
아래는 다른 날 먹었던 시로/키이로 라멘입니다.
아이폰으로 촬영한 두 사진이 더 좋아 보이는 것은 좌석의 차이입니다. 두 날짜는 창가쪽에 자리를 잡아서 담음새를 예쁘게 찍을 수 있었는데, 사람이 많았던 날 바 좌석에 앉아서는 원하는 만큼 사진을 찍을 수 없었어요. 하지만 사진에서 볼 수 있듯 이곳은 맛뿐 아니라 담음새 역시 장점으로 꼽을 수 있는 곳입니다. 달걀도 무려 한 개를 다 주고요. 아, 제가 주문한 것이 일반 라멘보다 조금 더 비싼 '특' 메뉴라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시로는 정말 기본에 충실한 돈코츠 라멘입니다. 그래서 첫 방문에는 이 메뉴를 추천합니다. 그리고 또 방문을 하게된다면 취향에 따라 향과 맛이 강한 마늘 돈코츠, 깔끔하고 부담 덜한 레몬 돈코츠 중에 선택하시면 되고요. 돈코츠 육수의 향을 좋아하지 않으신다면 레몬 돈코츠가 괜찮으실 겁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제 추천은 기본 시로 라멘입니다.
한동안 회사 다닌답시고 라멘 투어를 제대로 이어가지 못했는데, 우연히 맘에 드는 라멘집을 방문하니 빨리 퇴사를 해서 다시 숨은 라멘집들을 찾아다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신논현 근처는 그나마 괜찮은 라멘집이 많은데, 멘카오리도 충분히 좋은 곳이니 한 번 방문해 보세요. 아, 공기밥은 무료입니다. (결정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