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일주일이 됐을 뿐이지만 (전)회사라고 부르는 것만으로도 무척이나 홀가분하고 너그러워짐을 느낍니다. 기분좋게 근처 맛집 이야기를 할 수도 있고요. 먹을 것이 없는 반포/고속터미널에서 이집은 그나마 최근에 생긴 곳입니다. 그런데도 단기간에 이름이 알려져 점심 대기줄에 발길 돌렸던 적이 꽤 있어요.
상호명은 '딤딤섬', 홍콩에서 왔다죠?
딘타이펑의 잘못된 로컬라이징(?) 사례를 경험한 후 중화권 식당의 서울 지점에 대한 선입견이 생겼지만 최근 방문한 딩딤 1968에서 많이 누그러졌습니다. 홍콩에서 먹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거든요. 물론 가격은 여지없이 현지화가 됐지만. 딤딤섬 역시 홍콩에서 시작한 딤섬집으로 최근에 서울에 몇 개 지점이 생겼다고 합니다. 이전에 방문한 딩딤 1968 후기도 덧붙입니다. 두 집 모두 괜찮은 집이니 비교 후 방문해 보세요.
점심 메뉴 고르기 힘든 직장인, '아무거나'만 반복하는 결정 장애자라면 딤섬집은 난이도가 꽤 높습니다. 메뉴 특성상 종류가 많은 편이고 1인 1메뉴보단 다인 다메뉴로 식사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이럴 땐 보통 메뉴 앞에 별 또는 '인기' 표시가 된 메뉴들을 선택하면 참패는 면합니다. 저는 첫 방문때는 주로 그 식당의 대표 메뉴를 고르는 편이라 새우 딤섬인 하가우, 그리고 식사용 볶음면을 주문했습니다.
대표 메뉴인 하가우는 속이 비칠 정도로 얇은 만두피 안에 다지지 않은 새우살을 가득 채운 딤섬입니다. 만두피가 얇지만 굉장히 쫄깃하고 새우살은 탱글탱글해서 입안에서 뱅글뱅글 돌리며 씹는 즐거움이 있죠. 다음, 또 다음 방문때도 이집에서는 기본으로 주문할 메뉴입니다.
사진으로도 느껴지는 탄력(?)
4개에 6500원의 가격은 현지보다는 확실히 높지만 새우살이 유독 귀한 서울에서 이 정도면 먹을만하다 싶습니다. 함께 나온 생강채와 함께 먹으면 더 좋습니다.
함께 주문한 볶음면. 탕면과 볶음면이 주 메뉴인데 토핑을 닭, 오리, 돼지고기 등으로 선택할 수 있습니다. 한 번씩 먹어봤는데 제 입맛에는 닭고기가 가장 좋습니다. 오리도 맛있지만 특유의 끝맛 때문에 금방 물리는 감이 있어요. 닭고기를 주문하기 전엔 퍽퍽할까 고민했는데 조리가 아주 잘 돼서 식감이 부드럽고 맛이 담백합니다. 돼지고기는 둘보다 확실히 기름지고요.
면은 꼬들한 누들에 소스로 볶은, 일반적인 중화식 볶음면입니다. 에그 누들을 사용하는 듯 한데, 꼬들한 식감에 짭쪼름한 볶음면을 좋아하신다면 괜찮은 메뉴입니다. 완탕면은 개인적으로 어묵 국물 느낌이 많이 나서 볶음면보다 못했어요.
이대로 뭔가 아쉽다 싶어 주문한 돼지고기 창펀. 흡사 마포 갈비만두같은 비주얼인데, 돼지고기가 든 소를 쫄깃한 피에 감싸 소스와 함께 먹는 메뉴입니다. 하가우같은 가벼운 딤섬이라기보단 탕면과 함께 곁들이기 좋아 보이더군요. 하가우도 그랬지만 이 집의 쫄깃한 만두피는 어느 속재료와도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사실 이 집에서 가장 맘에 든 메뉴는 이 피기 커스터드 번입니다. 폭신한 빵에 안에는 커스터드 크림이 있는 딤섬인데, 찐빵에 슈크림이 든 메뉴라고 생각하면 비슷하겠어요. 무엇보다 이 메뉴는 귀여운 비주얼이 눈과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이날은 품절로 주문하지 못해서 다음 방문때 먹었어요.
가격이 높은 편이라 여행때처럼 이것저것 하나씩 먹어보자며 달려들면 꽤 많은 금액이 나오지만 여러명이 방문해서 다양한 메뉴를 시켜 맛보면 꽤 괜찮은 집입니다. 무엇보다 고속터미널 인근에서 드문 메뉴다보니 경쟁력이 있고, 그래서 인기가 있는 것 같아요. 당장은 이곳에 갈 일이-마음도- 없으니 생각날 때 다른 지점을 가봐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