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를 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전)회사가 되어버린 서초/교대 근처 맛집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요즘 우후죽순으로 늘어난 돈카츠 집들 중에서도 이 근방에선 가장 나았던 집이었어요. 개인적으로 돈카츠를 그리 좋아하지 않지만 이곳은 먹는 동안 기분이 좋아서, 오늘은 점심 시간을 뜻깊게(?) 보내고 싶다 생각이 들 때 택시비를 감수하고 다녀오기도 했어요.
상호명은 '가츠오', 교대역 근처에 있습니다. 인근 서관면옥의 평양냉면과 더불어 지인들에게 자주 추천하는 곳입니다. 꽤 알려졌는지 점심 시간에 맞춰 가면 제법 대기가 있습니다. 이날도 3-40분쯤 기다렸던 것 같아요. 식사는 십 분만에 끝났지만, 직장인의 점심 시간이란 게 다 그런 거죠.
이집의 특징은 고기뿐 아니라 튀김용 빵가루까지 직접 구워서 준비하는 것입니다. 유명 돈카츠집의 고기에 대한 이야기는 자주 들었지만 빵가루를 위한 빵까지 직접 구워 준비하는 이야기는 생경했어요. 실제로 식당 내부에서 숙성고, 그리고 숙성 중인 빵과 고기들을 볼 수 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메뉴는 이집의 대표 메뉴격인 쿠로고마 안심 흑카츠입니다. 검은깨 빵가루를 사용해 빵가루가 검은색이고, 일반 돈카츠보다 고소한 맛이 더하다고 합니다. 다른 곳에서 먹기 힘든 메뉴라 첫 방문때 주문했었는데 기대만큼 좋아서 여기선 이 메뉴만 먹고 또 추천하고 있어요. 가격은 만오천원입니다. 다른 메뉴로 제주 흑돼지 안심, 등심카츠가 있고 새우카츠가 있습니다.
실제로 까맣습니다. 물론 전체가 까만 것이 아니라 태웠다고 오해를 살 정도는 아니고요, 튀김에 검은 깨를 뿌린 것 같은 모양새입니다. 180g으로 양도 적당합니다. 가격이 다른 곳보다 높습니다만, 고기부터 곁들임, 빵가루까지 하나 하나 신경 쓴 것을 보면 한번쯤 충분히 지불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고기가 무척 두툼한 편입니다. 개인적으로 튀김옷보다 고기맛이 풍부하게 느껴지는 것을 좋아해서 마음에 듭니다. 고기를 감싼 지방층과 튀김옷도 검은깨 빵가루의 거뭇거뭇한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매장에서 직접 구워 숙성을 거친 빵가루는 적당히 잘 튀겨져 우리가 좋은 돈카츠에서 기대하는 '바삭'한 식감이 살아 있습니다. 튀김옷이 두껍지 않아서 호불호 없이 먹을 수 있고요.
고기는 개인적으로 조금 덜 익혀서 촉촉함이 남아있는 쪽이 좋습니다만, 퍽퍽하지 않은 정도로 잘 익혀 나왔습니다.
이곳이 가장 맘에 들었던 이유를 곁들임으로 꼽습니다. 의외로 돈카츠에 소금을 함께 주는 곳이 드문데 이곳에선 안심에 트러플 소금, 등심에 갈릭 소금이 함께 나옵니다. 좋은 돈카츠는 그냥 먹거나 소금을 살짝 찍어 먹는 게 가장 맛있다고 하죠. 개인적으로는 고추냉이와 먹는 것을 가장 좋아합니다만, 트러플 소금과의 조화 때문에 이곳 돈카츠를 좋아하시는 분들도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소금 외에도 기본적인 돈카츠 소스, 그리고 알싸한 청양고추 소스가 함께 나옵니다. 생 고추냉이가 없냐고 묻고 싶었지만, 청양고추 소스가 그 아쉬움을 어느 정도 채워줍니다. 돈카츠 소스 역시 가게에서 직접 만든다고 합니다만, 이런 돈카츠는 강한 맛의 소스와 먹기 아깝죠.
'교대 근처에서 뭐 먹을만한 거 없어?'라는 질문을 받으면 세 손가락 안에 꼽는 집입니다. 기다림이 좀 길고 가격대도 좀 높지만 음식을 차려내는 정성과 꼼꼼함 때문에라도 믿고 먹고 또 추천할 수 있습니다. 돈카츠 좋아하시는 분들은 여기 쿠로고마 안심 흑카츠 한 번 드셔보세요. 첫 점은 꼭 트러플 소금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