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를 앞두고 회사 근처 맛집들을 하나씩 찾고 있습니다. 열악한 반포동에선 더 이상 희망을 찾을 수 없어 가끔 시간을 내 서래마을까지 다녀오는데요, 그래서 서래마을에 있는 수제 버거집도 다녀와봤습니다. 이름을 보니 몇 년 전 친구와 함께 삼성점에 간 적이 있더군요. 치즈 스커트가 인상적이었던 버거를 두고 친구 녀석은 본인이 첫 손에 꼽는 서울 버거집이라고 했습니다.
서래마을이라고는 하지만 안쪽 골목에 있어서 찾아가는 것도 쉽지 않았고, 회사와 거리도 멀어 돌아오는 길엔 택시를 타야 했습니다. 버거 먹는 시간은 얼마 걸리지 않지만 대기가 꽤 있었거든요. 아무래도 서래마을점이 본점이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사실 이날은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9월 초입이라 푸릇푸릇한 빛과 색이 기억에 함께 남아 있습니다. 걸어가느라 티셔츠에 땀이 뱄던 기억도요. 실내 인테리어와 분위기는 제법 이국적입니다. 친구 녀석은 미국 어느 도시의 버거집에 온 것 같다고 했었죠. 여느 수제버거집과 비교하면 매장이 제법 큰 편이고, 특히 창가쪽 좌석 분위기가 좋으니 혹시나 가 볼 기회가 있다면 창가쪽에 자리를 잡아 보세요.
음료는 콜라와 탄산수를 주문했는데 컵이 예뻤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레트로풍의 유리컵.
함께 간 일행이 주문한 메뉴는 시그니처 버거에 해당하는 브루클린 웍스로 기억합니다. 패티와 치즈, 양파, 토마토, 로메인, 베이컨까지 흔히 떠올리는 재료들이 올라간 스탠더드 햄버거에 해당합니다. 다른 곳보다 가격이 조금 있는만큼 양이 제법 되고, 깨가 잔뜩 올라간 번에 신경 쓴 티가 납니다. 버거 투어 다니면서 세운 평가 요소 중 하나가 '비주얼'인데, 이 버거는 흡사 식당 앞 전시용 모형처럼 예쁘고 선명합니다.
오래된 느낌의 접시에 버거와 감자 튀김을 투박하게 올려놓은 모양새가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던 외국 국도변 버거집을 떠오르게 합니다. 감자도 제 취향에 맞게 크고 굵어서 식감이며 온도가 다 좋았습니다.
버거 모양이 좋아서 사진을 참 많이 찍었어요. 내부가 참 알차 보입니다. 치즈 버거를 주문한 저는 저 든든함이 부럽더라고요. 기본에 충실한 버거로 다른 수제 버거집과 비교해도 크게 부족함이 없어 보입니다.
제가 주문한 치즈버거는 말 그대로 치즈와 패티, 캐러맬라이즈 된 양파가 든 간결한 버거입니다. 내용물이 심플하다보니 가격도 가장 저렴합니다. 대신 패티 용량을 7온즈로 선택해 푸짐하게 먹어봤어요. 역시나 5온즈 패티에 비해 압도적입니다. 보기만 해도 배가 든든하고 느끼한 냄새가 느껴지는 것 같았어요.
맛 역시 기본에 충실합니다. 채소 없이 패티와 치즈, 빵에 집중해서 오히려 이쪽이 더 이국적이란 느낌이 들더군요. 번의 품질도 좋았습니다만 패티를 큰 것으로 선택하니 맛이 단조롭고 다소 물리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워낙에 유명한 곳이고 번과 패티 품질, 메뉴 구성까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집이라 주변에 추천할만 하지만 그래서 개성이 좀 부족한 느낌도 있었습니다. 다른 메뉴를 먹으면 좀 다를까요? 근처에 있으면 다시 가보겠지만 아쉽게도 접근성이 좀 떨어져서 또 갈 수 있을까 싶어요. 개인적으로 이곳보다 더 맘에 들었던 서래마을 버거집이 있거든요. 다음엔 그집 버거를 포스팅 해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