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히 이어가는 서울 양갈비 투어. 이번에는 야스노야에 다녀왔습니다. 후암동에 있는 본점과 신용산점 두 곳을 다녀왔는데, 시간 순으로 두 곳 모두 포스팅 해보려고 합니다. 메뉴 구성은 같지만 의외로 두 집을 다녀온 소감이 꽤 달랐거든요.
SNS에 이곳 사진을 올리니 '아, 야스노야 좋죠~'라는 댓글이 달릴 정도로 마니아들에게 이미 유명한 곳입니다. 저는 이치류로 시작해 돌아돌아 이곳을 찾게 됐어요. 근처에 총 세 곳의 점포가 있는데 후암동에 본점이, 신용산점과 용산점 야스노야 지로가 있습니다. 야스노야와 야스노야 지로는 메뉴 구성에 차이가 있어 저는 삿포로 스프 카레가 있는 야스노야 두 곳을 다녀왔어요. 서울에서 스프 카레 먹기가 쉽지 않거든요.
이 날 주문한 메뉴는 시그니처 생 양갈비와 특수 부위 늑간살, 살치살입니다. 일반 양갈비와 시그니처 양갈비가 따로 있는데, 시그니처 메뉴는 프랜치 랙을 허브가 들어간 올리브 오일에 마리네이드 한 것이라고 합니다. 뭔지 잘 모르겠지만 이것저것 더 했다고 하고 가격도 2천원 더 비싸니 더 맛있겠지 하고 주문합니다. 한정 메뉴라잖아요. 그 옆을 보니 역시 한정 메뉴로 특수부위 생 늑간살, 생 살치살 메뉴가 있어 함께 주문했어요.
그릇부터 소금과 고추냉이 올린 모양, 땅콩으로 젓가락 받침을 한 것까지 테이블 세팅이 참 예쁩니다. 일본에서 땅콩을 다양하게 활용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는데 여기서 또 보네요.
특수부위인 생 늑간살과 생 살치살을 먼저 먹었습니다. 팬과 굽는 방식이 대부분의 양갈비집과 다르지 않습니다. 고기는 지방이 적어 담백해 보입니다. 특수부위답게 고기 모양이 일정치 않고 다양합니다. 저는 양갈비 투어를 하면서 대체로 양갈비와 그 집만의 메뉴를 주문하는 편인데 늑간살과 살치살은 어떨지 궁금했어요.
잘 구워진 고기 첫 점. 첫점은 꼭 고추냉이를 올려 먹습니다. 살치살이었는데 갈비보다 식감이 쫄깃하고 육향이 생각보다 심하지 않더라고요. 안심을 연상시키는 맛과 식감이었고 다음으로 나온 늑간살은 어딘지 꼬독꼬독한 식감이 나는 것이 재미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살치살은 고추냉이, 늑간살은 소금과 더 잘 어울렸습니다.
익어가는 고기를 보고 또 사진을 찍으며 다음 한 점을 기다리는 재미. 이게 양갈비를 먹는, 그리고 먹기 위해 돈을 버는 이유가 아닐까 싶어요. 야스노야는 신용산점이 첫 방문이었는데 전반적으로 깔끔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직원분들의 친절도도 좋았고요
나란히 앉은 사람들과 건배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느라 고기 먹는 것을 잊기 마련인데 다 구워진 고기들을 양파에 올려 놓으니 먹기 편하더라고요. 덕분에 천천히 즐기며 먹을 수 있었습니다.
아, 저는 양갈비 집에서 고기와 함께 구워주는 채소들을 좋아합니다. 양파와 마늘, 버섯, 토마토까지 뭐 하나 버릴 것이 없죠. 거기에 마무리로 숙주까지 한 줌 가득 볶아주면 더 바랄 것이 없습니다. 종종 고기보다 이 구운 채소들이 더 생각날 때가 있어요. 물론 채소들은 요청하면 추가가 되니 이럴때 맘껏 먹습니다.
다음은 하이라이트 시그니처 생 양갈비. 다른 고기들이 선명한 붉은빛을 띄는 것과 달리 이 메뉴는 연한 선홍빛입니다. 아마도 올리브 오일에 마리네이드 하는 과정 때문인 것 같아요. 역시나 앞서 먹은 메뉴보다 지방이 많아 보입니다. 가장 인기있는 프랜치 랙에 숙성 과정을 더한 고기라 기대를 많이 했습니다.
소감은 '역시 내 취향은 이쪽' 원래도 프랜치 랙을 좋아했지만 마리네이드 과정 덕분인지 식감이 좀 더 부드럽고 육향도 강하지 않습니다. 그간 먹었던 프랜치 랙보다 부드럽게 씹히면서 은은하게 입안에 양고기 향이 감도는 것이 고급 메뉴 답더군요. 사실 두어 점 먹고 '특수 부위를 시키지 말고 요것만 두 개 시킬 걸 그랬다, 아니 지금이라도 추가할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고기를 더 먹으면 배가 너무 부를 것 같아서, 계획했던 다음 메뉴를 주문했어요.
꼭 먹고 싶었던 삿포로 스프 카레. 일반적인 카레와 달리 국처럼 묽은 카레 육수에 각종 채소를 올려 끓여 먹는 메뉴입니다. 거기에 즉석에서 양고기 꼬치 하나를 구워 넣습니다. 향신료 향이 강한 편이라 민감한 분들은 좋아하지 않을 수 있지만 저는 향신료를 좋아해서인지 아주 맛있게 먹었습니다. 국처럼 떠 마시는 카레다 보니 상대적으로 속도 편했고요. 큼직하게 들어간 채소들을 밥과 함께 먹는 재미도 있었어요.
함께 주문한 레몬 치즈밥이 카레와 참 잘 어울립니다. 대신 카레 양이 많으니 인원수만큼 시키기보단 한 그릇 시켜 나눠 먹는 게 좋겠어요. 카레에 우동 사리를 넣어야 하니까요. 이 스프 카레는 역시 밥보단 면과 더 잘 어울립니다. 보통 2인이 고기 3인분 정도를 먹는데, 이곳은 고기 2인분과 카레를 먹으면 깔끔하고 든든하게 마무리가 됩니다.
후식으로 나온 소금 아이스크림까지. 잘 먹었습니다. 사람들이 왜 그렇게 좋아하는지 알겠더라고요.
신용산점에 다녀온 기억이 좋아 일주일 후 후암동에 있는 본점까지 다녀왔어요. 개인적으로는 본점에서의 경험이 조금 더 좋아서, 다음 포스팅으로 이어가려고 합니다.
날도 쌀쌀하고, 오늘따라 고기 간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