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써드파티 RF 마운트 AF 렌즈 -길다 길어- 삼양 AF 14mm F2.8RF 렌즈의 세 번째 후기입니다. 렌즈 소개와 가벼운 언박싱/첫인상에 이어 본격적으로 2주 가량 이 렌즈를 사용하며 느낀 특징과 장단점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합리적인 가격에 AF가 되는 캐논 RF 마운트 초광각 렌즈를 찾는 분들은 이전 포스팅에서 이 렌즈의 정보를 보고 오시면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EOS R과 삼양 AF 14mm F2.8 RF를 사용하는 동안 장마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촬영을 충분히 하지 못했는데, 마지막 주말에 날이 화창해서 무작정 카메라를 들고 1박 2일 짧은 출사를 다녀왔어요. 넓고 시원한 풍경을 담기 좋은 곳이 어디있을까 생각하다 '역시 바다다'라는 결론을 냈고, 자연스레 제가 좋아하는 강릉으로 향했습니다. 14mm라는 초점거리와 넓은 화각이 전천후로 사용하기엔 무리가 있지만 풍경 촬영에서는 역시나 발군인지라 바다와 솔숲, 그리고 해변의 야경을 양껏 담을 수 있었고 이 렌즈의 장단에 대해 어느정도 말할 수 있게 됐습니다.
14mm 초점거리, 113.9˚의 화각
'초광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역시 광활한 프레임의 풍경 사진입니다. 저도 아직 초광각 렌즈는 익숙하지 않은 터라 모두가 떠올리는 그 장면들을 떠올리며 강릉으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경포와 강문 해변, 송정 해수욕장의 솔길, 허난설헌 기념관 옆에 있는 울창한 솔숲을 담았습니다. 35mm 풀프레임 기준 14mm의 초점거리, 113.9˚의 화각은 눈에 보이는 것보다 훨씬 넓은 것은 물론이고, 때때로 카메라를 쥔 손, 반 발짝 내민 발까지 프레임 안에 들어올 정도로 광활했습니다. 눈앞에 보이는 장면을 남김없이 담을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요.
바다와 솔숲을 목적으로 강릉에 갔다보니 음식, 카페 사진을 찍을 때를 제외하면 대부분 14mm 렌즈를 사용했습니다. 특유의 시원시원함이 여름 풍경에 제격이었고 때마침 화창한 날씨라 하늘이며 구름, 아무렇게나 자란 풀까지 구석구석 담는 것이 즐거웠습니다.
함께 챙겨간 RF 24-105mm F4L 표준줌 렌즈와의 비교가 궁금해 동일한 환경에서 24mm와 14mm 프레임을 비교해 보았습니다.
두 렌즈의 프레임 차이는 대략 이 정도입니다. 생각보다도 그 차이가 커서 놀랐는데요, 망원보다 광각에서 1mm 초점거리의 차이가 크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실감했습니다. 14mm 렌즈를 사용하다 가끔 24-105mm 렌즈를 사용하면 그제야 답답함을 느끼며 다시 초광각을 찾게 되더군요. 풍경/여행 사진에 초광각 렌즈가 사랑받는 이유를 잘 보여주는 비교라 생각합니다.
풍경 사진이 주는 압도적인 느낌을 강조하기에는 역시 초광각 프레임이 발군입니다. 14mm와 비교하니 24mm는 망원 렌즈처럼 느껴질 정도로 프레임에 차이가 있습니다.
굳이 풍경이 아니더라도 14mm 초광각 렌즈가 할 수 있는 것은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거대한 건물도 한 프레임에 담을 수 있는 건축 사진, 특유의 주변부 왜곡을 활용해 사진을 보는 이의 시선을 압도하는 연출이 가능하죠. 아래는 14mm 프레임으로 담은 다양한 풍경들입니다.
렌즈를 사용하며 느낀 점 중 하나가 14mm 초광각의 주변부 왜곡을 비교적 잘 억제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수평을 정확히 맞추고 찍은 이미지는 양 끝단의 기둥이나 창틀 같은 직선의 물체들도 왜곡 없이 표현했거든요. 그래서 초광각 렌즈의 왜곡에 대해 거부감을 가진 저와 같은 분들도 사용할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프레임 선정에 따라 왜곡을 극대화 해 초광각 특유의 연출을 더할 수도 있겠죠. 마지막 사진은 바닥면에서 카메라가 위를 올려다 본 형태로 촬영한 이미지로, 주변부 왜곡과 그에 따른 광활한 느낌이 잘 표현돼 있습니다.
고해상도 설계 vs 컴팩트 디자인
모든 렌즈가 마찬가지지만 특히 화각이 넓은 초광각 렌즈의 경우 크기와 광학 성능의 연관 관계가 도드라집니다. 크기를 작게 만들어 휴대성을 높이면 주변부까지 균일한 빛을 받아들이기 어려워 해상력 및 광량 저하, 수차 발생 등의 어려움을 겪을 수 있거든요. 그런 면에서 삼양 AF 14mm F2.8 RF 렌즈를 처음 받았을 때도 우려를 했습니다. 크기가 35/50mm F1.8 단렌즈와 비슷할 정도로 작고 무게 역시 가벼웠거든요. 물론 F2.8로 최대 개방 조리개 값은 타협을 했습니다만 14mm 초광각과 주 촬영 영역을 감안하면 조리개 값으로 인한 불편함을 느낄 사용자는 많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래는 중심부/주변부/구석부의 해상력을 조리개별로 테스트 한 것입니다. 제어된 실내 환경이 아닌 야외 환경에서 진행한 것으로 절대적인 지표보다는 대략적인 추이 정도로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중심부의 경우 최대 개방 F2.8과 F4의 해상력 차이가 조금 느껴집니다. 최대 개방 촬영에서 조금 떨어지지만 F4 촬영에서 눈에 띄게 선명해지며 이후 F8까지 비교적 고른 해상력을 보입니다. F11 이상 조리개 값에서는 회절 현상으로 인한 해상력 저하가 발생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주변부와 구석부 역시 전체적인 추이는 비슷합니다. 다만 중심부>주변부>구석부 순으로 해상력에 우위가 있고 -이건 어느 렌즈나 비슷하죠- 주변부의 경우 F8 부근부터 중심부에 견줄 수 있는 세부 묘사가 가능합니다. 가장 취약한 구석부는 사실상 중심부/주변부와 비교할 수준의 결과를 얻는 것은 어렵지만 F8-F11 촬영에선 수차와 광량 저하 걱정 없이 촬영이 가능합니다.
이 결과 역시 구석부가 중심/주변부에 미치지 못할 뿐이지 기존에 사용했던 구형 초광각 렌즈와 비교하면 해상력과 수차 억제 능력 모두 준수하다고 느꼈습니다. 이 글을 쓰며 렌즈를 한 번 더 보니 이 작은 크기와 가벼운 무게에서 이 정도면 기대 이상이 아닐까 싶더군요. 다만 주변부 컬러캐스트가 꾸준히 발생했는데, 특히 하늘/바다같은 푸른 배경에서 보라색 컬러 캐스트가 도드라져 보였습니다. 카메라 메뉴 내 보정 옵션에서 제거가 가능한가 살펴봤는데 카메라 보정으로는 어렵고 후보정 작업에서 제거가 필요해 보입니다.
야경 표현
이전에 사용했던 삼양 렌즈들은 공통적으로 야간 장노출 촬영의 빛갈라짐 표현에 좋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날카롭고 선명하게 표현되는 빛갈라짐을 보면 기본적인 해상력 외의 전반적인 광학 설계가 잘 됐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14mm 초광각 렌즈의 경우 특히 풍경과 야경의 촬영 빈도가 높아 야경 표현에도 신경을 쓰게 되는데요, 그래서 조리개 별 빛갈라짐 표현을 비교해 보았습니다.
F8 조리개 값부터 빛갈라짐 형태가 나타나기 시작해 가장 높은 F22에서 가장 크고 선명하게 표현됩니다. 7매의 조리개 날로 구성된 렌즈는 총 14개의 빛갈라짐이 표현됩니다. 초광각 프레임 속이다보니 웬만큼 가깝거나 큰 조명이 아니면 빛갈라짐이 크게 담기진 않지만 그 선명함은 충분히 만족스럽습니다.
F2.8 심도 표현 & 20cm 근접 촬영
단렌즈로서는 아쉽게 느낄 수 있는 F2.8 조리개 값이지만 35mm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에서는 제법 괜찮은 심도 표현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20cm의 근접 촬영 능력을 함께 활용하면 재미있는 이미지를 연출할 수 있죠. 위 이미지가 그 예입니다. 초광각 프레임의 원근감이 근접 촬영에 더해져 익살스러운 인물 표현이 됐죠. 실제 인물을 촬영해도 이런 재미있는 결과물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길에서 만난 고양이를 찍을 때도 F2.8 개방 촬영과 근접 촬영이 재미있는 사진을 만듭니다. 이렇게 보니 초광각에서 F2.8 조리개 값으로도 충분히 얕은 심도 표현이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거기에 주변부 광량 저하가 더해져서 주인공을 더욱 돋보이게 만드는 효과가 있습니다. 주변부 광량 저하는 없는 것이 좋습니다만, 조리개 값에 따른 주변부 표현을 활용할 수 있는 예가 되겠네요.
이 렌즈로 다양한 근접 촬영을 할 수 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종종 재미있는 이미지를 연출할 수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럴 때 4-50cm의 거리를 유지하는 것보다 렌즈에 닿을듯 말듯 가까운 거리에서 셔터를 누르면 훨씬 만족도가 높겠죠. F2.8의 심도 표현 역시 대부분의 상황에서 아쉬움이 없었습니다. 원거리 풍경 촬영에선 심도가 무의미하며, 근접 촬영에선 피사체에 가까이 다가가 심도 표현을 극대화 할 수 있으니까요. 오히려 신경 쓰인 것은 다음 내용입니다.
개방 촬영의 주변부 광량 저하
제가 평소 초광각 렌즈를 즐기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왜곡, 그 다음으로 주변부 광량 저하를 꼽습니다. 특히 최대 개방 촬영에서의 이른바 '주변부 동굴 현상'은 풍경 사진이 주 역할인 이 렌즈의 결과물을 일일이 손봐야 할만큼 신경이 쓰일 때가 많은데요, 이 렌즈도 태생이 초광각 렌즈, 풀프레임 기준 14mm의 아주 넓은 프레임을 갖다 보니 주변부 광량 저하는 필연적입니다. 다만 그것을 얼마나 억제했느냐, 그리고 소프트웨어 보정을 통해 얼마나 해소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죠.
다행히 캐논 EOS R과 캐논 DPP에 주변 조도 보정 옵션이 있어 결과물의 주변부 광량 부족을 상당부분 보충할 수 있습니다. 그 결과도 꽤 만족스러워서 저는 모든 촬영을 이 옵션을 설정해 사용했습니다. 물론 RAW 촬영할 경우 후보정으로 적용도 가능하고요. 아래는 주변 조도 보정 전/후를 비교한 이미지입니다.
촬영 원본을 보면서 작은 카메라 LCD 화면이 아닌 이상 주변부 광량 저하가 그리 눈에 띄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조도 보정 전/후를 비교하니 확실히 그 차이를 알 수 있었습니다. 주변부 광량 저하는 F2.8 최대 개방 촬영에서 가장 심하고 조리개 값이 높아지며 점차 나아지지만 구조의 한계상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습니다. 때문에 카메라의 주변 조도 보정 옵션 또는 후보정 작업을 통한 보완이 필요해 보입니다. 그래도 최대 개방 조리개 값이 F2.8이다보니 F2.0 미만의 조리개 값을 갖는 단렌즈보다 최대 개방 촬영의 주변부 음영이 크게 눈에 띄지는 않습니다.
물론 원본 이미지가 어두울 수록 더 문제가 될 수 있겠죠. 하지만 14mm 초광각 렌즈임을 감안하면 주변부 광량 저하가 크게 신경쓰인 편은 아니었습니다. 이전에 사용했던 RF 15-35mm F2.8L 렌즈와 비슷 또는 조금 더 낫게 느껴졌습니다. 나란히 비교한 결과가 아니라 정확하지 않지만 줌렌즈보다 설계에 이점이 있는 단렌즈의 특성을 따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해상력은 둘의 차이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L 렌즈의 완성도가 높습니다.
주변부 왜곡
마지막으로 가장 걱정되고 신경 쓰였던 왜곡 부분입니다. 이점은 의외로 간단히 해소가 됐어요. 줌렌즈에선 24mm에서도 왜곡이 제법 눈에 띌 때가 있어서 14mm 초광각의 주변부 왜곡은 사실상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원거리 촬영 기준 실제 촬영에 불편함을 느낄 정도는 아니더라고요. 중심부가 볼록한 형태의 왜곡이 다소 눈에 띄긴 하지만 주변 광량 부족과 같이 카메라 보정 옵션으로 상당부분 해소가 되어서 어려움 없이 쓸 수 있었습니다. 위 이미지가 EOS R 카메라의 왜곡 보정 옵션 전/후를 비교한 것입니다.
RAW 촬영본의 경우 DDP에서 왜곡/주변부 광량 저하 등을 모두 제어할 수 있으니 초광각 촬영에서는 RAW 촬영에 의존하게 되더군요. 수평만 잘 맞추면 왜곡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시원시원한 초광각 촬영이 가능했습니다.
적용 전/후를 연속해서 보면 변화가 눈에 띄지만 나란히 옆에 놓고 비교하면 큰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 것은 이 렌즈가 14mm 초광각 렌즈에서 우려되는 왜곡을 잘 억제했다는 이야기가 되겠죠. 오히려 프레임 기준 왼쪽면에 비치는 컬러 캐스트가 더 신경이 쓰였습니다.
다만 피사체가 가까울수록 왜곡을 제어하기 어려워집니다. 기본적으로는 가운데가 볼록한 형태지만 종종 직선을 불규칙하게 표현할 때가 있어 이런 규칙적인 패턴을 촬영할 때는 주의를 해야겠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선 렌즈를 사용하며 기본적인 평가 목록들을 테스트 해 보았습니다. 전반적으로 작은 크기와 가벼운 무게로 만든 렌즈임에도 해상력이 준수하고 많은 사용자가 우려할 수 있는 주변부 광량 저하와 왜곡도 실 촬영에 걱정없는 수준으로 잘 제어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주변부 컬러캐스트는 풍경 촬영 빈도가 높은 14mm 초광각 렌즈에서 약점이 될 수 있겠습니다.
다음 포스팅에선 보름간 삼양 AF 14mm F2.8 RF 렌즈를 사용하며 느낀 소감을 중심으로 렌즈에 대한 총평을 남기도록 하겠습니다.
[ EOS R + 삼양 AF 14mm F2.8 RF로 촬영한 이미지 ]
삼양 AF 14mm F2.8 RF 렌즈 사용 후기 포스팅 전체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