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F 시스템 최초의 써드파티 AF 렌즈, 삼양 AF 14mm F2.8 RF 렌즈의 마지막 사용 후기입니다. 지난 렌즈 소개/첫인상/평가 편에 이어 마지막으로 약 보름간 EOS R과 삼양 AF 14mm F2.8 RF 렌즈를 사용하며 느낀 소감과 느낌을 실제 촬영 예제와 함께 자유롭게 이야기 해보려 합니다. 정확한 테스트보다는 사용하며 느낀 소감이 중심이 될 것입니다.
이 렌즈에 대해 궁금하신 분들은 지난 포스팅에 스펙과 패키지, 특성 및 평가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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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고 시원한, 그래서 여행에 제격인 14mm 초광각 렌즈
어쩔 수 없이 발이 묶여 있지만, 사진 촬영 중 여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제게 그동안 초광각 렌즈는 인연이 없었습니다. 눈처럼 사용했던 35mm 단렌즈와 함께 조금씩 프레임을 다양하게 갖추고는 있었지만, 주로 망원에 해당하는 이야기였고 24mm 이하의 초점거리를 갖는 초광각 렌즈는 넓은 프레임이 제어하기에 어렵고 부담스러웠거든요. 그래서 여행 때에도 24-35mm 내외 광각 초점거리를 유지했는데 이번에 이 렌즈와 함께 짧은 나들이와 한 번의 여행을 함께하며 그 매력을 어느 정도 느껴 보았습니다.
시원시원한 14mm 풍경 사진
35mm 풀프레임에서 14mm 초광각은 광활하다는 말이 꼭 들어맞습니다. 시야가 눈보다 넓은 것은 물론이고 주변부까지 제어하려면 한동안 상당히 까다로울 정도입니다. 특유의 왜곡 때문에 수평 맞추기가 어려워 기운 사진을 찍기 일쑤고요. 하지만 역시 적응에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습니다. 그렇게 적응하고 나면 보기만 해도 시원시원한 초광각 렌즈의 풍경 사진의 매력에 빠지게 되죠.
아래는 14mm 초광각으로 담은 강릉 바다의 풍경들입니다. 워낙에 넓어서 자칫 비슷비슷해질 수도 있지만 이역시 적응하면 자신만의 프레임을 만들 수 있게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좋았던 점 - 일단 다 담고 본다, 구성 걱정 덜한 시원시원한 프레임. 아쉬웠던 점 - 조심하지 않으면 손과 발이 사진에 나올만큼 넓어서 어려워요. |
커다란 건축물 촬영에도 제격
이 렌즈를 받아들고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서울 DDP였습니다. 가까운 곳 중 시원시원한 초광각을 담을만한 장소를 찾다 이곳의 독특하고 거대한 건축물을 떠올렸거든요. 그 중에서도 해가 진 후 밤풍경이 독특한 DDP의 구조를 담기에 제격이라 생각해 야경을 촬영하고 왔습니다.
14mm 초광각의 매력은 풍경보다 오히려 이런 거대한 건축물을 찍을 때 도드라졌습니다. 표준-광각 렌즈로는 담을 수 없던 풍경이 프레임 안에 여유롭게 담기니 그 위력을 실감하게 되더군요. EOS R과 삼양 AF 14mm F2.8 RF 렌즈, 그리고 한 뼘 정도 길이의 미니 삼각대로 단촐한 구성이었지만 24mm 렌즈로 담을 수 없는 DDP 전경을 한 장에 다 담을 수 있었습니다. 건축물이 아름다운 유럽 여행에 초광각 렌즈가 필수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그간 애써 무시하며 여행했지만 경험해보니 인정하게 됩니다. 물론 주변부 왜곡에 대한 호불호가 갈리겠지만요.
좋았던 점 - 일단 다 담고 본다, 구성 걱정 덜한 시원시원한 프레임22 아쉬웠던 점 - 반듯한 건물 그대로 담는 건 어려워요, 그러려면 TS 렌즈를 준비해야겠죠. |
같은 장소지만 이렇게 프레임에 따라 다른 느낌을 연출할 수 있는 것이 사진의 매력 아닐까요, 그리고 14mm 초광각 렌즈는 어떤 순간/지점에서든 담고 싶은 피사체를 부족함 없이 담아주는 넉넉함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간 경험했던 초광각 렌즈의 초점거리가 최대 15, 16mm였는데 14mm는 또 다른 느낌입니다.
아름다운 빛갈라짐으로 표현되는 야경
풍경 촬영은 해가 지면 야경 촬영으로 이어지기 마련입니다. 꼭 자연 속이 아니더라도 도시의 야경 역시 충분히 좋은 피사체가 되고요. 삼양 렌즈들은 그동안 빛갈라짐 표현에서 만족감을 줬고, 이번 AF 14mm F2.8 RF 렌즈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F8부터 표현되는 빛갈라짐은 조리개 값이 높아질 수록 더 크고 선명하게 나타나 야경 촬영에 매력을 더했습니다. 워낙에 넓어서 빛갈라짐 표현까지 작은 것이 아쉬울 뿐이죠.
좋았던 점 - 넓고 예쁘니 야경에 더 바랄 게 있을까요? 아쉬웠던 점 - 빛갈라짐이 참 예쁜데 작아서 잘 안보여요. |
여행 렌즈로서의 매력
앞서 설명한 시원시원한 풍경, 대형 건축물도 문제없는 여유로운 프레임, 아름다운 야경 표현까지. 이것들 모두가 여행용 렌즈로서 갖춰야 할 기본기를 충실히 채우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이 렌즈로 촬영한 강릉처럼 바다가 있는 여행지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죠. 선 자리에서 한 바퀴 돌아야 다 볼 수 있을 것 같은 넓은 백사장도 14mm 초광각으로 다 담을 수 있으니까.
굳이 풍경에 한정하지 않아도,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은 여행지의 풍경을 빠짐없이 담기에 14mm는 부족함이 없고, 결과물은 여름 휴가지처럼 시원시원합니다. 그래서 몇몇 상황을 제외하고는 함께 챙겨간 24-105mm 렌즈를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그간 모르고 지낸 14mm 초광각 프레임이 재미있더라고요. 특히 하늘과 바다의 구분이 모호했던 강릉 밤바다를 담는 순간의 즐거움을 잊을 수 없을 거예요.
독특한 인테리어의 카페, 잘 조성된 공원과 유원지 등 초광각이 제몫을 하는 순간이 꽤 많더군요.
특히 우연히 찾아 들어간 초당 갤러리에서 담은 작은 네모창 밖 풍경, 강릉에 올 때마다 들리는 안목 카페거리 안쪽 벽화 골목을 평소와 다른 프레임으로 담을 수 있어 즐거웠습니다. 처음에는 신경 쓰이는 왜곡도 다이내믹한 연출로 소화하거나 정 안되면 후보정 때 주변부를 잘라내 사용할 생각으로 촬영하니 고민이 한결 줄더군요.
아, EOS R과 함께 챙긴 김에 영상도 간단히 담아봤습니다.
4K 촬영에서 프레임이 좁아지는 EOS R의 한계상 사진 촬영때보단 덜하지만 그래도 시원한 광각의 느낌은 잃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4K 촬영이 주력이라면 좁아지는 화각을 고려해 좁은 실내 촬영에선 이 렌즈와 같은 초광각 렌즈를 챙기는 것이 좋겠더군요. 동영상은 MF로 촬영했는데 경통의 AF/MF 레버를 통해 간편히 제어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근접 촬영 능력이 준수해서 모래사장에 카메라를 세워두고 촬영할 때 유용했습니다.
좋았던 점 - 작고 가벼우니 여행,출사에 챙기기 부담이 없죠. 아쉬웠던 점 - 다녀와서 사진들을 보니 주변부 컬러 캐스트가 신경 쓰이네요. |
F2.8 개방 촬영의 심도 표현
지난 포스팅에서도 소개했지만 14mm 초광각 렌즈임에도 35mm 풀프레임 포맷에서 얕은 심도 연출이 가능했습니다. 위 이미지는 20cm의 근접 촬영 능력을 이용해 고양이를 로우 앵글로 촬영한 것인데, F2.8 최대 개방 촬영의 심도 연출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이런 초광각 렌즈에서 F2.8의 밝은 조리개 값은 심도 표현보다는 빛이 부족한 실내/야간 환경 대응 능력이 더 중요한 포인트지만 기대하지 않았던 배경 흐림 표현이 가능한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물론 F2.8 조리개 값은 단렌즈임을 감안하면 밝은 편은 아니지만 크기와 무게를 작게 유지하면서 초광각 프레임을 갖출 때 합리적인 지점을 찾은 것이라 생각합니다. 실제로 이 렌즈는 종일 촬영을 해도 부담이 없을 정도로 작고 가볍습니다. 그리고 요즘 카메라들이 높은 ISO 감도의 이미지 품질이 워낙 좋다보니 F2.8의 개방 조리개 값으로 인한 어려움은 느끼지 못했습니다.
좋았던 점 - 마, 풀프레임이 이정도다! 아쉬웠던 점 - 고감도 이미지 품질이 좋은 카메라에선 불만이 없지만 EOS R/RP는 바디 내장 손떨림 보정이 없어서.. |
주변부까지 비교적 고른 해상력 / 눈에 띄는 주변부 광량 저하
사실 최근 출시되는 삼양 렌즈들의 '해상력'에 걱정은 하지 않습니다. 대체로 만족스러운, 적어도 '가성비'를 논할 만한 또는 크기 대비 준수하다고 할 수 있는 광학 성능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인데 AF 14mm F2.8 RF 렌즈는 다른 것들보다 조금 더 좋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만큼 제가 초광각 렌즈에 대한 선입견이 컸던 탓도 있겠죠. 중심부 해상력은 F2.8 최대 개방을 제외하면 F4부터 회절 현상 발생 전인 F11까지 균일하게 유지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주변부는 조리개 값에 따른 차이가 조금 눈에 띄었는데 해상력보단 F2.8 최대 개방에서의 주변부 광량 저하와 수차가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하겠습니다. 실제로 소프트웨어 보정을 통해 이 둘을 보완하고 나면 충분히 납득할만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거든요. 물론 초광각 렌즈임을 감안한 평가입니다. 중심부와 비교는 당연 무리죠.
모서리쪽 해상력은 조금 더 그 편차가 있습니다. 당연한 결과겠죠. 극주변부는 F8까지 조리개 갚을 조절해야 샤프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지만 광량이 충분할 때는 F5 내외에서도 괜찮은 결과를 내기도 합니다. 나뭇가지나 잎, 자갈 등의 매우 작은 피사체의 윤곽을 표현하는 데에도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아 렌즈의 광학 성능이 떨어진다기보단 14mm 초광각 렌즈가 갖는 한계에 가깝지 않을까 싶어요.
다만 주로 화면 왼쪽에서 눈에 띄었던 컬러 캐스트는 왜곡이나 광량 저하보다 더 신경이 쓰였습니다. 좌,우 편차가 있다보니 소프트웨어 보정으로 해결하기도 까다로웠고요. 이점은 혹 펌웨어 등의 장치를 통해 해결이 가능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좋았던 점 - 14mm 렌즈가 이정도면 괜찮지 않아요? 아쉬웠던 점 - 해상력보단 주변부 컬러캐스트가 역시.. |
초광각의 매력을 발견할 수 있었던 기회, 삼양 렌즈에 대한 신뢰를 확인했던 경험
2주간 이 렌즈를 사용한 뒤 다른 제품보다 여러 포스팅을 통해, 다양한 방향으로 정보와 소감을 공유하고자 했습니다. 그만큼 맘에 들었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간 '나와 맞지 않아'라고 생각하며 꺼렸던 초광각 렌즈가 제가 사랑하는 '여행'과 이렇게 잘 어울린다는 것을 발견하는 기회였습니다. 다시 또 이 렌즈와 인연이 닿을지 모르겠지만, 이 렌즈를 통해 초광각 렌즈의 가능성 그리고 제 여행을 담을 새로운 프레임을 발견한 것은 분명합니다.
단점이 없지 않습니다만, 휴대성과 가격 그리고 캐논 RF 렌즈군의 종류와 가격을 고려하면 삼양 AF 14mm F2.8 RF 렌즈는 상당한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 EOS R + 삼양 AF 14mm F2.8 RF 렌즈로 촬영한 이미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