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기간 사진 작업을 고집하던 제가 몇몇 계기로 요즘은 영상 작업에 더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아직 밥벌이 할 수준은 안돼서 다른 일들과 병행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요걸로 밥벌이를 하고 싶어요. -일 좀 주세요-
촬영 장비 역시 영상과 사진을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아니 사실 영상쪽에 좀 더 무게를 둔 파나소닉 루믹스 S1으로 최근에 교체했고, 케이지며 매트 박스, 필드 모니터, 팔로우 포커스 등 촬영 장비를 하나씩 공부하며 채워가고 있습니다. 기본 구성만 갖췄는데도 그 묵직함이 꽤 만족스럽습니다. 앞으로 루믹스 S1과 영상 촬영 장비, 세팅 등에 대해서도 포스팅 해보려고 해요.
제가 사용하는 파나소닉 루믹스 S1은 두 개의 메모리카드 슬롯을 채용했는데, 그 중 하나가 차세대 메모리카드 규격인 XQD, CFexpress Type B를 지원합니다. 캐논과 니콘의 고성능 DSLR, 미러리스 카메라를 통해 조금씩 알려지고 있었지만 해당 기기와 인연이 없던 저는 S1을 통해 XQD를 처음 구매했습니다. 기존 SDXC 카드 대비 몇 배나 빠른 속도, 그만큼 비싼 가격으로 저를 놀라게 했는데 이번에 용량 부족을 핑계로 128GB 모델을 알아보던 중에 CFexpress 카드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빠르고 비싼 최신 메모리카드
UHS-II 메모리카드도 비싸서 64GB를 사용했는데 CFexpress의 가격은 그야말로 놀랍습니다. 제가 구매한 상품은 소니의 CFexpress Type B Tough 시리즈로 용량은 128기가입니다. 가격은 정가 기준 278000원, 최저가를 잘 찾으면 PC용 SSD 2TB도 구매할 수 있는 무시무시한 가격입니다. 그나마 가장 저렴하고 접근성 좋은 것이 소니 제품이라 구매했고, 아래가 상품 페이지 링크입니다.
store.sony.co.kr/handler/ViewProduct-Start?productId=31258010
아직 소수지만 차세대 메모리카드인 XQD, CFexpress를 지원하는 제품은 앞으로 늘어날 것입니다. SD카드처럼 널리 대중화되는 것은 불가능하거나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최근 디지털 카메라 시장의 최대 화두인 고화질 동영상 촬영 성능에 맞춰, 그에 걸맞은 전송 속도의 메모리카드의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겠죠. 요즘 가장 큰 화제인 캐논 EOS R5도 8K 동영상 녹화를 위해 CFexpress Type B 카드 슬롯을 탑재했고, 소니의 A7SIII 역시 CFexpress Type A 카드를 지원합니다.
타입 A,B,C?
2017년 발표된 CFexpress 규격은 현재 발표된 소비자용 메모리카드 중 가장 빠른 속도를 자랑합니다. Type A,B,C로 세 가지 형태가 있는데 크기와 속도 등에 차이가 있습니다. 최대 4배까지 속도 차이가 나는 것이 흥미롭네요. 최대 2000MB/s의 속도로 데이터 전송이 가능한 Type B가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고, DSLR/미러리스 카메라에 채용되고 있습니다. 소니A7SIII는 가장 작고 속도가 느린(?) Type A를 채용했고요. 대신 SD 카드와 CFexpress Type A를 모두 사용할 수 있는 구조의 듀얼 슬롯을 채용해 활용도를 높였습니다. Type으로 구분을 뒀지만 동일한 CFexpress 규격이라 소비자가 혼동할 수 있겠다 싶습니다. USB C Gen 1,2 등으로 파편화되는 USB 규격도 그렇고 점점 더 어려워져가네요.
XQD 대신 CFexpress를 구매한 이유
S1에 XQD 카드를 사용하던 제가 CFexpress Type B 카드를 구매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호환이 되면서 속도는 4배 가량 빠르거든요. 루믹스 S1이 펌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CFexpress를 지원하면서 더 빠른 속도의 메모리카드를 사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제조사 발표 기준 속도 차이가 3-4배 가량 나는데 시장 수요의 법칙 때문인지 가격은 128GB CFexpress와 120GB XQD가 3만원밖에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사실상 XQD를 구매해야 할 이유가 없어진 셈이죠. 물론 CFexpress를 지원하지 않는 카메라에서는 XQD를 구매해야겠지만.
동일한 128GB(120GB) 기준 CFexpress Type B, XQD, SDXC USH-II 메모리카드의 가격을 비교한 것입니다. CFexpress의 가격이 SD 카드보다 약 두배 비싼데, 속도 차이가 쓰기 기준 약 열배 가량인 것을 감안하면 수긍이 가기도 합니다. 상대적으로 XQD는 가격 대비 성능이 만족스럽지 못하고요. XQD의 자리를 CFexpress 카드가 빠르게 대체할 것으로 보입니다. S1이 펌웨어 업데이트로 CFexpress 카드를 지원해서 얼마나 다행인지요. 아니었으면 속도가 절반도 안되는 XQD를 CFexpress와 비슷한 가격에 구매해서 사용해야 하니.
사실 S1을 통해 XQD를 처음 접하며 400MB/s의 속도가 놀라웠는데 CFexpress 카드의 속도 최대 1480MB/s는 믿기지 않는 수준입니다. 프로급 외장 SSD 제품보다 빠르고, 웬만한 PC 내장 SSD보다도 전송 속도가 빠르니까요. 4K 4:2:2 10비트 동영상의 비트레이트도 150Mbps인 파나소닉 S1에선 이 CFexpress의 속도 덕을 볼 일도 없지만 그래도 XQD보단 괜히 맘이 놓입니다. 자꾸 보다보니 부담됐던 가격도 수긍하게 되더라고요.
물론 이 메모리카드의 전송 속도를 최대한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전용 리더기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리더기 가격 역시 만만치 않아서 아직은 구매를 망설이고 있습니다. CFexpress와 XQD의 성능 차이를 직접 테스트해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데, 좀 더 고민해봐야겠어요.
외형이 완전히 동일하기 때문에 물리적으로는 두 메모리 카드는 같은 슬롯을 공유하게 됩니다. 소프트웨어 지원에 따라 XQD와 CFexpress 모두를 지원하던지, 한쪽만 지원하던지 나뉘는 것이죠. 이미 발매된 카메라들이 CFexpress를 지원하고 있으니 차후에 나올 카메라가 XQD만 지원할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러므로 이제는 구식이 되어버린 XQD대신 CFexpress를 구매하는 것이 여러모로 좋은 선택인 것 같습니다. -라는 것이 30만원 가까이 하는 메모리카드를 구매한 제 자기합리화입니다. 조만간 두 카드의 속도를 직접 비교해보도록 할게요.
요약
CFexpress와 XQD는 똑같이 생겼다. 같은 슬롯에 들어간다. 하지만 지원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둘의 속도는 매우 크게 차이나지만 의외로 가격 차이는 크지 않다. 그러므로 CFexpress를 사는 것이 이득(?)
웬만한 카메라는 UHS-II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