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로 시작한 사진을 여러모로 활용하게 되고, 직업이 될때쯤 올림푸스 카메라와 인연을 맺게 됐습니다. 그리고 삼 년여의 시간동안 올림푸스 카메라를 주력으로 사용하면서 함께 여행하고 일상을 담았습니다. 제품이나 인터뷰 촬영 등 업무에도 기존 DSLR 카메라 대신 올림푸스 카메라를 사용하면서 다방면으로 미러리스 카메라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함께 시너지를 내 보려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올림푸스 포토그래퍼로서 삼 년여간 블로그엥 올림푸스 카메라와 렌즈에 대한 이야기, 참고가 될 사진과 영상 그리고 제 소감들을 포스팅했습니다.
오늘은 그간의 올림푸스 포토그래퍼 활동을 일단락하며 올림푸스 미러리스 카메라 중 플래그쉽 라인업 제품인 E-M1X을 약 일 년간 사용하며 느낀 제품의 장,단점을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제 촬영의 주 목적인 여행에서 그동안 사용했던 수많은 카메라보다 만족스러운 면이 많았고, 그간 제가 가지고 있었던 미러리스 카메라 그리고 마이크로포서드 포맷에 대한 선입견을 깰만한 성능과 디테일을 갖췄거든요.
1. 사양
- 2040만 유효 화소
- 1/8000 - 60초 셔터속도 | 벌브 지원
- ISO 200 - 6400 | 확장 감도 ISO 64,100,12800,25600 지원
- 하이 스피드 이매저 AF | 위상차 + 콘트라스트 AF 하이브리드 방식
- 딥 러닝 기반 인공지능 피사체 인식 AF
- 15fps 연속 촬영 | 전자 셔터 사용시 최대 60fps
- 7EV 성능의 5축 손떨림 보정 | 싱크 IS를 사용할 경우 최대 7.5EV (12-100M.Zuiko Digital ED 12-100mm F4.0 PRO)
- 236만 화소 전자식 뷰파인더 | 시야율 약 100%, 배율 최대 1.65X
- 3인치 104만 화소 스위블 디스플레이
- 3840 x 2160 30p 4K 동영상 촬영 | 4096 x 2160 24p C4K 지원
- OM-LOG400 픽쳐 모드 탑재
- GPS (GLONASS, QZSS) / 나침반 / 압력계 / 온도 센서 / 가속 센서 내장
- BLH-1 리튬 이온 배터리 2개 | 약 870매 촬영
- 듀얼 메모리 카드 슬롯 | UHS-II 대응
- USB Type C 충전 지원 (100W USB PD)
- Wi-Fi / 블루투스
- 방진 방적 설계
- 144.4 x 146.8 x 75.4 mm
- 849g (본체) | 997g (배터리, 메모리 카드 각 2개 포함)
2040만 화소 이미지 센서를 탑재했습니다. 마이크로 포서드 시스템에서는 표준처럼 되어버린 화소지만 2년 전 출시한 E-M1 Mark II와 동일한 화소의 이미지 센서를 탑재해 아쉬움을 샀죠. 셔터 속도와 ISO 감도 지원, 121 포인트의 하이브리드 AF 시스템 역시 동일합니다. 하지만 2년의 간격만큼 나은 요소들도 있습니다. 딥 러닝 기술이 적용된 피사체 인식 AF는 동체 추적을 포함한 AF 성능 전반을 크게 향상 시켰고, 올림푸스 카메라의 최대 강점인 5축 손떨림 보정 장치 역시 7.0EV까지 성능을 더 끌어 올렸습니다. 6.5EV 성능의 E-M1 Mark II와 동시에 사용하니 사진에서는 그 차이가 크게 체감되지 않았지마 4K 동영상 촬영에서 카메라를 신뢰하고 촬영할 수 있게 됐어요. 현재는 E-M1 Mark II에도 적용됐지만 OM-LOG400 탑재로 전문적인 영상 작업의 가능성을 보여줬습니다.
여행용 카메라로서는 GPS와 필드 센서를 내장한 것이 장점입니다. 촬영 위치를 이미지에 실시간으로 기록할 수 있거든요. 제가 원하던 기능이었습니다.
2. 디자인
캐논과 니콘의 플래그쉽 DSLR 카메라에서 보던 세로그립 일체형 디자인이 올림푸스 미러리스 카메라에 적용됐습니다. 줄곧 경박단소를 시스템의 장점으로 내세운 기존 행보와는 상반되는 면이 있지만 AF 및 이미지 처리 속도, 세로 촬영 편의성, 전원 운용 능력 등을 고려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JJzc2E-4KzA&feature=emb_title
생소한 모양입니다만, 여전히 이 카메라는 누가 보더라도 '올림푸스 OM-D 카메라'입니다. 세로그립부를 제외하면 E-M1 Mark II와 상당히 유사하거든요. 특이점은 역시나 크기와 무게인데, 그동안 PEN-F, E-PL9 등 컴팩트 시리즈를 주로 사용했던 제가 E-M1X을 쥐었을 때 느낀 크기와 무게의 위압감은 제법 컸습니다.
단순히 E-M1 Mark II에 세로그립을 붙인 형태라 생각했지만 일체형 구조를 갖게 되면서 얻은 공간의 여유를 활용했습니다. 전반적인 버튼/다이얼 배치는 동일하지만 스틱 형태의 멀티 셀렉터가 추가돼 촬영 중 AF 포인터 위치를 빠르게 변경할 수 있게 됐습니다. 가로/세로 촬영에 모두 활용할 수 있도록 두 개의 멀티 셀렉터가 배치됐습니다.
배터리는 E-M1 Mark II와 동일한 BLH-1 두 개를 한 번에 수납합니다. 배터리를 한 개만 넣어도 정상 동작이 되는 것이 좋지만 배터리 잔량이 통합으로 표시되지 않고 개별로 확인되는 점은 배터리 관리에 번거로운 요소입니다.
USB 충전이 올림푸스 카메라 최초로 적용됐습니다. USB C 케이블을 통해 카메라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는 점이 여행이나 장기간 출사에서 무척 편리합니다. 노트북과 스마트폰, 카메라까지 하나의 포트로 모두 관리할 수 있는 편의성을 만끽했어요.
3. 핸드 헬드 고해상도 촬영
기존 삼각대 고해상도 촬영 기능에 핸드헬드 고해상도 기능이 추가돼 두 가지의 고해상도 촬영이 가능해졌습니다. 기존 고해상도 촬영 모드가 센서를 미세하게 움직이며 8장의 이미지를 연속 촬영/합성해 대형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방식이라면 핸드 헬드 고해상도 촬영 모드는 그보다 많은 16장의 이미지를 촬영해 합성하는 방식입니다. 기존 제품보다 향상된 손떨림 보정 장치 덕분에 사용자가 카메라를 들고 있을 때 발생하는 미세한 움직임을 보정하면서 다중 촬영이 가능해지게 된 것이죠.
두 기능의 차이라면, 핸드 헬드 촬영은 JPG와 RAW 모두 8160x6120 해상도의 5000만 화소로 기록되지만, 삼각대 고해상도 촬영 이미지는 RAW 데이터가 10368x7776의 8000만 화소로 기록됩니다. 이 RAW 파일을 올림푸스 워크스페이스 등 편집 프로그램을 이용해 JPG 이미지로 변환하면 8000만 화소의 결과물을 얻을 수 있죠.
E-M1X의 핸드 헬드 고해상도 촬영 기능으로 카메라를 고정할 장치가 없는 환경에서 비교적 손쉽게 고해상도 이미지를 얻을 수 있게 됐습니다. 이 기능을 특히 좋아하는 것이, 삼각대 반입이 금지된 전망대에서도 고해상도 이미지를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해상도가 큰 것뿐 아니라 샤프니스와 계조 등 전반적인 이미지 품질이 2000만 화소 일반 촬영보다 좋다는 느낌을 자주 받아서 즐겨 사용하고 있어요.
https://mistyfriday.tistory.com/3436?category=721094
4. 7.0ev 손떨림 보정
여행용 카메라로 사용하기에 올림푸스 E-M1X는 사실 크고 무겁습니다만, 빛이 부족한 야경과 실내 촬영 빈도가 높을 경우 강력한 5축 손떨림 보정 장치가 탑재된 이 카메라에 더욱 의지하게 되죠. 그동안 사용한 올림푸스 카메라는 물론, 마이크로 포서드 시스템의 공통적인 단점으로 높은 ISO 감도에서의 이미지 품질이 꼽히는데, 손떨림 보정 장치는 충분한 셔터 속도 확보를 통해 낮은 ISO 감도를 설정할 수 있어 결과물의 품질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옵니다.
여행 중 F1.2의 밝은 초점거리 그리고 2초 내외의 긴 셔터 속도에도 흔들림을 효과적으로 보정하는 E-M1X의 IS를 활용해 밤에도 ISO 400 미만의 저감도를 설정할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전과 달리 고감도 노이즈 때문에 결과물이 아쉬운 것은 없습니다. 그동안 높은 ISO 감도에서 노이즈가 얼마나 적은지에만 관심이 있었는데, 우수한 손떨림 보정 장치가 이를 충분히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위 두 장의 사진은 동일한 환경에서 촬영한 것입니다. 위 이미지는 E-M1X의 손떨림 F4 보정 장치에 의지해 셔터 속도를 1/4초로 설정하고, 조리개는 F4, ISO 감도를 ISO 400으로 설정했습니다. 야간 촬영에서 낮은 감도를 설정할 수 있는 것이 결과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죠. E-M1X의 손떨림 보정 장치의 장점이 가장 잘 드러나는 부분입니다. 만약 F1.2 조리개 값을 갖는 PRO 단렌즈를 사용한다면 더 낮은 감도, 여유로운 셔터 속도를 설정할 수 있겠습니다.
https://mistyfriday.tistory.com/3469?category=721094
5. 내장 GPS
E-M1X를 여행용 카메라로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내장 GPS입니다. 촬영한 장소의 위치 데이터를 이미지에 기록하기 때문에 여행 사진을 정리하고 추억을 복기하는 즐거움이 더 큽니다. 사람에 따라 그 중요도는 다르겠지만 내가 여행한 장소들을 상세히 기록, 기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저는 매우 좋아합니다.
행은 사람이 한다지만, 어디까지나 장소를 중심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내가 머문 장소들을 기억하는 것은 어떤 여행자에게나 큰 바람이고 숙제일 것입니다. 여행 사진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GPS 그리고 지오태깅이 중요할 테고요. 그런 면에서 저는 여행 카메라로 이 크고 무겁고 비싼 E-M1X를 추천할 수 있습니다. 배터리 소모가 많지만 그만큼 많은 배터리를 수납할 수 있고, 별 다른 노력 없이 내가 사랑한 장소들을 표시해 줍니다.
GPS 정보 외에도 고도와 방향에 대한 정보가 이미지 내에 포함돼 있습니다. GPS 좌표와 함께 전망대, 언덕의 높이까지 기록돼 있는 것이 정말 좋더군요. 게다가 촬영하는 시점이 어떤 방향인지도 알 수 있으니 다시 찾아가 같은 장면을 촬영하는 데 부족함이 없습니다. 여행 카메라로 이만큼 매력적인 기능이 또 있을까요.
https://mistyfriday.tistory.com/3444?category=721094
6. 4K 동영상 & OM-LOG400
일반 4K 동영상 촬영보다 화질이 뛰어난 C4K 포맷과 픽쳐 모드를 함께 활용하면 영화같은 느낌의 고화질 영상을 얻을 수 있는 점이 만족스러웠습니다. E-M1X는 여기에 OM-LOG400이라는 장치가 추가돼 전문 영상 작업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줬죠. 실제로 E-M1X로 단편 영화를 촬영한 프로모션 영상도 있더군요.
4K 영상 작업용으로 E-M1 Mark II를 선택하면서 가장 큰 아쉬움으로 꼽은 것이 바로 LOG의 부재였는데 E-M1X에서 OM-LOG400를 통해 해소가 됐습니다. 대부분의 영상 촬영 성능이 E-M1 Mark II와 동일하지만 영상 작업용으로 E-M1X를 E-M1 Mark II보다 높게 평가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OM-LOG400은 흡사 HDR 영상과 같은 넓은 다이내믹 레인지가 특징입니다. 대비가 적어 이미지가 전체적으로 흐리고 심심한 느낌을 주지만, 이는 편집 프로그램에서 조정할 수 있습니다. 노출과 컬러 등을 보정할 때 명/암부 데이터 손실이 없고, 그 결과 눈에 보이는 것과 비슷한 영상을 만들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죠.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OM-LOG400은 ISO 감도가 400으로 고정되기 때문에 일반 촬영과 Flat 픽쳐 모드보다 기본적으로 노이즈가 많습니다. 깔끔한 결과물이 우선이라면 차라리 픽쳐 모드를 해제하고 조명을 최적화하는 것이 낫겠죠. 감도가 높아 밝은 야외 촬영에 제약이 있기도 합니다. 그래도 시네마 4K와 OM-LOG400의 조합은 어느 장소에서나 영화같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어서 E-M1 Mark II보다 훨씬 만족스럽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vRMA20-AisA
https://www.youtube.com/watch?v=L2M88qqWDLs
https://mistyfriday.tistory.com/3418?category=721094
7. 크기와 무게
이런 장점들에도 불구하고 여행용으로 사용하기에 E-M1X는 역시나 너무 크고 무겁습니다. 렌즈를 제외한 본체 무게만 1kg에 육박하고, 이것은 여행용 카메라, 렌즈 조합인 E-M5 Mark III와 14-150mm F4-5.6를 합친 것보다 무거운 수준입니다. 크고 무거운 만큼 더 좋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많고, 배터리 용량 역시 넉넉하지만 종일 카메라를 휴대하니 어깨가 아프더군요. 내장 GPS와 핸드 헬드 고해상도 촬영 기능 정도만 추가해서 E-M5 Mark III 정도 크기와 무게로 만들면 더 바랄 게 없겠죠.
8. 고감도 이미지 품질
E-M1X와 E-M1 Mark II의 감도별 이미지를 비교해 보았습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E-M1X가 ISO 64로 더 낮은 확장 감도를 지원하는 것. 확장 감도니만큼 ISO100,200과 품질 자체는 크게 차이나지 않지만, 야외에서 개방 촬영을 진행할 때 노출 과다로 인한 실패를 방지합니다.전반적인 감도별 이미지 패턴은 두 카메라가 큰 차이가 없습니다. 2년만에 발표된 신제품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아쉬울 수 있는 결과죠. 두 카메라는 동일한 이미지 센서와 프로세서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E-M1X는 TruePic VIII 이미지 프로세서를 두 개 탑재해 속도와 결과물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 핵심이죠.
다만 여전히 높은 ISO에서의 이미지 품질이 아쉬운 것이 사실입니다. 어쩌면 35mm 풀 프레임 포맷보다 이미지 센서가 작은 마이크로 포서드의 한계일 수 있겠죠. 얕은 심도 표현은 F1.2 렌즈를 사용해 가능하지만 높은 ISO에서 색이 왜곡되고 노이즈가 생기는 것은 아쉽습니다. 같은 마이크로포서드 진영의 파나소닉이 풀 프레임 카메라를 출시한 것을 보면 올림푸스 카메라의 추후 행보에도 기대를 하게 됩니다만.
멋진 여행과 소박하지만 소중한 일상, 놀랄만한 순간들에 올림푸스 카메라가 함께했습니다. 아직 많은 분들이 그 매력을 모르지만 묵묵히 자기 길을 가는 멋진 시스템, 제품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루빨리 코로나19가 종식되어 다시 함께 여행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