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푸스 OM-D E-M1 Mark II를 4K 동영상 촬영에 적극 활용하기 위해, 동영상 촬영 메뉴와 각종 설정들을 숙지하고 있습니다. 3840 x 2160 4K 해상도의 압도적인 선명함은 Full HD와 차별화되는 만족감을 안기지만 최근에는 스마트폰과 컴팩트 카메라, 엔트리급 미러리스 카메라에서도 4K 촬영을 지원하기 때문에 고해상도 이상의 그 무엇이 필요하죠. 당장 올림푸스 엔트리급 미러리스 카메라 E-PL9과 OM-D E-M10 Mark III 역시 4K 동영상 촬영을 지원하니까요.
하지만 E-M1 Mark II의 4K 동영상 촬영은 화질과 성능, 기능 지원 등 모든 면에서 분명히 그들보다 낫습니다. 동영상 촬영 설정을 최적화하고 특화 기능들을 활용하면 상당한 수준의 작업이 가능하죠. 그래서 이번 포스팅에서는 E-M1 Mark II의 4K 동영상을 십분 활용할 수 있는 설정과 팁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시네마 스탠다드 4K 포맷(C4K)
E-M1 Mark II의 동영상 촬영 모드의 ‘화질’ 설정을 살펴보면 4K 해상도 외에 C4K 옵션이 있습니다. 영화 촬영에 활용되는 시네마 4K 포맷인데, 3840x2160 해상도의16:9 포맷 영상보다 가로로 더 넓은 4096x2160 17:9 비율의 영상이 촬영됩니다.
일반적인 16:9 비율과 달라 작업에 오히려 불편할 수 있지만 이 C4K 설정의 장점은 일반 4K 동영상 촬영보다 높은 237Mbps의 높은 비트레이트로 영상이 촬영된다는 것입니다. 그만큼 많은 데이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E-M1 Mark II의 동영상 화질 설정 중 가장 뛰어난 결과물을 얻을 수 있습니다. 4K 동영상의 장점인 선명한 묘사를 극대화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물론 한계도 있습니다. 시네마 포맷인 만큼 초당 프레임 수가 24fps로 제한됩니다. 일반 4K 동영상은 30fps를 지원하니 보다 부드러운 움직임으로 영상을 담고자 할 때는 이것이 제약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저는 지극히 사실적인 30p 영상보다는 24p 영상 특유의 느낌을 좋아해서 대부분 C4K 포맷으로 촬영하고 있습니다.
기존에 E-M1 Mark II의 C4K 설정으로 촬영한 영상 샘플과 화질 비교 등은 이전 싱가포르 여행 때 촬영한 것이 있으니 궁금하신 분들은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관련 포스팅]
4K 동영상으로 기록한 싱가포르 여행의 순간들 (올림푸스 OM-D E-M1 Mark II)
FLAT 모드 (Picture mode)
동영상 촬영 성능을 강화한 카메라들은 컬러 그레이딩 등 원활한 영상 후보정 작업을 위해 자사의 Log를 탑재하고 있습니다. 파나소닉의 GH 시리즈, 소니의 A7S 시리즈 등이 동영상 작업에 각광받는 이유들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올림푸스 카메라 중에서는 가장 최근 발표된 E-M1X가 OM-LOG를 새롭게 탑재해 전문 영상 작업에 대응하고 있죠.
아쉽게도 2년 전 출시한 E-M1 Mark II는 OM-LOG가 탑재되지 않았습니다. 대신 동영상 촬영 전용 픽쳐 모드인 FLAT 모드가 있습니다. 올림푸스에서 이 부분을 강조하지 않아서 저는 최근에 알게 됐는데, OM-LOG의 성능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섀도우와 하이라이트를 보정해 더 넓은 다이내믹 레인지로 장면을 촬영합니다. 올림푸스 카메라를 동영상 작업에 사용하고 있는 비디오그래퍼들의 컨텐츠를 보니 FLAT 픽쳐 모드 설정에 이미지 커브값을 조절해 다이내믹 레인지 표현을 더 넓히는 것을 추천하고 있더군요. 저도 커브 설정에서 섀도우 +5, 하이라이트 -5 값을 설정해 촬영하고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LVMFxe0ABd8
본격적인 촬영 전 FLAT 픽쳐 모드의 차이를 테스트하기 위해 동일한 장면을 촬영해 비교해 보았습니다. 동영상 촬영 메뉴에서 픽쳐모드 ON/OFF로 설정/해제할 수 있는데, 일반 촬영에 비해 암부가 더 밝고 하이라이트의 화이트홀을 감소시키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림자 부분의 질감이 되살아나고, 강한 햇빛에 손실된 명부 역시 보존됩니다. 때문에 이 자체로는 영상이 흐리멍텅하고 심심해 보이지만 후보정 작업을 할 때 데이터 손실이 적고 컬러를 적용하기 용이합니다.
FLAT 픽쳐 모드를 사용하지 않은 영상은 명/암 대비가 강해 암부를 밝게 하면 하이라이트가 손실되고, 명부 화이트 홀에 맞춰 노출을 보정하면 화면이 전체적으로 어두워지는데 FLAT 모드가 더 좋은 결과물을 안겨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물론 필히 후보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손은 좀 더 가겠지만, 결과물의 품질만을 생각하면 FLAT 픽쳐 모드를 사용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더 좋은 방법은 올림푸스가 펌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OM-LOG를 E-M1 Mark II에 적용해 주는 것이겠죠. -라지만 그럴 리가 없습니다-
동일한 환경에서 촬영한 픽쳐 모드 비교를 하나 더 첨부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9JGC2yMyTWY
후보정의 용이성 등 장점이 많지만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명/암부 표현을 소프트웨어 방식으로 끌어올리기 때문에 일반 촬영에 비해 노이즈가 많습니다. 필름라이크한 노이즈가 시네마 포맷 영상에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깔끔함이 떨어지는 것은 확실하니 사용 전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역시 영상 편집을 목적으로 한다면 픽쳐 모드의 장점이 너무나도 확실하고 큽니다. 일반 촬영에 비해 명/암부 디테일이 잘 보존돼 있기 때문에 노출과 컬러 등을 보정할 때 비교할 수 없는 관용도를 갖는 것이죠. 얼마 전 강릉에서 V-LOG 콘셉트로 클립들을 찍어 보았는데, 일반 촬영이었으면 화이트 홀로 데이터가 대부분 소실됐을 파란 하늘이 편집 작업에서 온전히 살아나고, 명/암 차이가 큰 풍경에서도 눈에 보이는 것과 비슷한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어서 만족스러웠습니다.
특히나 파이널 컷 프로 X의 컬러 휠로 컬러를 만지다 보면 마치 RAW 파일을 편집하는 것만 같은 즐거움을 느끼게 됩니다. OM-LOG를 탑재한 E-M1X는 이보다 더 넓은 다이내믹 레인지로 동영상을 촬영할 수 있을테니 결과물 역시 더 좋겠지만, E-M1 Mark II 역시 픽쳐 모드와 커브 설정을 적절히 활용하면 그 못지 않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겠습니다.
아래는 픽쳐 모드를 적용한 동영상 원본과 간단한 컬러그레이딩 적용 예시를 담은 영상입니다. 간단한 작업만으로도 기대 이상의 품질을 보여줬습니다. 일반 촬영과는 확실한 차이가 느껴지고요.
https://www.youtube.com/watch?v=1x7-ODHyXSQ
그동안 4K 동영상 촬영이 가능하다는 것 외에는 타사의 LOG 탑재 카메라에 비해 내세울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픽쳐 모드는 그 아쉬움을 상당 부분 해소해 줄 만큼 만족스럽습니다. 올해는 사진과 함께 동영상도 적극적으로 촬영하고 활용해보기로 결정하면서 E-M1 Mark II를 선택했는데, 괜찮은 선택이었던 것 같네요. 동영상 성능이 더 좋아졌다는 E-M1X와도 비교해 보고 싶습니다.
E-M1 Mark II 사용자분들은 C4K와 픽쳐 모드를 설정해 영상을 촬영해 보세요. 영화처럼 근사하게 일상과 여행을 담을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