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년만에 보는 교토의 고즈넉한 거리, 고베의 화려한 야경. 가볍게 떠난 여행이라 장비는 많이 챙기지 않았지만 멋진 풍경을 보니 욕심이 나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특히 야경 촬영은 셔터 속도 확보와 ISO 감도 설정이 까다로워 카메라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이 어려움을 많이 겪는데요, 그래서 어렵지 않게 만족할 만한 야경 사진/영상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촬영 장면은 고베항의 야경이며 카메라는 올림푸스 미러리스 카메라 PEN-F입니다. 카메라에 대한 지식이 많지 않은 분들을 위한 TMI 포스팅이 될 수 있음을 미리 밝혀 둡니다.
1. 광각 렌즈의 광활한 프레임
취향에 따라 갈리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야경 촬영에선 넓은 화각의 광각 렌즈가 환영 받습니다. 그래서 여행 중 풍경과 야경 촬영 비중이 많다면 광각 내지 초광각 렌즈를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보다 넓은 프레임에 멋진 야경을 광활하게 담는 것만으로 일단 사진이 그럴듯해집니다.
올림푸스 카메라 사용자라면 12mm F2 단렌즈가 좋은 선택입니다. 눈에 보이는 것보다 훨씬 넓은 광각 렌즈이면서 재킷 주머니에 넣고 다니기에도 부담 없을 정도로 작고 가볍습니다. 조금 더 욕심을 부리면 7-14mm F2.8 PRO 렌즈가 있습니다. 12mm 보다 훨씬 넓은 7mm 프레임은 웬만한 풍경은 남김 없이 담을 수 있을 정도로 광활합니다. 다만 그만큼 렌즈가 크고 무거워집니다.
- 12mm F2 렌즈의 주변부 왜곡 -
- 구도에 따른 주변부 왜곡 차이 -
광각 렌즈의 장점이자 단점은 주변부 왜곡입니다. 이 왜곡이 이미지를 더 광활하게 느껴지도록 하지만 그만큼 프레임을 구성하기가 까다롭습니다. 그리고 이 왜곡은 대체로 프레임이 넓어질수록 더 심해집니다. 전면에 있는 장면을 촬영할 경우 지면과 카메라의 각도가 직각을 이룰 때 가장 왜곡 없는 이미지를 얻을 수 있고, 벗어날 수록 왜곡이 심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를 적절히 활용하면 나무나 건축물 등이 휘어 있는 다이내믹한 구도를 설정할 수 있죠.
개인적으로는 주변부 왜곡을 좋아하지 않아서 12mm F2 렌즈로 촬영하고 이미지 편집 프로그램을 통해 보정합니다.
2. 장노출 사진 촬영
- F2, 1/60초 촬영 -
- F9, 10초 촬영 -
3. 타임랩스 동영상
준비물 : 삼각대, 잡생각(음악)
타임랩스는 눈 앞의 아름다운 야경을 영상으로 담는 방법입니다. 일반 동영상에 비해 시간의 변화를 짧게 압축해 담을 수 있는 매력이 있습니다. 장노출 촬영보다 더 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삼각대 그리고 기다림을 채워줄 잡생각이 필요합니다. 좋아하는 음악을 몇 곡 준비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준비 과정은 비슷합니다. 카메라를 삼각대에 고정한 뒤 구도를 설정합니다. 그 후 사진을 촬영할 때와 같이 조리개 값과 ISO 감도, 셔터 속도 등을 조절합니다. 장노출 때와 같은 값을 사용해도 좋지만 그럼 수백 장의 이미지를 촬영하는 시간이 한 없이 길어지니 길어도 1초를 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그 후에는 카메라의 타임랩스 촬영 기능을 선택한 뒤 각 설정값을 조절합니다. 촬영할 이미지의 총 수와 각 촬영 사이의 간격이 주된 내용입니다. 촬영한 이미지를 24fps 동영상으로 제작할 경우 24매의 이미지가 1초가 되는 것으로 계산하면 편합니다. 240장을 찍으면 약 10초의 타임랩스 동영상을 만들 수 있겠죠. 제법 긴 시간이 필요한 촬영입니다.
올림푸스 카메라의 타임랩스 기능에 대한 이전 포스팅을 참고하시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압축의 미학, 올림푸스 E-M1 Mark II의 인터벌 촬영 & 타임랩스 무비
설정이 끝난 뒤 다시 한 번 구도를 확인한 뒤 촬영을 시작합니다. 이 때 촬영 환경의 변화와 피사체 이동 등에 따라 초점이 어긋날 수 있으니 촬영 전 수동으로 포커스를 지정하면 실패 확률이 줄어듭니다.
이렇게 촬영한 사진을 카메라에서 바로 타임랩스 영상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올림푸스 타임랩스 촬영 기능이 촬영 후 동영상 제작을 지원하는 덕분인데, 해상도에 따라 프레임 수에 제약이 있는 점이 아쉽습니다.
그래서 저는 촬영 이미지의 컬러와 노출, 대비 등을 이미지 편집 소프트웨어로 일괄 보정한 뒤 영상 편집 소프트웨어로 직접 타임랩스 영상을 만드는 방법을 주로 사용합니다. 별로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습니다.
가장 먼저 라이트룸 등의 편집 프로그램으로 이미지를 보정합니다. 보정 설정 복사/붙여넣기를 이용하면 수백 장의 이미지를 일괄 보정할 수 있습니다. 이 때 이미지 비율과 크기를 제작할 동영상에 맞춰 4K 또는 Full 해상도로 설정해 저장하면 영상 제작이 더욱 편합니다.
다음으로 동영상 편집 프로그램에서 24fps의 새 프로젝트를 만들고 전체 이미지를 타임라인에 끌어다 놓습니다. 이미지를 전체 선택한 뒤 재생 간격을 조절하면 손쉽게 만들 수 있습니다. 파이널컷 프로 X에서는 각 이미지의 재생 간격을 1로 설정하면 24fps으로 재생됩니다. 2로 설정하면 이보다 두 배 느린 약 12fps로 재생이 되겠죠. 시간은 두 배로 늘어나고요.
이 날 촬영한 고베 야경 타임랩스 영상은 3초 간격으로 촬영한 160장의 이미지로 만든 것입니다. 촬영에는 약 십 분 정도가 소요됐는데 24fps 영상으로 제작하니 약 6.5초에 불과하네요. 같은 영상을 12fps/24fps로 만들어 비교해 보니 시간의 아쉬움이 더 큽니다. 다음 여행에선 조금 더 여유를 갖고 3-400장쯤 찍어 영상을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광각 렌즈의 광활한 프레임 속 야경을 선명하고 아름다운 장노출 사진으로, 수백 장의 이미지로 만든 환상적인 타임랩스 영상으로. 이 정도만 알고 가도 여행의 밤이 더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을 것입니다. 저도 무척 좋아하는 촬영들이라 함께 즐기고 싶어 포스팅으로 남겨 보았습니다. 다음 여행에서도 아름다운 장면을 담아올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