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1 Mark II와 함께 영상과 사진을 찍을 렌즈로 25mm F1.2 PRO 단렌즈를 추가로 영입했습니다. 그동안 17mm F1.2 PRO 렌즈를 주력으로 사용했지만 이제 두 개의 단렌즈를 상황/목적에 맞게 사용하려고 합니다. 두 렌즈는 올림푸스의 고급 렌즈 라인업인 PRO 시리즈이며 줌렌즈보다 조리개 값과 이미지 품질에서 상대적 우위에 있는 단렌즈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35mm 환산 초점거리가 약 34mm, 50mm로 현재까지는 해당 프레임에서 올림푸스 사용자가 선택할 수 있는 최고의 렌즈입니다.
하지만 두 렌즈의 프레임이 큰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에 두 렌즈를 모두 구매하는 것은 가격 대비 효율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저 역시 동의하고요. 차라리 17mm F1.2 PRO 렌즈와 망원 줌렌즈 40-150mm F2.8 PRO 렌즈, 또는 25mm F1.2 PRO 렌즈에 초광각 줌렌즈 7-14mm F2.8 PRO 렌즈로 구성하는 것이 더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겠죠. 단렌즈를 고집한다면 17mm F1.2 PRO, 45mm F1.2 PRO라는 선택지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저는 두 렌즈 각각의 분명한 매력 중 한쪽을 선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두 렌즈를 비교하며 제 촬영에 맞는 렌즈를 결정하려고 합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두 렌즈의 사양을 비교하고, 가장 기본적인 차이인 프레임과 심도 표현 그리고 대략적인 광학 특성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1. 사양 비교
M.ZUIKO DIGITAL ED 25mm F1.2 PRO vs M.ZUIKO DIGITAL ED 25mm F1.2 PRO
초점거리 : 17mm / 25mm (35mm 환산 약 34mm / 50mm)
렌즈 구성 : 11군 15매 / 14군 19매
조리개 값 : F1.2 - F16 (동일)
최단 촬영거리 : 20cm / 30cm
최대 촬영 배율 : 0.15배 / 0.11배
조리개 매 수 : 9매 (동일)
필터 규격 : 62mm (동일)
방진 방적 설계 (동일)
크기 : 68.2 x 87mm / 70 x 87mm
무게 : 390g / 410g
두 렌즈의 외형은 매우 비슷합니다. 크기와 무게가 대동소이하며 필터 규격은 62mm로 동일해서 제법 많은 올림푸스 제품을 사용한 저도 두 렌즈를 번갈아 사용할 때 눈에 보이는 외형이나 손에 쥐는 느낌만으로는 쉽게 구별하기 어렵습니다. 이는 또 하나의 45mm F1.2 PRO 렌즈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F1.2 PRO 단렌즈 3종이 완벽에 가까운 패밀리 룩을 이룬 것이 흥미롭죠.
사양 역시 광각/표준 초점거리를 갖는 두 렌즈의 구조적인 차이 외에는 대부분 같습니다. 광각 렌즈인 17mm F1.2 PRO가 더 짧은 거리에서 촬영이 가능한 정도입니다.
외형이 거의 같다보니 카메라에 마운트 한 모습을 비교할 필요가 없는 수준입니다. 위 사진은 E-M1 Mark II에 25mm F1.2 PRO 렌즈를 마운트 한 것입니다. 위 사진에 재미있는 것이 있다면 렌즈 후드가 17mm F1.2 PRO용입니다. 두 렌즈는 후드를 공유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것은 단순히 장착이 가능하다는 것으로 25mm F1.2 PRO 렌즈의 후드를 광각 렌즈인 17mm F1.2 PRO에 장착할 경우 후드가 프레임을 방해할 수 있습니다.
어쨌든 이 정도로 모양새가 비슷하니 렌즈의 외형은 두 렌즈를 비교하거나 어느 한 쪽을 선택할 때 전혀 고려 대상이 되지 못합니다. 20g의 무게 차이가 크게 느껴지는 분들을 제외하면 말이죠.
1. 화각(프레임) 비교
- 17mm F1.2 PRO(왼쪽), 25mm F1.2 PRO(오른쪽) 화각 및 심도 비교 -
두 렌즈의 본질적인 차이는 '프레임'입니다. 35mm 환산 약 34mm의 초점거리를 갖는 17mm F1.2 PRO 렌즈는 광각 렌즈, 환산 약 50mm 초점거리인 25mm F1.2 PRO 렌즈는 표준 렌즈의 성향을 보입니다. 흔히 눈에 보이는 것보다 넓게 찍히는가/비슷하게 찍히는가로 비교하는데 때문에 광각 렌즈는 풍경과 건축물 등에, 표준 렌즈는 인물/정물을 중심으로 다양한 촬영에 전천후로 활용됩니다.
위 사진은 동일한 위치에서 17mm F1.2 PRO, 25mm F1.2 PRO 렌즈로 촬영한 이미지입니다. 두 렌즈의 프레임 차이과 그에 따른 심도 표현, 왜곡 등의 광학 특성 등을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 17mm F1.2 PRO 촬영 -
- 25mm F1.2 PRO 촬영 -
17mm에 비해 25mm 렌즈의 클로즈업 효과가 뛰어난 것은 당연합니다. 단순히 피사체를 가까이 당겨찍는 것 외에도 배경을 보다 간결하게 표현하고 같은 조리개 값에서 보다 얕은 심도가 표현된다는 점이 큰 차이입니다. 직접 비교해 보기 전에는 17mm/25mm의 프레임 차이는 촬영 거리를 조절함으로 충분히 상쇄가 가능하다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보니 그것으로 메울 수 없는 원천적인 표현의 차이가 있네요.
- 17mm F1.2 PRO(왼쪽), 25mm F1.2 PRO(오른쪽) 심도 및 배경 압축 효과 비교 -
촬영 거리를 조절해 주 피사체를 같은 크기로 배치해 보았습니다. 동일한 프레임에서 두 렌즈의 표현 차이가 잘 드러나는 비교라고 생각합니다. 한눈에 알 수 있는 것은 25mm F1.2 PRO 렌즈가 더 얕은 심도 표현이 가능하다는 것. 이것은 이전 테스트에서 이미 확인한 바 있습니다. 다음으로 눈에 띄는 것은 두 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는 배경 표현의 범위입니다. 광각 렌즈인 17mm F1.2 PRO 렌즈가 배경을 더 넓게 표현하며, 많은 영역을 담아냅니다. 때문에 25mm F1.2 PRO 렌즈의 결과물이 주 피사체를 부각시키는 데는 조금 더 유리하죠. 두 번째는 광각 렌즈의 왜곡입니다. 화면 중심부에 배치된 주 피사체는 큰 차이가 없지만 화면 좌,우 그리고 모서리 부분에 가까워질 수록 광각 렌즈의 왜곡이 도드라집니다. 덕분에 비슷한 프레임에서도 광각 렌즈가 더 시원한 느낌을 주지만 그만큼 피사체에 대한 주목도는 떨어지죠.
- 17mm F1.2 PRO 촬영 -
두 렌즈로 정물 촬영을 한다고 가정하면, 17mm F1.2 PRO 렌즈는 적절한 심도 표현에 피사체와 배경의 조화를 강조하는 인테리어 소품 등의 촬영에 적합합니다. 인물 촬영에서도 이런 특징이 이어지기 때문에 인물과 배경을 함께 담는 사진에 사용하면 좋습니다.
- 25mm F1.2 PRO, 30cm 근접 촬영 -
반면 25mm F1.2 PRO 렌즈는 주 피사체, 주인공 자체에 집중한 인물/정물 촬영에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물론 45mm F1.2 PRO 렌즈가 더욱 몰입도 높은 결과물을 제공하지만 25mm F1.2 PRO 렌즈의 프레임과 심도 표현 능력 부족하지 않고, 거기에 눈에 보이는 것과 비슷한 프레임을 살려 모든 촬영에 대응할 수 있는 장점이 있죠. F1.2 최대 개방 조리개 값과 30cm의 최단 촬영을 함께 활용하면 만족스러운 촬영이 가능합니다.
3. 광학 특성
- 17mm F1.2 PRO 촬영 -
- 25mm F1.2 PRO 촬영 -
두 렌즈 모두 PRO 렌즈군, 그 중에서도 단렌즈인 만큼 이미지 품질의 비교는 큰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본격적인 이미지 품질 비교를 다음 포스팅으로 미루고, 일단 대략적인 광학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 동일 위치에서 촬영한 이미지를 확대/비교해 보았습니다.
- 17mm F1.2 PRO(왼쪽), 25mm F1.2 PRO(오른쪽) 이미지 품질 및 광학 특성 비교 -
예상대로 두 렌즈 모두 세부 묘사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확대 사진으로 볼 때 25mm F1.2 PRO 렌즈의 결과물의 배경이 흐릿한 느낌이 드는데, 이것은 F1.2 최대 개방 촬영의 얕은 심도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후에 야외 원경 촬영에서 각 조리개 별 이미지 품질 테스트를 해 보겠습니다. 그 외에 우려했던 광각 렌즈의 주변부 화질 저하나 광량 부족 등은 특별히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그 외에도 동일한 F1.2 최대 개방 촬영에서 17mm F1.2 PRO 렌즈의 색수차 억제 능력이 우수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것은 17mm F1.2 PRO 렌즈에 채용된 ED-DSA렌즈의 능력으로 보입니다. 올림푸스의 설명에 따르면 ED-DSA렌즈는 ED(특수 저분산) 렌즈와 DSA(듀얼 슈퍼 비구면)렌즈의 특성을 모두 가졌으며, 수차 개선과 보케 표현에 특화돼있다고 합니다. 미세하지만 이미지 품질에서는 17mm F1.2 PRO의 완성도가 더 높지 않을까,라고 미리 예상해보게 됩니다.
두 렌즈의 프레임 차이는 생각보다 컸고, 그에 따른 구성과 심도 표현, 그리고 왜곡 등의 광학 특성은 쉽게 대체하거나 상쇄할 수 없는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 생각과는 달리 가능하면 17mm F1.2 PRO, 25mm F1.2 PRO 렌즈를 모두 사용하는 것이 최상의 결과물을 얻기 위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리게 됩니다. 물론 가격과 효율을 생각하면 그보다 나은 선택이 많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최고의 제품은 믿음직하고, 사용하는 건 기분이 좋습니다. 올림푸스 최고의 단렌즈 둘은 모두 높은 완성도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어느 것을 선택해도 이미지 품질이나 AF 성능에 불만을 가질 일은 없습니다. 여기서부터는 완전히 취향의 문제죠. 그래서 '내가 원하는 것'에 더 집중하며 테스트해 볼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이미지 품질과 다양한 촬영 샘플 등으로 두 렌즈를 좀 더 비교해 보겟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