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PEN-F에 17mm F1.2 PRO 렌즈 조합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PEN-F에는 17mm F1.8, 12mm F2 렌즈 둘이 시작이자 끝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지만 F1.2에 대한 욕심을 완전히 떨쳐버릴 수 없어 17mm F1.2 PRO 렌즈는 병용을 해 보려고 합니다.
이전 포스팅에서 17mm F1.2 PRO와 17mm F1.8 렌즈의 외형을 비교한 적이 있습니다. 17mm F1.2 PRO 렌즈는 이름과 가격에 걸맞은 높은 완성도를 보여줬지만 PEN-F와는 디자인의 조화나 크기/무게 균형이 좋지 못한 것을 꼽았는데요, 그래도 17mm F1.2 PRO를 써 보자는 생각에 액세서리를 추가했습니다. 올림푸스의 PEN-F 전용 가로그립 ECG-4입니다.
- PEN-F 전용 가로그립 ECG-4 -
ECG-4는 벽돌 스타일의 PEN-F의 단점을 보완하는 액세서리입니다. 납작한 그립부에 볼륨을 추가해 카메라를 쥐었을 때 보다 편해지고, 높이를 보강해 성인 남성 손에 안정적으로 쥐어지게 하는 것이 주 내용. PEN-F에 17mm F1.2 PRO 렌즈를 마운트하면 렌즈 경통이 카메라 바닥 선 밖으로 삐져나와 카메라를 놓을 때 불안정해지는데, 이것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가장 컸습니다.
PEN-F용 가로그립 ECG-4의 주요 사양은 다음과 같습니다.
소재 : 메탈
크기 : 127 x 52 x 50 mm
무게 : 99.8 g
가격 159,000원
메탈 소재로 만든 그립은 손에 쥐었을 때 단단하고 묵직한 느낌입니다. 무게는 약 100g인데, 메탈 소재 때문인지 제법 무겁습니다. 너비는 카메라와 동일하며 두께와 높이는 약 5cm입니다. 물론 카메라가 5cm 더 높고 두꺼워진다는 뜻은 아니고, 약 1cm의 높이와 2cm 가량의 그립부 두께가 증가하는 수준입니다. 단순히 카메라의 그립을 보강해주는 액세서리인만큼 특별한 기능은 없습니다. 홈페이지의 소개에 따르면 이렇습니다.
http://www.olympus.co.kr/estore/ASP/Product/ProductView.asp?idx=2705&oSeq=6990
“카메라를 안정감 있게 손에 잡을 수 있도록 해주며, 그립을 분리하지 않고서도 배터리 교체가 가능합니다. 퀵 슈 호환 레일이 포함되어 있어 삼각대에 직접 마운팅이 가능합니다.
가격은 159000원으로 메탈 소재 때문인지 비싼 편입니다.
그립의 체결은 PEN-F 카메라의 삼각대 장착 홀에 그립을 나사식으로 결합하는 방식입니다. 이 때 육각 렌치로 나사를 조여야 하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조금 불편했습니다. 보다 단단하게 체결되도록 하기 위한 장치겠지만, 외부에서 그립을 결합/해체하는 것은 쉽지 않겠더군요.
다행히 그립 하단에 홈이 있어서 체결 상태에서도 배터리와 메모리 교체에 불편함이 없습니다. 그리고 별도로 삼각대 장착 홀을 마련해 그립 체결 상태에서도 삼각대에 카메라를 장착할 수 있게 했습니다.
그립 보강부는 직선을 강조한 형태로 디자인과 가죽 느낌의 패턴이 PEN-F와 잘 어울리도록 설계됐습니다. 색상은 블랙 한 가지만 있군요.
가장 중요한 것은 그립 장착 후의 안정감입니다. 17mm F1.2 PRO 렌즈를 기준으로 그립 장착/미장착 상태를 확인하면 그립 추가 후가 카메라를 바닥에 놓았을 때 확실히 안정적입니다. 전체적인 무게도 확실히 묵직해져서 그립을 체결하지 않은 PEN-F + 17mm F1.8 렌즈 조합과 비교하면 다른 카메라를 사용하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듭니다.
카메라를 쥐었을 때도 그 차이가 확실히 느껴집니다. 17mm F1.2 PRO 렌즈의 무게는 390g으로 카메라(427g)보다 약간 가볍지만, 크기가 커서 촬영할 때 안정감이 17mm F1.8 렌즈 조합보다 떨어지는 편입니다. 납작한 그립이 손에서 자주 미끄러지는 것을 경험합니다. 그립 장착 후에는 보강된 그림이 확실히 손에서 안정적으로 머무릅니다. 헛돌던 오른손 새끼 손가락도 있을 곳이 생겼고요.
7-14mm F2.8 PRO렌즈와의 균형도 좋습니다. PEN-F에 PRO 렌즈를 사용할 경우 그립이 매우 유용한 아이템이 될 것 같군요.
단점이라면 역시 카메라가 훨씬 묵직해진다는 점. 렌즈와 균형을 맞추기 위함이라지만 둘을 합친 무게가 어느새 900g을 넘었습니다. PEN-F에 17mm F1.8 렌즈 조합의 무게가 약 550g이니 제법 큰 차이죠.
한 가지 더 꼽자면 추가되는 그립부가 E-M1 Mark II의 그것만큼은 안정적이지 못합니다. 직선을 강조해 카메라와 조화롭게 어울리고자 한 것 같은데 소재가 딱딱하고 뚝 떨어지는 직선 형태라 아래로 갈수록 볼륨감이 있는 E-M1 Mark II와 비교가 되더군요. 물론 그렇게 만들었으면 외형이 끔찍해질 것 같지만 말이죠. 물론 기존의 납작그립보다는 훨씬 좋습니다만.
17mm F1.8 렌즈를 포함한 작은 단초점 렌즈를 사용할 경우는 굳이 그립이 필요 없습니다. 카메라의 원래 디자인이 완성도가 높아서 그립을 덧붙인 것보단 안 붙인 것이 낫고, 작고 가벼운 시스템의 단점을 포기할 이유가 없거든요. 다만 OM-D 시리즈와 같은 안정적인 그립이 탐난다면 그립이 상당부분 해소를 해 줄 것입니다. 다만, 오직 그립이 목적이라면 개인적으로는 무거운 철제 그립보다는 가죽 케이스를 사용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17mm F1.2 PRO 렌즈를 마운트 한 모양새가 영 맘에 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PRO 렌즈에는 E-M1 Mark II만 사용해야겠구나, 라고 생각하기도 했죠. 그런데 그립 하나 추가하니 보기도, 들기에도, 촬영하기에도 훨씬 좋아졌습니다. 17mm F1.2 PRO 렌즈 외에도 다양한 PRO 렌즈 그리고 75mm F1.8 렌즈 같은 대구경 단렌즈를 사용할 때 PEN-F에 안정감을 더할 아이템으로 좋은 선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