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은 좀 추워도 산책하기 좋은 밤입니다.
며칠 전, 제가 지은 두 번째 여행 에세이 '어쩌면 _할 지도'가 출간됐습니다. 아직 이런 일들이 믿기지 않는 촌뜨기라 첫 번째 출간때와 같이 아침 일찍 광화문 교보문고에 갔습니다. '정말로 내 책이 있을까?'
그리고 에세이 신간 코너에 가니 정말로 있더군요. 처음은 아니지만 이 두근거림은 두 번째라고 줄어들거나 무뎌지지 않는 것 같아요.
새 책에 대한 정보, 그리고 출간 기념 이벤트에 관한 내용은 아래 링크를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 서점에서 내 책을 발견했을 때의 두근거림이란 -
여행 에세이 '어쩌면 _할 지도'가 정식 출간됐습니다.
일 년간 매달린 출간 준비가 끝나고 정식 출간이 되니 마음도 후련하지만 이전보다 시간 여유도 생겼습니다. 그래서 좋아하는 친구를 만나 함께 점심을 먹고 공통 관심사인 여행에 대해 대화를 나눴습니다. 그 뒤에는 카페에 앉아 미뤄뒀던 책을 읽고요. 그러니 어느새 저녁, 카페 창 밖을 보니 백화점 벽이며 그 앞에 있는 분수, 그리고 골목 구석구석에 평소에 볼 수 없는 색의 빛들이 반짝입니다. 그사이 겨울이,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 시즌이 다가와 있었습니다.
카페를 나서니 공기는 꽤 차갑지만 걷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던 터라, 오랜만에 서울 밤거리를 걸으며 연말 분위기를 느껴보기로 했습니다. 다행히 가방에는 카메라와 렌즈가 있었고요.
반짝이는 밤거리를 어떻게 담을까 고민하다 올림푸스 17mm F1.2 PRO 렌즈의 장점인 F1.2 개방 촬영의 보케를 활용해 보기로 했습니다. 크고 동그란 빛망울로 담는 서울 밤거리는 어떤 느낌일까 궁금해졌어요. 사실 조명 앞뒤로 사람들과 자동차들이 쉴 새 없이 지나는 터라 초점 흐린 보케 사진이 좀 더 연말 분위기가 났고요.
17mm F1.2 PRO 렌즈의 배경흐림/보케 비교
오후에는 빛을 받아 반짝이는 성탄 장식을 보고 17mm F1.2 PRO 렌즈의 심도와 빛망울 표현을 테스트해 보았습니다. 17mm F1.8 렌즈에 비해 크고 무거운 이 렌즈를 사용하는 유일하다시피 한 이유가 F1.2 최대 개방 촬영의 표현력이니까요. 아래는 조리개별 빛망울을 확대해 비교한 것입니다.
- F4 (왼쪽) | F5.6 (가운데) | F8 (오른쪽) -
F1.2 최대 개방부터 F8까지 촬영 이미지를 비교하면 조리개 값이 높아지며 보케의 크기가 작아지고 모양 역시 각진 형태로 변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F8 촬영에서는 빛 갈라짐 표현이 시작되는 것도 작게나마 확인할 수 있고요. F1.2와 F2 촬영 결과물의 보케 표현은 생각보다 꽤 차이가 나는데 이것이 17mm F1.8 렌즈와의 차별점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보케의 색과 형태면에서는 F2도 충분히 아름답습니다.
보케를 이용한 서로 다른 풍경 표현
디지털 카메라의 AF가 빠르고 정확해지면서 당연하고 자연스레 원하는 피사체에 초점을 맞춰 촬영하지만 가끔 초점을 앞,뒤로 틀어보면 재미있는 연출이 가능합니다. 오히려 밤거리에 가득한 조명들을 담는 데는 이쪽이 더 좋죠. 멀리 있는 조명을 더 크고 아름답게 담을 수 있으니까요.
수동 초점을 설정한 뒤 초점 거리를 최단으로 조절하면 빛망울이 가장 크게 표현되는 사진을 얻을 수 있습니다. 위 사진과 같은 풍경이지만 완전히 다른 느낌으로 담기죠. 멀리 있어 잘 보이지 않던 각각의 광원이 커다란 원으로 팽창됩니다. 어디에도 초점이 맞지 않아 제대로 피사체의 형태를 알아볼 수 없긴 합니다만, 그게 또 색다른 재미죠.
초점을 적절히 조절해 보케의 크기와 피사체의 형태를 적절히 조절할 수 있습니다. 주로 인물 또는 정물의 배경으로 주인공을 돋보이게 하는 보케를 때때로 사진의 주인공으로 만들어 보는 것입니다. 즐겨 사용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지만 요즘처럼 거리가 화려할 때는 일반 촬영보다 더 극적인 장면을 만들어주기도 합니다.
올림푸스 17mm F1.2 PRO 렌즈의 F1.2 조리개 값 덕분에 이런 촬영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집에 돌아갈 때쯤 되니 손이 얼어 저릿했지만 오랜만에 밤거리를 걸으며 연말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 좋았습니다. 그리고 그때의 감정과 기분이 이렇게 사진으로 남아 다행입니다. 더 추워지기 전에 좀 더 걸어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