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죽공예 2개월 차, 드디어 기대했던 가방 제작에 들어갔습니다. 가죽 공예의 최종 목적지 중 하나였던 직접 만든 제 가방이 머지 않아 현실이 된다는 사실이 무척 기쁩니다. 첫 한달간은 공방에 있는 가죽들을 사용해 소품들을 만들었는데, 이제부터 제가 사용할 가죽과 실, 각종 부자재들은 제가 직접 고르고 구매해야 합니다. 무척 설레는 일입니다.
- 가죽 고르는 노인 -
얼마 전 견학 차 방문한 신설동 가죽 시장을 한 달 여 만에 다시 찾았습니다. 가방 제작에 사용할 가죽과 부자재들을 직접 구매하기 위함입니다.
가죽 상점은 두 군데를 방문했습니다. 모두 지난 견학 때 익혀 둔 곳이라 아무래도 다시 찾게 되더군요. 첫 번째는 가장 많은 종류의 가죽을 편하게 구경할 수 있는 에쩨르 레더, 베지터블 가죽쪽이 특히 다양했는데, 이번 가방 제작의 포인트 컬러가 될 그린 가죽을 중점으로 보는데 부테로 레더가 눈에 띄었습니다. 최초 제가 생각했던 토프(Taupe) 색상과 그린 계열의 가죽이 모두 있었는데, 가격이 제 예산 보다는 높더군요. 투 톤 가방 제작을 위해 두 가지 가죽을 사용해야 했던 터라, 그리고 처음 제작하는 가방이다보니 조금 저렴한 가죽을 구매하자 싶어 발길을 돌렸습니다
다음으로 방문한 곳은 피렌체 레더. 먼저 방문한 많은 분들이 말씀하시듯 사장님이 무척 친절하셔서 마음이 가는 곳입니다. 이 곳에서는 좀 더 개성있는 가죽들을 취급하고 있고, 말가죽과 애나멜 가죽 등 보면 즐거워지는 가죽들이 많습니다. 샘플북을 보고 고민하다 마지막으로 민짜 소가죽을 보았는데 매끈한 표면 질감과 부드러운 감촉, 가벼운 무게까지 마음에 들더군요. 특히 만들어 놓은 샘플 제품을 보니 무게가 가벼워서 소지품이 많은 제 가방으로 좋겠다 싶었습니다.
베이지 색의 민짜 가죽을 선택하고 다음으로 배색으로 넣을 녹색 가죽을 고르는데 동일 종류의 녹색 가죽은 품절된 것이 많았습니다. 그러던 중 사장님께서 추천하신 버팔로(물소) 송아지 가죽이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제가 원하던 선명한 녹색빛에 민짜 가죽과 함께 배치하면 재미있을 독특한 패턴, 거기에 송아지 가죽이라 크기가 작은 편이라 가격도 저렴한 편이었습니다. 그렇게 두 장의 가죽을 구매했습니다.
다음으로는 내피로 쓸 샤무드를 구매했습니다. 원래는 가죽을 구매할 계획이었습니다만, 샵에서 본 샘플 제품에 사용된 샤무드 안감이 마음에 들었고 처음 제작하는 가방이라 내피 역시 저렴하게 가 보는 것도 좋겠다 싶었거든요. 2야드에 3만원 내외의 가격이니 가죽에 비해 저렴한 편입니다.
가죽을 골랐으니 이제 부자재를 사야 합니다. 레더 디라는 상점에서 엣지 코트와 실, 보강재 등을 구매했습니다. 실은 가죽 배색에 어울리는 미색의 린넨사로, 엣지 코트는 녹색과 베이지 색 사이에서 존재감을 발할 노란색으로 선택했습니다. 역시 이번에도 지난 액세서리들 못지 않게 포인트가 있는 제품이 될 것 같네요.
마지막으로 가방 커버에 달 자석과 스트랩 체결에 사용될 고리와 링을 구매했습니다. 금속 상점에 있는 각종 부재자는 하나같이 반짝이고 색도 가지각색이라 고민이 많았는데, 중후하면서 스크래치에 강한 어두운 톤의 크롬 마감 제품을 선택했습니다.
이렇게 첫 번째 가방 제작을 위한 재료들을 구매했습니다. 첫 번째 가방이다보니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데일리 백을 제작할 계획인데, 시행착오도 실수도 많겠지만 의미있는 습작이 될 것 같습니다. 앞으로의 제작 과정도 틈틈히 포스팅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