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로 오랜만에 만나는 새 카메라입니다. 여전히 메인은 PEN-F를 고수하고 있지만, 디자인이 마음에 쏙 들어서 서브 카메라로 삼을 겸 손에 쥐어 보았는데 외모 하나만큼은 PEN-F와 비교해도 그만의 매력이 분명합니다.
올림푸스의 엔트리급 미러리스 카메라이자 셀피 촬영 및 Wi-Fi 공유를 내세워 스타일에 민감한 여성 사용자 층을 공략하고 있는 PEN 시리즈 E-PL9입니다. 최근에 여름을 맞이해 새로운 블루 모델이 추가됐죠. 이전에는 큰 관심을 갖지 않던 이 모델이 눈에 들어온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 블루 컬러의 매력이었습니다.
그래서 E-PL9의 외형과 사양, 특징 등을 간단히 소개하려 합니다. 아직 정보가 많지 않은 제품이라 관심이 있으신 분들께 정보가 되길 바라며.
제품의 컨셉에 맞게 PEN-F처럼 세부적으로 따지기 보다는 가볍고 즐겁게 사용해 볼 생각입니다. 궁금한 점은 댓글 달아 주시면 성심 성의껏 답변 하겠습니다.
역시 저는 새 카메라 상자 뜯어볼 때가 가장 즐겁습니다.
그 전에 E-PL9의 사양을 간단히 훑어 보면,
OLYMPUS PEN E-PL9 사양
- 1610만 유효 화소 Live MOS (17.3 x 13 mm)
- ISO 200-25600 (확장 ISO 100)
- 1/4000~60 초 셔터 속도 (전자 셔터 1/16000초 지원) | 벌브 지원
- 3축 손 떨림 보정 (3.5스텝 효과)
- 121 AF 포인트 (컨트라스트 검출 방식)
- 8.6 fps 연속 촬영
- 3840 x 2160 30/25/24p 동영상 촬영
- 3” 104만 화소 LCD 디스플레이 (180도 틸트 조작)
- 350매 촬영 배터리
- 117.1 x 68 x 39 mm
- 332 g (본체) | 380 g (배터리 포함)
1610만 화소 이미지 센서에서 상위 제품의 2000만 화소 이미지 센서보다 한 세대 이전의 센서를 사용했다는 것, 그리고 5축 손떨림 보정 장치가 아닌 3축 손떨림 보정 장치를 탑재한 것이 눈에 띕니다. 엔트리급 모델에 걸맞은 사양을 갖추고 있습니다. OM-D 시리즈의 막내인 E-M10 Mark III와 비슷하거나 몇몇 요소는 조금 더 낮은 정도이고요. 대신 셀피 촬영이 가능한 180도 틸트 디스플레이 등 편의성에서는 나은 부분도 있습니다. 전작 E-PL8과 비교하면 화소 수나 손떨림 보정 장치의 성능 등의 사양은 동등하지만 4K 동영상 촬영이 가능하고 AF 포인트가 81개에서 121개로 늘어나는 등 주요 촬영 성능의 향상이 이뤄졌습니다. 전반적으로 E-M10 시리즈와 비슷한 사양에 셀피 촬영 가능한 모니터 탑재로 여성 사용자 및 가족 단위 사용자 층을 공략하는 제품이라는 것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것을 꼽자면 외장형 뷰파인더를 지원하지 않는 점입니다. E-PL8까지는 VF-2,3,4 모델을 사용해 뷰파인더 촬영이 가능했는데 E-PL9은 뷰파인더 접점이 제거되면서 LCD 촬영만 가능합니다. 이 변화에서 E-PL 시리즈의 위치를 확실한 엔트리급으로 조정했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인터페이스의 차이는 있었지만 기존 E-PL 시리즈는 상위 시리즈인 E-P 시리즈와 변별력이 다소 떨어지는 느낌이었거든요.
- E-PL8(왼쪽)과 E-PL9(오른쪽) -
디자인은 올림푸스 카메라 특유의 클래식 스타일에 여성 사용자를 배려한 컬러를 더한 E-PL 시리즈의 개성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가죽 그립의 색상과 전체적인 실루엣 때문에 E-PL8과 혼동이 될 수도 있지만 나란히 놓고 보면 디자인 변화가 상당합니다. 개인적으로는 E-PL8이 좀 더 여성스러워 보이는군요.
패키지
깔끔한 흰색 상자 안에는 카메라와 배터리, 충전기, 스트랩, USB 케이블이 있습니다. 배터리는 기존 E-PL 시리즈와 OM-D E-M10 시리즈에 채용된 것과 같은 BLS-50을 사용합니다. 상위 시리즈의 배터리보다 용량은 작지만 성능은 괜찮은 편이라 E-PL9에서는 한 번 충전으로 약 350장의 사진을 찍을 수 있다고 하네요. USB 케이블은 펌웨어 업데이트를 할 때 필요합니다. 특별한 것 없는 일반적인 구성 속 강렬한 색상의 카메라가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디자인
최근의 E-PL 시리즈는 전면 디자인에서 가죽 스킨이 차지하는 면적을 극단적으로 넓혀 스킨 색상에 따라 완전히 다른 카메라처럼 보이는 방법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방식은 블랙,화이트,브라운 그리고 블루까지 총 네 가지 색상을 차용한 E-PL9의 특성을 살리는 데 매우 효과적이죠. 새롭게 출시된 블루 모델을 보면 그것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이 카메라는 기존 화이트/블랙/브라운 모델에서 가죽 스킨의 색상만을 바꾼 것인데도, 이전엔 해당 제품은 물론 E-PL 시리즈에 관심이 없던 저를 그 색상 하나로 사로잡았으니까요.
물론 색상 외에는 다른 컬러의 E-PL9 모델과 동일합니다. 낮게 돌출된 그립이 카메라를 쥐는 것을 편하게 해 주고, 상판에는 단차를 둬 다이얼 조작을 편하게 했습니다. 아무래도 인터페이스보다는 스타일에 신경 쓴 제품인지라 낮은 다이얼의 조작감은 다소 떨어집니다.
후면 버튼 배치는 전통적인 올림푸스 카메라의 그것을 따르고 있습니다만, 카메라 크기가 작다보니 버튼과 다이얼의 간격이 좁은 편입니다. 동영상 녹화 버튼이 후면 그립부에 비집고 들어온 것도 인상적이네요. 역시나 엔트리급 카메라는 인터페이스에서 가장 큰 차이가 나는데, 아무래도 라이트 유저들이 많이 사용하다보니 굳이 크기 때문이 아니더라도 버튼 수를 줄여 간략화하려는 노력이 엿보입니다. 그립 윗부분에는 Fn 버튼과 Wi-Fi 실행 버튼을 겸하는 이미지 확대/축소 버튼이 있습니다.
PEN-F와 OM-D 시리즈를 주로 사용하다 E-PL9을 보니 머리가 영 허전해 보입니다. 촬영 모드 다이얼과 셔터 버튼을 포함한 멀티 다이얼이 있고, 전원 ON/OFF 역시 버튼 방식입니다. 뭐 딱히 부족한 건 없습니다. 상위 제품에 없는 내장 플래시도 있고요. 촬영 모드 다이얼에는 쉬운 촬영을 담당하는 AP 모드와 Auto, SCN 모드 그리고 독특한 효과의 결과물을 얻을 수 있는 아트 필터 모드가 포함돼 있습니다.
E-PL9의 가장 큰 특징, 다른 올림푸스 카메라들과 차별화되는 180도 틸트 디스플레이입니다. 스위블 방식으로 180도 회전이 가능한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상위 제품이 있지만 이와 같은 형태의 틸트 디스플레이는 올림푸스 카메라에서는 흔치 않습니다. 디스플레이가 카메라 측면으로 돌출되는 방식보다 셀피 촬영에 좀 더 유리하다는 평이 대다수입니다. 화면의 크기는 3인치, 화소는 104만으로 전작과 동일합니다.
전면에는 OLYMPUS PEN이란 시리즈 명을 음각으로 새겼는데, 폰트와 방식이 클래식한 디자인을 돋보이게 합니다. PEN-F 역시 전면에 제품명 대신 OLYMPUS PEN이라는 시리즈 풀 네임이 각인돼 있죠. PEN-F와는 그 느낌이 완전히 다르지만 E-PL9의 디자인에 대한 만족도 역시 매우 높습니다. 서로 다른 매력인데, 일단 블루 컬러에 대한 만족이 첫 번째, 그리고 돌출된 그립이 주는 안정감이 두 번째로 좋습니다.
가지고 있는 렌즈가 모두 블랙 색상이라 E-PL9에 마운트 했을 때 그 매력이 반감되는 것이 아쉽습니다. 올림푸스 실버 렌즈를 수소문 해봐야겠군요. 14-42 렌즈가 있지만, 그보다는 개성 있는 단렌즈를 조합하면 더 즐거운 촬영이 될 것 같습니다. 작고 가벼운 단렌즈인 12mm F2 렌즈와 디자인 자체는 잘 어울리네요.
특장점
E-PL9은 높은 촬영 성능 구현과 최신 기능 도입보다는 쉽고 간편한 촬영, 눈길을 사로잡는 디자인을 내세운 제품인만큼 특장점 역시 그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3인치 디스플레이는 터치 AF와 촬영을 지원하며 180도 틸트 상태에서는 셀피 촬영을 쉽게 할 수 있도록 화면에 셔터 버튼이 표시되고 2초의 셀프 타이머가 적용됩니다. 쉬운 조작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부분입니다.
Wi-Fi 무선통신과 더불어 근거리 무선 통신인 블루투스를 통해서도 카메라로 촬영한 이미지를 감상, 전송할 수 있습니다. Wi-Fi보다 소비 전력이 적고, 연결 및 재연결 과정이 간편해 최신 카메라들에 하나씩 적용되고 있는 기능입니다.
손떨림 보정 장치의 경우 상위 시리즈의 5축 보정 시스템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여전히 경쟁 제품 대비 뛰어난 보정 효과를 보인다는 것이 제조사의 설명입니다.
HDR과 파노라마 촬영, 별 궤적 사진 등 고급 촬영 테크닉을 손 쉽게 적용할 수 있는 AP 모드는 E-PL 시리즈에 가장 적합한 촬영 모드라고 생각합니다. OM-D E-M10 Mark III를 통해 접한 기능인데, 카메라 조작에 익숙하지 않은 사용자에게 친절하게 촬영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좋았습니다.
올림푸스 카메라의 AP 모드에 대한 내용은 이전 포스팅에 정리해 놓았습니다.
올림푸스 OM-D E-M10 Mark III - AP 모드
- 인스턴트 필름 아트 필터 -
OM-D E-M10 Mark III의 블리치 바이패스 아트 필터를 재미있게 사용했는데 이번에는 일회용 필름 카메라의 독특한 색감을 재현한 인스턴트 필름 아트 필터가 새롭게 추가됐습니다. 과감한 톤 때문에 최근 SNS에서 유행하는 필름라이크한 사진을 연출하기 좋아 보입니다. 기회가 되면 이 아트 필터를 별도의 포스팅을 통해 소개해 보려 합니다. 그 외에도 기존 15가지의 아트 필터가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이제는 너무 많다는 느낌이 있습니다-
오로지 디자인, 그 중에서도 색상 하나만 보고 선택한 카메라인데 의외로 가볍고 즐겁게 활용하기 좋은 E-PL9만의 요소들이 있어 첫 인상은 매우 좋습니다. 앞으로 사용해 보며 엔트리 카메라의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 해 보겠습니다.
일단 디자인이 예뻐서 매일 들고 다니고 싶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