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푸스 OM-D E-M10 Mark III는 OM-D 시리즈의 막내로 가장 작은 크기와 가벼운 무게, 그리고 쉬운 조작법을 내세웠습니다. 실제로 이 카메라는 이제 막 사진을 시작하는 사용자, 그리고 아직 수동 촬영 조작에 능하지 않은 사용자들을 위해 간편한 조작으로 근사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는 어드밴스드 포토(AP) 모드를 탑재했습니다. 넓은 장면을 담는 파노라마 기능부터 어려운 별/야경 촬영, HDR 촬영 기능을 한 곳에 모아 놓았고, 초점과 노출 실패를 줄이는 편의 기능 역시 포함됐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E-M10 Mark III의 AP 모드에 포함된 촬영 모드를 소개하고, 간단한 평을 덧붙이려고 합니다. 순서는 제 선호도에 따랐습니다.
무음 모드
그동안 미술관은 물론 음식점과 카페 등 실내 촬영에서 유용하게 활용한 무음 모드가 E-M10 Mark III에서 사라진 줄 알고 서운했는데, AP 모드로 이동했더군요. 전자 셔터를 사용해 기계 셔터의 촬영음이 발생하지 않는 무음 모드는 정숙을 요하는 환경에서 유용하게 활용됩니다. 셔터음에 예민한 저는 실내 촬영과 거리 사진 촬영에서 무척 많이 사용합니다.
다만 전자 셔터의 특성상 형광등처럼 주사율이 낮은 조명 아래서 빠른 셔터 속도로 촬영할 경우 이미지에 규칙적인 밴딩 현상이 생기거나 노출이 오락가락 할 수 있습니다. 빠르게 움직이는 피사체가 기울여 찍히는 롤링 셔터 현상에 대한 우려도 있고요. 무엇보다 기존에는 드라이브 설정에서 무음 촬영을 선택할 수 있어 P/A/S/M 모드 어디에서나 활용할 수 있었는데, AP 모드의 무음 모드에선 촬영 설정 변경이 제한된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촬영 환경과 피사체에 맞춰 탄력적으로 사용해야겠습니다.
HDR 촬영
- 일반 촬영 -
- HDR 1 / HDR 2 -
명부/암부 노출 차이를 줄여 눈에 보이는 것과 보다 비슷한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HDR 기능은 요즘 가장 각광받는 표현법입니다. 여러 장의 이미지를 동시에 촬영한 후 한 장으로 합성하는 일반적인 파노라마 촬영 방식을 따르며, HDR1/HDR2 두가지 설정을 지원합니다.
전경과 배경의 노출 차이로 발생하는 화이트 홀과 블랙 아웃 현상을 줄여 명암부가 고루 밝게 표현된 결과물을 얻을 수 있는데, 소프트웨어 방식이다보니 아무래도 경계면의 표현이 부자연스럽고, 보정 강도가 높으면 자칫 이미지가 애니메이션 속 장면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래도 수동 촬영과 노출에 익숙하지 않은 사용자가 겪을 수 있는 어려움을 간단히 해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 AP 모드 중 가장 유용한 기능 중 하나로 꼽을 수 있습니다.
키스톤 보정
사진의 기본으로 '수평/수직'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들에게 키스톤 보정은 간단하면서도 유용한 기능입니다. -이를테면 저와 같은- 직선으로 이뤄진 나무와 건축물 등의 피사체를 촬영할 때 시점, 이른바 눈 높이의 차이에 따라 왜곡이 발생하는데, 이것을 다이얼 조작 몇 번으로 곧게 보정할 수 있습니다. 무브먼트를 통해 수평,수직을 광학적으로 조정하는 대형 필름 카메라의 방식과는 다른 소프트웨어 방식이지만, 사용법이 쉽고 무엇보다 보정 효과를 화면을 통해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점이 매력적입니다.
- 키스톤 보정 (왼쪽) | 일반 촬영 (오른쪽) -
- 키스톤 보정 (왼쪽) | 일반 촬영 (오른쪽) -
AP 모드에서 ‘키스톤 보정’ 메뉴를 선택하면 화면 우측으로 두 개의 상태 바가 표시됩니다. 각 바의 수치는 상단에 배치된 두 개의 다이얼로 조작할 수 있는데 앞쪽 다이얼로 상하 왜곡을, 뒷쪽 다이얼로 좌우 왜곡을 조절하는 방식입니다. 다이얼을 돌리면 화면에 실시간으로 보정 효과가 적용된 장면이 표시됩니다. 상하좌우 각 20단계씩 설정이 가능하고 촬영될 장면을 미리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보다 정확한 왜곡 보정이 가능합니다. 저는 주로 라이트룸 등 이미지 보정툴을 이용해 왜곡을 보정하는데, 키스톤 보정 기능을 이용하면 그 번거로움을 줄일 수 있겠죠. 아쉬운 점으로는 소프트웨어 보정 방식이다 보니 RAW 촬영이 지원되지 않는 것을 꼽겠습니다. 그래도 일반적인 사용자들에게는 편하고 유용한 기능입니다. 여행 중 만나는 거대한 건축물 촬영에서 톡톡히 덕을 볼 수 있을테니까요.
포커스 브라케팅
마음에 들어 온 찰나의 순간을 촬영했는데, 초점이 맞지 않아 아쉬웠던 경험과 기억을 우리는 누구나 갖고 있습니다. 포커스 브라케팅은 그 아쉬움과 한계를 해소하기 위해 탄생한 기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른바 ‘모든 곳에 초점을 맞추는’ 이 방식은 한 번 셔터를 누를 때, 카메라가 화면 내 주요 피사체 몇 곳에 각각 초점을 맞춰 총 8장의 이미지를 촬영합니다. 초점의 폭을 넓게/좁게 두 가지 옵션으로 설정할 수 있고, 총 8장의 1600만 화소 이미지 중 후에 원하는 이미지를 선택하면 됩니다.
초점 실패를 줄여준다는 점에서는 유용합니다만, 아직까지 이 기능은 일반 촬영을 대체하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여러 장을 연속 촬영하는 특성상 촬영 일반 촬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중간에 카메라를 움직이거나 피사체가 빠르게 이동할 경우에는 초점이 틀어질 수 있습니다. 정적인 피사체들을 보다 감성적이고 탄력있게 촬영하고자 할 때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겠습니다. 특히 17mm F1.2 PRO와 같은 밝은 렌즈와의 조합이 좋겠죠.
AE 브라케팅
-1.3ev / -0.7ev
+0.7ev / +1.3ev
포커스 브라케팅이 연속 촬영을 응용한 신기술이라면 AE 브라케팅은 사진의 역사 속에서 오랫동안 사용된 전통적인 촬영 기법입입니다. 한 번 셔터를 누를 때 사용자가 설정한 노출값 외에 과다/부족 값으로 설정된 노출값의 사진을 함께 촬영하게 됩니다. 노출 차가 심한 환경 혹은 조명의 영향으로 노출값이 일정하지 않은 장면을 촬영할 때 실수를 줄일 수 있고, 차후에 여러 장의 이미지를 합성해 명/암부가 고루 밝은 HDR 이미지를 만드는 데에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E-M10 Mark III의 AE 브라케팅 촬영은 3/5장의 촬영을 지원합니다. 3장 촬영을 설정할 경우 설정한 노출값에서 -0.7ev, +0.7ev 노출 보정된 이미지를, 5장 설정시 여기에 -1.3ev, +1.3ev 촬영이 더해집니다. RAW 촬영을 주로 활용하는 저는 자주 사용하지 않는 기능이지만, 보다 좋은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알아둘 필요가 있겠습니다. 밝게 혹은 어둡게, 여러번 촬영해야 할 수고를 셔터 한 번으로 줄여주니까요.
다중 노출
필름 카메라 촬영에서 많이 활용됐던 다중 노출 기능은 2회 촬영한 결과물을 한 장면에 함께 담는 촬영 기법입니다. 마치 레이어가 차례로 겹쳐지듯 셔터를 누를 때마다 해당 장면이 자연스럽게 겹치는 효과로 사용하기에 따라 다양한 분위기의 사진을 연출할 수 있습니다. AP모드에서 다중 노출 메뉴를 선택한 후 셔터를 누르면 촬영된 장면이 반투명하게 화면에 표시되는데, 이 때 다시 셔터를 눌러 두 이미지를 함께 담는 방식입니다. 같은 구도에서 이동하는 피사체를 일정한 간격으로 담으면 마치 영화 속 장면같은 이미지를 연출할 수 있겠네요. 사실 자주 사용하는 기법이 아니라 제게는 좀 어렵습니다.
파노라마
여행 사진의 필수 기능 파노라마 촬영 역시 AP 모드에서 설정할 수 있습니다. 셔터를 누르고 좌우 혹은 상하로 카메라를 이동하면 연속 촬영되는 일반적인 방식과 달리 이전 장면의 끝에 새 이미지를 맞춰 연속 촬영하는 방식입니다. 촬영 방법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지만 상대적으로 보정 왜곡과 화질 손실이 덜한 것이 장점입니다. 촬영한 이미지는 올림푸스 이미지소프트웨어 Olympus Viewer를 통해 한 장의 이미지로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역시나 스마트폰의 간편한 파노라마 촬영에 비해 방법이 어렵고, 결과물도 바로 얻을 수 없다는 점 때문에 활용도는 떨어집니다.
처음 사용자를 위한 길라잡이
프로와 하이 아마추어 포토그래퍼들에게 AP 모드의 기능들은 수동 설정 혹은 이미지 보정으로 이미 가능했던 것이지만, 고급 촬영 기법이 생소하고 무엇보다 가볍게 사진을 즐기고 싶은 사용자들에게 ‘나도 이런 촬영을 할 수 있다’는 성취를 안겨주는 기능입니다. 대부분의 기능들은 쉬운 조작법과 프리셋, 그리고 화면 속 친절한 설명을 통해 이뤄지고 효과 역시 커서 개중에는 수동 촬영에 익숙한 사용자들도 일부 기능은 충분히 활용할 만 합니다. 무엇보다 단순히 매끈한 이미지를 뽑아주는 것이 아니라, 카메라를 통해 사진을 즐기고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시도로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무음 모드와 AE 브라케팅처럼 이미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는 기능들이 AP 모드에 포함돼 오히려 전보다 접근하기 번거로운 점은 사용자에 따라 아쉬울 수도 있겠습니다만, 어디까지나 이 카메라는 ‘막내 OM-D 카메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