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푸스 카메라의 펌웨어 업데이트는 생소합니다. 생각해보니 3년 넘게 올림푸스 카메라를 사용하면서 펌웨어 업데이트를 해 본 적이 없습니다. 타사에 비해 펌웨어를 통한 기능 추가에 인색한 올림푸스 카메라의 정책 때문인 것 같기도 합니다. 더불어 제조사에서도 새로운 펌웨어 소식을 알리는 데 그리 적극적으로 보이지 않고요. 물론 이것이 단점으로만 보이지는 않는 게, 치명적인 제품 결함이나 버그로 고생하는 타사의 출시 초기 제품 후기를 종종 보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올림푸스 카메라 제품들은 큰 결함 소식을 들은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사람 마음이라는 것이 이미 지불한 재화의 가치를 높여준다는 '기분'에 어쩔 수 없이 조금 더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얼마 전, 제가 사용하고 있는 PEN-F의 펌웨어 업데이트 소식을 뒤늦게 접했습니다. 어느새 3.0버전까지 업데이트가 되어있는데, 제 카메라를 보니 아직 초기 버전인 1.0에 머물러 있더군요. 그래서 업데이트를 해보기로 했습니다. 준비물은 카메라와 메모리 카드, 그리고 USB 케이블. 타사 제품과 달리 올림푸스 카메라는 업데이트를 하기 위해 PC 연결이 꼭 필요합니다. 이점이 조금 번거롭습니다.
http://cs.olympus-imaging.jp/jp/support/cs/dslr/fw/index.html#omd
위 사이트에서 업데이트 내용과 방법, 프로그램 다운로드를 할 수 있습니다. 한국 홈페이지보다는 일본 홈페이지가 안내가 잘 되어 있습니다. 케이블 연결과 함께 전용 프로그램인 Olympus digital camera updater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하는데, 다행히 제가 사용 중인 Mac용 어플리케이션도 제공이 됩니다. 업데이트 내용은 몇 줄 되지 않지만 뻔한 '동작 안정성' 또는 '버그 수정' 외에 새로운 기능들이 추가된 것이 눈에 띕니다. 3.0 버전에서는 OM-D E-M10 Mark III에 선보인 블리치 바이패스 아트 필터가 적용됐고, 컬러 크리에이터와 모노크롬 프로파일의 기능이 확장됐습니다. 지난해 선보인 2.0 펌웨어의 ISO 자동 설정 중 최소 셔터 속도 설정 옵션도 1.0 버전을 사용하고 있는 제게 해당됩니다.
본격적인 업데이트를 위해 PC에 Olympus digital camera updater 앱을 설치합니다.
그리고 USB 케이블로 PC와 카메라를 연결합니다. 이 때 카메라 화면에 PC 연결 모드를 선택하는 화면이 표시되는데 첫 번째 '스토리지' 항목을 선택하면 연결됩니다.
구식 프로그램 느낌이 물씬 나는 것이 서비스 센터에서 사용하는 프로그램을 몰래 입수한 것만 같은 기분입니다. 메뉴는 총 네 가지로 본래 목적인 업데이트와 사용자 설정 백업/복원 메뉴, 그리고 사진으로부터 컬러 프로파일, 모노크롬 프로파일 값을 추출하는 Load profile이 있습니다. PC와 카메라가 연결된 상태에서 펌웨어 업데이트를 실행합니다.
프로그램이 연결된 카메라를 검색한 뒤 업데이트 가능한 펌웨어 버전을 표시합니다. 카메라는 물론 연결된 렌즈 펌웨어 업데이트도 가능합니다. 제 PEN-F의 현재 버전은 1.0, 업데이트 가능한 버전은 3.0입니다.
업데이트를 실행하면 서버에서 펌웨어를 다운로드 한 뒤 카메라에 적용이 됩니다. 이를 위해 물론 PC는 인터넷에 연결이 되어 있어야 하고요. 진행 과정은 화면에 숫자로 표시됩니다.
업데이트 중에는 카메라를 조작하거나 케이블 연결을 해제하면 안 된다는 메시지, 물론 배터리 전원도 충분히 공급이 되어야 합니다. 이렇게 몇 초 시간이 지나면 화면에 커다란 OK 메시지가 표시됩니다. 그 후에는 카메라 전원을 꺼 업데이트를 완료합니다. 케이블을 찾고 PC에 연결하는 것이 번거롭지 업데이트 자체는 생각보다 쉽고 빠르게 이뤄집니다.
그래서 생각난 김에 가지고 있는 렌즈들도 업데이트를 하기로 했습니다. 카메라에 비해 펌웨어 업데이트가 잦지 않고, 특별한 기능 추가 등도 없기 때문에 체감되는 변화는 극히 미미합니다만 그래도 최신 펌웨어가 좋겠죠. 저는 17mm F1.8, 25mm F1.8 렌즈 둘을 업데이트했는데 두 렌즈 모두 1.1버전까지 펌웨어가 제공되고 있습니다.
렌즈 업데이트까지 완료하고 메뉴의 펌웨어 정보를 선택하니 정상적으로 최신 펌웨어가 적용됐습니다. 아직 사진 한 장 찍지 않았지만 마음의 평화를 느낍니다.
그런데 한 가지 당황했던 것은,
펌웨어 업데이트시 모든 카메라 설정이 초기화된다는 것입니다. 물론 홈페이지 펌웨어 안내 화면에 이 내용이 명시돼 있습니다만, 정작 낯선 언어와 초기 설정으로 바뀐 화면을 보니 그동안 사용하던 컬러 프로파일이나 Fn 버튼 설정을 다시 할 생각에 아찔해지더군요. 뭐 한편으로는 새 카메라를 받아들고 언어부터 화질 설정 등을 하나하나 해 가는 기분이 들기도 했습니다만.
오른쪽 화면은 2.0 펌웨어에서 추가된 저속 셔터 속도 설정 메뉴입니다. PEN-F의 경우 ISO 자동 설정에서 상한/하한값을 설정할 수 있는데, 이때 사용되는 최저 셔터 속도를 설정해 흔들림을 방지하고 보다 낮은 감도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조명 부족으로 지정한 셔터 속도 값을 확보할 수 없는 경우 ISO 상한 값까지 단계별로 감도가 높아지는 방식입니다. 올림푸스 카메라의 경우 5축 손떨림 보정 덕분에 1/60초 혹은 그보다 느린 셔터 속도에서도 흔들림 없이 촬영이 가능하지만, 저는 속사를 주로 하는 편이라 넉넉하게 1/125초를 설정해 놓았습니다.
그리고 3.0 펌웨어에서 새로 추가된 블리치 바이패스 아트 필터, 개인적으로 번거로움을 무릅쓰고 업데이트를 감행한(?) 가장 큰 이유입니다. E-M10 Mark III를 사용하면서 인상적인 아트 필터였거든요. 두 가지 블리치 바이패스가 모두 추가됐고 촬영 및 RAW 데이터 보정에서 모두 사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블리치 바이패스 II의 경우 1600만 화소 E-M10 Mark III에서는 마치 초점이 맞지 않은 것처럼 결과물이 흐릿한 것이 아쉬웠는데 2000만 화소 PEN-F에서는 그보다 비교적 나아 보입니다.
스마트폰처럼 극적인 변화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그리고 컬러나 인터페이스의 작은 변화가 오히려 혼란을 줄 수 있기도 해서 오래 사용하지 않는 카메라는 되도록 펌웨어 업데이트를 하지 않는 편인데 PEN-F와 렌즈를 업데이트한 것을 보면 오래 쓸 마음이 생겼나 봅니다. 최신 카메라 중 PEN-F와 E-M1 Mark II는 펌웨어 업데이트가 차근차근 이뤄지고 있고 크고작은 변화들이 있으니 사용하시는 분은 한 번 해보셔도 좋겠습니다.
아래는 새로 추가된 블리치 바이패스 아트 필터를 적용한 PEN-F의 이미지입니다.
이제 4K 동영상만 되면 더 이상 바람이 없을텐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