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역대 가장 말 많은 아이폰이 될 것 같은 아이폰 X을 사용중입니다. 사용 중이었던 아이폰 7 플러스보다 작은 크기에 전면을 가득 채운 풀 스크린에 매료돼 직구로 조금 일찍 구매해서 사용하고 있는데, 사용자에 따라 그 평가가 하늘과 땅 차이가 될 것이라 평가하고 있습니다. 처음 선보이는 풀 스크린 디자인과 제스쳐 중심의 인터페이스 등 기존 아이폰의 틀을 깨는 새로운 요소들은 애플의 말대로 '다음 세대'의 아이폰을 사용하고 있는 느낌이 들지만, 터치 ID를 대체하기 역부족인 페이스 ID와 OS 최적화 문제인지 지난해 모델인 7 시리즈보다 시스템 효율이 떨어지는 것은 가격 대비 매우 불만족스럽습니다. 실제로 이번 시즌 아이폰 시리즈의 판매량을 이끌 것으로 평가됐던 아이폰 X의 인기는 이미 큰 폭으로 꺾였다는 평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것을 보면 많은 분들이 공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카메라는 분명히 진일보 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카메라 성능에서만큼은 일 년만에 새 아이폰을 구매한, 그것도 역대 가장 비싼 가격의 아이폰 시리즈를 구매한 것을 후회하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해 크기와 무게가 부담스러운 아이폰 7 플러스 모델을 사용했던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듀얼 카메라였는데, 아이폰 X는 작은 크기의 휴대폰으로 듀얼 카메라의 편의성과 부가 기능을 활용할 수 있고, 망원 카메라는 더 밝은 렌즈 조리개 값으로 결과물 역시 동시대 제품인 아이폰 8 플러스보다 앞서 있습니다. 간단히 말해, 현재 가장 좋은 카메라를 탑재한 아이폰인 셈이죠.
그 중 아이폰 7 플러스에서 첫 선을 보인 인물 모드가 아이폰 X에서 편의성과 결과물 모두 향상됐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현재까지 촬영한 이미지와 소감으로 간단히 포스팅하려 합니다.
아이폰 8 플러스와 다른 아이폰 X의 듀얼 카메라
아이폰 X는 아이폰 7/8 플러스 시리즈와 함께 듀얼 카메라가 탑재됐습니다. 다만 그 구성과 사양이 조금 다른데, 광각/망원 카메라로 구성된 것은 동일하지만 배치 방향이 세로 형태로 아이폰 7/8 플러스 모델의 가로 방향과 다르고, 망원 카메라의 사양 역시 다릅니다. 애플이 발표한 대로 렌즈의 조리개 값이 F2.4로 아이폰 7/8 플러스 모델의 F2.8보다 밝아 빛이 부족한 환경에서 좀 더 나은 결과물을 보장합니다. 더불어 초점거리 역시 아이폰 7 플러스가 광각 카메라의 약 2배 줌에 해당하는 35mm 환산 약 56mm 초점거리를 갖는 것과 달리 아이폰 X의 망원 카메라는 그보다 넓은 약 52mm 초점거리를 갖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두 개의 카메라를 배치했다는 것은 동일하지만 망원 렌즈의 차이 때문에 실제 촬영할 때도 사뭇 다른 느낌을 받습니다. 특히 제가 사랑하는 인물 모드 촬영에서 그렇습니다.
[ 아이폰 X의 인물 모드로 촬영한 이미지 ]
iPhone X | 6mm | F2.4 | ISO 16 | 1/5347s
iPhone X | 6mm | F2.4 | ISO 160 | 1/24s
iPhone X | 6mm | F2.4 | ISO 160 | 1/24s
두 개의 카메라를 이용해 배경 흐림을 소프트웨어로 구현하는 인물 모드는 아이폰 7 플러스와 그 원리가 동일합니다. 올해는 아이폰 X와 아이폰 8 플러스 두 모델에 듀얼 카메라와 인물 모드가 탑재됐는데, 아이폰 X을 사용하며 아이폰 7 플러스의 인물 모드보다 완성도가 높아졌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여전히 일부 환경에서 오류가 발생하지만 피사체와 배경의 거리가 멀고 그 경계면이 확실한 환경에서는 꽤나 자연스러운 결과물을 보여줍니다. 위 이미지는 아이폰 X의 인물 모드로 촬영한 이미지로 아이폰의 사진앱에 있는 기본 편집 효과를 적용했습니다. 이 정도면 스마트폰으로 찍은 것 치고는 제법 근사하죠?
거리 제약에서 조금 더 자유로워졌습니다.
iPhone X | 6mm | F2.4 | ISO 16 | 1/315s
아이폰 7 플러스가 생각보다 빨리 처분(?)되는 바람에 나란히 놓고 비교해보지 못했지만 아이폰 X의 인물 모드를 사용하면서 촬영 거리가 전보다 좀 더 가까워졌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인물 모드 촬영은 일반 촬영에 비해 제법 먼 거리를 확보해야 배경 흐림 효과가 활성화 되는데, 아이폰 7 플러스 때는 생각보다 그 거리가 상당해서 작은 소품같은 경우에는 촬영하기가 어려웠는데 아이폰 X는 음식이나 소품을 촬영하기 좀 더 편해졌습니다. 이것이 당시 베타 딱지가 붙어있던 인물 모드의 성능 향상인지, 아니면 아이폰 7/8 플러스 시리즈와 다른 아이폰 X의 망원 카메라 덕분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전보다 확실히 인물 모드 촬영 비중이 늘어나는 등 변화를 체감하고 있습니다.
iPhone X | 6mm | F2.4 | ISO 16 | 1/657s
iPhone X | 6mm | F2.4 | ISO 320 | 1/60s
소프트웨어 개선으로 배경 흐림 효과 자체도 이전보다 자연스러워졌습니다. 물론 소프트웨어 방식이다보니 DSLR/미러리스 카메라 촬영본보다야 어색하고 때때로 황당한 오류로 피사체의 일부분이 흐려진다던가 하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이전보다 그 빈도가 줄었습니다. 많은 사용자들에게 이제 인물 모드의 결과물은 아이폰의 작은 화면에서 볼 때 만큼은 DSLR 카메라가 부럽지 않을 것입니다. 아이폰 X에 다양한 불만을 가진 저도 인물 모드의 재발견 덕분에 대체로 만족하며 사용하고 있습니다. 카메라 만족도는 이제까지 구매한 아이폰 중 가장 높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결과물의 품질 자체는 갤럭시 시리즈보다 1-2세대 뒤쳐져있다고 생각합니다.-
iPhone X | 6mm | F2.4 | ISO 250 | 1/60s
야간/실내 촬영 성능의 발전
iPhone X | 6mm | F2.4 | ISO 160 | 1/11s
더 밝은 조리개 값을 갖는 망원 카메라, 그리고 지난해 아이폰보다 개선된 이미지 센서 등의 시너지 효과로 빛이 부족한 실내/야간 촬영의 결과물 역시 눈에 띄게 향상됐습니다. 아이폰 카메라가 주간에는 그럭저럭 경쟁 제품들에 비벼볼만 했지만, 야간/실내 촬영에선 여지없이 무너졌는데, 아이폰 X의 카메라는 확실히 좋아졌습니다. 다만 두세 걸음 널뛰기하는 정도의 극적 향상보다는 1년이라는 시간만큼의 자연스런 발전 정도라고 평가합니다. 그렇지만 이 정도만으로도 실내에서 심한 노이즈 때문에 인물 모드 사용을 포기했던 아이폰 7 플러스를 떠올리면 반가운 변화입니다.
인물 모드는 사실 음식 모드라죠?
iPhone X | 6mm | F2.4 | ISO 125 | 1/24s
아이폰의 '인물 모드'는 배경 흐림 효과를 통해 인물을 더 근사하게 담는 의도로 만들어졌지만 저를 포함한 많은 사용자들은 이것을 음식과 디저트를 촬영하는 데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게는 사실 '음식 모드' 혹은 '카페 모드'로 인식돼 있습니다. 적당한 배경 흐림이 주 피사체인 음식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인물 모드 고유의 장점에 전보다 더 가까워진 촬영 거리와 자연스러운 배경 표현, 노이즈가 적어진 깔끔한 결과물 덕분에 음식 촬영용으로 전보다 더 매력적인 기능이 됐습니다. 역시나 인물 모드 사진들을 추려보니 음식 사진이 가장 많더군요.
iPhone X | 6mm | F2.4 | ISO 125 | 1/30s
앞으로도 인물 모드는 주로 음식 촬영용으로 사용하게 될 것 같습니다. 이제 식당에서 큰 카메라를 꺼내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새로 추가된 인물 사진 조명
기존의 필터 효과와 별개로, 인물 모드에서 활성화되는 '인물 사진 조명'이 추가됐습니다. 총 다섯가지 설정으로 자연광부터 스튜디오 조명, 스팟라이트 효과까지 다양한 느낌을 인물 모드 결과물에 더할 수 있는데요, 촬영한 후에 조명 효과를 추가/변경할 수 있어 개인적으로 만족하며 활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인물 촬영의 경우 배경을 암흑으로 처리해 얼굴만을 부각시킨 '무대 조명 모노' 설정이 유용했습니다.
- 촬영 후 변경이 가능합니다 -
iPhone X | 6mm | F2.4 | ISO 250 | 1/60s
다양한 불만에도 아이폰 X에 만족하는 것은
전보다 좋아진 카메라 덕분입니다.
아이폰 X에 불만이 참 많습니다. 애플은 페이스 ID가 터치 ID보다 몇배나 우월하다고 하지만 사용자 입장에서는 대체가 불가능한 차이가 존재하고, 금융 앱이 페이스 ID 사용을 차단하기 시작하면서 불편함은 전보다 오히려 더 커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역대 최악이라고 평가받는 iOS 11의 각종 오류와 성능 저하는 아이폰 X 구매를 후회하게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전보다 눈에 띄게 발전한 아이폰 X의 카메라 덕분에 적지 않은 불만에도 일단은 좀 더 지켜보며 사용할 생각입니다. 특히나 인물 모드의 촬영 경험과 결과물이 모두 아이폰 7 플러스를 사용할 때보다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향상돼 즐겁게 일상을 담고 있습니다.
다음에는 아이폰 X의 52mm 망원 카메라를 한 번 테스트해볼까 합니다. 아이폰 8에 없는, 아이폰 X 만의 카메라니까요.
이야기하는 사람, 김성주.
바닥난 통장 잔고보다 고갈되고 있는 호기심이 더 걱정인 어른.
글을 쓰고 사진을 찍습니다. 종종 여행을 합니다.
도서 '인생이 쓸 때, 모스크바' (2016)
브런치 페이지 http://brunch.co.kr/@mistyfri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