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을 닌텐도 스위치와 슈퍼마리오 오디세이로 보냈습니다. 워낙 마리오 시리즈를 좋아하다보니 오직 슈퍼마리오 오디세이를 위해 스위치 패키지를 구매했는데, 가볍게 시작한 것이 열흘간 식음을 전폐하다시피 하며 푹 빠져 있었습니다. 기어이 열흘만에 슈퍼문 999개 올 클리어를 달성하고 그날 바로 처분해버린 닌텐도 스위치와 슈퍼마리오 오디세이의 소감을 간단히 남겨 봅니다. 추억팔이에 단단히 홀린 30대 아재의 마리오 사모곡이라고 해도 되겠네요.
1. 닌텐도 스위치
발표 당시 인터넷 라이브를 보며 흥미롭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납니다. 휴대와 거치를 넘나드는 하이브리드 방식을 채용한 것이 신선했고, 분리형 조이콘도 매력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제품은 상상 이상의 성공을 거두며 2017년의 대표적인 IT 기기에 꼽힙니다. 꽤 오랫동안 품귀 현상을 겪었고, 프리미엄이 붙은 가격이 당연시 되었습니다. 국내에는 12월 정식 발매 되었는데, 물량이 너무 많아서 이상하게 여겨질 정도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닌텐도 DS Lite 이후 아주 오랜만의 게임기 구매입니다. 사실 이제 게임을 그리 즐기는 편이 아니라 스위치 구매를 예약 판매일부터 한 달 넘게 고민했는데 그옛날 슈퍼마리오 64의 추억을 갖고 있는터라 슈퍼마리오 오디세이만은 꼭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닌텐도 스위치 구성품 -
스위치의 하드웨어에 대해 먼저 이야기하면, 개인적으로는 실망입니다. 콘솔 가격이 정가 기준 36만원이니 저렴한 편은 아닌데, 가격에 비해 하드웨어 완성도가 떨어지더군요. 흠집에 취약한 LCD 커버와 후면 플라스틱이 그렇고, 조이콘 역시 체결 장치 결함과 스틱 내구성에 대한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죠. 설계 결함으로 화면에 ‘반드시 흠집을 내는’ 스위치 독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많은 분들이 알고 있습니다. 하이브리드 방식을 실현시킨 것이나 게임의 즐거움을 배가하는 HD 진동 시스템 등 하드웨어 자체는 매력적이지만 완성도가 그에 미치지 못하는 느낌입니다.
사양에 대해서는 여러 말이 필요없는 것이 닌텐도는 사양이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 동안의 콘솔과 소프트웨어를 통해 증명해왔기 때문입니다. 닌텐도 DS 시리즈와 3DS 시리즈가 그랬고, Wii 역시 경쟁 콘솔 게임기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사양이었지만 소프트웨어의 힘으로 좋은 성과를 거뒀습니다. 이번 스위치는 고정/휴대를 넘나드는 하이브리드 형태로 XBOX와 PlayStation의 고정형 콘솔 게임기보다는 낮지만 엔비디아 테그라 X1 프로세서, 4GB 시스템 메모리 등 포터블 기종 중에서는 독보적인 사양을 갖추고 있습니다. 휴대를 기준으로 한다면 하드웨어 열세마저 극복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닌텐도 스위치의 대략적인 사양은 다음과 같습니다.
NVIDIA Tegra X1 프로세서
6.2인치 1280x720 LCD 디스플레이
32GB 내장 메모리 (외장 메모리 지원)
Wi-Fi / Bluetooth 4.1
가속도 센서 / 자이로 센서 / 밝기 센서
영상 출력 1920 x 1080 Full HD 60fps (HDMI)
USB Typc-C 인터페이스
4310mAh 리튬이온 배터리
사용 약 2.5~6.5시간
충전 약 3시간
크기 239 X 102 X 두께 13.9mm (Joy-Con 장착 시, 돌출부 최대 두께 28.4mm)
무게 약 297g (Joy-Con 장착 시: 약 398g)
고성능 프로세서인 NVIDIA Tegra X1 프로세서는 휴대용 콘솔의 사양을 크게 높였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배터리 소모가 심한 X1의 특성도 함께 보여 사용 시간이 길지 못한 편입니다. 게임에 따라 다르지만 마리오 오디세이의 경우 3시간에서 3시간 30분 정도 플레이 할 수 있더군요. 이보다 더 큰 단점은 충전 포트가 하단에 있어 태블릿 모드, 즉 게임기를 테이블에 놓은 상태로는 충전이 불가능한 것입니다. 때문에 별도의 플레이 스탠드를 구매하시는 분이 많습니다. 충전 포트가 오디오 단자처럼 상단에 있으면 간단히 해결된 문제인데 불친절한 설계더군요.
TV 모드는 사실 잘 모르겠어요.
열흘간 닌텐도 스위치로 게임을 하면서 딱 한 번 TV 모드를 사용해 본 적이 있습니다. 패키지도 뜯지 않은 독을 꺼내 거실의 TV에 연결했는데, 큰 화면으로 게임을 즐기는 맛은 있었지만 단순히 화면이 큰 것 외에는 장점이 없더군요. 독 자체도 외부 연결 단자를 제외하면 플라스틱 덩어리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허술했습니다. 적어도 마리오 오디세이에서는 스위치의 독 모드에 매력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2. 슈퍼마리오 오디세이
닌텐도 스위치를 구매한 유일한 이유 슈퍼마리오 오디세이는 과연 닌텐도 대표 시리즈 다웠습니다. 2017년 최고의 게임으로 꼽히는 '젤다의 전설 : 야생의 숨결’을 해보지 않아 모르겠지만 슈퍼마리오 오디세이 역시 그 못지 않은 평을 받는 것을 보면 기대 이상의 완성도로 시리즈의 이름을 또 한 번 빛냈다고 하겠습니다. 제게는 최고의 게임 중 하나였던 슈퍼마리오 64의 추억을 되살리면서 그보다 더욱 방대한 스케일과 다양한 즐거움을 더해 최고의 마리오 시리즈로 남게 됐습니다. 첫 날 '그래도 슈퍼마리오 64보다는 못하네'라고 생각했던 저는 열흘간 먹고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모두 이 게임에 매달렸습니다.
- 사실 이 패키지가 사고 싶었는데 정발을 안해서..-
새로운 친구 '캐피', 새로운 시스템 '캡쳐'
이번 슈퍼마리오 오디세이는 기존 슈퍼마리오 시리즈에 없던 시스템을 차용했습니다. 그동안 점프와 주먹질(?) 중심의 조작에서 새롭게 ‘모자’가 핵심 요소로 등장했는데, 캐피라는 모자 캐릭터가 마리오와 게임 전체를 함께 합니다. 모자를 던져 굼바를 공격하거나 상자에 있는 코인을 모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모자를 던져 몬스터의 능력을 이용하는 ‘캡쳐’가 이번 마리오 오디세이의 핵심입니다. 실제로 이 캡쳐 시스템이 게임 진행을 주도합니다. 첫 스테이지에서 개구리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장면은 절로 웃음이 나오게 합니다. 그리고 다양한 몬스터와 지형지물을 캡쳐하며 게임이 매우 풍성해집니다.
- 심지어 이런 티라노 사우르스를 캡쳐하기도 하죠 -
- 캡쳐 시스템을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것이 클리어로 가는 지름길입니다 -
- 전기 마리오(?) -
기본 진행은 '파워 문'과 '퍼플 코인'
시스템의 변화가 있지만 역시나 게임 진행은 기존 3D 마리오 시리즈와 같습니다. 슈퍼마리오 64의 ‘별’이 ‘달’이 된 정도로 느껴집니다. 메인 스토리 진행을 위한 미션을 해결하면서 파워문을 얻고, 그 외에도 추가 파워문 그리고 스테이지 곳곳에 숨겨진 파워문들을 찾게 됩니다. 물론 빠르게 엔딩을 보고 싶다면 최소한의 파워문만 얻은 뒤 바로 다음 왕국으로 진행하면 됩니다. 조작에 익숙해진다면 하루~이틀만에 엔딩을 볼 수 있는 구성입니다.
전체 왕국에 분포된 파워문의 갯수는 800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여기에 상점에서 100코인에 구매할 수 있는 파워문을 더해 999개를 모으면 대장정(?)이 끝납니다.
그리고 추가로 마리오 시리즈의 대표적 요소인 ‘코인’ 시스템 역시 유지됐습니다. 코인은 지천에 널린 골드코인과 각 왕국에 한정된 숫자가 숨겨져 있는 퍼플 코인으로 나뉘는데, 상점 역시 골드/퍼플 코인용을 나눠 적절히 사용할 수 있게 했습니다. 퍼플 코인만으로 구매할 수 있는 마리오 의상과 기념품들은 마리오와 오디세이호를 꾸밀 수 있는 요소이자 파워문을 위한 또다른 관문으로 제법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기묘하고 황당한 곳에 숨겨져 있는 코인을 모두 찾기 위해서는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일례로 도시왕국의 마지막 퍼플 코인 세 개를 찾기 위해 저는 반나절을 꼬박 왕국 구석구석을 돌아다녀야 했습니다.
그리고 전보다 자유롭게 각 왕국을 이동하며 추가 파워문과 숨겨진 퍼플 코인을 모으는 대장정을 이어가게 됩니다. 사실 이 게임의 진짜 묘미는 이것에 있습니다. 미션이 상당히 다양하고 또 더러는 까다롭기도 해서 시간이 갈수록 빠져듭니다. 이번에는 특히 해당 왕국의 미션을 다른 왕국에 가서 해결하는 등 전체 스테이지를 넓게 활용하는 진행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플레이하는 입장에서는 피곤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요.
마리오의 여행
- 도시 왕국 정상에서 -
- 바캉스 기념샷? -
- 마침내 달나라까지..! -
메인 스토리가 끝난 뒤에는 피치 공주 역시 세계 여행을 떠납니다. 추가 스토리를 진행하며 각 왕국에서 피치 공주를 만날 수 있는데 왕국마다 바뀌는 피치 공주의 의상 역시 재미있는 디테일이었습니다.
3D와 2D의 환상적인 조화
- 이 게임의 하이라이트로 꼽는 도시 왕국의 페스티벌 -
그래서 게임 진행 중 2D 스테이지가 나오면 무척 반갑고 즐겁습니다. 도시 왕국의 극장에는 그 옛날 슈퍼마리오2의 1-1 스테이지를 그대로 옮겨놓았는데 이런 3D와 2D 시리즈의 절묘한 조화가 게임을 더욱 즐겁게 했습니다. 이 외에도 그림 맞추기 같은 다양한 미니게임들이 있는데, 정말 대단하다고밖에 할 수 없는 놀라운 디테일입니다.
열흘의 대장정, 세 번의 엔딩
첫 번째 엔딩은 슈퍼마리오 시리즈의 보편적인 엔딩으로 최종 보스인 쿠파를 처치하는 것입니다. 마리오 오디세이의 메인 스토리는 피치 공주를 납치해 결혼식을 올리는 쿠파를 처치하는 것인데, 애초에 엔딩 이후를 고려한 게임 구성 때문인지 메인 스토리임에도 굉장히 평이하고 보스 난이도 역시 낮습니다. 한가지 재미라면 클리어 이후 쓰러진 쿠파를 캡쳐해 조종할 수 있다는 것인데, 마리오 카트 시리즈를 제외하면 최초로 쿠파를 컨트롤 할 수 있는 게임이라고 하네요.
두 번째 엔딩은 달 뒷편 그리고 더 뒷편까지 들어가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는 것입니다. 네 종류의 보스를 라이프 리젠 없이 클리어하거나 일반 스테이지에 비해 살인적인 난이도의 최종 스테이지까지 클리어하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그래서 몇 번이나 포기를 생각했지만 결국 오오오기로 성공. 최종 스테이지까지 클리어하면 캐피가 마리오와의 여행을 회상하는 엔딩을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여기까지 진행하면 다음은 굳이 하지 않아도 됩니다. 닌텐도도 이 이상은 권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 종착역! 인 줄 알았으나.. -
하.. 하얗게 불태웠어..
- 파워문 999개 기념샷 -
그렇게 파워문 999개를 모은 후 버섯 왕국으로 돌아오니 피치 성 꼭대기에 커다란 모자가 씌워져 있었습니다. 이 모자 위로 올라가 꼭지에 모자를 씌우면 폭죽이 터지는 이벤트가 진행되는데 노력에 비해 너무나도 시시합니다. 그래서 사실 파워문 999개 달성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허무해요.
인생 최고의 마리오 게임
- 그리고 스위치는 이 날 밤 팔려나갔습니다 -
- 이제 또 몇 년을 기다려야 새 시리즈를 만날 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