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쓴 편지


 제가 사용해 본 카메라 중 가장 깊이 사랑했던 것들을 꼽는다면 후지필름 X100 시리즈가 빠지지 않을 것입니다. 2010년 가을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클래식한 외관 하나만으로 눈을 사로잡은 최초의 X100은 약 6개월간 제게 상사병 비슷한 감정을 느끼게 했고, 난생 처음으로 예약 판매까지 참여하게 만들었습니다. 35mm 단렌즈  하나로 세계 몇몇 도시를 담는 제 사진과 여행의 시작에 X100의 후지논 렌즈가 있었죠.


 그후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후지필름 X100은 여전히 최초의 그 철학으로 계속해서 시리즈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후지필름 카메라를 실제 화질과 성능보다 더 높게 평가하는 이유입니다. 급변하는 디지털 카메라 시장에서 초심을 곧게 유지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적어도 X100 시리즈에서는 그것을 고집스레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에 부응하는 마음으로 저도 X100 시리즈는 늘 관심을 갖고 구입하고 있습니다.



 X100의 패키지를 처음 열며 느낀 행복을 아직 기억합니다. 비록 X100은 결과물이 저와 맞지 않아 몇개월 후 방출했지만 그 후 X100 블랙 에디션과 X100S, 그리고 X100F까지 몇번이나 사고 팔고를 반복했습니다. 쓰다보면 '아, 이게 아쉬웠었지'라면서도 저도 모르게 자꾸 품에 안게되는 것이 저도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중독입니다.



 최신작인 X100F는 첫번째 X100 이후 가장 많은 관심과 기대를 받은 제품이었습니다. 두, 세 번째 시리즈 제품이 생각보다 그리 좋은 평을 받지 못한 것은 후지필름이 X100 시리즈에 고수하고 싶었던 그 '철학'이 양날의 검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이 독보적인 스타일과 이른바 '찍는 재미'를 최우선으로 한 제품 개발 정책은 흔들리지 않았지만, 오히려 그래서 최신 기술과 편의 장치 도입에 늘 한, 두 걸음씩 뒤쳐졌던 것이 사실입니다. 예를 들면 화면 터치와 회전 화면같은 최근에 대중화 된 카메라의 편의 장치는 최신작인 X100F에서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어느때보다 큰 폭의 성능 향상과 폼팩터의 변화가 예상된 X100F를 저도 무척 기대했습니다만, 이런 점들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내심 '이 카메라에는 어울리지 않지'라고 수긍하면서도 못내 아쉬운 걸 보니, 소비자의 마음이라는 것도 참 재미있죠.



X100F 디자인 - 전통의 고수

 시리즈가 벌써 네 번이나 됐으니 조금만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X100 시리즈구나'라고 알아보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다 그게 그것 같아서 X100인지, X100S 또는 X100T인지 분간하기는 어려울 수 있고요. 당연한 일입니다, 클래식 카메라를 표방하는 기본적인 실루엣과 이 카메라의 핵심인 하이브리드 뷰파인더, 23mm F2 후지논 렌즈, 상단 다이얼 인터페이스가 거의 동일한 형태로 이어지고 있으니까요. 외형으로 시리즈를 분간하려면 미세한 디테일과 몇몇 편의 장치까지 각 제품에 대한 많은 지식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사실 다 같아 보이지만 X100 시리즈는 거의 매 제품마다 크고 작은 디자인 변화가 이뤄졌습니다.



- 출처 : http://photosku.com/archives/2261/ -


 위 이미지는 현재까지 발표된 후지필름 X 시리즈의 외형을 비교해놓은 것입니다. 따로 볼 때는 정말로 그게 그것 같았는데, 이렇게 비교해보니 제법 변화무쌍(?)하죠? 가장 최신작인 X100F는 전체적인 실루엣을 직선 위주로 가다듬어 시리즈 중 가장 남성적인 외형을 갖게 됐습니다. 같은 회사의 X-T10,20의 영향을 받은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후면 디자인 역시 큰 변화가 없다가 X100F에서 버튼의 위치가 모두 오른쪽으로 이동했습니다. X100 시리즈의 아이덴티티를 유지하면서 점점 더 모던해지는 느낌을 받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번 X100F의 디자인을 가장 좋아합니다.


 좀 더 상세히 살펴보면, X100 시리즈 최초로 시도된 변화들이 여럿 보입니다. 특히 마음에 들었던 것은 상판의 단차를 사선으로 변경시킨 부분인데, 이 작은 변화로 기존 시리즈보다 좀 더 세련된 인상을 줍니다. 흡사 라이카 카메라의 M-P 에디션 에르메스의 상판을 보았을 때의 느낌이었습니다. 전면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역시나 첫선을 보인 전면 커맨드 다이얼. X-Pro2에서 처음 시도돼 조작성의 크게 향상시킨다는 호평을 받았는데요, 실제로 X100F에 추가된 편의 장치는 대부분 X-Pro2에서 검증받은 것들을 넣었습니다. 좋게 보면 후지필름의 최신 인터페이스 경향을 반영한 것이고, 나쁘게 보면 X100F만의 '그 무엇'이 없습니다.



 X100 시리즈에서 외형의 변화는 대부분 '조작성'을 위한 것입니다. X100F의 외형에서 발견할 수 있는 요소들 역시 포토그래퍼가 좀 더 카메라와 가까워지고, 찰나의 순간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배려들입니다. 생각보다 제법 많은 장치들이 있어서 모두 소개하려면 너무 길고, 제가 인상적으로 기억하고 있는 몇가지를 꼽아보았습니다.



 무엇보다 실제 촬영에서 가장 도움이 된 것은 전면 커맨드 다이얼이었습니다. 조리개 값을 변경하거나 메뉴를 조작할 때 유용하게 활용했는데, 다이얼을 누르는 방식으로 버튼 동작까지 겸해서 만족도가 높습니다. 셔터속도 다이얼은 X-Pro2의 그것과 동일하게 ISO 감도 변경을 겸하는 방식으로 변경됐는데, 감도 변경이 잦은 사용자들은 버튼을 누르고 뷰파인더나 LCD 화면을 볼 시간이 줄어들어 편리하겠더군요. 저도 이 덕을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포커스 레버. 조이스틱 방식으로 X100 시리즈의 큰 단점 중 하나였던 AF 포인터 위치 변경이 획기적으로 빨라졌습니다. X-Pro2와 X-T2 등 후지필름의 상위 기종에 채용된 것인데, 이를 통해 X100F의 후지필름 카메라 내 위상도 점쳐볼 수 있죠. 위 세 장치 모두 촬영 효율을 전보다 크게 높인다는 점에서 환영할만한 변화입니다.


[ 후지필름 X100F로 촬영한 이미지 ]





 후지필름 X100F는 6년 전 X100와 대동소이한 디자인, 동일한 렌즈로 벌써 네 번째 시리즈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여전히 이 카메라의 외형은 매력적이지만, 시리즈의 철학을 너무 강조한 나머지 6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획기적인 변화나 발전이 없는 점은 이 시리즈가 가진 독창적인 매력을 다소 퇴색시키는 느낌이기도 합니다. 이 카메라의 외형은 이 정도 둘러보면 충분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이 카메라를 사용하며 느낀 점들을 간단히 정리해보려 합니다. 이 시리즈에 특별한 애정이 있는만큼 장점은 더 근사하게, 단점은 더 끔찍하게 느끼고 이 공간에 쏟아내게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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