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쓴 편지


서울에 오래 살다보니 계절마다 떠오르는 풍경들이 있습니다. 이맘때는 하늘공원의 하늘하늘 억새 물결이 떠오르죠. 저처럼 이곳을 떠올릴 분들이 많을 것 같아 월요일 오후에 하늘공원에 갔는데, 가는날이 장날이라고 마침 16회 서울억새축제가 진행중이더군요. 하늘공원 입구, 맹꽁이 열차를 타기 위해 줄을 선 인파가 대단했습니다. 늘 축제 기간을 피해 다니는 저는 이 앞에서 발길을 돌릴까도 생각했지만, 온 시간이 너무 아쉽잖아요. 그래서 계단을 타고 올라 하늘공원에 도착했습니다. 얼마 오르지 않았는데도 그 전과 바람의 느낌과 공기의 냄새가 달랐습니다.



연인들과 어머님, 이모님들 발길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하늘공원 입구의 코스모스밭. 그 크기는 크지 않지만 말 그대로 흐드러지게 피어있어 알록달록 가을 분위기를 더합니다. 가장 인기있는 장소죠.



억새 축제도 매년 -혼자- 찾곤 하는데, 그간 찍어놓은 사진들을 보면 구도나 색 등이 똑같아 구별이 어려울 정도지만 사진에 담을 수 없는 소리와 바람, 정취가 있기 때문에 매년 찾게되는 것 같습니다. 사실 이곳은 사진보다는 산책, 감상하기에 훨씬 좋은 곳입니다. 이날의 사진들도 지난해의 기록과 연결될 '올해의 억새 풍경' 정도로만 담고 기분좋게 가을 오후의 산책을 즐겼습니다.



하늘공원 중앙에 있는 구조물 ‘하늘을 담는 그릇’에 올라가면 가을 억새 풍경을 좀 더 극적으로 눈에 담을 수 있습니다. 축제 기간에 맞춰 공원을 가득 채운 억새, 그 너머로 보이는 한강과 도시의 풍경이 모두 가을빛으로 물들어 잘 어울립니다. 노을까지 보고 오기 위해 늦은 오후에 하늘공원을 찾았는데, 오후 네시부터 다섯시 사이의 빛이 이 억새밭 풍경에는 가장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평일인데도 사람들이 많이 모여들었고,



각자의 방법대로 축제를 만끽합니다. 지나가던 저도 종종 발걸음을 멈추고 같이 웃곤 합니다.

매년 느끼는 것이지만 서울은 가을에 가장 아름다운 것 같습니다.



축제라면 빠질 수 없는 '소망과 약속의 장소.'

이런 이벤트도 매해 빠지지 않고 마련되는데, 시간이 갈수록 사람들의 소망이 세상의 것들로 빠르게 바뀌는 것이 느껴져 서글퍼지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저도 적으라고 하면 '로또' 소망을 적겠죠.



하늘공원은 생각보다 꽤 커서, 비슷비슷한 억새길을 따라 걷다보면 오후가 금방 지나갑니다. 저녁 시간이 가까울수록 사람들은 점점 더 많아집니다. 단정한 옷차림의 사람들 중 절반은 퇴근과 동시에 공원으로 달려온, 나머지 절반은 축제 그리고 연인을 위해 멋을 낸 사람들이겠죠?


해가 부쩍 짧아진 10월, 여섯 시가 되기도 전에 풍경은 어두워지고 하늘엔 노을의 춤 한 곡이 시작됩니다.





노을 아래 억새의 색은 오후와 전혀 다릅니다. 그리고 색보다는 바람에 따라 좌,우로 하늘거리며 내는 모양과 소리로 좀 더 강하게 다가옵니다. 기대하고 기다렸던 노을이 마침 멋진 색으로 내려서 신이 난 시간이었습니다. 주변이 어두워져 혼자 있는 산책하는 것이 좀 더 즐거워지기도 했고요. 



축제 기간이라 야간에는 간이 무대에서 공연이 펼쳐지고, 억새와 코스모스를 밝게 비출 조명들이 연신 색을 바꾸며 반짝입니다. 덕분에 아침부터 내내 일터에 갇혀있던 사람들도 가을 축제를 즐길 수 있습니다.

물론 퇴근 후 사람들이 몰려드는 이 시간에 제 축제는 끝납니다만.



이렇게 올해도 하늘공원 억새의 풍경을 담았습니다. 이렇게 몇 년 더 담은 후에 십년치 사진을 한번 쭉 이어보아야겠습니다.


서울 억새축제는 10월 19일 오늘까지지만, 억새는 좀 더 그 자리를 지킬테니 시간 내서 가을 추억 한 장 만들어 보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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