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 혹 다른말로 신제품은 언제나 가슴을 뛰게 합니다. 대상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제 경우에는 주로 카메라와 렌즈, 그리고 '전에 없던 것' 따위가 그 설렘의 대상이 되곤 합니다.
올림푸스의 새로운 PRO 렌즈 M.ZUIKO DIGITAL ED 45mm F1.2 PRO를 조금 빨리 손에 쥐었습니다. 지난 달 말 발표된 새로운 PRO 렌즈 2종 M.ZUIKO DIGITAL ED 17mm F1.2 PRO / M.ZUIKO DIGITAL ED 45mm F1.2 PRO 중 하나로, 35mm 포맷 환산 약 90mm의 망원 단초점 렌즈입니다. F1.2의 밝은 조리개 값과 고화질/고성능 PRO 렌즈군의 신제품으로 올림푸스 및 마이크로포서드 카메라 사용자들의 기대를 받고 있습니다. 이미 발매된 파나소닉 Leica DG Nocticron 42.5mm F1.2 ASPH OIS와의 비교 역시 흥미롭고요.
최근 올림푸스의 행보를 보면, 기존의 '경박단소' 중심 제품군에서 PRO 렌즈군 확충과 고성능 플래그십 시리즈 중심으로 그 방향이 이동되는 것을 느낍니다. 가장 최근에 발표된 OM-D E-M10 Mark III와 같이 가볍게 휴대하며 간편하게 촬영할 수 있는 엔트리급 제품 역시 최근 트렌드에 맞춰 기능/성능을 업데이트하고 있지만 역시나 주력 제품은 고성능 카메라 E-M1 Mark II이며, 새로운 렌즈군 역시 이와 어울리는 PRO 시리즈 중심입니다. 최근에는 F1.2 조리개 값을 갖는 PRO 단렌즈군을 빠르게 확충하며 프로/하이 아마추어 사용자를 위한 렌즈군을 완성하고 있습니다. 오늘 소개하는 M.ZUIKO DIGITAL ED 45mm F1.2 PRO 렌즈는 2017년의 마무리로, 내년 출시 예정인 M.ZUIKO DIGITAL ED 17mm F1.2 PRO 렌즈는 2018년의 신호탄으로 지속적인 고성능 렌즈 개발 의지를 사용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대했던 M.ZUIKO DIGITAL ED 17mm F1.2 PRO 렌즈의 출시가 내년 초로 결정된 것은 아쉽지만 M.ZUIKO DIGITAL ED 45mm F1.2 PRO를 사용하며 그 성능과 가능성을 예상해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혹시 또 모르죠, 평소에 잘 사용하지 않았던 45mm 렌즈가 예상 외로 무척 마음에 들어 주력 렌즈가 될지도요. 그리고 때맞춰 인물용 렌즈를 위한 멋진 모델이 생길- 리는 없습니다만.
이번 포스팅에서는 M.ZUIKO DIGITAL ED 45mm F1.2 PRO 렌즈의 외형과 이 렌즈를 이루고 있는 각 요소들에 대한 간단한 설명, 그리고 결과물에 대한 첫인상을 정리하려고 합니다.
어떤 렌즈인가?
먼저 이 렌즈의 사양을 살펴보면,
M.ZUIKO DIGITAL ED 45mm F1.2 PRO
- 초점거리 17mm (35mm 환산 약 90mm)
- 10군 14매 구성 (ED렌즈 1매, HR렌즈 4매, 비구면 렌즈 1매)
- 조리개 F1.2 - F16
- 최단 촬영거리 50cm
- 최대 촬영 배율 0.1배 (35mm 환산 약 0.3배)
- 9매 원형 조리개
- 방진 방적 설계
- 70 x 84.9 mm
- 410 g
M.ZUIKO DIGITAL ED 45mm F1.2 PRO 렌즈는 올림푸스 M.ZUIKO PRO 렌즈군의 신제품으로 35mm 환산 약 90mm의 초점거리를 갖는 망원 단초점 렌즈입니다. 주로 인물 촬영용으로 많이 사용되는 85mm ~ 135mm 구간에 속하는 초점거리와 F1.2의 밝은 개방 조리개 값을 통해 M.ZUIKO 최고의 인물 전용 렌즈로 기획된 것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F1.2의 밝은 개방 촬영이 무엇보다 큰 강점입니다. 매우 얕은 심도를 통한 인물/정물 사진 연출이 인물 촬영을 선호하는 프로/하이 아마추어 사진가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있습니다. 6매의 특수 렌즈가 포함된 10군 14매의 구성과 방진 방적 설계 등 PRO 렌즈 시리즈다운 높은 광학 완성도도 눈에 띕니다.
45mm vs 45mm
M.ZUIKO DIGITAL ED 45mm F1.2 PRO 렌즈의 등장으로 M.ZUIKO의 45mm 단렌즈는 총 두 개가 되었습니다. 기존 M.ZUIKO DIGITAL 45mm F1.8 렌즈가 매우 작은 크기와 가벼운 무게, 그리고 준수한 광학 성능으로 사랑을 받았는데 -사은품으로 많이 풀리기도 했죠- 좀 더 좋은 화질과 높은 성능을 원하는 프로급 사용자들에게 새로운 선택지가 추가된 셈입니다. 실제로 두 렌즈는 크기와 무게, 가격 차이가 매우 크기 때문에 어느 쪽이 절대적으로 좋은 선택이라고 평가하긴 힘듭니다. 촬영 용도와 피사체, 카메라 모델, 금전적 사정 등에 맞춰 합리적인 선택이 필요합니다.
PRO & PRO & PRO
M.ZUIKO DIGITAL ED 45mm F1.2 PRO 렌즈와 M.ZUIKO DIGITAL ED 17mm F1.2 PRO 렌즈 출시로 2017년 M.ZUIKO DIGITAL ED 25mm F1.2 PRO 렌즈로 시작한 M.ZUIKO PRO 단렌즈군이 총 세 개로 늘었습니다. 세 개의 PRO 단렌즈는 초점거리는 물론 렌즈 구성도 다르지만 크기와 무게를 비슷하게 맞춘 '패밀리 룩'으로 제작돼 어떤 렌즈를 사용하든 사용자가 일관된 경험을 느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여러 렌즈를 사용하는 포토그래퍼는 마치 같은 렌즈를 사용하는 것처럼 편안한 느낌이 드는 것이 장점이 되겠습니다. 하지만 이를 위해 세 렌즈 모두가 크고 육중한 체구를 갖게 된 것은 장점만 있는 것인지 생각해보게 합니다.
첫 만남
- 구성품 역시 다른 PRO 렌즈들과 동일합니다 -
어찌나 일관된 사용자 경험을 강조하는지, 박스 패키지 모양과 크기도 비슷해 신제품을 받아드는 감흥이 덜한 것이 아쉽다면 아쉬운 점입니다. 패키지는 렌즈 본체와 후드 그리고 보관용 파우치로 구성돼 있습니다. 후드는 25mm F1.2 PRO 렌즈와 같은 원형 후드입니다. 17mm F1.2 PRO 렌즈는 일명 '꽃무늬' 후드로 제작 됐다고 하죠.
외형은 전형적인 PRO 렌즈군의 디자인 언어를 따릅니다. 중후하게 윤이 나는 메탈 소재에 삼겹(?) 초점링이 있고, 경통에 L-Fn 버튼이 배치돼 있습니다. 여느 PRO 렌즈와 마찬가지로 초점링을 당기고 밀어 AF/MF 설정 전환하는 포커스 클러치 기능도 제공됩니다. 외형으로만 보면 전에 사용하던 25mm F1.2 PRO 렌즈와 잘 구별이 되지 않습니다.
- 올림푸스 렌즈의 유광 메탈 소재는 확실히 고급스럽습니다 -
- 포커스 클러치는 MF 촬영 빈도가 높은 제게 매우 유용하고요 -
- 후드를 씌우니 한결 더 늠름해 보이죠? -
크기는 70 x 84.9 mm, 무게 410g으로 올림푸스 기존 M.ZUIKO Premium 렌즈 보다는 크고 무거운 축에 속합니다. 가장 널리 사용되는 표준줌 렌즈 M.ZUIKO DIGITAL ED 12-40mm F2.8 PRO와 크기는 거의 비슷하고, 무게는 약 30g 무겁습니다. 줌렌즈보다 크고 무거운 단렌즈라는 것이 생소할 수도 있겠지만 F1.2의 밝은 조리개 값과 광학 성능이 그 틈을 메워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 크다.. 크다.. -
현재 가지고 있는 카메라 E-M10 Mark III에 렌즈를 마운트 해보니 확실히 이 렌즈를 포함한 PRO 렌즈군은 E-M1 Mark II를 고려해 기획/설계 됐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장 작은 OM-D 시리즈인 E-M10 Mark III와의 조합이 외적으로 어울릴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이건 예상보다도 훨씬 더 부조화스럽습니다. 이 렌즈를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역시나 E-M1 Mark II가 필요하겠네요.
- 자꾸 보니 정 드는 것 같기도 하고..? -
인물 촬영용 렌즈
- OM-D E-M1 Mark II | 45mm | F1.2 | 1/640 | ISO 200 -
본격적으로 이 렌즈를 사용해 보기 전에, 올림푸스에서 공개한 샘플 이미지를 통해 특성을 가늠해보려 합니다. 인물 촬영용 렌즈임을 어필하듯 공개된 두 장의 이미지 모두 인물을 촬영한 것입니다. 더불어 소녀와 성인 여성을 촬영한 두 이미지 모두 F1.2 / F1.6의 개방 촬영의 배경 흐림, 보케가 강조돼 있습니다. 첫 번째 이미지는 F1.2 최대 개방으로 촬영됐습니다. 움직이는 아이를 AF-C 동체추적으로 촬영한 것인데 이 렌즈의 장점인 고속 AF를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주 피사체인 인물의 얼굴을 보면, F1.2 최대 개방 촬영에서도 묘사력이 뛰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F2 이상 조리개 값의 촬영 결과물과 비교해봐야 겠지만 최대 개방에서도 충분한 해상력을 기록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인물 촬영용 렌즈로 보케 표현에 심혈을 기울였다는 것이 올림푸스의 설명인데, 사실 이 부분은 제가 큰 관심이 없는 부분이기도 해서 평가 대신 확대 이미지를 첨부해 보았습니다. 보케는 기본적으로 원형으로 표현되며 개방 촬영/강한 광원에서 주로 발생하는 이선 보케, 도넛 현상은 이 사진에서는 거의 나타나지 않습니다. 앞으로 실내 조명 등 강한 광원 촬영을 통해 테스트 해봐야겠습니다. 인물 촬영을 주로 하는 분들은 이 보케의 형태를 중요하게 생각 하시더군요.
- OM-D E-M1 Mark II | 45mm | F1.6 | 1/80 | ISO 200 -
두 번째 샘플 이미지에서는 얼굴보다는 손 부분을 확대해 보았습니다. 조리개 값은 F1.6으로 최대 개방에 가까운데, 소품의 금속 부분과 손 주변에 수차가 다소 눈에 띄었습니다. 최대 개방 촬영에서도 잘 보이지 않던 부분이라 두 번째 이미지 촬영 당시의 환경이 상대적으로 취약했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이것 역시 앞으로 테스트 해 볼 부분입니다. M.ZUIKO DIGITAL ED 45mm F1.2 PRO 렌즈와 같은 인물 촬영용 망원 단렌즈의 경우 밝은 조리개 값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개방 촬영의 화질과 그 때의 수차, 주변부 광량 저하 등이 렌즈를 평가할 때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듬직한 체구만큼 믿음직한 결과물 보여줄..거지?
인물 촬영용 렌즈를 충분히 테스트 할 '전속 모델'이 없는 점이 아쉽지만, 되도록 다양한 피사체를 통해 M.ZUIKO DIGITAL ED 45mm F1.2 PRO 렌즈의 성능과 특징, 가능성에 대해 앞으로 평가해 보려 합니다.
궁금하신 부분은 댓글로 남겨 주시면 테스트 후 답변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OM-D E-M10 Mark III + M.ZUIKO DIGITAL ED 45mm F1.2 PRO로 촬영한 이미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