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포스팅에서는 그동안 사용했던 올림푸스 OM-D E-M10 Mark III의 부가 기능 중 인상적이었던 것 두 가지를 소개하려 합니다. 대부분 A/M 모드 설정에 싱글 AF, RAW 촬영만을 고집하는 저는 부가 기능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 편이지만 오늘 소개하는 기능들은 종종 일반 촬영에서 얻을 수 없는 감흥을 안겨줘 좋아하는 기능이 됐습니다. 그 중 하나는 E-M10 Mark III에서 새롭게 추가된 것이기도 하고요.
특히나 가을, 겨울철 즐비한 여행과 축제를 담기에 좋은 기능들입니다. 간편하면서도, 효과가 확실한 것이 장점이고요.
- OM-D E-M10 Mark III | 27mm | F5 | 1/250 | ISO 200 -
이제 '지난 계절'이 된 2017년 가을, 그 초입에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 중 한 곳인 구리 한강시민공원에 다녀왔습니다. 해마다 가을이면 이곳에 가득 핀 코스모스 생각이 나거든요. 최근 몇 년간 결석했지만, 올해는 짬을 내 다녀오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때마침 손에는 새로 받은 올림푸스 OM-D E-M10 Mark III가 있었고요. 이날 이른 아침부터 해가 완전히 질 때까지 제법 오랜 시간을 공원 한 곳에 머물며 코스모스 사진을 원없이 찍었습니다.
- OM-D E-M10 Mark III | 42mm | F5.6 | 1/800 | ISO 200 -
엔트리 카메라인 E-M10 Mark III의 특성상 14-42mm F3.5-5.6 표준줌 렌즈의 사용자가 압도적으로 많을 것입니다. 둘의 조합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이날 촬영 역시 표준줌 렌즈 위주로 진행해봤는데, '번들 렌즈'에 대한 제 선입견을 불식시킬 정도로 결과물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특히 디지털 카메라가 잘 표현하지 못하는 보라색 계열의 꽃을 화사하고 생생하게 표현해준 것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근접 촬영 능력도 준수했고요.
- OM-D E-M10 Mark III | 30mm | F3.5 | 1/800 | ISO 200 -
다만 줌렌즈 사용에 서툰 저는 14-42mm 렌즈의 다양한 화각이 오히려 불편함으로 다가오더군요. 시야가 분산되는 느낌이었달까, 그래서 조금 색다르게 담아 보고자 30mm F3.5 Macro 렌즈를 마운트 해 보았습니다. 최대 1:2 촬영을 지원하는 우수한 매크로 촬영 성능 때문에 코스모스를 전과 다른 시선으로 담을 수 있었습니다. 매크로 렌즈는 최근에서야 관심을 갖게 됐는데, 아직 잘 활용하고 있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몇몇 피사체를 촬영한 결과물만으로도 충분히 하나 정도 구비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예를 들면 아이폰 뒷면의 사과 로고 접사..?-
하지만 이런 것 말고 조금 더 특별한 것이 필요해 카메라 메뉴를 탐독하다 발견하게 된 것이 새로운 아트 필터 '블리치 바이패스'였습니다.
1. 블리치 바이패스
- OM-D E-M10 Mark III의 블리치 바이패스를 활용한 이미지 -
위 이미지는 노을 진 코스모스 밭을 블리치 바이패스 아트 필터를 사용해 담은 것입니다. 선명한 분홍/보라색 코스모스 꽃은 물론 잎의 녹색과 노을의 붉은색까지 모두 바랜 듯 빠져 이전과 완전히 다른 이미지가 됐는데요, 색이 배제돼 형태가 오히려 더 강조된 이 이미지도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습니다. 두 가지의 블리치 바이패스 모드 중 샤프니스가 높은 Type I을 사용했습니다.
OM-D E-M10 Mark III의 새로운 아트 필터 블리치 바이패스에 관한 내용은 이전 포스팅에 좀 더 상세하게 정리해 두었습니다.
올림푸스 E-M10 Mark III의 새로운 아트 필터 효과, 블리치 바이패스(Bleach bypass)
[ 블리치 바이패스 아트 필터를 적용한 이미지 ]
빛바랜 사진처럼 코스모스의 색이 옅어졌지만, 하이라이트를 높여 실루엣을 강조한 블리치 바이패스 결과물은 현실과 완전히 다른 느낌을 주는 '사진적 언어'로 피사체를 담기에 무척 좋은 기능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정으로도 쉽게 만들 수 없는 터라 RAW 촬영만을 고집해 오던 제게도 충분히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기록 설정을 RAW+JPG로 지정한 뒤 JPG 이미지는 블리치 바이패스 아트 필터를 적용해 촬영했습니다.
- 블리치 바이패스 (왼쪽) | 일반 촬영 (오른쪽) -
두 장의 이미지를 비교하면 블리치 바이패스의 특성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색을 배제하고 빛을 강조한 이 독특한 톤을 좋아하는 마니아들이 저를 포함해 상당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올림푸스 OM-D E-M10 Mark III에 블리치 바이패스 아트 필터가 추가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무척 기대가 됐습니다. 현재까지 이 블리치 바이패스를 사용할 수 있는 카메라는 E-M10 Mark III뿐입니다. 꽃 뿐만 아니라 겨울철에 많이 개최되는 조명 축제와 거리 조명 장식 등을 촬영해도 색다른 결과물을 얻을 수 있겠습니다.
2. 클립 무비
- E-M10 Mark III의 클립 영상 기능으로 만든 4K 동영상 -
다음으로 소개할 기능은 하루의 추억을 간편하게 편집 영상으로 만들 수 있는 '클립' 기능. 이 기능을 사용하면 녹화 버튼을 누를 때마다 1, 2, 4, 8초 가량의 짧은 클립 영상을 촬영한 뒤 차후에 카메라 내에서 선택/편집할 수 있습니다. PC/스마트폰의 동영상 편집 프로그램을 사용하지 않고도 축제/여행의 추억을 카메라 조작만으로 간편하게 만들 수 있는 기능입니다. 즐거운 순간마다 짧게 기록해두면, 저녁 식사를 기다리는 짧은 시간동안 근사한 편집 영상 한 편을 만들 수 있죠.
위 영상은 E-M10 Mark III의 클립 기능을 활용해 만든 것입니다. 코스모스밭을 걸으며 약 4초간의 영상 4개를 촬영한 뒤 선 자리에서 곧바로 편집 영상을 생성했는데, 화면 전환 효과와 배경 음악까지 넣을 수 있어 단순 편집보다 만족도가 더 높았습니다. 편집할 클립 영상과 순서는 사용자가 직접 지정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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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편의 편집 영상에 사용된 네 개의 클립 영상 -
아쉽게도 클립 기능의 영상은 해상도가 Full HD로 제한되지만 간편함 하나만으로 E-M10 Mark III의 주 사용층인 엔트리급 사용자들에게는 미러리스 카메라의 동영상 촬영 기능에 부담없이 접근할 수 있는 기능이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겨울철 여행지에서의 추억과 축제장의 풍경을 영상으로 남기고자 할 때 매우 유용합니다. 촬영 중 녹화 버튼을 한 번 더 눌러 클립 영상의 시간을 최대 16초까지 연장할 수 있고, 편집 영상 생성 후에도 원본 영상은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에 저도 추억 기록용으로 잘 활용하고 있습니다.
소중한 순간을 특별하게 기록하는 방법
오늘 소개한 올림푸스 OM-D E-M10 Mark III의 두 가지 부가 기능은 사용법이 간단하면서 개성있는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 카메라를 통해 이제 막 사진에 관심을 갖게 된 엔트리 사용자들에게는 어렵게만 느껴지던 카메라와 쉽게 친해질 수 있는 디딤돌 같은 장치로, 숙련된 사진 애호가들에게는 이 카메라의 또 다른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는 요소로 평가합니다. 당장 최신 카메라의 너무 많은 부가 기능에 회의적인 저도 이 두 가지는 즐겨 사용하고 있으니까요.
가을을 지나 이제 겨울, 연말 그리고 연시. 축제도 추억도 많은 시즌에 색다른 즐거움을 안겨줄 수 있는 카메라의 부가기능에도 관심을 가져 보시면 더 멋진 장면들이 기록으로 남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이번 겨울의 기록들을 이전보다 조금 더 색다르게 담아볼까 합니다.
사진이 최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