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출시된 올림푸스의 Brand new PRO 렌즈, M.ZUIKO DIGITAL ED 45mm F1.2 PRO 렌즈에 대한 두 번째 포스팅입니다. 예년보다 급하게 찾아온 겨울이 평소 가을마다 찾던 풍경들을 이미 무채색으로 만들어버려, 아쉽게도 이 렌즈를 아직 충분히 테스트해보지 못한 것이 아쉽습니다.
외관을 훑어본 첫 번째 포스팅에 이어 이번에는 제가 이 렌즈에 대해 궁금해했던 것들을 간단히 테스트 해 본 소감을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이 렌즈의 외형과 사양에 대한 내용은 아래 링크를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올림푸스 M.ZUIKO DIGITAL ED 45mm F1.2 PRO 렌즈 첫인상 - 새로운 대구경 PRO 렌즈의 등장
F1.2 대구경 렌즈
- OM-D E-M10 Mark III | 45mm | F1.2 | 1/2500 | ISO 200 -
M.ZUIKO DIGITAL ED 45mm F1.2 PRO 렌즈를 포함, 25mm/17mm PRO 렌즈의 정체성은 F1.2라는 상징적인 숫자에 있습니다. F2.8 조리개 값을 갖는 줌렌즈와 차별화되는 F1.2 단렌즈 시리즈는 자유로운 심도 표현과 야간/실내 촬영에서의 이점 등의 매력으로 간편한 줌렌즈 대신 단렌즈를 선택하게 합니다. 개인적으로 올림푸스 PRO 렌즈 중 줌렌즈보다 단렌즈를 선호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입니다. 45mm F1.2 PRO 렌즈는 17/25/45mm 단렌즈 시리즈 중 유일하게 망원 초점거리를 갖는 렌즈로 다른 두 렌즈에 비해 심도 표현에 특화돼 있습니다. 실제로 올림푸스는 이 렌즈를 아웃 포커스 효과와 보케 표현에 장점이 있는 차세대 인물 촬영용 렌즈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45mm F1.2 PRO 렌즈의 심도 표현에 대한 궁금증이 가장 컸습니다. 위 이미지는 F1.2 최대 개방 조리개 값으로 촬영된 이미지로 35mm 환산 90mm, F1.2 조리개 값이 만들어 내는 매우 얕은 심도 표현이 인상적입니다.
- F1.2 (왼쪽) | F4 (오른쪽) -
위 이미지는 동일한 환경에서 F1.2, F4의 서로 다른 조리개 값으로 촬영한 것입니다. 배경에 있는 풀이 흐려진 정도, 그리고 초점이 맞은 부분에서도 일부가 흐리게 표현될 만큼 얕은 피사계 심도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에 반해 비교적 높은 조리개 값인 F4 촬영 결과물에서는 피사체의 윤곽선 하나 하나가 매우 선명하게 표현되는 광학 성능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 OM-D E-M10 Mark III | 45mm | F1.2 | 1/640 | ISO 200 -
이 렌즈를 사용하며 한동안 셔터 속도가 확보되는 한 조리개 값을 대부분 F1.2로 설정할 정도로 F1.2 최대 개방 촬영의 심도 표현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제조사가 이 렌즈에서 내세우는 보케 표현력의 개선, 구면 수차 억제 성능 등을 판별하기 위해 눈을 크게 뜨거나 확대해보기 전에 개방 촬영의 얕은 심도가 주는 감성적인 표현이 우선 직관적으로 와 닿았습니다. 사진에서 감성이 차지하는 영역이 생각 이상으로 큰 만큼 이런 표현력은 이 렌즈의 장점으로 꼽을 수 있겠습니다. 더불어 경쟁 제품보다 심도 표현 자체에서 상대적으로 열세였던 마이크로포서드 포맷의 아쉬움을 상당 부분 달래준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 OM-D E-M10 Mark III | 45mm | F1.2 | 1/4000 | ISO 200 -
또 하나, 망원 초점거리를 감안하면 짧은 편에 속하는 50cm의 최단 촬영 거리 역시 극적인 심도 표현을 가능하게 하는 요소입니다. 바로 위 사진은 F1.2 최대 개방 조리개 값과 50cm 최단 촬영을 함께 활용한 결과물로 피사체의 극히 일부분만 선명하게 표현되었습니다. 특히 인물 촬영에서 눈이나 입술 등 일부분을 부각시키는 촬영이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 100% 확대 -
이 렌즈의 F1.2 최대 개방 촬영 결과물이 감각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것은 충실한 광학 성능이 담보돼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위 사진의 결과물에서 주인공인 고양이까지 흐릿하게 표현 됐다면 그저 흐리멍텅한 사진이 됐을 것입니다. 높은 광학 성능은 개방 촬영에서도 주 피사체를 흐려진 배경 위에 선명하게 표현합니다. 이 대비 덕분에 피사체는 더욱 돋보이고, 보는 이에게 감각적으로 다가갑니다. 이 렌즈에서 가장 화질이 좋지 않은 F1.2 최대 개방 촬영이지만 고양이의 수염과 눈 등을 선명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 OM-D E-M10 Mark III | 45mm | F1.2 | 1/400 | ISO 200 -
- OM-D E-M10 Mark III | 45mm | F3.5 | 1/200 | ISO 200 -
이 렌즈뿐 아니라 올림푸스 F1.2 PRO 단렌즈군의 가장 큰 장점은 F1.2라는 조리개 값이 단순히 상징적인 숫자로만 머물지 않고 최대 개방 촬영에서도 충분한 샤프니스가 확보된다는 데 있습니다. 위 두 장의 이미지 중 첫 번째는 F1.2 최대 개방으로 촬영한 것인데, 초점 부위의 윤곽선 및 금속 피사체 질감을 충실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물론 여기서 조리개 값을 높이면 이미지는 더 샤프해지죠.
더불어 밝은 조리개 값을 갖는 대구경 렌즈의 가장 큰 숙제이자 한계인 주변부 광량 저하에서도 비교적 자유롭습니다. 과거 25mm F1.2 PRO 렌즈를 사용할 때도 느낀 것이지만, 타사의 F1.2 혹은 F1.4 렌즈가 최대 개방 촬영의 몇몇 단점 (부족한 샤프니스, 주변부 광량 저하)을 감수하고 사용해야 하는 것과 달리 올림푸스의 PRO 단렌즈 시리즈는 앞서 언급한 부분을 신경 쓰지 않고 F1.2 조리개 값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 만족스럽습니다. 물론 그 정도 광학 성능을 실현하기 위해 PRO 단렌즈 제품들은 줌렌즈 못지 않은 육중한 크기와 무게를 갖게 되었습니다만.
아래는 동일한 환경에서 각 조리개 값에 따른 화질을 비교해 본 것입니다.
- F1.2 / F1.4 -
- F2 / F2.8 -
- F4 / F5.6 -
- F8 / F11 -
- F16 -
간단히 평하자면 'F1.2에서도 충분히 좋지만 역시나 조리개 값이 높아지면 훨씬 좋아진다.'라는 당연한 말을 할 수 있겠습니다. 윤곽선 표현나 수차 억제 등 전반적인 화질은 F1.2 최대 개방에서도 양호하지만 확실히 F2.0 촬영에서 눈에 띄게 좋아집니다. 그리고 F4부터 F11까지 큰 차이 없이 좋은 모습을 보입니다. 직접적으로 비교하니 F1.2 결과물의 화질이 떨어지는 것이 눈에 띄지만 일반적인 촬영에서는 최대 개방 촬영의 샤프니스 역시 만족스러웠습니다. 물론 이것은 심도 표현을 강조한 인물, 동물 촬영의 이야기고 만약 풍경이나 정물 등 섬세한 묘사가 중요한 촬영을 한다면 F4 이상의 조리개 값을 설정해야겠죠.
보케(Bokeh) 표현
- OM-D E-M10 Mark III | 45mm | F1.2 | 1/1250 | ISO 200 -
올림푸스는 '더 좋은 인물 사진을 얻을 수 있는 렌즈'로 45mm F1.2 렌즈를 소개하며, 상당 부분을 보케 표현에 할애했습니다. 홈페이지에서도 이러한 내용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아름답게 퍼지는 보케 효과로 인물을 더욱 돋보이게 하기 위해 특별한 광학 설계를 적용했다고 하는데요, 이것은 동일한 환경에서 다른 렌즈로 촬영한 결과물을 함께 놓고 비교해봐야 알 수 있는 부분이라 아직 테스트를 해 보지는 못했습니다. 다만 위 고양이 촬영 사진을 통해 올림푸스가 말하는 '보케의 중요성'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됐습니다. 피사체와 카메라 사이에 있는 전경이 독특한 형태로 표현 됐는데, 올드 렌즈의 회오리 보케같은 표현과는 또 다른 형태입니다. 하지만 어지럽지 않고 확실히 부드러운 형태를 띠는 것이 주 피사체를 방해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전보다 좀 더 궁금증을 갖게 됐습니다. 차후 포스팅을 통해 이 렌즈의 보케 표현을 테스트 해 볼 계획입니다.
최대 개방에서의 색수차
- OM-D E-M10 Mark III | 45mm | F1.2 | 1/800 | ISO 200 -
개방 촬영 그리고 강한 광원에서 쉽게 발생하는 색수차는 인물 및 정물 촬영의 완성도를 크게 저하하는 요소입니다. 역광 촬영에서 쉽게 나타나기 때문에 수차 발생이 심한 렌즈의 경우 밝은 조리개 값을 제대로 사용할 수 없는 경우가 많은데, 수차 억제를 위한 설계가 적용됐다는 올림푸스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강한 광원에서는 보라색 색수차가 발생했습니다. 물론 위와 같은 경우는 극단적인 환경으로 일반적인 환경에서는 이만큼 발생하지는 않습니다. 이것 역시 좀 더 다양한 환경에서 테스트가 필요하겠습니다.
감성의 F1.2, 완성도의 PRO
45mm F1.2 렌즈만이 가진 심도 표현 능력과 개방 촬영의 화질, 기대했던 보케 형태와 반대로 우려했던 색수차까지. 이 렌즈에 대해 궁금했던 특성들을 간단히 테스트해 보았습니다. 무엇보다 이 렌즈의 최대 강점인 F1.2 최대 개방을 화질 걱정 없이 마음껏 사용할 수 있는 점과 특별히 고려됐다고 하는 보케 표현 덕분에 과거 사용했던 25mm F1.2 렌즈보다 이미지가 좀 더 감각적으로 다가온 것이 현재까지의 소감입니다. 반대로 열악한 환경에 발생하는 색수차는 완전히 억제하지 못한 점이 아쉽고요. 물론 짧은 기간동안 사용해 본 후의 소감이라 좀 더 테스트가 필요하고, 제가 이 렌즈를 잘 다루기 위한 훈련도 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확한 평가는 그 때 할 수 있겠죠.
올림푸스 최고의 인물용 렌즈로 멋진 인물 사진을 찍지 못하고 있는 것이 여전히 아쉽습니다만, 그동안 마이크로포서드 카메라에서 쉽게 기대할 수 없었던 얕은 심도 표현과 기대 이상의 광학 완성도를 즐기는 것만으로도 아직까지는 충분히 즐겁습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이 렌즈의 또 다른 면을 테스트 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