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amera"
라이카는 3년여만에 세상에 나온 새로운 디지털 M 카메라를 이렇게 소개했습니다. 최근들어 풀 프레임 카메라 라이카 Q, 미러리스 카메라 라이카 SL 시리즈 등 디지털 시장에서 점차 그 입지를 넓혀나가기 위한 노력에 가속도가 붙고 있지만, 역시나 이 브랜드의 정신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M 시리즈입니다. 첫번째 디지털 M 카메라인 라이카 M8부터 라이카 M Typ240까지 수많은 비판과 시행착오를 겪으며 조금씩 성장해왔습니다. 그리고 2017년의 시작과 함께 발표된 새로운 디지털 M카메라 M. 아직은 너무 차가운 느낌의 디지털 카메라에 "The Camera"라는 자신있는 문구를 붙인 것은, 이제 디지털 M이 비로소 완전한 M에 가까워졌다는 방증이 아닐까요. 그들이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치인 '본질'에 말이죠.
LEICA M10
- 디지털 레인지 파인더 카메라
- 2400만 화소 36 x 24mm CMOS 이미지 센서
- ISO 100 - 50000
- 1/4000 - 8 초 | 벌브 지원
- 5fps 연속 촬영
- 0.73x 배율의 광학 뷰파인더
- 3" 103만 화소 LCD 디스플레이
- Wi-Fi 무선 통신
- 1300mAh 배터리
- 동영상 촬영 불가
- 139 x 80 x 38.5 mm
- 660 g
- 실버 크롬 | 블랙 페인트 바디
어딘가 변한 것 같지만 크게 다르지 않은 전통적인 디자인에 2400만 화소 이미지 센서, 라이카 M10의 사양을 보면 전작 라이카 M Typ240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태초의 M이 그러했고 지난 M의 발자취가 그러했듯 놀라운 최신 기술의 접목보다 사진의 본질에 충실한 변화들이 두 눈을 크게 뜨면 하나씩 보입니다. ISO 100부터 최대 ISO 50000까지 지원하는 이미지 센서는 기존 제품과 화소는 같지만 성능이 크게 향상된 것이며 버퍼 메모리와 새로운 이미지 처리 엔진 채용으로 M 사용자라면 눈이 뜨이는 초당 5매의 연속 촬영이 가능해졌습니다. 포토그래퍼와 세상이 소통하는 창인 뷰파인더 크기는 기존 제품보다 약 30% 확대됐습니다. 외형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두께의 변화, 필름 M 카메라에 비해 뚱뚱했던 디지털 M 카메라가 M10에서 다이어트에 성공했습니다. 이것만으로 라이카 M10은 가장 섹시한 디지털 M 카메라가 됐습니다.
가장 섹시한 디지털 M 카메라
M10은 전통적인 라이카 M 시리즈의 디자인을 계승하면서 본질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한 그들의 손길이 더해졌습니다. 시리즈의 이름인 M 로고를 전면에서 지워 보다 간결한 형태가 된 것이 눈에 띕니다. 반반면 더해진 것도 있는데, 마운트 옆의 프레임 조절 레버가 그것입니다. 라이카 M Typ240에서 뷰파인더의 프레임 라인이 LED 방식으로 변경되며 사실상 필요 없어진 프레임 조절 레버가 삭제됐는데, M10에서 이 레버가 다시 부활했습니다. 이것에 대해 많은 포토그래퍼들의 요청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분히 아날로그적인 요소지만 프레임 조절 레버가 다시 자리를 잡으며 M10은 전작보다 오히려 더 아날로그 카메라 느낌에 가까워졌습니다.
그 외에도 제법 많은 부분에 변화가 있습니다. 상판에는 새롭게 ISO 다이얼이 추가됐고, 후면 인터페이스 역시 재편됐습니다. 버튼을 3개로 줄이고 크기를 키워 조작성을 극대화한 것이 특징입니다. M Ty240의 경우 전작 M9에 비해 최신 기술들이 대거 가미되면서 오히려 메뉴 체계와 조작성에 손해를 보았는데 M10은 이것들을 다시 과감히 없애 버렸습니다. 단적으로 들면 M Typ240의 Full HD 동영상을 지워버린 것을 들 수 있겠죠. "The Camera"라는 소개답게 다시 '오직 사진만을 위한 M'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에 앞서는 핵심적인 변화는 두께입니다. 시작부터 필름 M 카메라에 비해 두꺼웠던 디지털 M 카메라는 라이카 M Typ240에서 그 부피가 더 증가해 디자인 완성도와 휴대, 조작성 모두에서 혹평을 받았는데요, 새로운 M10은 기존 제품보다 두께를 크게 줄여 필름 M 카메라에 가까워졌습니다. 이 점은 기존 M 사용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색상은 언제나처럼(?) 실버 크롬과 블랙 페인트 두가지 모델로 출시됩니다. 저는 M Typ240 실버 모델을 사용했는데, 이번엔 블랙 페인트 모델에 조금 더 눈이 가네요. 슬림해진 외형 덕분에 그 빛을 더하는 것 같습니다.
라이카 M10의 새로운 요소들과 장점을 조금 더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가장 슬림한 디지털 M
M10은 이 외형의 변화를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설계한 것으로 보일만큼 두께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기존 디지털 M 시리즈는 두께 때문에 디자인 완성도에서 필름 M 카메라에 비해 낮은 점수를 받았는데, 이번 M10은 본체 두께를 필름 카메라에 근접한 33.7mm까지 줄였습니다. 때문에 카메라가 조금 더 날렵하고 세련된 인상을 줍니다. 아쉽게도 디지털 카메라의 구조상 한계로 렌즈 마운트부가 본체보다 돌출되는 기형적인(?) 디자인을 갖게 됐지만, 그래도 전반적인 완성도가 크게 향상된 것은 누구나 인정할 것입니다. 이 옆라인이 M10을 더욱 돋보이게 합니다.
본질을 위한 기술
언제까지나 과거의 영광에 매여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디지털 M 시리즈는 제품마다 큰 폭으로 성능을 향상시켜왔습니다. 비록 그 변화 혹은 혁신이 모두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은 아니지만요. M10 역시 전통적인 디자인에 '본질'을 위한 새로운 기술들이 대거 접목되었습니다. 화질을 좌우하는 이미지 센서를 재설계하고, 처리 속도와 표현력이 향상된 MAESTRO II 프로세서를 탑재했습니다. 새로운 M 카메라를 궁금하게 하는 것들입니다.
2400만 화소는 전작 M Typ240와 같지만 센서 자체는 이 카메라를 위해 새롭게 설계, 제작됐습니다. 라이카의 풀 프레임 카메라인 SL, Q 시리즈가 모두 2400만 화소 이미지 센서를 탑재했고, 최신작인 M10 역시 2400만 화소인 것을 보아 라이카는 현재 이 135포맷 디지털 카메라가 2400만 화소에서 가장 좋은 성능을 보인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M10의 이미지 센서가 기존 Q, SL과 같은 것이라는 소문이 있었는데, 라이카는 이 센서가 '새로운 센서'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최고 감도 ISO 50000을 지원해 보다 열악한 환경에 대응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 ISO 50000 이미지 -
이와 더불어 디지털 M 사용자들이 깜짝 놀랄 소식도 하나 있으니, 바로 '연속 촬영'입니다. M10은 2400만 화소 이미지를 초당 5매 속도로 연속 촬영할 수 있게 됐습니다. 기존 라이카 M 시리즈에도 C(컨티뉴어스) 모드란 이름으로 연속 촬영 옵션이 있었지만 초당 2-3매의, 사실상 무의미한 속도였던 것을 생각하면 깜짝 놀랄만한 변화입니다. 어쩌면 연속 촬영이야 말로 순간을 포착하는 M 카메라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장르인데 그동안 너무 뒤떨어져있던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2GB의 버퍼 메모리와 새로운 MAESTRO II 이미지 프로세서가 끌어올린 연속 촬영 능력이 많은 사진가들에게 결정적인 순간 포착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상단 ISO 다이얼
슬림해진 실루엣과 함께 M10의 가장 큰 디자인 변화를 꼽으라면 상판 왼쪽에 추가된 원형 다이얼을 들 수 있습니다. ISO 감도를 조절할 수 있는 다이얼로 기존에는 메뉴 화면에 진입해 변경해야 했던 감도를 빠르고 간편하게 변경할 수 있는 것이 장점입니다. 기동성과 순간 포착이 중요한 촬영에서 효율을 크게 향상시킬 것으로 보입니다. 오동작을 방지하기 위해 손으로 들어 올려 ISO 감도를 설정한 후 다시 고정시키는 방식을 택한 것도 인상적입니다.
M 시리즈의 심플한 외형을 해친다는 점에서, 그리고 ISO 설정 빈도가 높지 않은 사용자들에게 이 다이얼은 '못난' 요소인 것도 사실입니다. 아마 이 다이얼에 대한 평가는 앞으로 당분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 결과는 아마 3년 후 출시된 M11의 디자인을 보면 알 수 있겠죠.
커스텀 인터페이스
많은 기능을 사용하지 않는, 그리고 기동성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M 사용자를 배려해 'Favorite' 메뉴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드라이브 모드와 화이트 밸런스 등 자주 사용하는 메뉴를 한 화면에 배치해 편의성을 높이는 인터페이스입니다. 최신 기술이 추가되며 점점 복잡해지는 M 시리즈를 보다 간결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사진가들에게 환영받을 기능으로 보입니다.
광활해진 뷰파인더
라이카 M의 M은 Messsucher(거리계 측정)의 약자라고 합니다. 현재 유일하게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레인지 파인더 카메라인 라이카 M 시리즈는 M10에서 이 시스템의 근본적인 요소를 개선했습니다. 사진가가 장면을 보고 셔터를 결정하는 광학 뷰파인더의 시야를 전보다 약 30% 확대하고 배율을 0.73배로 끌어올려 몰입도를 향상시켰습니다. 라이카 M 시리즈 마니아로서 M10에 가장 크게 기대하는 요소가 바로 이 뷰파인더의 변화입니다.
방진, 방습 설계
필름 M 카메라에 비해 디지털 M 카메라들은 너무나도 '약하고 예민한' 존재였습니다만, M10에서 그 고정관념을 조금 떨칠 수 있게 됐습니다. 가벼운 샤워와 먼지, 악천후에도 정상적인 촬영이 가능한 방진, 방습 설계가 적용됐고 흠집에 강한 고릴라 글래스가 LCD 화면에 적용됐습니다. 올라운드 플레이어로서 M의 가치를 조금 더 높이는 요소입니다.
Wi-Fi 무선 통신
이제는 없어서는 안 될 기능이지만, 이 카메라가 전통의 M 시리즈이기 때문에 고민이 많았을 것입니다. M10은 M 시리즈 최초로 Wi-Fi 무선 통신 기능을 지원합니다. 스마트폰/태블릿과 연동해 원격 촬영을 하거나 촬영한 이미지를 전송받아 활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전통과 기술의 대화
무엇보다 가장 큰 장점은 1956년에 만들어진 최초의 라이카 M 렌즈를 2017년의 M10에 마운트해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필름에서 디지털로, 시대는 완전히 바뀌었지만 변함없이 유지하고 있는 M 시리즈만의 가치입니다. 최신 기술로 빚어진 이미지 센서와 전설의 올드 렌즈가 어떤 이미지를 만들지 기대하는 포토그래퍼들이 무척이나 많을 것입니다.
아래는 라이카 홈페이지에 공개된 M10의 샘플 이미지 그리고 소개 영상입니다.
< 라이카 M10으로 촬영한 이미지 - 출처 Leica.com >
이토록 섹시한 디지털, M10
< http://www.thephoblographer.com/ >
라이카 M10을 보며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M typ240을 사용하면서 '멋지다'는 생각은 수없이 했지만 '섹시하다'라는 생각을 한 것은 M10이 처음입니다. 더욱 얇고 간결하게, 그렇게 그들이 추구하는 본질에 한걸음 가까워진 이 최신 디지털 카메라는 겉으로는 그리 특별해보이지 않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라이카 마니아들을 열광시킬 요소들이 충분합니다. 60년간 이어져 온 라이카 M 시리즈의 새 걸음으로 M10이 외형에서 준 신선한 충격 그리고 감동을 이어갈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 M typ240보다 저를 더 설레게 하는 카메라가 탄생했네요.
아, 궁금하신 가격은 890만원으로 결정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