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0일부터 23일까지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서울국제사진영상기자재전(P&I)에 다녀왔습니다. 한때는 매년 빠짐없이 참관했는데, 벌써 26회나 됐더군요. 사진 애호가들에게는 한 해 행사 중 가장 큰 이벤트라 꽤 큰 코엑스 박람회장이 매년 인파로 가득 차는데요, 그래서 올해는 행사 첫날 아침일찍 찾았습니다. 그리고 사랑해 마지않는 브랜드 라이카 부스가 있다는 소식에 출구 앞에 있는 라이카 부스까지 단숨에 달려갔죠. 오늘 포스팅은 2017 P&I 라이카 부스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 서울국제사진영상기자재전(P&I) 입구 -
저와 같은 생각을 한 분들이 많았는지, 행사가 막을 올린지 얼마 되지 않은 시각부터 입구에 사람들이 잔뜩 모여 있더군요. 해마다 조금씩 규모도, 관심도 줄어든다는 말도 있지만 여전히 사진가들에게 한 해 최고의 이벤트인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카메라가 없는 라이카(LEICA) 부스?
캐논, 소니 등 카메라 업체들의 화려한 부스를 외면하고 가장 먼저 찾은 곳은 독일 카메라 브랜드 라이카의 부스. 얼마 전 다녀온 M10을 조금 더 경험해 보고 싶기도 했고, 언제나 볼거리가 가득한 곳이라 P&I 부스는 어떻게 단장했을까 궁금했습니다. 2017 P&I 라이카 부스는 출구 바로 앞에 있어 오히려 찾기가 쉽습니다.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살려 검정색 파티션에 강렬한 붉은 라이카 로고를 새겨 놓았습니다.
기대를 안고 들어섰는데, 다른 브랜드의 부스와 달리 라이카 부스에는 카메라가 한 대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저 갤러리처럼 사진이 전시되어 있더군요.
후에 담당자에게 물어보니 이번 라이카의 P&I 부스는 제품이 아닌 '사진'을 주제로 운영된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입구에서 그에 대한 안내를 보았습니다.
"라이카- 오스카 바르낙 어워드"
라이카에 빠져든 후 알게된, 이제는 퍽 익숙한 이름 오스카 바르낙(Oskar Barnack).
이번 라이카 부스의 주제는 해마다 개최되는 라이카의 사진 문화, 작가 지원 프로그램인 오스카 바르낙 어워드를 주제로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사진가들의 꿈으로 불리는 오스카 바르낙 어워드, 그 중에서도 국내 작가들의 작품들을 전시했다는 소식이 눈길을 끕니다.
올해로 벌써 37회를 맞이했다고 합니다. 최초의 35mm 필름 카메라 우르-라이카(Ur-Leica)의 아버지 오스카 바르낙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1979년부터 진행되고 있는 라이카의 글로벌 사진 공모전으로, 라이카 마니아들의 꿈이자 등용문입니다. 매년 3월 개최돼 수상자에게는 사진작가 데뷔의 기회와 상금이 주어지는데요, 라이카 마니아들이 많은 한국에서도 많은 작가들이 매년 참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물론 수상도 상당 수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요.
아직은 마니아들에게 알려진 라이카 오스카 바르낙 어워드를 알리고, 단순한 사진 공모전이 아닌 사진가의 열정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알리기 위해 카메라를 배제한 부스를 운영하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글로벌 공모전인 라이카 오스카 바르낙의 상금과 LFI 매거진 등재 기회 외에도 올해부터 한국 작가들에게 전시 지원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고 합니다. 앞으로 매년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4월 P&I에서 볼 수 있겠네요. 스토리를 알고 보니, 강남 스토어에 가면 언제든 볼 수 있는 카메라를 여기서 한 번 더 만져보는 것보다 더 의미있는 체험이 될 것 같아 천천히 행사장 내부를 둘러봅니다.
꽤 오랜 시간동안 살펴보았지만 정말 카메라는 '한 대'도 없습니다. 심지어 카메라를 찍은 사진조차 없었습니다. 시끌벅적한 P&I 분위기와 달리 라이카 부스 내부는 검정색 벽으로 이뤄진 호젓한 갤러리 분위기였고, 잠시 카메라를 어깨에 걸고 전시된 크고 작은 작품들을 훑어보는 사람들의 여유가 있었습니다. 이 곳에 전시된 작품들은 2017 라이카 오스카 바르낙 어워드에 출품된 작품 중 25장을 엄선한 것이라고 합니다. 게다가 작품 아래 이름들을 보니 모두 한국 작가들의 작품이더군요. 라이카 코리아에서 한국 작가들을 지원하기 위해 서울국제사진영상기자재전의 부스를 사진전시로 꾸몄다고 하네요. 국내 작가들의 작품이라고 하니 새삼 작품이 다시 보였습니다.
행사 첫날 아침이라 그런지 아직 걸리지 못한 작품을 전시하기 위한 준비로 분주한 풍경이었습니다. 벽에 걸려 있을 때는 몰랐는데 이렇게 바닥에 놓고 보니 프린트가 정말 크군요. 이 날 제가 보았던 작품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 중 하나인 서울의 풍경 연출 사진이었습니다.
전시장 한편에는 라이카 오스카 바르낙 어워드에 대한 소개와 역대 수상작, 그리고 어워드와 함께 진행중인 사진평론가 크리스찬 꼬졸의 포트폴리오 리뷰 등에 대한 소개 자료가 있었습니다. 그 외에도 라이카에서 발행하는 매거진 LFI와 사진 관련 서적들도 함께 있어 라이카에 대해 궁금하셨던 분들이 호기심을 채우기 좋아 보이더군요. 아무래도 다른 브랜드보다 진입 장벽이 높아 호기심만 가지고 있는 사진가들이 많을텐데, P&I 부스는 누구나 편하게 입장해서 갤러리처럼 사진을 감상하고, 관련 정보들을 훑어볼 수 있도록 한 것이 좋아 보였습니다. 오히려 그 비싼 카메라들만 잔뜩 전시되어 있다면 오히려 더 다가가기 어려웠을지도 모르니까요.
세계적인 사진 평론가 크리스찬 꼬졸의 포트폴리오 리뷰 행사는 지난 4월 8일 라이카 스토어 강남에서 열렸다고 하네요. 멋진 기회를 미리 알지 못한 것이 정말 아쉽습니다.
무엇보다 이 작은 코너에 지난 라이카 오스카 바르낙 어워드 수상작들을 모아놓은 LFI 매거진이 있어 반가웠습니다. 몇 장 넘겨 보았는데, 대단한 열정들이 가득한 작품들이 두툼한 매거진을 가득 채우고 있어서 한 권 가져가고 싶더군요. 그 외에도 액자에 걸린 몇 장의 사진들 - 사진의 역사속에 남은 멋진 장면들이라 다시 보아도 반가웠고요.
- 이 유명한 키스를 담은 것도 라이카 카메라라고 하죠 -
P&I 방문 계획이 있으신 분들은 라이카 부스에서 이 관련 서적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사진 생활에 상당한 동기부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책자들과 함께 반대편에서 라이카 카메라와 오스카 바르낙 어워드 관련 영상도 볼 수 있었습니다. 유투브 채널에서 본 영상도 있어서 반가웠어요.
"바르낙 어워드를 꿈꾸십니까?"
멋진 책자 속에 끼어있던 빈약한 서류철은 이 부스를 방문한 예비 사진가들을 위한 것입니다. 라이카 오스카 바르낙 어워드에 대한 소개, 접수 일자와 방법 등을 번역해 놓았습니다. 기적의 데뷔를 꿈꾸는 사진가들은 확인해보시면 좋은 정보가 되겠네요. 저도 언젠가 한 번 참여해보고 싶습니다. 아직은 좀 무리고, 결정적 장면을 만나게 된다면요.
미리보는 2017 라이카 오스카 바르낙 어워드, 부스에 전시된 한국 작가들의 작품들
매거진과 영상, 간결한 부스 전시 내용을 훑어본 후에는 주인공인 25장의 작품들을 둘러보았습니다. '인간과 자연의 관계'라는 주제로 검정색 벽에 열맞춰 전시된 25장의 작품들은 다른 갤러리의 전시에서 볼 수 없는 익숙한 풍경들이라 좀 더 쉽게 읽혔는데요, 아무래도 한국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 많아서 그런 것이겠죠. 이곳에 전시된 작품들은 이번 2017 라이카 오스카 바르낙 어워드에 전시된 작품 중 엄선한 것이라고 합니다.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작품 몇 점을 살짝 보여 드립니다.
제목과 촬영 장비, 년도 등의 정보 없이 검정색 벽에 작품과 작가 이름만 걸린 전시는 몰입도가 대단히 높았습니다. 벽이 검정색이라 사진들이 더 깊고 강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몇몇 장면들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기도 했지만 많은 장면들이 대단히 멋진 시선이라는 생각을 절로 하게 했습니다. 제가 그동안 보았던 사진 작가들의 전시는 제가 상상한 적 없는 지구 어딘가의 풍경이었는데, 제가 자주 접하는 서울 그리고 작은 골목들의 풍경도 이렇게 근사하게 담길 수 있구나 싶더군요.
개인적으로 가장 강렬하게 남은 작품은 이것, 그래픽처럼 선명한 파동을 몽환적으로 담은 것이 감탄이 나오더군요. 부스에 들어서면 가장 눈에 잘 띄는 위치에 있는데다 작품의 크기도 다른 것들보다 커서 아주 근사해 보입니다. 그래서 이 작품만 멀리 또 가까이서 몇 번씩 다시 보았습니다.
그렇게 2017 P&I 라이카 코리아 부스 관람을 마쳤습니다. 구경할 카메라가 없어서 십 분도 걸리지 않을 것 같았는데, 작품과 매거진들을 훑어보다 보니 예상보다 많은 시간이 지났습니다. 시끌벅적한 P&I 분위기와 어딘가 어울리지 않지만, 여유롭게 전시 관람을 하고 나온 기분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 제품에 대한 아쉬움은 근처 반도 카메라 부스에서 풀고 -
"사진과 꿈"에 대해 이야기 한 라이카
기대한 2017 서울국제사진영상기자재전의 라이카 부스에서 카메라가 없다는 것을 알았을 때, 잠시 실망하기도 했지만, 장비가 아닌 사진을 본 것도 나쁘지 않은 시간이었습니다. 무엇보다 그 사진들 중 몇몇 작품에는 사진에 대한 열정과 꿈이 가득했기 때문에 능숙하고 노련한 중견 작가의 개인전보다 오히려 더 강한 인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P&I라는 최대 이벤트에서 그들의 장비가 아닌 사진가의 꿈에 대해 이야기했던 라이카의 이번 기획은 열정 가득한 예비 작가들에게 아름다운 모델 가득한 부스보다 더 큰 동기부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그동안 중견 사진작가들의 무대라고만 생각했던 라이카 오스카 바르낙 어워드가 신진 작가들을 위한 뉴커머 어워드가 있다는 것을 알게돼 내심 꿈을 꿔보기도 해서 의미가 있었습니다. 게다가 상금이 10,000유로, M 시리즈 카메라와 렌즈도 수여된다니 상상만으로 가슴이 벅차는 일입니다. 2017 P&I 방문 계획이 있으신 분은 출구로 나가기 전 이 특별한 부스에 잠시 들러 보시는 것도 좋은 마무리가 될 것 같습니다.
- 그래서 결론은, 갖고싶다 M10 -
* 위 포스팅은 라이카 코리아의 도움으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