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our future"
소개 영상 말미의 이 한마디가 무척 크고 무겁게 들려왔습니다. 처음 곁눈질로 이 카메라의 소식을 들었을 때는 '또 사치품 하나가 추가됐구나'라고 생각했는데 보면 볼수록 놀랍고 알면 알수록 매력적입니다. 네모난 모양과 독특한 촬영 자세가 이름보다 더 유명한 중형 필름카메라의 이름, 스웨덴 핫셀블라드에서 완전히 새로운 카메라를 출시했습니다. 무려 중형 포맷의 미러리스 카메라입니다.
-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한다.jpg -
핫셀블라드 X1D를 이보다 확실하게 설명하는 사진이 있을까요? 35mm 풀 프레임 DSLR 카메라보다 작으면서도 43.8 x 32.9 mm의 대형 이미지 센서를 탑재했습니다. 35mm 풀 프레임 이미지 센서의 크기가 약 36 x 24 mm 이니 차이가 제법 큽니다. 핫셀블라드의 중형포맷 카메라는 이미 HxD 시리즈를 통해 상업 사진과 프로페셔널 시장에서 자리를 잡았지만 기존보다 훨씬 작고 가벼운 포맷 그리고 저렴한 가격으로 출시된 것이 큰 의미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사실 핫셀블라드는 꾸준히 하이 아마추어, 컴팩트 카메라 시장을 노크해 왔습니다. 다만 그 방법이 좋지 못해 중형 시장에서만큼 이름을 세우지 못했죠. 그동안 핫셀블라드는 스텔라, 루나, HV 등 10,000달러 이하의 컴팩트, 렌즈 교환식 카메라를 출시한 바 있습니다. 독특한 디자인과 고급스러운 외장, 패키징으로 눈길을 끌었지만 실상 이것의 '알맹이'가 소니 카메라였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판매량과 평가 모두 고전을 면치 못했습니다.
- 소니의 RX100 시리즈를 베이스로 한 스텔라(왼쪽), 알파 시리즈를 베이스로 한 루나(오른쪽) -
이런 제품 전략 때문에 핫셀블라드는 10,000달러 이하의 소위 '일반 사진가' 혹은 하이 아마추어 시장에는 관심이 없다는 이야기가 지배적이었습니다. 물론 HxD 시리즈로 중형 디지털 시장에서 꾸준히 성공하고 있다는 점도 한 몫 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X1D의 존재가 더욱 놀랍고 반갑습니다.
아래는 핫셀블라드 유투브 채널에 공개된 소개 영상과 제품 출시 이벤트 스케치 영상입니다. X1D의 제품 컨셉과 실제품의 크기 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영상 속의 X1D는 생각보다도 더 작은 크기와 미러리스 카메라 특유의 얇은 두께 때문에 기존 중형 디지털 카메라에 대한 선입견을 완전히 깰 수 있게 됩니다. 렌즈 역시 35mm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와 비교해도 휴대성이 뒤떨어지지 않습니다.
다음으로 이 놀라운 카메라의 사양을 살펴보면,
Hasselblad X1D
- 중형 포맷 미러리스 카메라
- 43.8 x 32.9 mm CMOS 이미지 센서
- 5천만 화소 (8272 x 6200)
- 16비트, 14스탑 다이나믹 레인지
- 1/2000초 - 60분 셔터 속도 (리프 셔터)
- 콘트라스트 검출 AF
- ISO 100 - 25600
- Full HD 동영상 촬영
- 236만 화소 XGA 전자 뷰파인더
- 3" 92만 화소 LCD 디스플레이 | 라이브뷰, 터치 조작 지원
- 듀얼 SD 슬롯
- Wi-Fi 무선 통신
- 150.4 x 98.1 x 71.4 mm
- 725 g (배터리 포함)
- $8995
역시나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가격입니다. 약 9000달러의 가격이 처음 볼 때는 어마어마하게 느껴지지만 이 카메라가 기존 35mm 포맷보다 큰 중형 포맷의 카메라라는 것을 고려하면 그리고 기존 HxD 시리즈의 가격을 생각하면 결코 비싼 가격이 아닌 것이 재미있습니다. 실제로 현재 판매중인 핫셀블라드 H6D-100c의 가격은 약 4500만원입니다.
43.8 x 32.9 mm 로 35mm 풀 프레임보다 큰 5000만 화소 이미지 센서는 16비트 컬러와 14스탑 다이나믹 레인지로 심도나 해상력 뿐 아니라 전반적인 이미지 품질에서 기존 DSLR 카메라보다 뛰어난 결과물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ISO 100 - 25600의 감도로 촬영이 가능하고 렌즈 셔터를 사용해 1/2000초부터 최대 60분의 셔터 속도를 지원합니다. 3인치 터치 조작과 236만 화소 EVF, Full HD 동영상 촬영 등 기기적인 성능은 최신 카메라와 비교하면 다소 떨어지는 편입니다. 배터리를 포함하고도 725g의 무게는 중형 대비 DSLR 카메라의 장점을 무색하게 할 정도로 매력적으로 느껴집니다.
X1D의 기계적 사양은 가격을 고려하면 확실히 부족하게 느껴집니다. 콘트라스트 검출 AF 성능 역시 큰 기대를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그저 9000달러의 저렴한(?) 가격에 핫셀블라드 중형 디지털 포맷을 그것도 가볍게 들고 다니며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X1D의 장점이 아닐까요?
핫셀블라드 고유의 디자인 언어를 '미러리스 카메라'라는 새로운 바탕에 그럴듯하게 녹여 냈습니다. 브랜드 로고를 지워도 몇몇 이들은 이 카메라가 핫셀블라드의 것이라고 어렵지 않게 알아볼 것입니다. 다만 미러리스 카메라 시스템에 맞춰 두께를 크게 줄여 다소 생소한 모양새를 하게 됐습니다.
3인치 터치 디스플레이를 이용한 터치 인터페이스가 제공됩니다. 커다란 아이콘 중심의 UI가 직관적이고 심플하면서도 버튼 인터페이스를 선호하는 사용자들 그리고 터치 조작의 오작동 등에서 불만을 호소할 분들도 있겠습니다. 물리 버튼 수는 상당히 제한적으로 제공됩니다. 다행히 전/후면에 배치된 두 개의 다이얼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보입니다.
새로운 시스템에 맞춰 XCD 렌즈가 함께 발표됐습니다. 45mm F3.5, 90mm F3.2 렌즈로 35mm 풀 프레임 기준 광각과 표준 초점거리에 해당하는 렌즈입니다. 렌즈 가격은 XCD 45mm f/3.5 가 $2,295, 90mm f/3.2 가 $2,695로 역시 만만치 않습니다.
과거 DSLR 카메라의 '마이너' 수준으로 인식됐던 미러리스 카메라가 35mm 풀 프레임 이미지 센서를 탑재하고 하이브리드 AF와 고속연사 등 촬영 성능을 끌어 올리면서 최근 '고급 미러리스 카메라'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백만원 내외의 소비자용 제품에 국한된 인식이 이제 10,000달러에 육박하는 고급 제품까지 확장된 것이죠. 라이카 역시 7,450달러의 SL로 고급 시장을 공략 중이고 이에 핫셀블라드가 '중형 포맷'으로 응수한 것이 재미있습니다. 두 제품의 가격 차이가 약 1,500달러이니 프로 시장의 반응을 고려하면 오히려 X1D가 더 경쟁력이 있어 보이기도 합니다.
라이카와 핫셀블라드 등 명가들의 잇따른 미러리스 카메라 출시는 소형, 저가 중심이었던 미러리스 카메라의 가능성이 프로 시장까지 넓어지는 더불어 미러리스 카메라 자체의 경쟁력이 높아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당장 이 X1D를 통해 기존 35mm DSLR 카메라가 차지하던 일부 시장을 중형 포맷이 대체하게 된다면 앞으로 더욱 다양한 제품을 만나볼 수 있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 X1D 샘플 이미지 >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이 놀라운 카메라의 출시 소식이 들려 왔습니다.
가격은 '전화 문의'라고 합니다.
라이카 SL은 그리 반갑거나 매력적이지 않았지만 핫셀블라드 X1D는 '나도 한 번 중형'을 꿈꿔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습니다. 비록 제가 저 카메라를 실제 구입할 수는 없어도 이만큼이나 가까워진 것만으로 디지털 이미지의 발전 그리고 가능성을 엿보게 됩니다. 앞으로 더 다양한 제품 그리고 X1D보다 매력적인 중형 포맷 카메라로 더 많은 분들이 중형 포맷의 압도적인 고화질을 경험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