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 할인이 뭔지,
결국 이 시계가 내 손목 위에
2015년 구매한 IT 가젯 중 최악의 아이템으로 주저없이 '애플 워치'를 꼽는 제가 또 스마트워치를 선택할 줄은 몰랐습니다. 포장을 뜯지 않은 상자를 책상 위에 올려두고 정확히 절반의 마음으로 고민했습니다. '이번에도 분명히 실망할 것이다' 그리고 '그래도 이건 좀 낫지 않겠냐' 라면서요. 하지만 이미 제 공간에 들어온 이 녀석의 유혹을 결국 이기지 못할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다시 한번 스마트워치에 도전해 보기로 했습니다. 적어도 애플워치보다는 나을 것이라 기대하며. 요즘 부쩍 제 블로그에 자주 등장하는 이름 '삼성'의 제품입니다.
삼성 기어 S2 Classic (Bluetooth)
- Tizen 운영체제
- 1 GHz 듀얼코어 프로세서
- 512 MB
- 1.2" 360 x 360 해상도 Super AMOLED 디스플레이
- 4GB 저장공간
- 알림,메시지,S헬스,Running,설정,스케쥴,날씨,알람,뮤직플레이어,갤러리,친구,이메일,내휴대전화찾기,음성메모,스톱워치,타이머
- 250 mAh 배터리
- 39.9 x 43.6 x 11.4 mm
- 42 g
삼성의 스마트워치 기어 S2 클래식은 출시 당시부터 꽤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애플 워치의 사각형 디자인에 결국 적응하지 못한 제게 기존 시계와 동일한 원형 프레임과 디스플레이가 스마트워치 고유의 느낌이 덜해 마음에 들었달까요? 그래봐야 손목에 환한 디지털 디스플레이가 깜빡이면 사각형이던 원이던 '기계 좋아하는 아저씨'로 보일 것은 매한가지겠습니다만 역시나 저는 기존 시계의 스타일을 최대한 유지한 스마트워치를 갖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현재까지는 삼성 기어 S2 클래식 모델과 LG의 어베인 시리즈가 그 수요를 열심히(?) 반영하고 있죠. 사각형은 물론 팔목을 두툼히 덮는 팔찌형 스마트워치를 연속해 선보였던 삼성 스마트워치가 기어 S2와 S2 클래식부터 제방향을 잡았다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9월 출시돼 이제 꽤 시간이 흐른 이 모델은 요즘 가격도 착해져서 가격대비 좋은 스마트워치로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저 역시 이 시계를 구입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갤럭시 S7 구매자들 중 일부에게 지급된 50% 쿠폰입니다. 30만원대 중후반에서 10만원대 후반으로 구매 가격이 뚝 떨어지니 현실적인 가격에 늘 맘 한구석 관심이 있던 스마트워치를 한 번 사용해보자 결정한 것이죠.
- 블랙과 플래티넘, 로즈골드 모델 -
최근에는 클래식한 스타일을 살린 플래티넘, 로즈골드 모델을 추가로 출시해 스마트워치의 편리함에 '맛'을 들인 사용자들의 '고급템'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저는 기어 S2 클래식 플래티넘 모델이 매우 마음에 들었습니다만 아쉽게도 50% 쿠폰 적용은 블랙 색상의 기본형 모델에 한정된 것이었습니다. 플래티넘 모델의 가격은 50만원에 육박합니다.
그렇게 제 앞에 놓인 기어 S2 클래식의 패키지, 동그란 원통형 상자가 익숙한 것은 그동안 검색과 블로그를 통해 워낙에 많이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결국에는 갖게 되었습니다.
상자를 열면 나타나는 기어 S2 클래식 블랙 모델. 원형 프레임과 디스플레이가 바늘과 숫자가 없는 것을 빼면 그런대로 일반적인 시계의 디자인을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블랙 모델의 재질은 좋아하지 않습니다. 세라믹 재질에 유광 블랙이라 가격대비 저렴한 느낌이 들거든요. 비싼 가격에도 플래티넘 모델에 끝까지 미련이 생긴 이유도 이 프레임 소재의 아쉬움 때문이었습니다. 유광의 특성상 이렇게 빛을 받으면 각도에 따라 실버 비슷하게 보이기도 하지만 역시나 이 시계는 대부분의 시간을 '새카맣게' 보냅니다. 검정색 프레임이라 밴드를 선택하는데에도 다소 제약이 있는 것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구성품은 단촐한 편입니다. 시계 본체와 충전에 필요한 무선충전 크래들이 있고 밴드는 체결부위쪽 파트가 다른 사이즈로 하나 더 들어 있습니다. 기본 밴드 역시 본체와 같은 검정색의 가죽 밴드로 검정색 프레임에는 어쩔 수 없는, 가장 무난한 선택이었을 것입니다. 가죽 재질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리는데 바로 줄 교체를 해서 제대로 사용해보지는 않았지만 그런대로 나쁘지 않은 인상입니다. 처음 체결할 때 뻣뻣한 편이지만 금방 길들여질테니까요.
전통적인 시계 디자인을 구현한 스마트워치
이 전체 제품 아니 시계의 그나마 가장 큰 장점이라면 역시 스마트워치의 사용자 경험을 최대한 기존 시계의 스타일을 유지한 형태로 담아 냈다는 것입니다. 화면이 표시되는 1.2" AMOLED 디스플레이의 어색함이야 어쩔 수 없다지만 화면을 제외하면 프레임 형태나 가죽밴드 등의 형태가 기존 시계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직관적으로 말하면 '덕후'같은 느낌이 덜합니다. 애초에 프레임을 스테인리스 스틸 재질로 설계 했다면 '클래식'이란 이름에 더욱 걸맞은 재현이 됐을텐데 그점이 못내 아쉽습니다.
우측에는 스마트워치의 각종 기본 기능과 어플리케이션 활용에 필요한 조작 배튼 두개가 배치됐습니다. 가운에 있는 구멍은 통화용 마이크로 예상(?)되는데 사용하면 곧 알게 되겠죠? 화면 주변의 묘하게 흉한 톱니는 기어 S2 시리즈의 핵심인 다이얼 인터페이스입니다. 저 휠을 돌려 어플 사이를 이동하거나 메시지, 알림 등을 빠르고 쉽게 스크롤할 수 있다고 합니다. 뭐 실제로 얼마나 사용할지는 두고봐야겠습니다만, 효율적인 인터페이스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저 톱니 디자인은 안그래도 고급스럽지 못한 외관을 더욱 장난감처럼 보이게 합니다.
당장 이것저것 깔아 사용해보고 싶지만 그럼 오늘 하루가 다 지날것 같으니 우선 충전을 하기로 했습니다. 동봉된 무선충전 크래들에 시계를 올려 놓으면 충전이 되는 형태로 애플워치의 기본 충전기와 달리 충전 중에도 세워진 시계 화면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좋습니다.
크래들 크기도 작아 여행이나 외출시 휴대하기 어렵지 않아 보입니다. 스펙상 기어 S2 클래식의 배터리 성능은 약 2-3일인데 배터리 없는 스마트워치는 그야말로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존재가 되기 때문에 여유가 된다면 이 크래들을 집과 사무실 등 동선에 맞춰 몇개 놓아두면 좋겠습니다. 충전 속도도 빨라서 처음 충전했을 때 약 80%였던 배터리가 20여분 뒤 완충되더군요. 그래도 지천에 널린 microUSB로 긴급 수혈이 불가능한 점은 아쉽습니다. 뭐 방수설계와 땀 등의 이물질 유입으로 인한 부식에 취약한 단자 노출형이 앞으로도 스마트워치에는 채용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요.
밴드 호환성이 뛰어난 20 mm 러그
사실 충전보다 먼저 한것은 시계줄을 바꿔보는 것이었습니다. 원형 프레임과 함께 20mm 규격 러그 채용으로 시중에 판매되는 다양한 형태, 소재의 스트랩을 자유롭게 체결할 수 있는 것이 기어 S2 클래식의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기 때문입니다. 검정색 세라믹 프레임엔 대체 어떤 밴드가 잘 어울릴지 사실 아직 결정을 하지 못해 우선은 기존에 사용하던 시계의 가죽 스트랩을 끼워 보았습니다. 교체 방식은 일반 시계와 동일해 어렵지 않았고 남성용 시계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20mm 밴드 규격으로 앞으로 제가 가진 시계들과 서로 밴드를 바꿔가며 사용할 수 있겠습니다.
사용하던 밴드는 코냑 색상으로 실버 프레임의 시계에 사용하던 것인데 역시나 검정색의 기어 S2 클래식과는 잘 어울리지 않습니다.
어쨌든 이렇게 손에 한 번 차보니 그동안의 고민이 조금이나마 보상을 받는 것 같습니다. 저렴하게 구매해 요즘 잘 사용하고 있는 왼쪽 파일럿 시계와 비교하니 크기며 모양이 그런대로 '시계' 같습니다. 숫자와 시침, 초침이 없어 어색하지만 화면이 켜지고 본격적으로 스마트 워치 기능들이 동작하게 되면 한결 나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그리고 다음 단계로 파일럿 워치에 체결중인 캔버스 스트랩을 기어 S2 클래식에 한 번 매 볼 계획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아직 저는 이 시계를 켜지도 않았다는 것입니다. 전에없이 '잘 참고' 있습니다.
이렇게 패키지부터 외관을 살펴보고 제가 가진 가죽 스트랩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며 기어 S2 클래식의 첫인상 탐색이 끝이 납니다.
다음 포스팅부터는 기어 S2 클래식의 간단한 사용 후기와 기능, 어플리케이션 활용 등에 대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이미 많은 사용자들이 제공한 정보보다 한참을 늦었으니 기본적인 사용 방법보다는 그 예전 소니 스마트워치부터 최근 애플 워치까지 나름 몇 종의 스마트워치를 사용해 본 애호가(?) 입장에서 2016년 스마트워치의 현재와 가능성을 평가하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물론 이제 한동안은 땀 좀 나도 이 시계 잘 차고 다녀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