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동 뒷길, 서울이지만 가본적 없는 길로 그가 저를 인도했습니다. 익히 이야기했던 '아주 맛있는' 버거집으로.
크지 않은 규모에 골목길 깊숙히 숨겨져 있지만 입소문 덕에 빈자리를 찾기 어렵다더군요. 연예인들도 가끔 출몰한다고 하니 이근처 유명 식당인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서울에서 오리지널 버거를 즐길 수 있다는 브루클린 더 버거 조인트.
사실 이런 인테리어, 경리단길이나 해방촌에서는 흔한 것이라 그리 새롭지 않았지만 버거 전문점만의 활기찬 분위기는 확실히 사람을 들뜨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평생 저걸 다 먹어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다양한 소스가 늘어져 있고 주인의 입과 목숨을 노리는 탄산 음료 상자들이 빈 공간마다 놓여 있는, 그런 것들이 버거 전문점의 풍경이 아닐까 싶어요. 이곳 역시 여느 버거 전문점처럼 열 개 남짓한 테이블 수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수제버거 = 비싸다'
아직까지 제 고정관념을 깨준 착한 식당은 없었습니다. 잘 만든 버거는 건강식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되새기며 만만찮은 메뉴판을 둘러봅니다. 10종의 버거 메뉴가 있는데 재미있었던 것은 패티 중량을 140g과 200g으로 선택할 수 있는 점이었습니다. 햄버거 패티의 육즙을 풍부하게 즐기고 싶다면 2000원으로 천국(?)에 갈 수 있다는 이야기. 그의 배려로 200g의 치즈 스커트 버거를 주문 했습니다.
수제버거치고는(?) 금방 음식이 나왔습니다. 어째 버거보다 치즈 프라이가 시선을 더 받았던 이 날의 테이블.
- '자, 이제 진짜를 맛볼 시간'이라는 듯한 그의 표정 -
그가 주문한 것은 브루클린 웍스 버거로 이 곳의 시그니처 메뉴쯤 된다고 합니다. 모스 버거를 처음 보았을 때가 생각나는 이유는 이 버거가 제 상상속 햄버거의 모습을 그대로 갖췄기 때문입니다. 동그란 빵과 고기, 녹은 치즈와 삐져나온 녹색 풀(?)까지. 광고에 나올법한 비주얼입니다.
제가 주문한 '치즈 스커트'의 '스커트'는 여러분이 생각 하시는 바로 그것입니다. 듬뿍 들어간 치즈가 마치 치마를 두른듯 버거 밖으로 삐져나온 모양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생각합니다. 풍부한 치즈에 패티까지 200g으로 든든히 넣으니 빵은 그냥 거들뿐 패티를 치즈에 쌈싸먹는 느낌입니다. 입과 혀의 극단적인 쾌락이었달까요. 마치 고교생 시절 음란 영상을 보던 때 혹은 다이어트가 한창인 시절 몰래 숨어 아이스크림 한 통을 허겁지겁 퍼먹을 때처럼 뭔가 하지 말아야 할 것의 유혹에 무너진 느낌이었습니다. 아마 저는 브루클린에 살면 금방 뚱보가 되겠다는 생각을 하며 스커트를 조금씩 뜯어 먹었습니다.
그가 이야기한 '오리지널리티'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재료에 신경을 쓴 모양새가 한국에서 먹을 수 있는 프랜차이즈 햄버거에서는 볼 수 없는 수준이었고 무엇보다 염도가 한국 음식보다 훨씬 높았습니다. 멜버른에서 먹었던 Grill'd의 마이티 멜번 버거와 비교하면, 글쎄요. 제 생각엔 이것이 브루클린 오리지널 스타일이라고 하면 적어도 브루클린에선 버거보다 다른 것을 먹는 것이 낫겠다 싶습니다.
이 황금빛 치즈가 흐르는 치즈 프라이는 입보다 눈이 더 즐거운 메뉴입니다. 역시나 제 입에는 많이 짰고, 다른 수제버거집보다 감자 자체의 맛이나 두께가 특출나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습니다. 치즈를 듬뿍 올려 유혹하는데는 성공했지만 그 후에 Something new를 보여주지 못하는, 뒷심 부족한 메뉴였달까요. 뭐 물론 다 먹긴 했습니다.
- 마지막은 200g의 대용량 패티 인증으로 -
서울에서 비교적 '신경 쓴' 퀄리티의 버거를 먹을 수 있는 곳이라는 것엔 이견이 없지만 이것이 과연 '오리지널'을 표방할 정도로 맛이 있느냐 묻는다면, 서울에 있는 버거 전문점을 더 돌아다녀 본 후에 평가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것이 최선일까'라고 말이죠.
그래도 너무너무 맛있었다며 행복해 하는 그의 얼굴을 보니 '그래 이 정도면 됐지 뭐'라며 웃게 됩니다. 맞아요, 이 정도 맛이면 충분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