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은 따뜻한 국물을 먹고 싶지만 부담스러운 것은 싫고, 한식 말고 다른 것을 원하지만 자주 먹던 것은 싫던 날이었습니다. 그렇게 서현 주변을 20여분간 훑다가 발견한 집이 있었으니, 외관과 이름이 무척 낯익은 곳이었습니다.
유타로, 유타로... 아, 유타로!
강남점을 무척 사랑해서 일주일에 2-3회 가던 유타로가 분당에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이렇게 우연히 만나게 되다니, 그 동안 헤맨 시간을 보상받는 느낌이었습니다. 강남점도 사람이 무척 많지만 이곳 서현점도 저녁 시간이면 좁은 가게 문 밖에서 줄을 설 정도로 인기가 많았습니다.
메뉴 역시 강남점과 동일. 강남에서 근무지를 옮긴 후 이제 연례행사로 찾는 제 입장에선 오랜만에 유타로 라멘을 먹게 됐다는 소식이 무척 반가웠웠습니다.
이 날은 가장 좋아하는 된장라멘 '쿠로' 대신 시로와 쇼유 라멘을 시켰습니다. 돈코츠 라멘 시로는 유타로에서 가장 인기있는 메뉴로 처음 이 곳을 찾는 그리고 평소에 라멘을 즐기지 않는 분들께 추천할 수 있는 메뉴입니다. 쇼유 라멘은 돼지고기 향을 싫어하시는 분, 그리고 담백한 국물을 원하시는 분께 좋겠고요. 반면에 쿠로는 '짠 된장'의 매우 강한 맛입니다. 때문에 조금 부담스럽기도 합니다. 그래서 아마 이 날은 쿠로를 외면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이 쇼유 라멘을 한젓가락 크게 물고는 즉시 후회했지만.
라멘의 풍채(?)나 맛은 강남점과 다른 점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처음 먹어보는 쇼유가 제 입에는 맞지 않았지만 시로 라멘을 먹어보니 크게 나무랄 데 없더군요. 하지만 이 곳을 제가 좋아했던 이유인 생마늘과 통후추 토핑을 이 곳에서는 만날 수 없었습니다. 마늘과 후추, 깨 토핑을 주문했는데 미리 갈아놓은 마늘과 시중에 파는 가정용 후추가루가 나오더군요. 개인적으로 그 자리에서 직접 갈아 올리는 생마늘이 라멘의 풍미를 더한다 생각했기 때문에 무척 아쉬웠습니다. 라멘맛은 강남역과 같았지만 매우 비중이 큰 플러스 알파를 잃으니 유타로 라멘을 먹는 '쾌감'이 크게 줄어든 기분이었습니다.
- 아 역시 강남점에 가야 하는건가 -
분당 서현에서 유타로를 만날 순간 매우 반가웠습니다만 계산을 마치고 나오면서는 못내 아쉬웠습니다. 그리고 이 아쉬움은 조만간 강남점에서 마늘 두개를 갈아 올리며 해소해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