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전에 꼭 해야하는 것이 왜 이렇게 많아?
사실 광활한 풍경 보다는 분주한 거리 풍경에 더 큰 감흥을 느끼는 '도시 여행자'라 그런지 그레이트 오션로드를 설명하는 거창한 수식어에도 큰 동요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오직 이 그레이트 오션로드만을 위해 멜버른 아니 호주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이 일년에 수만명에 이른다니 과연 어떤 곳일까 하는 궁금증이 생기더군요. 그리고 그 궁금증은 멜버른 시내에서 그레이트 오션로드 출발지점으로 향하는 약 세시간 반의 시간동안 점점 더 커졌습니다. 누군가에겐 평생의 목표인 '버킷 리스트'를 저는 좋은 기회로 이렇게 얼떨결에 이루게 됐으니 괜히 그들에게 미안하기도 했고요.
그레이트 오션 로드(Great Ocean Road)는 오스트레일리아 멜번에 있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하는 바닷길이다. 243 km 의 길이로 오스트레일리아 남동부 해안가를 따라 이어져 있다. 그레이트 오션로드의 12사도 바위는 오랜 시간동안 파도의 침식 작용으로 만들어진 바위기둥(시 스텍)이다. 2억만년 전에 형성된 석회암 바위 절벽이 파도에 침식되어 만들어진 해안 절벽과 12사도 바위가 있다. - 위키백과 |
멜버른 시내에서 약 세시간 가량 버스를 타고 달려야 그레이트 오션 로드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시내와 떨어져 있는 '야생'에서 진짜 호주의 거대한 자연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 GPS 어플에 오류가 있어 정확하지 않지만 포트 캠벨과 그 주변을 무대로 이날 일정이 이뤄졌습니다.
그렇게 첫번째 도착 지점에서 그레이트 오션 워크를 시작합니다. 입구에 늘어선 캠핑카가 이 곳이 전세계 여행자들의 꿈이라는 사실을 실감케 하고 있습니다. 243km에 달하는 그레이트 오션 로드는 며칠을 꼬박 걸어야 다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여행자를 위한 코스 역시 약 12시간 꼬박 한나절을 걷는 체험으로 이뤄져있지만 저와 일행은 약식으로 그레이트 오션 워크의 '맛보기'인 약 1시간 30분 - 2시간 코스의 워크 투어를 체험했습니다.
완만한 경사, 멜버른 도심에 있을 때는 상상하지 못했던 야생 풍경이 좌우로 펼쳐지며 호주에서의 첫 워크 투어를 알립니다. 아쉽게도 이 날은 날씨가 흐려 사진에서 보던것과 같은 눈부신 풍경으로 투어를 시작하지 못했지만 두시간쯤 걸으니 무더위보다는 차라리 이렇게 선선한 날씨가 제게는 더 나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럼에도 그레이트 오션로드 하면 누구나 떠올릴 그림같은 풍경을 담지 못했다는 것은 못내 아쉽습니다. 입구를 들어서며 어쩐지 이 풍경이 낯익다 싶더니,
- 수..순천만??!! -
묘하게 몇년 전 다녀온 순천만 생태공원이 떠올랐습니다.
그렇게 점점 말이 없어지는 그레이트 오션 워크는 두시간 가량 계속됐습니다. 길을 걷다 마음에 드는 풍경을 발견하면 잠시 멈춰서 사진을 찍고 그러다 나란히 걷게 된 일행과는 짧은 대화를 나누고, 이전까지와는 사뭇 다른 호주 여행이었습니다.
그레이트 오션로드라고 해서 걷는 내내 왼쪽에 GREAT한 해안선이 따라오지는 않습니다. 제주도 올레길, 어찌보면 동네 뒷산과 크게 다름없는 평범한 산길에서 보내는 시간도 상당합니다. 그럴때는 고개를 숙여 걷거나 낯선 호주 여행에 내내 바빴을 머리 그리고 생각을 잠시 쉬게 하면 좋겠더군요. 이 날 아침 저는 이 숲길을 걸으며 처음으로 '호주'가 아닌 '호주에 있는 나'에 대해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가끔 펼쳐지는 이 GREAT 한 풍경들은 간간히 보여서 더욱 가슴을 강하게 때립니다. 한시간쯤 걸으니 제법 해안선을 내려다볼 수 있는 높은 능선을 걷게 되었는데 이 때부터는 걸음을 멈춰 감탄사를 외치고 사진을 찍는 횟수가 급격히 증가합니다. 흐린 날씨지만 그 '규모' 만큼은 충분히 가늠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거대한 자연을 감상하니 왜 이곳이 누군가에겐 간절한 버킷 리스트인지 알게 되더군요. 저 멀리에서도 거대하게 보이는 해안선과 바위, 끝이 보이지 않는 능선은 과연 호주 여행답다 싶습니다.
- 역시 이런 순간에 사진이 빠질 수 없습니다 -
불친절한 야생의 숲길이 점점 걷기 편한 등산로로 변하기 시작하는 것은 오전의 짧은 워킹 투어가 막바지에 다다른다는 신호입니다. 종종 능선들이 발 아래 보이기도 하고 자욱한 안개 너머로 전망대로 보이는 실루엣이 눈에 띄기도 합니다. 그새 걷는 데 꽤 익숙해졌는지 이 길이 끝나는 게 마음 한구석으로 아쉽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하며 40여분을 더 걸었으니 역시나 괜한 생각이었습니다.
그레이트 오션로드를 걷다 만난 캥거루
몇몇 등산로와 산 아래 시설을 제외하면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야생' 그레이트 오션로드 곳곳에서 호주의 생태계를 엿볼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캥거루'와 '코알라'로 대표되는 호주의 야생 동물인데 흐린 날씨에도 불구하고 이 날 운좋게 야생 캥거루를 만나 수 있었습니다. 물론 사람과의 접촉을 막기 위한 장치가 등산로 좌우로 견고하게 쳐져 있고 실제 캥거루가 출몰하는 곳 역시 상당히 먼 거리라 이렇게 망원 렌즈를 최대한으로 당겨도 실루엣만 겨우 담을 수 있었습니다만 이렇게 산 속을 활보하는 야생 캥거루를 확인했다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 걷다보니 더 많은 캥거루 떼(?)가.. !!! -
그레이트 오션로드 투어 중 야생 캥거루와 코알라를 만나는 것을 많은 여행자들이 '행운'으로 생각할 정도로 흔한 경험은 아니라고 합니다. 그 얘기를 듣고 나니 전망대 근처에 다다를때 쯤 만난 이 야생 캥거루 무리(?)가 더욱 반갑게 느껴집니다. 아쉽게도 코알라는 만나지 못했지만, 혹 코알라와 마주친다고 해도 하루 20시간 가까이 잠을 자는 코알라 특성상 깨어 있는 모습을 보기는 굉장히 힘들다고 합니다. 조금 더 가까웠으면 캥거루 모습을 생생히 담을 수 있었을텐데 아쉽습니다. 날씨도 흐려 풀숲 속 캥거루가 보호색을 띤 듯 멀리서는 육안으로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캥거루에 반해 사진을 찍다보니 시작할 때는 선두 그룹이었던 제가 어느덧 꼴찌가 되었습니다. 뒤늦게 걸음을 재촉하는 발걸음이 무겁지 않아 다행이었어요. 시원한 날씨 덕에 체력 소모가 덜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안개를 헤치고 헤치고 가니 이 날 워킹 투어의 종착지인 전망대가 저멀리 보입니다.
Walk Victoria's Icon
전망대 앞으로 펼쳐진 풍경과 발 아래 새겨진 문구, 그리고 느껴지는 묘한 성취감을 보니 이 날 워킹 투어는 성공인 것 같습니다. Walk Victoria's Icon 지점은 그레이트 오션 워크의 주요 스폿 중 하나로 캠벨 항구와 레이저백(Razorback), 아치 섬(Island Arch) 등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지점입니다. 흐린 날씨에도 그 위용과 감동은 충분히 전달됩니다. 이 지점에 도착하면 지친 발걸음을 잠시 내려놓고 그레이트 오션로드의 역사에 내 발자국도 하나 남겼다는 성취감과 함께 기념 사진을 찍으면 더없이 좋겠죠?
이후로 오후 일정까지 바쁘게 그레이트 오션 로드의 멋진 스폿을 찾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풍경은 이 전망대에서 본 해안선과 안개 너머 보이는 바위입니다. 아마 이 곳에 오르기까지 걸린 시간과 걸음 때문에 그 감동이 더욱 컸던 것 같습니다. 저와 일행 모두 점심 약속 시간이 늦었다는 말에도 한참을 내려가지 못하고 사진을 찍고 이 경치를 감상하며 걸음을 묶어 두었습니다.
아쉬운 걸음으로 내려오는 길에 만난 노부부의 환한 표정과 인사는 이 날 워킹 투어를 잘 마친 후에 받는 선물 같았습니다. 대화 없이 서로 손만 흔들었지만 그 이상 바라는 것도, 내려오며 아쉬운 것도 없었습니다. 그렇게 감동적인 그레이트 오션 로드 투어의 첫번째 걸음인 그레이트 오션 워크를 마쳤습니다. 맘 같아서는 열 두시간 걸을 수도 있을 것 같았습니다만 오늘 할 일이 많으니까요.
그렇게 실컷 걸었으니 오후 일정을 위해 체력을 보충할 시간입니다. 점심은 그레이트 오션로드 인근에 있는 현지 레스토랑에서 먹었습니다. 관광객들에게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그야말로 '로컬 레스토랑'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동안 멜버른 유명 레스토랑을 갈 때보다 더 큰 기대감에 사로잡혔습니다. KAROA라는 작은 독채 식당은 소박한 실내 분위기와 한적한 주변 풍경 때문에 무척 여유로운 점심식사로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그레이트 오션 워크 투어로 두시간을 넘게 걸었습니다. 중간중간 높은 봉우리를 오를 때마다 눈앞에 펼쳐진 광활한 풍경이 다리에 힘을 더하고 몇번이고 의욕과 체력을 회복시켜 줬지만 역시 내려오고 나니 몸이 늘어지고 허기가 지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이날 저와 일행들은 샌드위치와 샐러드, 튀김 요리등을 테이블 가득 시켜 즐겁게 흐린 날씨 속에 이뤄낸 일생의 '숙제'에 대해 이야기했고 저는 아직 오후 일정이 남았음에도 맥주를 한 잔 들이켰습니다. 물 좋은 나라답게 호주 맥주는 무척 맛이 있었지만 그 덕에 저는 오후 내내 붉은 얼굴로 그레이트 오션 로드를 탐험하게 됐습니다. 이 날 제가 나온 사진들을 보니 문득 창피해지더군요.
그렇게 그레이트 오션 로드의 첫걸음을 떼고 이제 두번째 기적을 만나러 갑니다. 그리고 그곳엔 또 다른 '멋진 것'들이 있더군요.
[감각적인 도시 멜버른, 첫 여행기 전체보기]
#1 호주 멜버른 여행의 첫번째 준비물 소개, 올림푸스 OM-D E-M10 Mark II
#2 떠나기 전 밤에 적는 이야기, 멜버른 여행 D-Day
#3 감각적인 도시 멜버른, 여행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4.1 떠날 준비 첫번째, 멘도자 STAR-LITE 23" 캐리어 가방
#4.2 떠나기 직전, 롯데면세점 선불카드로 구매한 선물
#4.3 멜버른 여행을 위해 준비해 본 포켓 와이파이 (와이드 모바일)
#5 올림푸스 E-M10 Mark II로 담은 멜버른, 그 시선의 평가
#6 첫날, 본격적인 여행이 시작되기까지 (호주 여행 간단 정보)
#7 첫 멜버른 여행의 추억을 담은 3분 30초 동영상
#8 멜버른 여행의 시작과 끝, 페더레이션 광장 (Federation Sqaure)
#9 멜버른의 커피 사랑을 느낄 수 있는 디그레이브 스트리트(Degraves Street)
#10 멜버른의 대표적인 축제, 푸드 앤 와인 페스티벌 (Food & Wine Festival)
#11 먹고만 오기에도 짧은 멜버른 여행 (먹거리 소개)
#12 누군가에겐 인생의 버킷 리스트, 호주 그레이트 오션 워크
#12.2 그레이트 오션로드 그리고 로치아드 협곡 (Loch Ard Gorge)
#13 그레이트 오션로드 12사도상 (12 Apostles), 하늘 위에서 본 호주의 대자연
#14 올림푸스 터프 카메라 TG-870으로 담은 호주 패들보드 체험
#15 지구 남반구 최고의 전망대, 멜버른 유레카 스카이덱 88 (Eureka Skydeck 88)
#16 '미사거리'로 유명한 멜버른 예술거리 호시어 레인(Hosier Lane)
#18 금빛 시대로의 시간 여행, 소버린 힐 (Sovereign Hill)
올림푸스한국 ㈜ http://www.olympus.co.kr/imaging
호주정부관광청 http://www.australia.com/ko-kr
호주빅토리아주관광청 http://kr.visitmelbourne.com
롯데면세점 www.lottedfs.com
'이 포스팅은 올림푸스한국㈜, 호주정부관광청, 호주빅토리아주관광청, 롯데면세점의 지원을 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