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과 와인의 도시 멜버른다운 첫 저녁 식사
돌이켜보면 지난 호주, 멜버른 여행은 첫 날 가장 바빴던 것 같습니다. 아침 일곱시에 공항에 도착하자마 호텔에 짐을 대강 풀고 벽화거리 호시어 레인을 시작으로 페더레이션 광장 - 카페거리 디그레이브 스트리트 - 블록 아케이드와 로열 아케이드 - 푸드 앤 와인 페스티벌 그리고 자정까지 이어진 야경 감상까지. 빈 틈 없이 알차게 쓴 하루라 그리고 모든 것이 신기하고 재미있던 여행 첫날이라 이 날의 기억들이 돌아오기 전 마지막 하루보다 오히려 더 또렷하게 기억에 남습니다.
오늘의 멜버른 여행 이야기는 제가 '호주'라는 이름에서 가장 많이 기대했던 '음식'에 관한 것입니다. 천혜의 자연이 선사하는 풍부한 식자재와 호주 사람들의 개방적인 가치관으로 호주 음식은 역사는 짧지만 이 곳을 여행할 때의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으로 손꼽힙니다.
풍부한 식자재와 맛있는 음식의 도시답게 멜버른에서는 매년 3월 푸드 & 와인 페스티벌이 개최됩니다. 마침 제가 여행한 3월 초에 이 축제가 진행중이라 여행 첫날의 피로를 달래줄 저녁식사로 이 푸드&와인 페스티벌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과연 '멜버른 여행 다운' 저녁식사였습니다. 이 날은 해가 진 후에도 30도가 넘는 무더운 날씨였는데, 생각만으로 지금도 배부른 이 든든한 축제가 없었다면 피로가 쉽게 풀리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멜버른 푸드 & 와인 페스티벌
'미식가의 도시' 호주 멜버른에서 매년 3월 개최되는 대표적인 행사로 호주를 대표하는 페스티벌로 불립니다. 멜버른 시내 전역에 있는 레스토랑은 축제기간 동안 축제를 위한 시그니처 메뉴를 선보이고 호주의 대표적인 와인이 곁들여집니다. 이를 맛보기 위해 모인전세계 유명 셰프와 미식가들과 함께하는 '세상에서 가장 긴 점심'을 멜버른 칼튼 정원 등에서 즐길 수 있습니다. 많게는 천여명의 사람들이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길게 이어진 식탁에서 함께 점심 식사를 하는 환상적인 이벤트가 벌어진다고 하니 미식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라면 이 페스티벌 하나만으로도 3월 멜버른 여행을 준비할 충분한 이유가 되겠습니다.
2016년 멜버른 푸드 페스티벌은 3월 4일부터 13일까지 약 열흘간 개최됐으며 저는 3월 8일 저녁 식사를 통해 이 축제에 참가했습니다.
- 멜버른 푸드 & 와인 페스티벌의 상징, 세상에서 가장 긴 점심(World's longest lunch) -
멜버른 푸드 & 와인 페스티벌의 상징인 세상에서 가장 긴 점심 이벤트는 축제 개최를 알리는 행사로 아쉽게도 제가 방문하기 전에 진행 됐다고 합니다. 하지만 축제 기간동안 티켓을 구매해 특별한 점심/저녁 식사에 참여할 수 있다고 합니다. 축제에 참여해보니 맛있는 음식도 음식이지만 화창한 멜버른 날씨 아래 끝없이 이어진 점심 테이블의 장관을 언젠가 꼭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미식가는 아니지만 음식을 좋아하는 대식가인 제게 멜버른 여행의 새로운 매력을 일깨워 준 축제였습니다.
두근두근, 축제 시작 직전
-연신 손목 시계를 확인하는 노신사의 모습에서 이 축제에 대한 기대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늦은 오후 다섯시 삼십분, 아직 해가 지지 않은데다 더위도 채 식지 않은 늦은 오후지만 푸드 & 와인 페스티벌 참가를 위해 지정 레스토랑 앞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3곳의 레스토랑으로 구성된 저녁 코스를 선택하고 티켓을 구매하면 이 날 저녁 식사로 준비된 푸드 & 와인 페스티벌 참가가 끝납니다. 준비된 식사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작은 레스토랑 앞은 점점 더 많은 사람으로 북적입니다.
이 날 저녁 식사의 첫번째 레스토랑은 드루먼드 스트리트에 위치한 레스토랑 'The Town Mouse' 입니다. 작은 크기에 구식 인테리어가 인상적인 곳이었어요. 이렇게 The Town Mose를 시작으로 칼턴 지역의 레스토랑 세 곳을 돌며 전채-메인-디저트 코스 요리를 즐기는 것이 멜버른 푸드 & 와인 페스티벌을 즐기는 방법입니다. 각 레스토랑은 축제를 위한 시그니쳐 메뉴를 내놓으며 미식가들의 입맛을 공략합니다.
모든 참가자는 저녁 축제 일정이 시작되는 여섯시에 맞춰 각 레스토랑에 입장하게 됩니다. 그리고 각 식사에 주어진 약 45분간의 시간이 지나면 축제 진행요원의 인솔하에 다음 레스토랑으로 이동하게 됩니다. 다시말해 오늘 이 레스토랑 앞에서 만난 사람 대부분이 오늘 저녁 식사를 함께하는 '한 팀'이 되는 것이죠. 준비된 인원에게 일제히 식사를 제공하기 위해 약속된 시간 전에는 입장할 수 없습니다. 조금 일찍 도착해 식당과 주변 풍경을 둘러봅니다.
- 멜버른 푸드 앤 와인 페스티벌 티켓 -
온라인을 통해 구매한 축제 티켓을 인쇄해 오면 참여 여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티켓 확인 후에는 이렇게 식사동안 참여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팔찌를 받게 됩니다. 꼭 락 페스티벌 티켓 같죠?
시계를 보니 여섯시 정각, 이제 본격적으로 축제를 즐길 시간입니다.
들어선 순서대로 자리를 안내 받습니다. 넓지 않은 홀에 축제 인원을 안내하고 음식을 서빙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꽤나 분주해 보입니다.
The Town Mouse는 평소 식사와 함께 술을 즐기는 곳인듯 다양한 종류의 술이 홀 중앙의 바에 진열돼 눈길을 끌었습니다.
저와 일행이 안내받은 곳은 실내홀 뒷편의 작은 야외 좌석입니다. 푸드 앤 와인 페스티벌의 기분을 낼 수 있는 야외 좌석이라 실내보다 더욱 좋았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야외석까지 저녁 식사를 즐기러 온 사람들로 가득 채워졌습니다. 레스토랑을 찾은 사람들을 위해 미리 정갈하게 세팅된 테이블의 모습이 보기 좋더군요.
준비된 축제, 그리고 정해진 시간. 자리에 앉은지 얼마 되지 않아 The Town Mouse에서 준비한 메뉴가 테이블 위에 놓였습니다. 호주와 뉴질랜드 사람들이 즐겨 먹는다는 농어과의 바라문디(barramundi) 요리로 생살에 가깝게 낮은 온도로 조리된 생선과 곁들여진 풀(?)의 쌉싸름한 맛이 조화를 보였습니다. 아무래도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양이 적어 당황스럽지만 이게 전채요리라며 저를 위로해봅니다. 아마도 처음 경험한 바라문디는 살이 무척 부드러워 그 양이 더욱 적게 느껴졌습니다(?)
푸드 앤 와인 페스티벌이니 와인이 빠질 수 없습니다. 첫번째 요리에는 생선과 잘 어울리는 화이트 와인이 함께 제공 됐는데 그동안 마셔본 와인보다 향과 맛이 무척 강했습니다. 도수도 높은지 금방 입 속이 건조해지는 느낌이 생소했지만 한편으로는 입 안을 깔끔하게 해 주기도 했습니다. 또하나 눈길은 끈 것은 와인잔에 그려진 '쥐' 그림. The Town Mouse라는 레스토랑 이름에 맞게 평범한 와인잔에 개성을 표현해 축제의 즐거움을 더했습니다.
푸드 앤 와인 페스티벌이 '풍성한 음식'으로 가득 채워질 것이라 기대한 저를 비롯한 몇몇 일행은 눈 깜짝할 새 생선 요리를 깨끗이 해치우고 애꿎은 와인만 홀짝이며 식당 내부를 둘러보았습니다. '음식'에만 잔뜩 기대를 했던 저와 달리 이 식당을 채운 사람들은 일행과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며 와인과 축제를 남김없이 즐기고 있었습니다. 화창하고 무더운 오후에 와인 한잔이 여유와 휴식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 준 장면이었습니다.
그렇게 아직은 생소한 축제의 첫 풍경들을 감상하며 일행들과 몇 마디 대화를 나누다보니 첫번째 식사시간이 끝났습니다. 이제 다음 레스토랑으로 이동합니다.
두번째 레스토랑은 바로 길 건너에 위치한 The Calton Wine Room 입니다. 식사를 끝나고 첫번째 레스토랑 The Town Mouse를 나서니 푸드 & 와인 페스티벌 로고를 새긴 빨간색 티셔츠를 입은 환한 표정의 노부인이 일행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다음 식당이 바로 길 건너편이라 안내는 금방 끝났지만 저처럼 이 페스티벌이 생소한 관광객에게 행사 진행요원의 존재는 원활한 축제 진행을 위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일곱시가 조금 안된 시각, 두번째 레스토랑에 들어섭니다. 식당을 옮기며 한 끼 식사를 먹는다는 것이 꽤 재미있습니다.
http://thecarltonwineroom.com.au
2층짜리 이 레스토랑은 앞선 레스토랑보다 더 크고 세련된 인테리어가 기억에 남습니다. 와인 하우스라는 이름답게 음식보다는 와인에 비중을 둔 곳이라는 것을 식당 내부 곳곳의 와인병과 빈병 가득 채워진 코르크 마개에서 알 수 있었습니다. 조금 일찍 레스토랑에 입장한 사람들이 1층에 자리 했으며 우리는 2층으로 안내 받았습니다. 제법 큰 실내에 사람들이 가득합니다. 어째 첫번째 레스토랑에서 보았던 인원보다 더 늘어난 것 같습니다.
유독 유쾌했던 사장님의 고래고래 고함에 축제는 묘하게 더 흥이 나고 어쩐지 아직 아무것도 먹지 않은 것처럼 다시 배도 고파와 음식도 마음으로 더욱 재촉하게 됩니다. 조금 전의 야외 좌석보다 어둑한 실내는 와인과 더욱 잘 어울립니다.
두번째 레스토랑 칼튼 와인 룸의 요리이자 오늘 식사의 메인 요리인 립이 접시에 담겨 나왔습니다. 생선이 아닌 고기라는 것이 이루 말할 수 없이 반갑지만 어째 제 주먹보다 작아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호주 사람들 많이 먹는다고 들었는데 이 축제는 호주 사람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그런 것일까요? 다행히 먹어보니 맛은 무척 좋았습니다.
이 곳에서는 고기와 어울리는 이태리산 레드 와인을 마셨습니다. 역시 와인잔에는 레스토랑의 이름이 새겨져 있습니다.
먹고나니 이게 꼭 애피타이저 같을 정도로 아직 제 배는 배고픔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이 때 저는 다음 음식이 제발 디저트가 아니기를, 아니기를 하고 기도를 했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맛있지만 양이 부족했던 고기 요리를 해치우고 이 날 저녁 식사의 마지막 레스토랑으로 향합니다.
그렇게 마지막 디저트로 끝난 푸드 & 와인 페스티벌
마지막으로 향한 곳은 식사를 마무리하는 디저트, The Roving Marrow입니다. 술과 음료를 즐길 수 있는 바(Bar)라고 하네요.
http://www.theastorcarlton.com.au
아직 제 배는 부르지 않지만 머리는 이미 생선과 고기를 본 터라 이 식사가 곧 마무리된다는 것을 직감하고 있습니다. 앞선 두 레스토랑에서 와인을 즐기신 저 할아버지는 얼굴색을 보니 이미 축제의 주인공이 되신 것 같습니다. 그렇게 일곱시 반, 마지막 장소인 The Roving Marrow로 입장합니다.
들어서니 줄을 서 음료를 하나씩 받아드는 사람들, 순간 이곳은 디저트일뿐 배를 채울 수 없다는 불안한 직감과 마주합니다.
두가지로 제공되는 음료는 술을 포함한 칵테일로 식사의 마무리를 알립니다.
- 네 아쉽지만 이대로 안녕.... -
그렇게 일행들과 오늘 식사에 대해 이야기하며 푸드 & 와인 패스티벌을 마무리합니다. 인원수 때문에 둘로 나뉜 2팀의 식사 메뉴와 소식도 들어가면서요. 2팀은 프라이드 치킨과 햄버거 등이 제공되는 캐주얼한 느낌의 저녁 식사를 즐겼다고 합니다.
-양이 너무 많아 다 먹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왜 그리 가슴에 폭 박히던지..-
멜버른 시내 전역의 여러 레스토랑에서 진행되는 푸드 페스티벌은 파인 다이닝과 캐주얼 펍 등 선호하는 메뉴와 분위기별로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즐긴 생선/고기 요리는 정갈한 파인 다이닝 쪽이었고 2팀이 즐긴 메뉴는 시끌벅적한 분위기에서 푸짐하게 즐기는 캐주얼 펍 스타일이었던 것이죠.
아직 배가 안 찼다며 혼자 아쉬워하던 중 제 앞에 노인 이 고기 튀김은 마치 '니가 하도 징징대서 주는거야'라는 메시지 같았습니다. 칵테일과 함께 몇 점을 썰어 먹었는데 제 생각과 달리 금방 배가 불러 다 먹지 못했습니다. 어쩌면 제 머리와 배보다 눈이 더 굶주렸었나 봅니다. 그렇게 세 곳의 레스토랑을 돌며 식사를 모두 마친 시각이 저녁 여덟시, 장장 두시간에 걸친 길고 여유로운 식사였습니다. 그동안 여행지에서 허겁지겁 해치웠던 수많은 식사와는 다른, 멜버른만의 추억입니다.
누군가 멜버른 여행에 제게 묻는다면 단연 이 푸드 & 와인 페스티벌이 개최되는 3월을 이야기할 정도로 제게는 매력적인 축제였습니다.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세상에서 가장 긴 점심'을 즐기지 못했는데도 말입니다. 미식가의 도시 멜버른에 굳건히 자리잡은 레스토랑의 시그니처 메뉴를 한끼에 세가지나 맛볼 수 있는 특별한 저녁식사 역시 충분히 만족스러운 시간이었습니다. 물론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그때는 꼭 그 '세상에서 가장 긴 점심' 풍경 속에 제가 있기를 바랍니다. 더 많-이, 푸짐-하게 먹을 수 있도록.
먹는 여행하기 좋은 도시 멜버른의 음식 이야기는 다음 포스팅에서도 이어집니다.
[감각적인 도시 멜버른, 첫 여행기 전체보기]
#1 호주 멜버른 여행의 첫번째 준비물 소개, 올림푸스 OM-D E-M10 Mark II
#2 떠나기 전 밤에 적는 이야기, 멜버른 여행 D-Day
#3 감각적인 도시 멜버른, 여행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4.1 떠날 준비 첫번째, 멘도자 STAR-LITE 23" 캐리어 가방
#4.2 떠나기 직전, 롯데면세점 선불카드로 구매한 선물
#4.3 멜버른 여행을 위해 준비해 본 포켓 와이파이 (와이드 모바일)
#5 올림푸스 E-M10 Mark II로 담은 멜버른, 그 시선의 평가
#6 첫날, 본격적인 여행이 시작되기까지 (호주 여행 간단 정보)
#7 첫 멜버른 여행의 추억을 담은 3분 30초 동영상
#8 멜버른 여행의 시작과 끝, 페더레이션 광장 (Federation Sqaure)
#9 멜버른의 커피 사랑을 느낄 수 있는 디그레이브 스트리트(Degraves Street)
#10 멜버른의 대표적인 축제, 푸드 앤 와인 페스티벌 (Food & Wine Festival)
#11 먹고만 오기에도 짧은 멜버른 여행 (먹거리 소개)
#12 누군가에겐 인생의 버킷 리스트, 호주 그레이트 오션 워크
#12.2 그레이트 오션로드 그리고 로치아드 협곡 (Loch Ard Gorge)
#13 그레이트 오션로드 12사도상 (12 Apostles), 하늘 위에서 본 호주의 대자연
#14 올림푸스 터프 카메라 TG-870으로 담은 호주 패들보드 체험
#15 지구 남반구 최고의 전망대, 멜버른 유레카 스카이덱 88 (Eureka Skydeck 88)
#16 '미사거리'로 유명한 멜버른 예술거리 호시어 레인(Hosier Lane)
#18 금빛 시대로의 시간 여행, 소버린 힐 (Sovereign Hill)
올림푸스한국 ㈜ http://www.olympus.co.kr/imaging
호주정부관광청 http://www.australia.com/ko-kr
호주빅토리아주관광청 http://kr.visitmelbourne.com
롯데면세점 www.lottedfs.com
'이 포스팅은 올림푸스한국㈜, 호주정부관광청, 호주빅토리아주관광청, 롯데면세점의 지원을 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